Trotsky의 모순세계

  새벽 느지막한 시간... 엊그제 질러서 도착한, 93년인가에 MTV 채널에서 만든 너바나의 [Unplugged in New York] DVD를 보았습니다. 어제 면접 관계로 외출했다 돌아오자마자 뻗었다가 새벽에 잠이 깨고 나니 미뤄놓는 것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공간만 잡아먹고 몸에 체득되는 것은 없겠구나 싶다는 강박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94년 군대를 제대하고서 바로 공단의 작은 세라믹 회사에 아르바이트직으로 몇 달 일하면서 근무 시간 중 귀를 즐겁게 하자는 생각으로 고등학교 때 학교 내 독서실 생활할 때 이후로 간만에 FM 라디오를 줄창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고교 시절 라디오로 주로 들은 프로그램들은 KBS 1 FM의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들이었습니다. 신은경 아나운서의 (제목도 까먹은) 오전 9~11시 사이의 프로그램과 2~4시 사이 음악(이 프로그램은 주로 전곡을 틀어주었는데 점심먹고 운동장에서 농구 한 판 때리면서 땀흘리고 난 다음이라 잠자느라 좋은 곡을 많이 놓쳤을 거에요)이 좋았었다는... 반면 아르바이트하면서 들었던 프로그램들은 주로 MBC FM이었다죠. 그전부터 선성은 익히 들었지만 김기덕이라던가 김창완, 허수경, 배철수 등의 쟁쟁한 DJ의 멘트와 군대 시절에 귀에 익숙해진 가수들에 멜로디만 흥얼대는 수준이었던 팝이나 락 뮤지션들의 음악이 귀에 익혀진 계기였습니다.
  배철수의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가장 귀에 익숙해진 그룹명과 이름이 [너바나]와 커트 코베인이었다죠. 그 당시엔 [All Apologies]가 많이 들려졌다죠. 그 뒤 언플러그드 공연 테입이라던가 사후 편집된 것으로 알게 된 라이브 공연 테입에 이어 회사 시절에 [Nevermind] 앨범을 구입해서 더블데크 세트를 이용, 공테입에 녹음해서 듣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DVD를 보면서... '아, 생음악의 라이브란 이런 느낌인 것이로구나' 하는 중얼거림이 마음 속에서 울리더군요. 날것 그대로라고나 할까, 주위에서(방송측이나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의) 이것저것 요청을 했을 텐데 끝까지 자기 주관 - 이라기보다는 내키는 대로 했다고 보는 것이 더 어울리는 표정이던데 - 대로 콘서트를 이끌어나가고, 어찌 보면 귀차니즘인지 어찌 보면 컨디션이 별로인지(그것도 아니면 그들의 음색 그 자체가 그런 것인지) 톤이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조차 들더군요. 귀한 느낌이라 여기고 잘 간직해야죠(내키면 또 들을 기회가 있겠지만 자주 느끼기엔 미안한 심정이라).

  면접은... 문제를 풀고 난 다음 특목관의 팀장 되는 분과 또 한 분의 선생님이 배석한 가운데세 문제 정도를 시강 형태로 진행한 뒤 이것저것 자잘한 질의를 주고받는 쪽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12월에 두 곳에서의 면접 이후 처음이다 보니 발음도 시원찮았고 물백묵도 익숙치가 않았고 무엇보다 속도 안 좋은 상태에서 나선 터라 잘했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원래부터가 힘든 곳에서 일해 왔는데 스스로에게 안정된 급여를 제때 제때 받으려면 더욱 험한 곳을 찾아가는 꼴 같기도 하고... 이곳에서의 구인 작업의 스타트를 끊은 것이라고 하니 고등부-특목입시 경력자들이 몰려들면 그다지 희망은 없겠죠. 다음 주초까지 알아보시고 연락준다는데 이렇게 가다가 3월 넘어가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파트 자리라도 알아봐야 할지도...
  그래도 오가는 길을 전철을 이용하니까 책읽기엔 유리하네요. 어느덧 장하준 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도 100페이지 미만으로 남았고... 방에서 보내는 시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쓰거나 정 여의치 않으면 한 차례 2호선 한 바퀴 도는 쪽을 이용하면 끝낼 수도 있지 않겠나 하고 생각해 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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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sky의 모순세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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