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고시원에서 글을 끄적이려고 할 때에는 의자에 놓인 책들을 여기저기 빈 공간에 옮겨놓고 써야 했다. 그러고 나서 잠을 자거나 다른 일을 하려면 다시 의자에 책을 옮겨놓고 해야 했으니 이래저래 큰맘먹고 하겠다는 각오를 세워야 하는 단점이 없을 수가 없었다. 백수상태를 맞이해서 일주일 동안 단 하루만 글을 끄적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면 구차한 변명이 되겠지만 별 수는 없다는.

오늘 **동의 부모님 계신 곳에 찾아가 저녁을 먹고 나서 누나 방에 놓인 컴퓨터를 이용해 이곳에 들어와 있다. 본체와 모니터를 제외한 입력장치(마우스, 키보드 등)는 내가 쓰던 것을 갖다 놓은 것이라 손이 낯설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래도 노트북의 키보드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손이 원하는 키보드의 자판에 가 있지 못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겠다는...
집에 오는 버스, 퇴근시간대였기 때문인지 꽤 많은 사람에 부대껴야 했다. 보통 버스를 타는 시간대가 오후 2~3시 정도(출근 시간대)와 22~23시(퇴근시간대), 오늘과 같이 오후 5~6시 정도에 타는 경우가 일요일 심판을 치르고 나서 방에 돌아오는 때 타는 경우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랄 일은 아니겠지만. 하지만 어느 사이에 익숙해져 있는 것일까. 대중교통 수단에 탑승한 사람들의 수가 많음으로 해서 의도하지 않은 부딪침이 발생하면 심신이 피곤하다. 오늘 같은 경우는 웬 사람 3명이 버스 출입문(내리는 문)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무려 다섯 정거장 이상을 문을 막고 대화를 나누더라는.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는 사람은 손만 댈 수 있게 피해 주고 정작 출입문으로 내리는 쪽 두 곳(내리는 문 앞에 두 사람 이상이 동시에 내릴 수 있도록 구분지어진 플라스틱 기둥) 중 한 곳을 막는 것은 어떤 심보에서 나온 것인지 내 스스로 부아가 터져나올 지경인 것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오던 도중 전에 일했던 학원에 당시 다녔던 학생 하나를 마주쳤다. 어색한 인사, 그 녀석은 1교시 수업은 안 들어가고 2교시에 맞춰 학원에 가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길인지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만났을 때의 인사와 내릴 때의 인사만 주고받고 헤어졌다. 어차피 떠난 입장에서 학생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까도 싶었으니... 지난 월말에 학원에 다니던 아이 하나가 내게 문자를 띄워 학원을 그만둘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내가 어떻게 답글을 보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으니까.
 
중간고사 기간은 끝나가고 집에서는 월세 오른다 물가 오른다 하면서 내심 내가 서둘러 일자리를 다시 구하고(돈 많이 벌기만 하면 다른 것은 신경쓸지 모르겠지만) 생활비며 보험금 등을 보태주길 원하는데 정작 세상에 신물이 나기 시작하니 큰일은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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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5일, 3일 동안 심판일을 치렀다. 간만에 그라운드를 찾은 셈인데 기본 콜은 가끔 내 자신이 잘 하는 것인가 하는 기분도 들었지만 포메이션 같은 경우는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는... 정말 체화된 지식, 암묵지는 무서운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은 한 주였다. 이번 11~12일도 바쁠 거라는데... 이번 주말을 잘 보내고 나서 구직모드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그를 위해서라도 교재연구를 착실히 해 두어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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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sky의 모순세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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