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오늘은 출근 전에 반드시 학원강사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신청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역시 일어난 시간은 정오 가까이... 몸을 추스리고 고시원 근처의 거주지 소재 동사무소(요즘은 주민자치센터로 바뀌었더라는)로 향했으나 뜻밖의 사건이 발생했다. 건물의 리모델링에 들어간 것...
  뒤에서 따라올라오던 할아버님께서 현수막의 전화번호로 센터 직원과 통화하는 것을 듣고 걸어서 어디어디 가면 있다라는 말을 듣기는 했으나 정확히 어딘지 알고 따라가기도 무엇하고 어차피 오후였기에 오늘 신청해도 수령은 내일이려니 하는 생각에 주민등록 소재 주민센터로 가기로 하고 머리깎는 일은 일단 연기.(고민을 더 해야 할 듯)
  그런데 그곳으로 가려는 버스를 타려니 길 건너기 전에 한 대 지나가고, 간신히 그 다음 것을 타니 가로수 정비작업으로 1개 차로를 막아놓은 여파로 5분 정도 걸릴 것이라 예상된 시간이 세 배 이상 소요... 참 운도 없고나 하면서 혀를 끌끌...

  간신히 센터에 도착해서 서류를 신청하고 돌아나온 뒤 버스를 다시 타려는데 또 타고자 하는 버스는 눈앞에서 휙 지나가고... 열이 된통 받아 아무 버스나 타고 두어 정거장 지나 내린 뒤 전철역까지 걸어가자 하는데 뒤에서 다음 차례 버스가 휙... 어쩌면 오늘 내일은 감정흥분 모드를 일찌감치 자제하라는 마음에서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런 부분을 반영했음인가, 학원에서 식사를 시켜먹는데 동료 선생님 몇 분이 정치 꼬라지가 돌아가는 모습에 대해 분노모드로 이야기하는데 노선을 잡아보니 [노빠] 계열이라고 스스로를 칭하시더라는... 그러면서 MB 정부와의 차이에 대해 그때가 좋았다고 역설을 하더라는... 하지만 내 자신이 읽어 온 여러 이들의 책이나 분석 기제들을 놓고 보았을 때(내 자신의 판단이 부족함이 흠이지만) 오히려 노무현 정부 아래 해 왔던 정책도 현재 MB가 했던 것과 그다지 차이가 심하지 않았다는 부분(예를 들면 노무현 정부 때 새만금 건 최종 결정, 경인운하의 추진이 이어져 MB 정부에서의 대운하 건과 같은 토건국가 모드가 강화유지된다는 부분, 또한 대추리 진압 건과 용산 철거민 사건의 기제가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분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아니 참아야 했다... 그렇게라도 눈앞에서 잘못 벌어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비춰야 나중에 거울에 다른 일들을 비춰보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를 다 읽었다. 그 책에 실려 있는 다국적 기업 중 한 곳의 상표가 박혀 있는 믹스커피 맛에 중독되어 있는 나로서는 참 씁쓸한 책이었다. 어쩌면 나 역시고 그의 말처럼 "약간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닐까... 그 운을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하는데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라는 자문을 하노라면 가끔은 답답한 마음을 감추기가 어려워진다...

  이곳저곳... 나름 학원가 사이에서는 지명도가 높았던 학원들에서(아직도 꽤 지명도가 높은 곳을 안 가 본 곳도 꽤 되지만 그곳까지 갈 수 있을까는 미지수이기에) 다녔다는 점 때문인지, 그곳들에서 느꼈던 점들에 대한 이런저런 비교하는 생각들을 하곤 그럽니다.

  어제... 제 옆자리에 계시는 다른 과목 선생님이 저와 둘이서 식사 겸 간단한 반주를 하자고 해서 한 시간 남짓을 같이 보냈죠. 서로간에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 어색함을 줄이는데 노력하는 시간이었다는...;;; 아무래도 경력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분보다는 나이가 더 들어가기에 앞으로의 자리를 찾아나가기 쉽지 않은 처지임을 감안하면 자신이 단단히 디딜 곳, 비빌 언덕을 찾아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이 가더군요.
  주초에 주문한 책이 도착했습니다. 특목고대비(따지고 보면 외고대비이지만)로 제 스스로가 아직 부족함이 많기에 사회구술을 대비할 수 있는 개설서+문제가 포함된 참고교재가 절실하다 보니...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기출문제나 수업요령 등에 있어서는 나름 축적해 놓은 것이 있지만 뭐 하나 펼쳐놓고 썰을 풀어나가는 쪽은 아직 힘들죠...  그런 심정으로 저도 공부하고... 특목고(사실상 서울권 외고겠지만)를 노리는 아이들에게 구입하게 해서 같이 공부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법 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하지만 역시 책값이 만만찮은데다(시중에 나오는 일반서적도 싸다고 이야기하긴 쉽지 않죠. 그래도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은 꼭 구하려고 노력하지만...) 혹시라도 저작권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입한 교재들을 편집하는데도 제법 시간을 들여야 할런지도 모르겠네요.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를 집어들고 읽고 있습니다. 전작이었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보다 더 가슴을 부여잡게 하는 대목이 많더군요. 현재까지 느낀 부분 중에 하나, 그의 친구 중 한 명(업계에선 제법 양심적인 인물이라고 그는 판단하고 있는 듯)이 금융권에서 일하는데 아프리카의 독재자 한 명이 자기 나라에서 배돌린 막대한 돈을 관리하는 금융상담을 해 주고 있다면서 "(내 양심에 찔리지 않겠는가...) 하지만 내가 그를 싫다고 해도 그는 창구직원을 바꿀 뿐이다"며 계속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을 때 저자가 공감한다는 의사표시를 했을 때...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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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sky의 모순세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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