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 http://www.mediamob.co.kr/msmarple/Blog.aspx?ID=207028

  미디어몹에 들어갔다가 오래간만에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글을 발견. 이번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에 관련한 협상문의 영어본을 제대로(?) 번역하신 분의 글이다. 100분 토론을 끝까지 볼 생각이 없었기에(화가 나서 안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뒷북을 치는 것이 줄겁지는 않지만 내가 가르쳐야 하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받고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제시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때아닌 정의감에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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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tire carcass of cattl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is also prohibited, unless the cattle are less than 30 months of age, or the brains and spinal have been removed. The risk of BSE in cattle less than 30 months of age is considered to be exceedingly low ...


이상길 단장은 처음 not inspected의 의미가 송기호 변호사가 지적한 바와는 달리 합격되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검사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주장하여 일차적으로 해석의 교란이 일어났다.  

지금 보면 이단장이 설명한 대로 식용을 위해 허가 받는 절차에 오기 전에 목장에서 사료가공업체로 검사되지 않은 채 팔려간 소가  이 단어로 인해 지시될 수 있다 해도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을 연계하여 문장 전체를 볼 경우에는  

"인간의 식용가능 여부를 가르는 절차를 거쳐서 합격되지 않은 (not inspected and not passed for) 축우의 시체를 통째로 가축사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제 중요한 단서가 붙지만). 즉, 이단장의 말이 지시한 바대로 검사단계 이전에 팔려 나간 것은 물론이고 이후 검사탈락 소도 포함하고 기타 등등, 여하간

식용기준검사에 합격되지 않은 축우를 통째로 사료화하는 것은 금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 부분은 자구상 논란의 여지가 없고, "식용기준"이라는 보편적인 기준을 먼저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말과는 반대로 중요한 강조점을 뒤에 쓰는 영어식 흐름에 따라서, 사실상의 핵심은

1.축우의 연령이 30개월 미만이 아니라면  
2.뇌와 척수가 제거 되지 않았다면

 (unless가 A, or B의 형태로 두 문장을 A 이거나 B 하나를 충족하면 되는 조건절로 만든다.)
 
이 단서에 있다. 즉, 1이나 2를 뒤집어서 충족하면, 그러니까 축우의 연령이 30개월 미만이거나, 2. 뇌와 척수가 제거 된 축우는, 앞에서 밝힌 "식용기준" 합격이 아니더라도 금지되지 않는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종합해서 해석해 보면,
1. 30개월 이하의 소는 식용기준 도축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통째로 사료용으로 쓰일 수 있다.
2. 뇌와 척수가 제거된 소는 30개월이 넘고 5세, 6세에도 식용기준 도축허가를 받지 않고 사료용으로 쓰일 수 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은 왜 30개월 이하의 소는 뇌와 척수 제거 여부나 다른 식용기준검사 및 합격판정을 안 받아도 되는가에 대한 근거를 댄 것으로 보인다. 즉, 30개월 이하는 위험 가능성이 극히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뇌와 척수가 제거된 경우에는 월령을 따지지 않고 식용기준 합격 절차를 밟지 않거나 불합격 되어도 사료로 쓰일 수 있다의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싼 소를 두고 그럴리야 없겠지만... 식용기준 합격 소는?
당연, 월령에 상관 없이 사료로 쓰일 수 있다는 뜻이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이 "강화된 사료조치"라는 것의 실체는 "식용기준"을 잣대로 삼아 그에 미달하는 것 중 사료로 쓰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규정으로, 결코 동물사료를 "완전금지"하는 방향으로 단계적 조치를 취해 온 우리나라와 유럽의 사료정책의 정신과는 일말의 교감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늘의 <100분토론> 논란과 연결해 보자면, 송변호사가 지적한 대로, 다음과 같은 정부측의 발표는 명백한 오역인 것이다.    


모든 광우병 감염 소,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이 있을 수 있는 뇌나 척수를 제거하도록 하였고,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임(2면).



  "unless...or"가 과연 이 "오역"을 나은 주범인가?
그렇다면 그 영어로 도대체 협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묻고 싶고,
그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이 의도적 오역을 주도했는지 묻고 싶어진다.
(설마 번역담당자를 자르는 것으로 무마하려 들지는 않겠지?)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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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otzky
  알라딘에서 음반 체크해 놓고 새벽 시간동안 음악을 듣다가 문득 알라딘을 통해 제일 저명한 북 리뷰어 블로거라고 할 수 있는 "로쟈" 님의 블로그를 들어가 보았다. 인문학 계통에 종사하고 계신 그분은 요즘의 전개상황을 어떠한 관점에서 보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여타의 인터넷 언론이나 몇몇 아는 블로거 분들의 블로그만으로는 감이 잡히지 않는 측면도 있었고.

  아래의 부분은 그분의 블로그에서 미국 쇠고기의 수입 협상과 관련해 프레시안에서 칼럼을 옮겨온 것을 불펌해 온 것이다. 프레시안에서 다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뭔가 한 번 더 재확인하는 기분이랄까... 어쩌면 이 글들을 파일화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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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읽어보다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기사를 옮겨온다(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80504095610). 이번 '광우병' 사단을 불러일으킨 한미간의 합의문 내역에 대한 법학자의 해석인데, 그에 따르면 이번 협상 결과를 정부는 은폐했다. 그리고 그 핵심이란 건 '굴욕'이다. 이 해석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확한 해명이 듣고 싶다.

프레시안(08. 05. 04) [송기호 칼럼] 국민이 몰랐던 네 가지 진실 

나폴레옹의 진짜 업적은 전쟁 승리보다는, 나폴레옹 법전(Code Napoleon)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법전은 최초의 근대적 민법으로, 사유 재산제와 계약 자유를 담았다. 그리고 그의 법은 나폴레옹 자신의 말처럼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민법을 만들 때, 조문의 해석에 다툼의 소지가 전혀 없는 완벽한 법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완성된 법전에 만족하면서, 이 정도면 장차 어떤 프랑스인이 읽더라도 그 의미가 명확할 것이라며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날에, 파리에서는 그의 법률 조항의 의미를 놓고 해석론의 대립이 발생했다고 한다.
 
아무리 훌륭한 법이라도 그 해석에서 다툼이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서로 언어와 가치가 다른 나라 대 나라 사이의 합의문을 놓고 그 해석에 다툼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아예 1969년에, 유엔 회원국은 비엔나에 모여,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 안에 국가 간의 합의문을 어떻게 해석할 지 그 원칙을 정해두기까지 했다. 여기서 합의된 일반 원칙은, "합의문의 문맥에 부여되는 통상적인 의미(ordinary meaning to be given to the terms of the treaty)"에 따라 해석한다는 것이다.
 
나라 간 합의문의 해석의 출발은 그 문항의 문언이다. 아무리 훌륭한 법률가라도 조문 없이 해석을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정운천 농림부 장관은 지난 4월 18일 미국과의 쇠고기 광우병 검역 협상을 타결하면서도 합의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보도 자료만을 냈다. 법률가가 합의문 문항을 보지 못하고, 보도 자료를 보고 그 의미를 새겨야 한다면 이는 불행한 일이다. 법률가에게 필요한 것은 조문이지 보도 자료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즉시, 미국과의 합의 내용을 정확히 해석하고자, 농림부 장관에게 합의문 영문본과 한글본 공개를 청구했다.


 
은폐 1 : 국제수역사무국 결정 없이 검역 주권 행사 못한다
나는 농림부 장관의 공개를 기다리면서, 보도 자료라도 읽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보도 자료였다.  

미국 내에서 추가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미국 측은 즉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한국 정부에 통보하고 상호 협의키로 하였으며, 동 역학조사 결과가 미국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에 반하는 상황일 경우 수입을 전면 중단키로 하였음.


가슴이 꽉 막혔다. 알다시피,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창설 회원국이다. 그리고 세계무역기구 위생검역협정(SPS 협정)이 보장하는 검역 주권을 누리고 있다. 특히 국제 검역법은 조류독감, 광우병 등과 같이 확실한 과학적 설명을 하기 어려운 전염병에 대하여, 관련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라도 회원국이 잠정적으로 검역 조치를 취할 국제법적 권한을 주고 있다. 해당 조문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관련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회원국은 이용가능한 적절한 정보를 토대로 잠정적으로 위생 검역 조치를 취할 수 있다. (In cases where relevant scientific evidence is insufficient, a Member may provisionally adopt sanitary or phytosanitary measures on the basis of available pertinent information…) : 위생검역협정 5조 7항


만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이는 일단 미국의 광우병 통제 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미국에서 왜 광우병이 추가 발생했고, 그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과학적으로 정확히 판명하여 거기에 맞는 수준의 검역 조치를 취하자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바로 위 조문은 이와 같이 관련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할 경우라도, 그 시점에서 여러 이용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잠정적으로 검역 조치를 취할 권한을 한국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에서의 광우병 추가 발생을 급히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잠정 중단할 수 있다. 일단 그렇게 해 놓고 나서, 광우병 추가 발생에 대한 과학적 조사를 한 후, 심각하지 않은 사건으로 밝혀질 경우에는 다시 수입을 하면 된다. 이는 국제법이 보장한 한국의 검역 주권이다. 그리고 이는 농림부 장관의 고시인 '지정 검역물의 수입 금지 지역'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 고시는 악성 가축 전염병인 광우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에도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제5조(수입 금지 등) 농림부장관은 제3조 제1항의 수입 금지 지역으로 지정되지 아니한 지역에서 악성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법 제32조의 규정에 의하여 당해 지정 검역물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법 제52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검역 중단·출고 중지 등 당해 병원체의 국내 유입 방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위 농림부 보도 자료는 한국이 국제법적으로 누리고 있는 잠정 조치 권한과 농림부 고시 규정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에서 오늘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미국의 역학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미국산 쇠고기를 계속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은 미국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온 다음이다. 그 결과가 "미국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에 반하는 상황일 경우"가 아니면, 미국산 쇠고기를 계속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위와 같은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단 말인가? 나는 도저히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농림부 장관의 합의문 영문본 공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뜻밖에도, 농림부 장관은 지난 4월 22일, 미국과의 합의 내용을 입법 예고를 했다. 이제 위 보도 자료는 이렇게 5항으로 조문화되어 있었다.
  

5. 미국에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 미국 정부는 즉시 철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여야 하고 조사 결과를 한국 정부에 알려야 한다. 미국 정부는 조사 내용에 대해 한국 정부와 협의한다. 추가 발생 사례로 인해 국제수역사무국의 미국 광우병 지위 분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경우 한국 정부는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중단할 것이다.


법률가의 눈으로 보았을 때, 이는 앞의 보도 자료와 다르다. 앞에서는 마치 미국의 역학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한국이 마치 어떤 독자적 상황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위 입법 예고안에서는 미국의 조사 결과는 조사 결과일 뿐이다. 닫혀 있다. 그리고 한국의 자주적 권한은 점점 사라진다. 아예 문장의 주어가 "추가 발생 사례"라고 하는 과거의 사건, 곧 한국이 개입할 수 없는 사건이 된다. 그리고 국제 기구의 지위 분류라는 사건에 한국이 개입할 여지도 없다.
 
나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애써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위 조항을 다시 읽었다. 한국의 실낱같은 희망처럼 보이는 단어로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경우"를 새겼다. "영향"이란 말의 통상적인 의미는 "어떤 사물의 효과나 작용이 다른 것에 미치는 일"이다. 미국에서 광우병 추가 발생은 본질상 미국의 광우병 등급 지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런데 누가 부정적 영향 여부를 결정할 것인가? 결국 내겐 합의문 영문본이 필요했다.
 
그런데 농림부 장관은 지난 28일에, 내게 통지를 했다. 아직 자구 수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문본 공개를 거부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난 22일에 그 한글본을 입법 예고를 할 수 있었을까? 결국 영문본을 보기 위해 농림부 장관을 제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통상법을 한다는 법률가가 통상법 조문을 보려면 장관을 제소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내게는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온 합의문 영문본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영문본을 보고 해석하지만, 나는 소송에서 장관으로부터 당당히 영문본을 건네받을 것이다. 앞으로 통상법과 식품법을 하려는 후학들을 위해서라도, 꼭 그렇게 할 것이다. 마침내 영문 합의문의 문항을 보면서 해석의 궁금증은 모두 풀렸지만, 결론은 비참했다. 이렇게 되어 있었다.
  

5. In the event (an) additional case(s) of BSE occur(s) in the Untietd States, the US government shall immediately conduct a thorough epidemiological investigation and inform the Korean government of the results of the investigation. The U.S. government will consult with the Korean government about the findings of the investigation. The Korean government will suspend the importation of beef and beef products if the additional case(s) results in the OIE recognizing an adverse change in the classification of the U.S. BSE status. (미국에서 광우병 추가 사례(들)이 발생하는 경우, 미국 정부는 즉시 철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여야 하고 조사 결과를 한국 정부에 알려야 한다. 미국 정부는 조사 사항에 대해 한국 정부와 협의한다. 미국 광우병 추가 발생 사례(들)이 국제수역사무국의 미국 광우병 지위 분류 '하향 변경(adverse change)' '공인(recognizing)'으로 귀결되는 경우 한국 정부는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중단할 것이다.)


명확했다. 마치 나폴레옹이 만들려고 했던 민법처럼, 위 조항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었다. 한국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아무리 많이 발생하더라도 자주적으로 검역 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 모든 것은 농림부 장관이 그토록 사랑하는 국제수역사무국에 달려 있다.
 
영문본과 한글본을 대조하면서, 나는 농림부 장관의 능력을 재발견했다. 그는 영문 합의문에는 있는 "case(s)"의 복수 명사를 한글 보도 자료와 입법 예고안에서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합의문의 "adverse change"를 한글에서는 "반하는 상황" 혹은 "부정적인 영향"으로 옮겼다. 아마도 농림부의 영어 사전에서는 "change"란 "상황" 혹은 "영향"이라고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매우 유감스러운 것은 농림부 장관의 유능한 대가로, 한국은 WTO 회원국으로서 가지고 있는 잠정 조치 권한, 그러니까 국제법에 의하여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중요한 법적 권한을 포기했다. 이것은 헌법 위반 행위이다. 그 어떠한 장관도 국회의 동의 없이 주권의 제약을 가져오는 합의를 외국과 할 수는 없다.



 
은폐 2 : 미국 쇠고기의 월령 표시는 어떻게 되는가?
농림부 장관의 능력은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핵심적인 부분에서, 그의 능력은 빠짐없이 발휘되었다. 쇠고기 월령 구분제를 보자. 30개월령이 넘은 쇠고기를 포장 상자에 표시하도록 하는 문제(Marking requirements for OTM meat)는 한국으로서는 검역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본질적 문제이다. 눈앞의 쇠고기나 등뼈만을 달랑 보고 그 나이를 판별할 수 있는 검역 공무원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의 검역 기준에는 미국 정부의 검역 공무원은 쇠고기 수출 검역 증명서에 반드시 소의 월령이 30개월 미만임을 확인한다는 서명을 해야 했다(19조 1항). 그런데 농림부는 이 문제에 대하여 예의 그 보도 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 주요한 쟁점으로 부각된 수출 검역 증명서상의 도축 소 월령 표시 여부와 관련해서는 개정된 수입 위생 조건 발효 후 180일간 등뼈가 정상적으로 포함되어 가공되는 티-본 스테이크 수출품 등에 한해 해당 쇠고기가 30개월령 이하임을 표기하고 180일 이후 계속 표시 여부에 대해 추가 협의키로 하였음….


이 보도 자료가 우리에게 정말로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이었나? 미국 검역 공무원이 발행하는 수출 검역 증명서에, 도축소의 월령 표시를 하지 않기로 한국이 합의해 주었다는 것이다. 미국 공무원이 수출 검역 증명서에 기재해야 할 사항에서 소 월령 표시는 삭제되었다(합의문 22조 1항). 이로써 미국 정부는 개개의 쇠고기 제품에 대한 월령 보장 책임에서 벗어났다. 미국 도축장의 입장에서는 한국으로 선적되는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쇠고기 월령 확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사라졌다.
 
나의 해석이 맞는다면, 앞으로 한국의 검역 공무원은 초능력자가 돼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그는 쇠고기 상자에서 뼈와 살을 구별하면 되었다. 소의 나이는 미국 공무원이 보장해 주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보이지 않는 미국 도축업자를 직접 상대해야 한다. 눈앞의 등뼈가 실은 30개월령이 넘는 소의 광우병 위험 부위인데도 미국 도축업자가 그만 나이를 잘못 감별하는 바람에 한국으로 불법 수출된 것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보고? 나의 해석대로라면 단지 그 등뼈만을 보고.
 
그래서 미국 도축장을 직접 철저 현지 점검하시겠다고? 불가능하다. 첫째, 노무현 정부의 기준에서는 한국이 개별 승인해 준 도축장만이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농무부의 검사를 받는 모든 도축장이 자격이 있다. 둘째, 노무현 정부 시절의 기준에서는 한국 검역관은 모든 미국 도축장에 대해 현지 점검 권한을 가졌다. 그리고 중대한 위반을 적발해서 해당 작업장에서 한국으로의 수출 작업이 중단되도록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표성 있는 표본에 대해서만 현지 점검을 할 수 있다. 한국이 도축장에서 중대한 위반을 적발하더라도 그 결과를 미국정부에 통보할 수 있을 뿐이다(8항). 이 표본에 포함되지 않으면, 미국의 도축장은 한 차례 정도의 심각한 위반을 저질러도 한국의 현지 점검 대상에 들어가지도 않는다(24항).


 
은폐 3 :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전수 검사를 할 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전수 검역 검사를 할 권한을 정면으로 포기했다(는 점이다). 물론 연간 약 2억3000만㎏ 의 미국산 쇠고기 선적 물량을 전수 검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특별 점검 대상이 되는 도축장의 제품이라든지, 혹은 특정 상황에서는 전수 검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합의문 영문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23. If an SRM is found, FSIS will conduct an investigation to determine the cause of the problem. Product produced by the pertinent meat establishment shall continue to be eligible for import quarantine inspection. However, the Korean government will increase the rate of inspection of subsequent beef and beef products from the meat establishment. After the Korean government inspects five lots of equal or greater quantity of the same product without finding a food-safety hazard, the Korean government shall apply its standard inspection procedures and rates.(광우병 특정 위험 부위가 발견될 경우, 미국 식품안전검사국은 그 원인을 판정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다. 해당 도축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한국의 수입 검역 검사를 받을 자격을 계속 가져야 한다. 단, 한국 정부는 해당 도축장의 향후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 대한 검사 비율을 높일 것이다.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수량인 동일 제품 5개 수입분에 대해 한국 정부가 검사를 한 후, 식품 안전 위해 요인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 한국 정부는 표준 검사 절차와 비율을 적용해야 한다.)


이 조항이 존재하는 한,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검사에서는 표준 검사 비율을 적용해야 한다. 즉 전수 검사는 안 된다. 이렇게 새기지 않는다면, 이 조항은 존재 의의를 잃는다. 왜냐하면, 눈으로 보다시피 광우병 위험 특정 부위가 발견된 경우라 해도, 한국은 그저 검사 비율을 높일 수 있을 뿐이고, 그것도 5회 검사 합격이면 그 비율을 다시 내려야만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런 조항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전수 검사를 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제법의 조약 해석 원칙에 어긋난다. 조약을 해석하는 데에서, 어느 조약 문구를 무의미하게 하는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는다(effective interpretation principle).
 
농림부 장관의 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합의문 시행 후 180일이 지나면, 한국의 소비자는 눈앞의 갈비 스테이크(티본 스테이크)만 보고, 그 월령을 구별할 능력을 지녀야 한다. 앞에서 보았던 보도 자료는 마치 180일 이후 계속 표시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180일이 지나면 갈비 스테이크 월령 표시 제도는 폐지된다. 대신 한국과 미국의 협의가 시작될 뿐이다. 이 협의에서 미국은 자신에게 불리할 경우, 결코 갈비 스테이크 월령 표시 제도 부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합의문 부칙 3항에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The Korean government and the U.S. government agree to have consultations upon the completion of the 180 day period with a view to addressing concerns after reviewing the notation's effect on beef trade and its inspection.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180일 기간이 다하면, 쇠고기 교역과 검사에 미치는 표시의 영향을 검토한 다음, 관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 부칙 3항


은폐 4 : 미국에서는 '주저앉는 소' 등의 뇌, 척수를 동물 사료로 사용한다
 
글이 길어지지만, 마지막으로 농림부의 노력이 얼마나 핵심적 주제를 대상으로 일관되게 진행되는 지를 확인하자. 농림부는 지난 2일, 그러니까 기자들과의 이른바 끝장 토론에서 미국의 이른바 강화된 사료 조치를 놓고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관련 문답 자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광우병 감염 소,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이 있을 수 있는 뇌나 척수를 제거하도록 하였고,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임(2면).


그러나 나는 미국의 사료 조치에 대해 달리 해석한다. 미국의 사료 조치는 '주저앉는 소'와 같이, 사람의 식용을 위한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해 식용 부적합 처리된 소라도 30개월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뇌와 척수마저도 동물 사료로 급여하도록 하는, 그런 것이다. 그 원문은 이렇다(73FR22720).
  

The FDA is amending the agency's regulations to prohibit the use of certain cattle origin materials in the food or feed of all animals. These materials include the following: The entire carcass of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y(BSE)-positive cattle; the brains and spinal cords from cattle 30 months of age and older; the entire carcass of cattl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that are 30 months of age or older from which brains and spinal cords were not removed; tallow that is derived from BSE-positive cattle; tallow that is derived from other materials prohibited by this rule that contains more than 0.15 percent insoluble impurities; and mechanically separated beef that is derived from the materials prohibited by this rule. These measures will further strengthen existing safeguards against BSE. (미국 식약청은 소에서 나온 특정의 물질을 모든 동물 사료로 급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을 개정한다. 이 사료 급여 금지 물질에는 다음이 포함된다. 광우병 감염 소의 전체 부위, 30개월령이 넘은 소의 뇌와 척수, 30개월령이 넘는 소로서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해 식용 부적합 처리된 소에서 뇌와 척수를 제거하지 않은 경우 그 소의 전체 부위, 광우병 감염 소에서 나온 우지, 이 규정에서 금지 물질로 정한 것에서 나온 우지로서 불용성 불순물 함유가 0.15% 이상인 것, 그리고 이 규정에서 금지 물질로 정한 것에서 나온 기계적 분리육. 이러한 조치는 현행 광우병 안전 조치를 더 강화시켜 줄 것이다.)


이를 두고, 농림부는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바로 이 문제에 대하여, 미 식약청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73FR22733).
  

Further, the regulations were revised to exclude from the definition of CMPAF certain cattle that have not been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Under the proposed rule, cattle that wer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were excluded from the definition of CMPAF if their brains and spinal cords were removed. The final rule was revised to indicate such cattle are not considered CMPAF if the animals were shown to be less than 30 months of age, regardless of whether the brain and spinal cord have been removed. (또 당해 규정은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해 식용 부적합 처리된 특정 소를 사료 급여 금지 물질의 정의에서 제외하도록 개정되었다. 종래의 입법 예고에서는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해 식용 부적합 처리된 소는 그 뇌와 척수가 제거되어야 사료 급여 금지 물질의 정의에서 제외했었다. 본 최종 규정에서는 그런 소라도 뇌와 척수의 제거를 불문하고 30개월령 미만인 경우에는 사료 금지 물질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이를 개정한다.)


나폴레옹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조항에 항상 유일한 해석을 요구하는 것은 실패한다. 나의 해석이 틀릴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학자적 소신으로 문언적으로 살펴보았을 땐, 이건 굴욕의 합의문이다. 그리고 핵심적인 굴욕은 은폐되었다.(송기호/변호사·조선대법대 겸임교수)

08. 05. 04.

P.S. 프레시안의 후속기사로는 진중권의 '대중은 무엇에 분노하는가?'(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8050512432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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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otzky
  [시사IN]에서 이미 기사를 읽었고 잡지는 제 자리 옆 책받침대에 모셔 놓았습니다만 그래도 이런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네 세상에 경종이 울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신문기사를 허락도 받지 않고 퍼옵니다.


크 : 김용철 씨, 한겨레와 인터뷰.

김용철 변호사 “내가 구속되면 끝이 나겠지”
[한겨레21 인터뷰] 삼성 근무서 비자금 양심고백까지
“나쁜 말 하면 불행” 협박-“로펌 차려주마” 회유
삼성 해악 한계…이후도 여러 얘기 할수 있을 것
한겨레21
» 김용철 변호사

김용철(49) 변호사는 “구속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긴장하면서도, 한편으론 삼성과의 인연으로 겪어야 했던 고생을 털어낸다는 홀가분함도 보였다. 그는 지난 5월부터 경기도 양평에서 칩거하는 중이다.

▶일하던 법무법인서 “삼성과 관계 정상화 않으면 근무 못해”

일이 시작된 것은 지난 5월이었다. 그는 2004년 9월 입사한 법무법인 서정에서 사직을 권고받았다. 김 변호사는 “처음에는 두 달 동안 휴직을 권고받았는데 휴직 기간이 끝나도 복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유는 짐작한 대로였다. 서정 쪽은 “삼성 이학수 부회장을 만나서, 삼성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근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재벌기업이 로펌의 인사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가, 하고 반발심이 들었지만 참았다고 했다. 그러나 회사는 끝내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민 끝에 결심을 굳혔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삼성쪽 방패로 나서

삼성은 왜 그의 양심고백에 조바심을 낼까. 김 변호사는 1997년 8월부터 2004년 9월까지 삼성그룹의 중추인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했다. 마지막 퇴사할 때의 직함은 법무팀장이었다. 그 자리에 있으면서, 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이끈 2003년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삼성 쪽을 변호했다. 또 지금도 진행 중인 ‘삼성에버랜드 사건’ 관련 소송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그는 “나름대로 떠난 회사에 대한 신의를 지키려 했지만, 삼성 쪽의 감시와 협박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양심 잃어버려 자식들이 나를 존경하지 않아

김 변호사는 왜 삼성의 ‘비자금’을 폭로하게 됐을까. 그는 “한국 사회에서 삼성이란 조직이 갖는 해악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내가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삼성에 있는 동안 양심을 잃어버려 이제는 자식들이 나를 존경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또 “최악의 경우 처벌을 받는 것도 각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러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약력

▶구조본 고위임원에게 책임 떠넘기고 꼬리자르기 할 것

김 변호사가 밝힌 폭로의 핵심은 삼성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것이다. 삼성 쪽에서는 “재무팀 고위 임원이 개인적으로 차명 거래한 것”이라고 해명하던데….

=계좌의 거래 내역이 있기 때문에 삼성에서도 완전히 잡아떼지는 못할 것이다. 내 추측이지만, 구조본 재무팀 고위 임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꼬리 자르기를 할 것이다. 그게 누구 돈인지, 어떤 자금인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위조 사문서 행사, 금융실명제 위반, 조세포탈 등 혐의

왜 그런 계좌가 생겼나.

=나도 모른다. 아무튼 내가 만든 것이 아니고, 내 동의도 받지 않았다. 입사 후 비서가 주민등록증 사본을 요구해 준 기억이 난다. 그것을 이용해 만들지 않았겠나. 삼성에서 법률적 책임을 피하려면 내가 ‘이름을 써도 좋다는 포괄적 동의를 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형사적인 문제가 따른다. 위조 사문서 행사,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다른 소득을 감추려 했다면 조세포탈 등의 혐의가 추가된다. 나는 변호사고 법률가다. 아내에게도 인감을 안 맡기는 사람이다. 내가 전무로 그만뒀으니 나보다 높은 사람이 일을 벌였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구조본에서 몇 사람 안 남는다.

▶차명계좌 명의인이 전직 임원일 땐 휴대전화 등 선물 가지고 가서 대납 부탁

그런 계좌가 있다는 것은 언제 알았나.

=회사에 있을 때부터 알았다. 얼핏 들은 것 같다. 이자의 종합소득세는 이자소득의 연간 합계가 4천만원을 넘을 때 낸다. 회사에 있을 때는 자기들이 신고하고 대신 납부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차명계좌 명의인이 전직 임원인 경우엔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관재파트 직원들이 휴대전화 등의 선물을 가지고 가서, 세금을 내달라고 부탁하고 다닌다. 나에게도 올해 5월 휴대전화 두 개를 가지고 왔다. 내년 1년만 더 수고해달라고 했다.

▶아내가 “이렇게 큰 재산을 나 몰래 감춰뒀냐”고 따져 해명하느라 혼나

계좌 존재 여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때는.

» 김용철 변호사는 긴장하면서도, 한편으론 삼성과의 인연으로 겪어야 했던 고생을 털어낸다는 홀가분함도 보였다.사진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퇴사한 뒤인 2004년 말이다. 우연히 집에 굿모닝신한증권 도곡지점에서 내역서가 날아왔다. 처음 날아온 것인데, 통보 사유에 ‘감사’(監査)라고 돼 있더라. 내역서를 고객에게 꼬박꼬박 통보해야 하는데 안 해서 지적을 받아 보낸 것 같았다. 삼성전자 주식이 7천여 주, 그때 가치로 26억원어치 들어 있었다. 아내가 “이렇게 큰 재산을 나 몰래 감춰뒀냐”고 따져서 해명하느라 혼났다. 내 돈이 아니라고 했다.

김 변호사 명의로 어떤 계좌들이 있나.

=정확히는 모른다.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 게 제일 큰 것 같다. 본인이 조회해도 안 나온다. 계좌번호도 안 나오고, 거래 내역도 안 나온다. 은행에서 ‘시크릿 뱅킹’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계좌를 만든 은행의 지점 담당자에게 가야 알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삼성센터지점(삼성 본관 2층)을 어떻게 가나. 간다고 해도 계좌번호도 모르고 담당자도 모르는데 방법이 없다. 내가 법률가다. 우연히 남의 돈이 내 명의 통장에 들어왔다고 해도 챙기면 횡령죄다.

▶저쪽에서 시나리오 짜뒀을 것…아무래도 큰 싸움 될 것

삼성은 김 변호사와 다른 개인의 문제로 설명하고 있는데.

=개인 간의 문제였으면 그 개인이 연락을 하지, 왜 재무팀 직원이 오나.

그 돈이 비자금이라는 확신이 있나.

=(잠시 생각하다) 저쪽에서는 한 개인의 잘못으로 시나리오를 짜뒀을 거니까, 소송이 들어올 수도 있겠지. 그럼 아무래도 큰 싸움이 될 것이다. 이 마당에 내가 뭐라고 하겠나. 재무팀 관재파트에 가면 막도장이 많다. 현직은 막 쓸 거고, 전직도 쓰는데.

비자금과 관련해 다른 사례들도 있나.

=많은 사례가 있다. 더 자세히는 나중에 말하자.

▶임원 퇴직하면 5~7년 관리 프로그램 따라 챙겨줘

고백 시점을 놓고 논란이 있다. 삼성 쪽에서는 3년 동안 자문료를 다 챙겨받은 뒤 일을 벌였다고 한다.

» 김용철 변호사
=자문료 얘기는 그렇다. 삼성 임원은 퇴직하면, 퇴직 후 관리 프로그램이라고 5~7년(삼성 쪽에선 2~3년이라고 함) 동안 챙겨주는 게 있다. 주는 방식이 두 개다. 하나는 비상근 고문으로 갑근세를 떼고 직접 주는 것, 두 번째는 내가 근무하는 로펌에 자문료 형식으로 주는 것이다. 나는 로펌으로 받았다. 삼성물산, 삼성코닝 등 4개 계열사가 부가가치세를 합쳐 매달 550만원씩 내가 다니던 로펌에 지급했다. 회사가 네 개니까 받는 돈이 매달 2천만원이다.

그 돈은 김 변호사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나.

=아니다. 법인에서 그보다 더 적은 급여를 받았다. 법인은 수백 군데 회사에 자문을 해 자문료를 받고, 의전상으로 받는 것도 있다. 그런데 삼성 입장에서는 나한테 줬다고 할 수 있겠지.

▶구조본 고위 임원이 “삼성을 떠나서 나쁜 말 하면 불행해진다”고 협박

그럼 왜, 이 시점인가.

=진짜 고민 많이 했다. 괴로웠다. 회사(법무법인 서정) 쪽에서 ‘내가 있으면 기업 일을 못한다’고, ‘내가 있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처음에는 5월부터 두 달 쉬고 출근할 줄 알았다. 나는 옛 동료로서 의리를 지키며 조신하게 살려고 했다. 퇴사한 뒤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인사팀 고위 임원)이 굳이 만나자고 하더니, ‘삼성을 떠나서 나쁜 말 하면 불행해진다’고 하더라. 협박이다. 집에 와 생각해보니 조직을 떠나면 개인이 이렇게 되나 싶어 서글펐다. <한겨레> 기획위원이 된 것은 이 무렵이다. 나는 그동안 <한겨레>에 쓴 칼럼 등에서 삼성 얘기는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삼성화재 부사장 제의 거절…내가 나간 것 자체를 배신이라 볼 것

(삼성은) 왜 그렇게 집요했을까.

=그 사람들은 아마 나 같은 경우를 처음 봤을 것이다. 삼성에서는 구조본 팀장으로 퇴사를 한 전례가 없다. 승급 제의를 하고, 회사를 고르라고 한다. 내 경우도 삼성화재 부사장 제의가 왔는데 거절했다. 그 사람들은 내가 나간 것 자체를 배신이라고 봤을 수도 있다.

▶더 이상 죽겠더라, 대선자금 수사 때 검찰과 약속 삼성이 안 지켜 내가 사기꾼 됐다

삼성을 떠난 이유는 뭐였나.

» 김용철 변호사
=더 이상은 죽겠더라. 몸이 힘든 것은 상관없다. 2003년 말 불법 대선자금 수사할 때 대검 중수부를 접촉하게 했다. 내가 후배와 선배들에게 ‘우리 수사에 협조할 테니 첫 번째로만 맞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나름 약속을 지켜서 우리는 좀 늦게 했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을 벌자 (대선자금 책임자 격인) ○○○, ○○○이 사람들이 다 도망갔다. 내가 앞으로 검사 출신 변호사로 살아야 하는데 후배, 선배들에게 사기꾼이 됐다. 이후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는 6개월 동안 나는 업무에서 배제됐다. 나하고는 의논을 안 했다. 부하들도 나에게 보고를 안 했고, 어디 가서 뭐하는지도 몰랐다.

▶삼성 대선자금 상사가 전화해 “너한테만 말한다, 수백억원이다”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삼성의 변칙적인 태도가 퇴사의 원인인가.

=그렇다. 내 역할이 끝난 거다. 부사장으로 승급을 제의받았지만, 그건 사육당하는 것과 같지 않나.

대선자금 수사 때는 어떤 역할을 했나.

=메신저였다. 내가 상사에게 들은 말은 ‘삼성이 대선자금으로 40억원을 줬다’는 것이었다. 난 상사가 나에게 거짓말하는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상사는 검찰 조사 받으러 가기 전날 전화해서 ‘너한테만 말한다. 수백억원이다’고 하더라.

누가 그랬나.

=○○○(삼성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 거명)이다.

▶‘삼성의 빛나는 전통인 돈 준 것 먼저 말하지 않는 것’을 깨뜨리자고 했다

왜 배제됐다고 생각하나.

=나는 조직 안에서 대선자금 이런 것, 이제 털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 대선 비자금이 수사를 받는 사회다. 이제 지겹지도 않나, 삼성도 털고 가자고 했다. 말로는 다 고개를 끄떡거린다. 그런데 사실은 아니다.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이 뭐라고 하냐면 ‘삼성은 준 것을 먼저 말하지 않는다. 그게 삼성 청사에 빛나는 전통이다’라고 한다. 나는 그것을 깨뜨리자는 쪽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정의의 사도는 아니다. 나도 나쁜 짓 많이 했다.

▶이재용 단둘이 만났을 때 “비자금·차명계좌 공공연한 일인데, 왜 나만 문제 삼냐”고 하더라

비자금에 대한 삼성 쪽의 인식은.

=이재용(이건희 회장의 장남)이 한번 이런 얘기를 하더라. 단둘이 있을 때다. “비자금, 차명계좌 공공연한 일인데, 왜 내게만 문제 삼냐.” 그래서 길거리에 횡행하는 범죄도 증거가 잡히면 처벌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차기 총수가 될 사람이 국법 질서에 대한 느낌이 없다. 그런 교육을 안 한 거지.

▶로펌 차려준다고 하는 등 회유 반 협박 반

삼성 쪽 반응은.

=그쪽은 나를 미친놈으로 몰아가려는 것 같다. 돈 보고 하는 짓이라고. 딜(거래)은 내가 한 게 아니라 저쪽에서 했다. 로펌을 차려준다고 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동원해 양쪽 모두에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하는 말은 다 똑같다. 반은 회유고 반은 협박이다.

▶자정능력 없다면 여론 움직여야 한다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뭔가.

=모든 사회가 일정 정도의 부정과 범죄를 안고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 삼성 문제는 비등점에 왔다는 느낌이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한 번은 넘어가야 할 산이 있다. 그 조직은 자기가 털고 갈 자정능력이 없다. 그러면 여론이 움직여야 한다. 가장 큰 힘은 여론의 힘이고, 언론의 힘이다. 이것을 모아야 한다.

▶삼성 정말 좋은 회사지만, 그런데 역기능이 이제 임계점 다다랐다

주변의 반응은.

» 김용철 변호사
=사람들이 (날 보고) 다 미쳤다고 하면, 내가 미친놈이 된 것이다. 정말 고민 많이 했다. 다 알잖냐. 삼성이 우리 사회에서 하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삼성 정말 좋은 회사다. 세계 최고의 제품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 역기능이 이제 임계점에 다다랐다. 내게 할 일이 하나 남았다면, 삼성의 문제를 사회 공론화해 조금이라도 개선시키는 것이다.

▶내가 삼성 간 건 양쪽 모두에게 불행이었다

삼성 안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처음 입사하자마자 삼성중공업 유령노조 사건이 있었다. 우리 쪽이 질 사건이라고 했다. 노무 담당 임원이 ‘상대 변호사가 25기인데 동기라며 보고 싶어한다’고 하더라. 그 사람을 만나 회유하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만나보니, 나는 사법시험 25기고, 그 사람은 사법연수원 25기다. 10년 후배다. 그렇게 거짓말을 했다. 그때 화냈다. 없는 말까지 만들어서 그러냐고. 삼성에서 그런 속성을 많이 봤다. 나하고는 너무 안 맞았다. 나는 안 된다, 그러면 사회문제 된다, 회장 구속된다 그러고 다녔다. 내가 삼성에 간 것은 양쪽 모두에게 불행이었다.

삼성 입사를 후회하나.

=순전히 내 입장에서만 말한다. 솔직히 그곳에서 나중에는 대우를 잘 받았다. 호의호식했고, 사치도 많이 해봤다. 나는 늙어서 아내 손 잡고 산책하며 살려고 했다. 그런데 가정을 잃었다. 검사 때는 애들이 나를 존경했지만, 이제는 안 한다. 그리고 그곳을 거치면서 양심을 잃었다.

▶역설적으로 내가 구속되면 내가 성공하는 것

=막말로, 아니 역설적으로 내가 구속되면 끝이 나겠지. 검찰이 수사에 나서 범죄행위를 밝혔다는 뜻 아닌가. 나는 중요 범죄업무 종사자다. 그런데 나는 최종 책임자가 아니다. 나는 하수인이잖나. 나는 30대에 첫 직장을 잡았다. 검사였다. 검사 때는 깨끗하게 살려고 했다. 돈이 없어서 우리 큰애 자전거를 중고로 사줬는데, 새 자전거 탄 애들이 놀려서 애가 울고 들어왔다. 아내는 만삭인 채로 일하러 다니고. 남들이 그냥 다 하는 고생이겠지만, 나도 그렇게 살았다. 삼성에 와서 타워팰리스 계약하라는 거 안 했다. 살지도 않을 집인데, 주소 옮겨놔야 하잖아. 삼성에서 하는 짓이 다 그렇다.

삼성에서는 7년 동안 100억원 넘은 돈을 보수로 받았다고 말한다.

» 김용철 변호사
=세전으로 부풀려 말한 것 같다. 계산은 안 해봤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처음 가자마자는 외환위기가 터져서 월급도 적었다. 나중에 재무팀으로 갔다. 삼성에서 별로 신경 안 쓰는 작은 기업들을 좀 맡다가, 점점 업무 범위가 커졌다. 재무팀에서 한 2년, 법무팀장으로 1년 반 일했다. 물론, 많이 받은 해는 세전 기준으로 10억원 넘게 받은 때도 있다. 스톡옵션도 받았다. 내가 그걸 50만원 정도에 행사했다. 그래서 20억원 정도 만들었다. 100억원까지는 아니어도 아무튼 호의호식한 것은 맞다.

▶삼성은 내가 일하고 월급 받은 것이나 가정사, 개인사를 왜 얘기하나

앞으로 전망은.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이나 메인 스트림의 부패 문제는 언젠가 꼭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좋겠는데, 나 자신이 죄인이다. 그래서 삼성에서 나를, 개인적인 흠을 잡아 공격하면 이길 방법이 없다. 삼성은 내가 일하고 월급 받은 것이나 가정사, 개인사를 왜 얘기하나.

추가 폭로 계획은.

=천천히 말하자.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구조본 책임자 문책 요구한다

삼성이 어떤 조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먼저 그동안 나를 감시하고 못살게 군 것을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자를 문책할 것을 요구한다.

책임자라면.

=구조본 핵심이니까 누구겠나.

삼성의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것인가?

=모르겠다. 이미 저렇게 돼버린 것 아닌가. 그동안 저지른 일이 너무 많다. 내가 보기엔 자정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대국민 투명경영, 정도경영 선언을 해도 그런 선언은 의미가 없다. (한숨) 그 큰 욕심을 어쩌겠나.

진행=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정리=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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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otzky
  마음에 드는 좋은 글이 있을 때, 인터넷의 속도와 날짜 속에 밀려 기억 저편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불편함을 피하고자 펌질을 하는 것 자체는 딱히 탓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을 한다. 다만 원글을 쓴 이의 허락을 받을 수 있다면 다소나마 나아질 테지만...
  하지만 결국 불펌으로 옮겨놓았다. 내가 쓸 수 없는 글이기에 가지게 되는 질투심이라고나 할까?



[카이져 야구스페셜]우리가 페드로에 열광하는 이유는?

[카이져의 야구스페셜]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즈, 그가 돌아온다. 복귀를 위한 시뮬레이션 피칭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페드로의 팬들은 벌써부터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특히나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선수다. 물론 미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선수지만 한국에서 페드로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은 다른 무언가가 있다.


" 현역 투수 중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수는 누구인가? " 라는 설문이 미국 현지에서 행해진다면 페드로가 로져 클레멘스와 그렉 매덕스 그리고 랜디 존슨을 제치고 1위를 할 확률은 거의 없다. 단순히 인기투표를 한다고 하더라도 도미니카 출신의 흑인 페드로가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 투수라는 이점을 지니고 있는 저들을 이기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라면 두 투표 모두 페드로가 넉넉하게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한국의 팬들은 페드로 마르티네즈라는 투수에게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통산 206승 92패 방어율 2.81의 뛰어난 성적도 그 이유가 되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들로 하여금 페드로 마르티네즈라는 투수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일까?



▷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즈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실력이 없이 슈퍼스타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페드로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의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3번의 사이영상(그 중 두 번은 만장일치), 트리플 크라운(1999년), 리그 방어율 1위 5회, 탈삼진 1위 3회, 현역 선수 중 통산 방어율 1위(2.81), 200승을 달성한 투수 가운데 역대 승률 1위(.692), 올스타전 4타자 연속 삼진 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지경이다.

자이언츠, 에인절스 그리고 양키스 등에서 뛰며 통산 350홈런 1372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남기고 은퇴한 칠리 데이비스에게는 한 가지 자랑거리가 있다. 1999년 양키스 선수로 은퇴 시즌을 마감하고 있던 데이비스는 9월 10일 보스턴과의 경기에서 6번 타자로 나서서 2회에 솔로 홈런을 때린다. 그리고 그 홈런은 그 경기에서 양키스가 기록한 유일한 안타였다.


9이닝 1피안타 1실점 17삼진 완투승! 보스턴 선발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그날 경기 성적이었다. 120구를 던지는 동안 스트라익은 80개, 볼넷 하나 없는 완벽한 경기였다. 1회 선두타자 척 노블락의 몸에 맞는 공과 데이비스의 홈런이 아니었다면 양키스에게 사상 처음으로 퍼펙트 패배의 치욕을 안겨줄 뻔 했다. 그것도 17개의 삼진을 곁들여서.


이어서 한 달 후 레드삭스와 양키스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맞붙는다. 3차전에서 로져 클레멘스와 선발 맞대결을 한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7이닝 동안 단 2개의 안타만 허용하며 12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13-1의 대승을 이끈다. 이 경기는 그 해 양키스가 포스트 시즌에서 당했던 유일한 패배였다.


연이은 두 번의 등판에서 자신들을 완전히 제압한 페드로를 보며 기가 질린 양키스의 조 토레 감독은 인터뷰에서, " 야구는 인간들끼리 하는 경기이므로 '인간이 아닌 자'에게 진 경기는 전혀 부끄럽지 않은 일이고, 따라서 자신들은 전승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 라는 말을 남겼다. 이 후 페드로의 별명은 '외계인'이 되었다.


몇 년 전에 한 메이저리그 사이트에서 빅리그 최고의 구질을 뽑는 설문 발표를 하며 재미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각 구질별로 1위부터 5위까지를 뽑는 이 설문에 많은 선수가 이름을 올렸지만 그 가운데 페드로의 이름은 없었다. 화려한 무브먼트를 자랑하는 포심과 '전가의 보도' 체인지업 그리고 무서운 위력의 커브까지도 순위에서 제외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다시 찬찬히 살펴봤더니 맨 마지막에 참조표시(#)와 함께 이러한 문구가 있었다.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구사하는 모든 구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치 않았다.



▷ 판타지(fantasy) 스타


NBA의 앨런 아이버슨이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단지 그의 실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180센티의 단신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폭발적인 득점력과 게임을 지배하는 카리스마가 있었기에 아이버슨은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키가 커야 유리한 스포츠에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최고의 반열에 오른 아이버슨은 인간승리의 표상이다.


종목의 특성은 다르지만 키 큰 선수가 유리하다는 면에서 현대 야구는 농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랜디 존슨(206센티), 로져 클레멘스(193), 존 스몰츠(190), 커트 쉴링(193), 자쉬 베켓(193), 제이슨 슈미트(195), 크리스 카펜터(198), 로이 할라데이(198), 카를로스 잠브라노(195), C.C. 싸바시아(201), 브래드 페니(193), 케리 우드(195) 등 내 노라 하는 파워피처들을 보면 하나 같이 190대의 장신들이다.


비교적 키가 작은 180대 초반의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기교파 투수로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만능형 투수였던 그렉 매덕스(183)는 제외하면 탐 글래빈(185), 케니 로져스(185), 제이미 모이어(183) 등은 기교파 투수로 변신할 수밖에 없었고, 또한 성공한 몇 안 되는 케이스다.


심지어 지난 60년간 6피트(183) 미만의 키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투수는 양키스 소속으로 6번이나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화이티 포드(178, 236승 106패 방어율 2.75)뿐이다. 대부분의 키 작은 강속구 투수들은 파워피처로의 길을 포기하고 기교파 투수로의 변신을 모색해야만 했고, 그 또한 성공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실정이니 공식 프로필에 키 5피트 11인치(180) 몸무게 170파운드(77kg)로 나와 있는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그 존재 자체가 신기할 수밖에 없다. 동갑내기인 '마무리계의 페드로' 빌리 와그너(178)를 비롯해 뒤이어 등장한 로이 오스왈트(183)와 요한 산타나(183), 그리고 올해 데뷔한 신인 팀 린스컴(178) 등도 마찬가지로 180안팎의 키로 불같은 강속구를 구사한다.


같은 힘이라면 키가 큰 투수가 더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것은 당연하다. 위치에너지와 원심력 등에서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온 몸의 탄력을 모두 이끌어 내는 투구 동작을 지니고 있고, 그러한 투구 폼은 바람직하다 볼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이들의 뒤에는 항상 '부상의 위험'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가냘픈 체구지만 100마일의 포심을 뿌리는 와그너에게 전문가들은 항상 투구 폼을 바꿀 것을 권유했고, 이렇다 할 부상 경력도 없는 린스컴은 단지 키가 작다는 이유 하나로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혔음에도 불구하고 10순위까지 밀렸다. 필자도 요한 산타나가 투구 동작 이후 자세가 무너지는 약점을 하루 빨리 극복하지 못한다면 3년 내에 부상으로 신음하게 될 것으로 본다.


페드로 마르티네즈도 작은 체구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토미 라소다 전 다져스 감독에게 버림받고 몬트리올 엑스포스로 트레이드 된다. 물론 라소다 감독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 페드로는 몸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시기가 틀렸다. 트레이드 된 이후 10년 동안 큰 부상 없이 커리어를 이어온 페드로는 이미 그 10년 동안 레전드의 반열에 올라섰다.


'제국'이라 불리는 양키스에게 항상 눌린 보스턴의 선수로서 그들과 싸워왔고, 실제로도 양키스의 가장 큰 위협이 된 선수 페드로 마르티네즈. 2004년 마침내 보스턴은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에서 시리즈 전적 3:0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4차전부터 내리 4연승 하며 양키스를 물리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 마침내 86년 묶은 오랜 한을 푸는 데 성공한다.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그 역사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실제로는 180센티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페드로가 97마일의 강속구와 함께 메이저리그 최고라 평가받는 각종 구질들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적으로 제압하는 모습은,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판타지 스타' 그 자체였다. 이 점이 한국의 팬들에게 가장 크게 어필했을 것이 분명하다.



▷ 부상... 부상... 부상...


조만간 페드로가 복귀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다. 자신은 '더할 나위 없이 몸 상태가 좋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고 1년 만에 복귀하는 페드로, 어깨 부상이 밝혀지기 전에 이미 오른쪽 종아리와 허벅다리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을 들락거렸고, 오른쪽 엄지발가락의 경우는 완치가 불가능하다.


작년 페드로의 투구를 본 팬들이라면 누구나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0마일에 불과했다. 물론 제대로 제구 되었을 때는 여전히 위력적이었지만, 부상으로 인해 그러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1년 반 만에 찾은 펜웨이파크에서는 상대팀 선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투구는 보스턴 시절의 그것이 아니었고, 결국 옛 동료들에게 난타당하며 3이닝 동안 8실점한 후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만다.

그 경기부터 시작해 부상까지 겹친 페드로는 후반기 7경기에서 31이닝동안 무려 28실점(27자책) 방어율 7.84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뉴욕 메츠로 이적한 첫 해 다시금 2점대 방어율(2.82)을 기록하면서 다시금 페드로의 시대가 열리나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지만, 작년은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며 생애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만 것이다.


페드로는 작년에 얼핏 자신은 2008년을 끝으로 은퇴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부상을 완전히 이겨내지 못할 것을 우려했음일까? 이번의 복귀에서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의 말은 사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 역대 최고가 되기 위해서


누군가 필자에게 현역 투수 중 가장 위대한 선수를 뽑으라면 주저 없이 그렉 매덕스의 이름을 언급할 것이다. 가장 뛰어난 파워피처의 이름을 묻는다면 로져 클레멘스라고 답할 것이며, 가장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했던 투수는 랜디 존슨이라고 답할 것이다. 활동 기간이나 쌓아온 업적을 봤을 때 페드로가 이들 세 명 보다 더 위대한 투수로 기억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으며, 그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그러한 필자조차도, 모두가 전성기라고 가정할 때 월드시리즈 7차전 선발 투수로 누구를 내세우겠느냐고 묻는다면 가장 먼저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이름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매덕스의 등판 경기에서는 상대 타자들의 무기력함이 보이고, 클레멘스의 경기에서는 우완 정통파 파워피쳐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으며, 랜디 존슨에게서는 압도적인 투구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다.


페드로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라운드에 나와 있는 선수들 중 가장 작은 키였던 페드로였지만, 마운드에 서 있을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 큰 거인으로 보였던 선수가 바로 페드로다.


페드로가 전성기 시절 보여준 임팩트는 5년 이라는 짧은 기간에 모든 것을 보여준 샌디 쿠펙스를 비롯해, 현역이면서 이미 역대 탑 10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린 매덕스와 클레멘스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아니 99-00년도에 걸쳐 2년 동안 보여준 그의 엄청난 성적은 94-95년의 매덕스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와의 비교도 불허한다.


이미 그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레전드의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샌디 쿠펙스가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를 역대 최고의 투수로 언급하는 이는 거의 없다.(오히려 ESPN의 유명한 칼럼리스트 제이슨 스탁스는 그의 저서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좌완투수로 쿠펙스의 이름을 거론했다)


'최고' 라는 단어는 단기간의 임팩트만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서 만들어온 업적까지 함께 남긴 선수에게 어울리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올해 36살인 페드로 마르티네즈에게도 아직은 기회가 있다. 45살의 클레멘스와 44살의 존슨의 예에서 보더라도 페드로가 이들처럼 못할 이유는 없다. 그는 기교파 투수로 변신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을 정도의 정교한 컨트롤과 뛰어난 변화구를 지니고 있다.


'탐 글래빈 이후로 300승 투수는 없을 것이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지금 페드로가 기적처럼 부활에 성공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300승을 돌파한다면 그 때는 그의 이름 앞에 '역대 최고' 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작년에 200승을 달성한 페드로는 3000탈삼진(역대 14번째)에 단 두 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덕분에 이번 페드로의 복귀 등판은 축제가 될 전망이다. 그 축제가 계속 이어져서 다시금 페드로가 인간승리의 표본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는 그 자신에게 달렸다.


라이벌 애틀란타가 마크 테익세이라를 영입하는 등 전력 보강에 열을 올리는 동안 메츠는 페드로를 기다리며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페드로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복귀한다면, 많은 팬들이 바라는 것처럼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두 주역인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커트 쉴링이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맞대결 하는 장면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박찬호로 시작된 메이저리그 열풍이 한국에 불어온 그 시기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페드로 마르티네즈. 그가 계속해서 메이저리그의 '작은 거인'으로 남아 그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 가운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만한 투수는 앞으로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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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otzky
... 명색이 학원에서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된 이로서 이런 류의 기사를 보게 되면 어떠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지 씁쓸해집니다. 부러움인지 질투인지, 아니면 현 사회의 모순을 느껴야 하는지 말이죠. 사실 제일 끝의 느낌이어야 하는데, 그들 나름대로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잃는 것이 있구나 하는 안쓰러움도 느껴지고 말이죠.

  어쨌거나 그 유명한 [조선일보] 기사이고 저작권 문제도 있으니 들어와 보시는 분들만 보시는 걸로 하죠. 대놓고 보여드려야 할 이유는 있을 수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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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돈방석 오른 재벌 강사들 그들에겐 특별한 게 있다





▲ 스타강사 박승동씨가 4일 저녁 서초 메가스터디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정원 170명의 강의실이 가득 찼다. /이태경 객원 기자 ecaro@chosun.com


▲ 김영민 기자

★스타강사의 공통점

①대부분 작은 학원서 출발

②자기만의 콘텐트가 있다

③공부 또 공부 ‘내공’ 쌓아

④쉽게 더 쉽게 ‘숨은 노력’

한 유명 학원강사가 100억 원 대의 평가차익을 기록하고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날리게 됐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가스터디김기훈씨에게 부여한 스톡옵션 7만5천주를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