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일주일이 금새 지나갔다.
  지적이다 뭐다 분위기에서 의지한다 어쩐다 꼼꼼하니 잘 부탁한다로... 일주일 사이에 분위기가 돌변했다. 이른바 '장'을 맡은 이의 용인술이려나 싶은 마음도 들고, 아니면 자신 혼자서 모든 짐을 떠맡기에는 안팎에서 부과되는 스트레스가 너무 과중하다는 사실을 느꼈기에 다소나마 짐을 덜기 위한 진심의 퍼포먼스인가도 싶고 하는 느낌으로 상대를 대해야 했다. 결국 싫은 것은 '조직의 생리'이고 그를 이용하는 이기적인 사람 마음새이지 사람 그 자체를 싫어할 수는 없고나 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내 자신이 주어진 일이라도 열심히 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내 스스로에 대한 자성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특강 시간까지 짜인 것을 고려하면 수업 마무리되고 바로 퇴근하는 것이 당연한 본새인데 어째 이번 여름방학 체제 내내 그럴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업내용은 중등부 + 정도의 내용만을 알려줘도 힘겨워하는 녀석들에게 고등부 내용을 집어넣어 버린 문제들은 확실히 버거우니 질문이 안 들어올 수가 없고, 설상가상 답지의 설명과 정답으로 표기된 것도 오류투성이가 몇 개 씩 나오니 먼저 한 번 풀어보며 확인했다지만 한참 나중에 질문하러 가져온 아이들의 책을 보면서 하기에는 내 스스로 버거움을 많이 느끼게도 된다. 이래서 고등부 교재를 공부했어야 하는 것이었나 하는 심정도 들고.
  하지만 이러저러해도 특목 입시에 고작 5~6개월 정도의 기한으로 거의 백지 상태임을 자복하는 아이들에게 사회 성적을 끌어올리겠다는 허언은 못하겠고 그저 대략의 요령만 이야기해 줄 뿐이라는 것은 내 스스로도 맥이 빠진다. 아무리 선생이라고 해도 그런 마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저 애들보다 몇십 년 먼저 태어나서 그나마 자유로웠던 막간기(80년대 중반에서 89년 초까지가 과외금지와 학교 재학생들의 학원수강이 금지되었던 시기였기에 사교육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고 독서 등을 내 스스로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시기라는 생각에서)를 보냈기에 보다 다양하고 여러 방향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알았을 뿐인데. 그런 과정이 녹아든 상태에서 최근의 책읽기 모드와 응용모드가 집에서 온갖 학원을 들락거리며 선행이라는 미명 하에 소화불량이 뻔한 내용을 우격다짐 식으로 넣어두고 암기 후 풀이에 매달려 온 이들이 따라잡기엔 버거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오늘은 간만에 밤을 샐 생각이다. 모의고사 문제에 대한 해설지 작업, 바로 이번 주 토요일부터 진행해야 할 각 계열별의 수업계획표에 대한 검토와 구상, 작성 작업(이것은 목요일 내지 금요일 오전 작업으로 미룰 수도 있을 듯)을 하고 책베끼기에 열을 더 올릴까 하는 생각에서다. 퇴근하면 녹초가 된 몸으로 침대에 몸을 기대고 TV를 켜고 부지불식 중에 잠에 빠져 버리던 그간의 날들을 하루는 벗어나고픈 심정이라는 것도 한 몫한 셈이겠지.

  근 2주 동안 예정에 없던 일요일 학원출근을 했던 터라 이번 주 일요일은 될 수 있으면 자유롭게 보냈으면 하는 심정이다. 그래 봐야 광화문이나 강남의 교보문고 내진 다른 중대형 서점을 들러 문구나 볼펜 몇 개를 구입하고 새로 나왔다는 책들을 훑고 알라딘에서 살까 말까를 고민하는 선에서 방황 모드를 종결하게 되겠지만. 다른 일정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심정이 영 텁텁하다. 심판부 일을 일시휴업 상태로 팽개친 지도 어느 새 석 달이 지나가려 하니까.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서도 별 할 말은 없다. 언제부터인가 모르지만 내 스스로 [쇼비니즘]에 매몰되진 말자고 다짐하기 시작했기에... 아마도 심판일을 시작한 다음부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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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 전... 이번 주에 사용하기 위한 다른 선생님들의 모의고사 문제들을 검토하고 있다.

  확실히 지난 주말의 업무지적의 결과는 힘겨웠다. 그 일을 겪은 뒤로 사람들을 대하는 내 모습 스스로도 변한 느낌이고 수업에서도 억지 활력을 내고 있는 상태다. 혹시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심정은 저리 가라다. 목요일 저녁에 같은 과목 선생님들끼리 술자리를 하자는 부팀장의 제안에 웃으며 승낙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딱히 가서 할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을테니...

  15일 휴강이 확정되었다. 14일 술자리 잠깐 하고 방에 돌아가 쉰 다음 15일 오전에 일어나서 문제작업이나 교재연구를 하고 오후되기 전에 대형서점 어디라도 가서 책들이나 문구류나 음반 등을 살피고 이후 잡힐지 모르는 약속에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지만 정작 몸이 제대로 움직여줄지가 의문이다. 오늘 아침에도 전날 책 세 페이지 읽다가 누웠는데 깨고 나니 출근채비를 해야 할 시간(핸드폰 진동음에 깨어나서 놀란 것이 오랜만이었다)...

  챙길 것은 많은데 무얼 가져가야 할지 모르겠다. 가져가도 제대로 소화하는 것도 없고... 당장이 이런데 11월을 넘어가면 거의 매주 시험에 면접대비테스트에 문제작업에 원서작성에... 지금 근근히 버티고 있는 심신이 그때까지 버텨줄 것인지... 어찌어찌 12월을 잘 치러내도 이곳에 대한 마음이 붕 뜬 상황에서 잘리는 쪽을 택하느냐 자발적으로 떠나는 쪽을 택하느냐도 적잖이 고민될 듯하다. 어차피 특목고 입시가능 딱지가 붙게 되면(그리고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는 제법 재산이 될 듯도 하니까) 강사로 적잖은 나이라 해도 자리를 구하는데 최악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은 들지만... 하지만 평강사직으로 이 나이(유재석과 동갑이라고 몇번이나 말해도 애들은 단기기억주의자들... 항상 놀란다)에 일년단위로 새로운 자리를 구하느라 고생하는 것도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일찌감치 그런 홀가분한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낫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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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에 완전히 정나미가 떨어졌다.

  발단이야 내 실수. 일요일 보충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부팀장이 마침 없었기에(특강이 서로 엇갈려서 제대로 이야기할 여유가 없었던 것도 있고, 결정은 알아서 하되 보고에 대한 언급을 하라고 했던 이야기를 까먹은 것이 컸지만)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먼저 부원장에게 물어본 것. 부원장의 언급대로 프린트하고 붙이고 본원에 전달하고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렸다.

  부팀장이 특강을 끝내고 돌아오고 [업무보고체계가 정상적이지 못해서 부팀장인 자신이 모르는 일이 전개되었다는 사실을 가장 늦게 알았다]는 것을 가지고 불려가서 열나게 깨져야 했다. 문제는 내가 전에 했던 실수를 또 했던 것이겠지만 애시당초 시작부터 자기를 깔보는 행동이었느냐는 둥 부팀장을 할 생각이냐는 둥 하면서 깨는 중에 이 말이 나와 버린 것이다.

  "...선생님(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 중에 '나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거 어세요?..." 라고...
  똑같은 결과가 초래되는 실수라는 것을 인식해서 안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몸둘 바를 몰라하는 중에 나와 버린 이 말에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아 버린 느낌.
  그저 몇 달 먼저 왔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팽개쳐 두듯 해 버린 복사물 챙겨 주고,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 들을까봐 도와주겠다는 생각으로 움직이고, 혹시 나보다 늦게 들어오신 분들이 이곳 체제에 적응못할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다가 되도록 활달하게 말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행동한 것이, 오히려 역기능이 되어 돌아올 줄이야...

  차라리, 아무 말없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작업하고 수업만 하는 기계가 되었어야 하는 것인가도 싶다. 꼬투리를 잡힌 것이니 상대방의 티를 이야기해 봐야 제 얼굴에 침뱉기일 뿐... 계약만료 시기가 되면 조용히 떠날 준비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휴... 도대체 한창 다니는 곳에서 내가 스스로 이런 생각을 가질 줄이야 어찌 알았을까... 경쟁 구도 경쟁 구도 하지만 강사들끼리의 관계에서 업무보고루트 가지고 깨진 것은 처음이니 도대체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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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는 끝났다. 일은 다시 시작...이라고 하지만 사실 휴가 기간 중 서점에 가서 구입한 책들하며 엊그제 학원에서 질러 버린 책과 DVD의 리스트를 돌아보노라면 이넘의 일 중독증은 벗어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휴가 이후 특강수업을 들어선 지 3일째로 비교적 술술 말이 나온 하루였다. 분위기를 다잡기 쉽지 않았던 학급(들)의 수업도 비교적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역시 교재연구를 하고 안 하고의 차이인가 싶다. 앞으로도 교재연구를 착실히 해 나가야 할 텐데 문제는 시간이다. 이런저런 일들을 하려고 해도 하는 족족 게으름만 커져 나가고 있으니...
  어제는 퇴근길에 우석훈 님의 [88만원 세대]를 빠르게 훑었다. 텍스트를 인용할 만한 부분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번 주중에 모의고사를 위한 문제들을 완성할 생각이다. 6문제를 만들어 두라는데 정 안 되면 다른 문제집의 텍스트라도 활용하면 낫지 않을까도 싶고... 오늘 퇴근 후에는 책을 새벽까지 여유있게... 읽기는 어렵겠다는 느낌이다. 1교시 수업에 맞춰 출근해야 하는데 휴가다 여름방학 체제다 뭐다 해서 다른 반이 2주차를 들어가는데 이날은 첫 수업을 진행해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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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모처럼 큰맘먹고 오전에 방을 나섰다. 목적지는 강남 교보문고.
  도착 후 교보문고에서 보낸 시간은 약 4시간 언저리... 교재연구용 도서로 3권, 그 외 지식e 3권과 지승호 님의 인터뷰집을 지르고 지하 2층에서 문구류 두엇(국어 샘이 넌지시 부탁한 노트북 받침대와 노트, 볼펜들)을 역시 질렀다. DVD 및 음반매장에서 식코를 구입할까 하다가 다음 기회로 노리자 하고 나왔다.
  코엑스몰로 향하려고 네거리의 한쪽 버스정거장으로 향했으나 버스노선 하나가 직통으로 가는 것이 없어 전철역으로 도보행... 그런데 어제 날씨가 매우 불안정했는지 중간중간에 비가 쏟아짐. 우산이야 준비해서 나섰지만 책도 여럿 사느라 책봉투가 비에 젖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걸어야 했다는...
  코엑스몰에서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반디 앤 루니스 서점에서 외고 통합사회 문제가 담긴 책 한 권,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구입했다. 교보에서 구입한 것 외에 교재연구용 서적으로 정치경제를 모아놓은 요약형 책이 있었으면 했는데 그것까진 없더라는... 가방과 책봉투의 무게 탓이었는지 허리가 계속 쑤셨다. 한쪽으로 가방 메는 것은 정말 무리려나?
  비도 간간이 오고 바람도 씽씽 불어오기에 굳이 언더 아머 땀흡수기능 셔츠를 입지 않고 나섰는데 방에 돌아오니 땀이 흥건하다. 얼굴에서도 땀이 줄줄이고... 내 체질이 변한 것일까나?
  오늘 광화문 교보로 갈까 생각하지만 읽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면 쩝...;;; 하긴 휴가가 별 것이 휴가일까마는.

  유니리그가 사용하던 그라운드인 일산의 장성중학교가 교내 체육관 공사를 이유로 리그 진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뉴스(공식 채널이 아닌, 심판부 카페를 통해)를 접했다. 이제는 일요일에 경기를 보러 나가고 싶어도 갈 만한 곳이 하나 줄어들게 되었다 싶다.

  어제 하루 내내 두통에 시달리다 새벽에 잠이 깼다. 그 덕일까, MLB 중계를 연달아 두 경기를 보는 행운도 누릴 수 있었다. 심판판정에 얽혀 관심이 갈 만한 영역은 별로 없었다. 차라리 나중에 고교야구 경기를 보면 좀 공부가 되려나... 어느 사이에 야구심판으로 안 나간지도 두 달이 넘었다. 한편으로는 부담이 덜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중 일이 걱정되기도 한다. 내년에 돌아갈 자리가 없다고 하면 어쩌나도 싶고(내가 직접 쌓은 악업은 없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과 얽힌 업보들이 제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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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의 포스트를 세어 보았다. 여섯 개다. 여섯 개...

  다른 것은 둘째치고 나 자신의 나태함이 점점 회복불능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고개를 쳐지게 한다. 그렇다고 학원에서의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지도 않고(가끔은 내가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고 반문하는 일이 다른 곳에서보다 더 심하다. 수업강도도 센데 밑천은 달려 서 그런 것이 아닌가도 싶고)... 그렇다고 심판일이라도 재미있게 보냈던 것도 아니고...(이것도 그나마 지난 6월 중순을 전후로 올 시즌은 개점휴업이니)

  4일뿐인 휴가를 어처구니없이 흘려보내고 싶진 않아 그런지 어거지로 컴퓨터 앞에 자리를 마련했다(책들 두 무더기 이상을 옆으로 옮겨놓고 먼가를 해야 하니 어거지가 맞겠지). 문제라도 만들던지 문제를 만들기 위한 텍스트라도 마련하는 정도의 일이라도 해야지 싶다.

  가끔,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 무엇이고, 어느 일을 제일 하고 싶고, 어느 일에서 가장 보람을 느꼈는지 반문할 때가 있다. 책을 읽으며 뭔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때가 제일 즐거운 것만은 바꿀 수 없는 것이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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