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가 오지 않았다면 인천에 가서 친구녀석의 경기(동료 심판분들도 경기진행하실 테니)를 겸사겸사 보러 가려 했는데 오후 수업을 시작할 때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군요. 제법 오기에 수업 끝나자마자 확인 차원에서 그곳에서 심판보실 분과 친구에게 문자를 띄웠는데 경기취소라고 문자회신이 왔다는...
  해서 허물어진 오후-저녁 시간을 다른 곳에서 보냈습니다. ***에서 동대문운동장 쪽의 두타까지 걸어간 다음(가방 무게가 있음인지 운동화를 신었음에도 제법 걸렸다는...) 가을 겨울에 입을 남방 셔츠를 구입했다죠. 여러 차례 들러 구입을 한 까닭에 매장 아주머니가 현찰인지를 물어본 뒤 제법 디스카운트를 받았다는.
  보통 동대문에서 종로 1가 정도까지의 거리는 해가 저물지 않은 상태라면 걸어서 가곤 했는데 어제는 동대문까지 걸어온 여파도 있었는지 도저히 힘이 들어 못 걷겠더군요(날은 비교적 선선했는데). 점심 대충 먹고 배도 고프고... 해서 버스를 타고 교보 앞까지 갔습니다. 목적삼았던 것은 모 그룹의 음반이 없나(강남 교보 음반매장에서도 없어서)를 확인하기 위해 갔음인데 역시 없더군요. 데뷔는 꽤 전에 한 그룹이던데...

  한편 책들 중에서는 눈길 끄는 것들이 제법 보였다죠. 이른바 NN 시리즈 10권이라던지, 지승호 님의 인터뷰집 신간 등 말이죠. 그넘의 공간의 압박(만약 위의 책들을 모두 구입하면 고시원 제 의자의 안쪽 바닥에도 쌓아놓아야 한다는) 때문에 당장 구입하지 못하는 것이 한이겠더라고요.
  그러는 중 눈에 띈 거 하나, 무신 [전교조 그 실체를 까발린다]류의 책이던데 저자랍시고 자기 약력을 화려하게 꾸며놓았더군요. 그리고 그 내용이라는 것이... 예전에 국회 무신 보좌관 경력을 지녔다는 이가 쓴 자칭 건전보수를 지향하는 극우 계열의 저자가 쓴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정책을 빨갱이라고 표현하는 내용과 다를 바가 없더군요. 사진 자료도 조선일보를 퍼오고 삼성은 무조건 옳다 식에 기업가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은혜를 베푸는 것이다 류... 하도 제목이 센세이셔널해서 몇 장 들춰보는데 정말 책을 찢어주고 싶을 정도의 상식 이하의 내용이더군요. 그렇게까지 한 가지 결론을 위해 다른 분야의 학문적 연구와 성과들을 모두 왜곡하고 자기 편하게 해석하는 모습이 왜 필요한가 싶을 정도더라고요.
  가만히 책을 놓으면서 생각하는 것이, '그래 생각하는 것 자체는 자유니까' 하고 돌아섰습니다. 지승호 님의 책 서문과 위의 NN 시리즈를 보면서 동했던 저의 지적 호기심에 작은 충격이었습니다.

  지하철로 움직이다 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매우 다양한 군상들을 확인하고 지낼 수가 있다죠. 아마 저도 그 중에 어느 부류에 들어갈까를 추려 보면 저도 모르게 옷깃을 여며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최소한도 "내리는 사람이 다 내린 뒤에 열차에 탑승하는" 매너만은 지켰으면 싶다죠. 물론 내리는 분들도 미리미리 출입문 앞으로 나와 기다렸다가 열리자마자 내려 주면 타는 분들이 차장의 안내방송에 쫓겨 화급히 타야 하는 불상사는 적기야 하겠지만 말이죠. 타려고 할 때는 내리는 분들이 미적미적 내리거나 멀찌감치 의자에서 졸고 있다가 화들짝 뛰어 내리려는 통에 부딪치지나 않을까 걱정해야 하고, 내릴 때는 나이많음을 무기로, 또는 빨리 빈 자리로 쳐들어가 앉아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는 아줌마 뻘 되는 분들에게 밀려 못 내릴까 걱정해야 하니까요. 아마 출퇴근 시간에 맞아들이는 단상은 또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느지막한 오후에 타고 내릴 때의 생각이었습니다.

  모처럼 공강이 있는 날이라 교재노트 작업이라도 해야지 하고 나왔는데 시간만 죽이고 있었네요. 잠만 늘어나고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어서 미적미적대기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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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otz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