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정말 모처럼만에 공강시간이 연이어 있는 날이다. 수업 전까지는 이런저런 작업이다 준비다 해서 수업이 과연 잘 될 것인가가 고민될 지경이었고, 실제로 수업에 들어가서는 기력이 소진되는 바람에 힘겨운 시간(내용 몇 개를 건너뛰어야 했으니)이 되기도 했지만 숨돌릴 시간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것인지를 오래간만에 만끽하기 위해 그렇게 징하게 떠들었는가도 싶다.

  지난 주에 구입한 우석훈 님의 [촌놈들의 제국주의]도 2/3선을 넘어섰다. 1장이던가 2장에 1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언급한 부분에서 1차 대전 이전 독일의 정치 체제를 "바이마르 공화국"으로 기재하는 오류를 범한 것을 빼고는 그런대로 잘 읽고 있는 셈이다. 다른 팩트에서 또다른 오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대로 읽히고 있으니 다행인 셈이다. 문제는 이넘을 아직 다 읽지도 못했는데 우석훈 님의 근간이 바로 나왔다는 점... [직선들의 대한민국]인가 하는 것인데 아마도 그분이 블로그에서 언급한 대운하 관련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문제는 드디어 방안의 공간이 책의 목록들을 소화 불가능한 처지에 도달했다는 점. 그리고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의 두께를 보면서 한숨이 나오고 있는데 읽고 싶은 욕구를 당기는(즉 지르라는 지름신의 명이 옆에서 울리고 있는) 책들이 알라딘의 보관함에 쌓여만 간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학원 안에서 진행하고 있는 작업들이며 수업들이 원활하게 내 생각대로 잘 굴러가는 것도 아니고... 토요일에 바이오리듬 세 종류가 모두 위험일이거나 "-" 수치의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아는데 지를 것이 있으면 미리 질러 놓아야 하지 싶다. 방에 놓여 있는 책들 중 교재류들은 결국 학원의 책꽂이에 놓아야 하지 않을까도 싶고...(물론 책들끼리 삼단으로 쌓아올리게 협조한 가장 밑단의 책은 건드릴 수 없겠지만)

  지난 주 일요일 우연히 케이블 TV로 본 KIA와 SK의 경기에서 윤길현이 보여 준 모습 때문에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제에 오르내리는 모양이다. 확실히 더 많은 수의 카메라가 투입되고, 그 카메라들이 그라운드 안에만 비추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을 모두 잡아내기에 이른 것을 보면 기술 부문에서의 진보(다른 영역의 진보는 다른 영역이다)는 아직도 남아 있는가 싶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은 분명 덕아웃에서 윤길현이가 그 동작과 (**)을 하는 것을 못 보았을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최경환을 삼진잡은 직후의 모습도 그러했을 것이고...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그라운드 안에서의 선수들의 행동에 대한 제약과 주문이 있었기에 그 영향을 받은 선수들의 모습이 그 안에서 구현화된 것은 분명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확연하다. "보스"의 영향은 바로 그러한 것이니까. 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다른 팀의 감독이나 코칭스태프, 프런트 관계자들도 그러한 영향력을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행사하고 주문하는 일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싶다.
  다만 운이 나빴다고나 할까... 현대 사회의 전체적인 구도가 "카메라로 보는 모든 삶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보여주는 것이다 보니 현대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모든 행동이 "빅 브라더"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고, 그에 따라 조심하지 않으면 항상 쉽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오고 있다. 생뚱맞은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또 며칠이 지나고서 어느 정도 냉정함을 되찾아가는(냉정함이라기보다는 심드렁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야구를 삶의 한 부분으로 즐기는 사람으로서, 또 사회인 야구심판으로 십 년 이상을 야구계에 쏟아들인 한 사람의 눈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과학 또는 산업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간적인 측면의 소실, 나름 지켜졌으면 싶은 인간 내면의 심성의 변화마저도 전혀 관계없는 제3자들에게 노출되어 그들의 관음증을 자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확실히 야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기는 떨어져 가는가 보다.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야구적"으로 바라보자가 야구판을 바라보는 내 모토였는데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것을 보니...
  이번 주 안에 책들을 다시 정리하고 비게 되는 칸을 다시 채울 생각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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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otz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