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블로그 창만 쳐다보며 지나보냈다. 퇴근할 때마다 끄적이고픈 욕망은 솟구쳤는데 막상 방에 돌아오고 나서 침대에 한 번 앉거나 눕고 나면 일어날 수가 없었다. 퇴근 직후 밥을 먹거나 한 다음도 마찬가지이고...
 
  오늘 출근길에 에드워드 사이드의 [음악은 사회적이다]를 읽었다. 읽던 도중 모호한 의미의 구절들을 만나 고전했는데 옮긴이의 글을 보니 사이드 자신이 특정한 방향으로 독자들을 끌고 나가기 위함이 아닌 다양한 길을 열어두고 고찰하도록 한 것이라는 글을 보고서야 다소 안심이 되었다는... 그건 그렇고 잠을 자던 중 허리를 너무 자주 이쪽저쪽으로 퉁겼기 때문인지 아니면 일요일에 아침부터 여기저기 쏘다녀서 그런 것인지 또다시 허리가 아프다. 지난 주에도 두 차례 침을 맞았는데 아무래도 이번 주에는 세 번 정도는 맞아야 하려는가.
  어제 일요일은 분당 쪽에서 학원을 운영하시는 예전 학원 근무 시절의 부장님의 부탁으로 시험 전 특강을 하고 출근했다. 거리가 멀어 대중교통으로 두 시간 정도를 소요해야 하는 곳인데 그분이 직접 차로 태워다 주시고 현재 근무지까지 태워 주시는 등 수고를 아끼지 않아 주신 까닭에 힘을 덜었다. 그래도 수업의 피로함과 전날까지 쌓인 수업에서의 피로도가 누적된 까닭에 출근 후 완전히 그로기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지만. 어쩌면 토요일-일요일 새벽 광화문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에 벌어진 경찰과의 충돌 - 촛불집회(시위)가 학교 시절 느꼈던, 혹은 들었던 시위 및 집회와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지 자신이 없다. -  장면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일까...

  시험대비 일정은 막바지이고, 여름방학 때 어떤 교재를 가지고 수업할지, 특강은 어떤 것을 가지고 해야 할지 막연한 상황에서 반편성 고사 후 상담에 필요한 성적표 자료를 별도의 시트에 입력하고 분석하고 여기에 학부모와의 상담입네 프로그램의 문제입네 하면서 전에 없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받고 살고 있다. 지난 번 학원까지만 해도 머리숱이 줄어가는 것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요즘은 바람만 약간 세차게 불어도 짜증이 날 지경이니...
  출근 전에 어디에 들러 물건을 구한다던가 책을 구입한다던가... 정 아니면 아이쇼핑이라도 하는 류의 "중독성 즐거움"거리라도 없다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더욱 힘들 것 같다. 사람들 면면을 맞추는 것도 평상시의 성격 탓인지 꼭 필요한 의사소통이 아니면 힘들어지고 있고... 너무 세상사는데 재미를 만끽하기 어려운 류의 책만 찾아 읽고 그 속에서 세상의 온갖 절망적인 어둠에 익숙해져 버리기 때문인 것일까.
  일단 우석훈 님의 [직선들의 대한민국]까진 일독을 해야 겠다(출근길에 [음악은 사회적이다]와 함께 가방에 넣고 나왔음). 운만 좋다면 다음 주 전에 끝낼 수 있을 듯도. 그리고 주말 토요일 아침이나 일요일 오전에 학원에 출근하기 전에 야구판을 찾아서 눈을 즐겁게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물론 아침에 제대로 일어날 수 있게끔 전날 저녁의 컨디션을 맞추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trotzky
  아침 열 시, 새벽 4시 이후에 잠이 든 것은 같은 상황이라 일어나는데 힘겨웠지만 치과에 들러 검진받는 것(더해서 스케일링까지)에 최근 다시 불편해진 허리통증, 지난 주말 이후 지속되고 있는 오른손 손가락 관절의 통증 등에 대해 체크하고 진료받는 것을 더 이상 늦추면 안 되겠다 싶어 겨우 몸을 추스려서 나왔다. 11시 40분 경에 치과 도착, 원장의 검진 후 스케일링 1차를 마친 시간은 정오 남짓. 지난 6개월 사이 역시 치아 관리를 잘 못했던 모양이다. 치석 제거하는 드릴의 음이 싫게 느껴졌으니... 간호사분 말씀이 치실을 하루에 한 번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데 확실히 생활리듬의 불규칙이 게으름을 불러오고 있는 상황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한의원에 들러 허리에 침을 맞고 더해서 손가락 관절 주위에도 몇 방 맞았다. 손가락에 대해서는 침을 맞은 후 10분 가량 물리치료기를 갖다댔는데 효과가 있는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느낌.

  오후 한 시에 바로 출근하기는 내키지가 않아 버스를 타고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다. 광화문 도착 후 눈에 띈 모습은 세종로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놓인 컨테이너 박스들과 그것들이 사람들의 밀침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용접을 하는 모습... 그리고 그것을 핸드폰 카메라 등으로 촬영하는 사람들에 대해 제지하는 경찰관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면서 과연 MB 그 인간이 대통령이 되었답시고 벌이는 일들 하며 그런 그를 비호하는 주위 사람들과 명령에 죽고 산다는 듯 타인들을 억압하는 이들은 무엇을 지키자고 그 난리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경찰력 동원하며 국민들의 의지에 대해 저리도 이해못하고 자기기만을 벌일 수가 있을까 싶었다.
  교보에서 책의 목록을 훑고(우석훈 님의 신간이 나온 것을 보았으나 아직 입고되진 않은 듯) 5호선 전철을 타고 학원으로 출근하던 도중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수십 명이 열차에 탔다. 날이 확실히 더운 듯 아이들은 자리가 나면 들이닥쳐 자리를 점령했고 자리가 안 나면 전철 바닥에 주저앉고 장난을 친다. 그 아이들의 지도교사인 분은 전철 내의 승객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통행하려고 할 때 살짜쿵 아이들의 위치를 바꿔 주는 정도... 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지킬 수가 없고 무엇을 지키면 안 되는 것인지를 (강압적으로라도)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일까, 아니면 그들이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여러 갈래의 길에 대해 안내만 해야 할까. [HOW TO READ 라캉]의 심리를 다루는 부분에 대해 이해가 일독에 되지 않아 고생인데 새로운 구경이었다.

  교보문고에서 신간 나온 것이 무엇이 있는지를 훑던 중 예전 학원에서 특목담당 부장(실장이라고 해야 하는지)으로 일하던 영어 선생님을 먼 발치에서 보았다. 친하게 지낸 사이가 아니기에 멀찌감치에서 보았는데 역시 자신의 영역에 맞는 교재들을 훑던 중이었던 듯. 지난 번 입시가 끝나자마자 그곳에서 자의로 그만두고 나왔다는데(원내 오리엔테이션에서 영어 과목 담당 발표자로, 그만두시기 한 달 전인가 학부모 대상의 설명회에서도 주 발표자로 나설 정도의 포스가 있던 분이었는데 뜻밖이었다는) 더 나은 곳에서 일하는 것인지 궁금하더라는...

  오늘부터는 학원 아이들이 반편성고사 문제에서 질문공세를 할 경우를 대비해야겠다. 뭐 해설지를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양과 질에서 모두 만족을 할지는 모르니.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trotzky
  지난 주 금요일에 우여곡절 끝에 반편성 고사 문제를 공유 폴더에 보냈다. 물론 문제의 문면이라던가 해설 등의 부분에 있어 또다른 수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겠지만 큰 고비 하나를 넘겼다는 생각이다. 지난 주에는 엄청나게 깨지기는 했지만 그 덕에 지난 해 사용했다는 학원 내의 문제자료들을 다시 훑으면서 어느 정도 감이 잡혀 간다고나 할까. 그 덕일지 어제 그제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스스로 감수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지니기가 훨씬 수월했다.
  엊그제 [박노자의 만감일기]를 다 읽었다...라고 해야겠지만 끝에 두 꼭지인가를 그냥 뛰어넘어가 버렸다. 책이 끝자락에 도달되어 가면 나오는 버릇이다. 마음은 급하고 다른 것은 펴들고 싶으니 그렇게 되는가 싶다. 어찌 되었건 06~07년도의 주도니 이슈들을 다시 되새기는 것이 가능해졌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서 집어든 넘은 [HOW TO READ 라캉]이던가... 슬라보예 지젝의 저작인데 이 책은 두께는 별로 되지 않아도 읽는 속도감은 다른 넘들에 비해 엄청 느릴 전망이다. 역시 심리학 분야의 책은 쉬이 읽히지 않으련가 싶다.
  스캔도 해야겠고... 1학기 기말고사 대비에 따른 지역별 또는 단원별 문제작업도 진행해야겠고... 곧 나올 학원 내의 시험대비 진도와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한 요점정리 프린트 작업도 해야겠는데 역시 퇴근해서 자리잡으면 신경이 여기저기 분산된다. 힘든 와중에 다행이라고 할까, 특목입시 대비용 교재는 학원들의 연합결과 만들어진 출판사 측에서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으니 부담을 덜었다고 해야 할까나. 적어도 내가 가진 "분석력" 정도만 활용하면 될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날이 더워져 가서일까. 자정이 넘어 들어와도 오히려 고시원 실내가 더 더우니... 차라리 학원에서 새벽 시간을 보내는 한이 있어도 그곳에서 작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보다. 열쇠를 빌리면 되지 않을까도 싶고.

  급한 일에 파묻혀서 이것저것 돌아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지 중간중간 야구관련 기사들을 보고 간간이 생중계나 하이라이트 필름을 접했음에도 심판 문제에 대해 별다른 코멘트를 남기기가 매우 어렵다. 지난 주 일요일에는 우연찮은 사정으로 심판배정을 쉬었음에도, 당일 후배들의 경기가 지척인 **대 운동장에서 벌어졌음에도 아침에 방에서 나오지를 못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산에서 내가 평소에 나가는 리그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는데 버스로 편도로 한 시간 정도만 수고하면 현장에 도착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견해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도 못했다. 고작해야 저녁 나절에 팀 블로그의 지인 분들과 저녁 겸 술자리 참석이 고작이었으니. 몸이 많이 무뎌진 것일까? 어제와 그제는 편도선이 부어 있는 상태에서 수업을 진행하느라 고역이었고... 자기 전에 뜨신 물을 떠다가 빈 공간에 두고 실내 공기를 다스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아침에 출근길에 다른 곳에 들리는 스스로에 대한 핑계를 대고 움직이는 도중에 편도선약을 구입해야 할지도.
  강남 **문고를 들를까, 코엑스몰을 들를까... 그동안 너무 움직이지 않았더니 쓸데없는 고민만 생긴다. 정작 중요한 것들도 많을 듯 한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trotzky
  어느 사이에 주말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다시금 주초가 지나가려는 나날.
  이번 주 일요일은 모처럼 배정이 없었기에 새벽까지 작업하다가 박찬호 선발등판 경기의 초반부(제임스 로니의 실책이 빌미가 되어 실점하고 5회에 교체된 것을 확인함)를 보고 잠을 청했다. 정오 경에 일어나서 다른 심판분들이 배정된 곳으로 놀러갈까 했다가 빗소리를 듣도 그대로 다시 뻗어버렸고 저녁 나절에 가족과의 모처럼만에 잡은 저녁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외출.
  전보다 내 스스로도 대화에 있어 요령이 제법 생기는지 전보다는 대화에 무리가 없는 표현이 제법 나온다. 10년 전 같았으면 아버지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기 바빴을텐데.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요령이 생긴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내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도 두렵고 돌려 말하는 것도 뒷담화로 비쳐져 돌아올까 두려운 것은 여전하니까.

  어제 점심으로는 학원 근처의 식당에서 쌀국수라는 것을 먹었는데, 8,000원이라는 제법 고가의 음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8타임을 수업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뱃속을 든든하게 하진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마지막 타임 수업 도중 고파지는 배를 쥐며 좌절. 진짜 우리나라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것일까.
  퇴근길, 같이 전철역까지 걸어간 동료 선생님 왈, 이번 주 토요일에 국과사 팀원인 선생님들을 이 학원에서 장기 근무하신 과학 과목 샘께서 초대하겠다고 전해 주셨다. 이번 일요일은 심판 배정이 있어 과연 시간안배가 가능할런지 싶다. 예전에는 5월이 한가한 편이었던 기억인데 올해 들어서는 5월에 왜 그리도 이곳저곳에서 얼굴보자, 밥먹자는 약속 제의가 많은지 모를 일이다. 물론 그러한 요청에 같이 하자는 말을 해도 실제 시간이 잘 안나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입장이라 그런지 몰라도 돌아가는 현실에 나름 아이들이 이해하고 자신의 삶의 준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은 항상인데 막상 맡은 학년이 입시에 걸려 있는 중3(솔직이 특목입시에 뭔가를 걸어야 한다는 것에 스스로는 낙차를 느끼는 중이기도 하다)이라는 것이 부담이 간다. 중2라면야 그런 것이 덜하겠지만 이들의 경우 당장의 성적에 목매달지 않는 녀석들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사춘기다 뭐다 때문에 치고받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고. 그나마 지금이 가장 나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고등부를 가르칠 여력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는 없겠지만 아직 그럴 여유는 없는 편이니.
  특목고 전임자 발표를 위한 자료는 거의 90% 정도까지 구축. 오탈자 난 것 확인하고 발표 전날까지 09학년도 전형요강으로 업데이트되는 것이 없나 살피고 정리하면 될 듯 싶다. 이제 남은 것은 반편성고사 문제 작업을 위해 지도 업데이트를 위해 대형서점에 들러 사회과 부도책을 구입하고 스캐닝 후 문제를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 남는다. 기존에 작업을 했지만 역시 문항의 특성에서 내신문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단점을 인정하고 복합적인 문제로 재작업하는 것도 더해야겠지.

  테이블 위에 쌓아놓은 책들 중 두께가 상당한 하드커버의 책들로 지금까지 구입해 놓은 책들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넘들을 잠시 지켜보았다. 한 권인가 두 권을 제외하고는 다 읽지도 못한 것들이다. 그리고서 지난 주에 지른 책들... 그리고 언제 나올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구입희망목록에 우선순위로 올려놓은 넘들... 그것들까지 구입하게 되면 지금 자리에 있는 넘들 중 상당수는 진정 놓아둘 여지가 없게 되겠지. 그전에 한 번 더 정독을 해 두어야 나중을 위해 써먹을 여지가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 속에 밖의 하늘이 밝아온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trotzky
  블로그를 들어와서 링크해 놓은 다른 분들의 블로그를 들어가 보거나 리플을 남기거나 뭔가 생각하는 것까지는 매일 수시로 하는데(또는 노력하는데) 비해, 정작 뭔가를 남기려고 하면 때를 놓치기 일쑤다.

  지난 일요일 5주만의 심판배정을 받아 출장하고 팀블로그에 심판일지를 작성한 시기도 월요일 집안 제사를 치르고 난 다음 자정 넘어 귀가해서 끄적이고서는 이후 휴업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다. 학원에서의 수업이 힘겹기 때문이기도 있고, 문제만들기라던가 뭔가 구상만 하다가 뻗는 것일 수도 있겠고, 새벽에 방에 들어오고서 마침 케이블 TV에서 하는 만화를 본다거나 야구 하이라이트를 본다거나 하느라 시간대를 놓치고 잠을 자는 것도 있겠지만 개중에 스스로 생각컨대 비중이 큰 원인을 언급하자면 "짐 옮기는 것이 힘겨워서"다.
  고시원 생활을 하다 보니, 더구나 복합기를 들여놓은 이후로 방안에 책을 놓을 공간은 더욱 한정되어 버렸고 지난 번의 학원과 달리 이번 근무지는 방에 있는 개인 소유 책들을 학원에 옮겨놓을 공간이 더욱 부족한 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의 개인 책꽂이장에 교과서 두엇, 개인적으로 구입한 교재서적이나 역사 관련 서적 서넛을 꽂아 놓은 상태). 그래서 고시원 방의 의자에 책받침대를 이용해서 움직여 쓰기 편하게 해놓고 있는데 노트북을 테이블 위에 거치하고 작업을 하려니 의자에 놓아 둔 책들을 침대로 옮겨놓고 작업해야 하고, 잠을 자기 전에 다시 의자에 돌려두어야 하는데... 옮기다가 복합기 돌출 부위에 걸리는 경우도 있고 허리가 아픈 관계로 순간순간 결리는 정도를 걱정하는 경우도 있고 해서 점점 안 하게 된다. 여름에 들어서게 되면 퇴근 후 작업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렇게 방에서 일하기가 버거워지면 어쩌는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오늘 학원업계 종사자들이 서울역에서 집회를 연다고 필히 참석하라는 전달을 어제 퇴근 전에 받았다. 하지만 새벽에 눈을 붙이고 아침에 눈을 뜨니 급하게 채비해서 갈 만한 여유가 안 되더라는. 도리없이 팀장과 같은 과목 동료 선생님께 문자를 띄워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야 한다고 연락(사실 어정쩡하게 서 있는 정도면 모르지만 두어 시간 구부정하게 쪼그려 앉아서 시간을 보내노라면 허리가 남아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한 것인데)하고 한의원 행. 침을 맞고서 나오니 집회는 끝났다고 문자가 오고... 서울역에 가서 집회 끝물에 들어설까 하다가(내키지도 않는 행보였지만) 광화문 교보문고로 가서 인문 분야 및 정치사회 분야 신간을 확인하고 문구류 두엇을 구입 후 학원으로 출근... 출근 직후 참석한 분들께 이야기를 듣자 하니 역시 학원업계(이른바 사교육계) 종사자들이 과연 공교육 종사자와 같은 레벨로 취급받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나 혼자만의 의식은 아니로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새벽녘에 다 읽었다. 어제 출근길 전철과 퇴근 후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새벽에 방에서 침대에 가방을 놓고 등을 기대누우면서까지 마지막 부분을 열독한 보람이 있었다고 해야겠지. 무엇보다 최근 들어, 아니 명색이 강사로서의 때깔이 나기 시작한 이후부터 내가 가르치는 사회 과목에 있어서 뭔가 괴리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던 것을 보다 절감하는 계기였다고 해야 할까. 하여간 근 2-3년 사이 읽고 있는 책들은 그런 것들이다.
  오늘 출근길에 펴든 책은 [지식 e] 2권. 1권에서 느낀 바들이 계속 이입되는 중이다. 부지런히 읽고 지난 번에 구입한 다른 책들로 넘어가야겠다는 마음가짐이다. 한 번 읽는 것으로 만족하는 자세는 가지면 안 되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현재 돌아가는 모습에 따라가는 것이 어려울 테니... 그저 책을 원없이 쌓아놓고 마음 편하게 읽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사색할 수 있는 여가를 내고서도 세상 사는데 지장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괜한 투정이 드는 지금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trotzky
  알라딘에서 음반 체크해 놓고 새벽 시간동안 음악을 듣다가 문득 알라딘을 통해 제일 저명한 북 리뷰어 블로거라고 할 수 있는 "로쟈" 님의 블로그를 들어가 보았다. 인문학 계통에 종사하고 계신 그분은 요즘의 전개상황을 어떠한 관점에서 보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여타의 인터넷 언론이나 몇몇 아는 블로거 분들의 블로그만으로는 감이 잡히지 않는 측면도 있었고.

  아래의 부분은 그분의 블로그에서 미국 쇠고기의 수입 협상과 관련해 프레시안에서 칼럼을 옮겨온 것을 불펌해 온 것이다. 프레시안에서 다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뭔가 한 번 더 재확인하는 기분이랄까... 어쩌면 이 글들을 파일화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잠시 읽어보다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기사를 옮겨온다(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80504095610). 이번 '광우병' 사단을 불러일으킨 한미간의 합의문 내역에 대한 법학자의 해석인데, 그에 따르면 이번 협상 결과를 정부는 은폐했다. 그리고 그 핵심이란 건 '굴욕'이다. 이 해석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확한 해명이 듣고 싶다.

프레시안(08. 05. 04) [송기호 칼럼] 국민이 몰랐던 네 가지 진실 

나폴레옹의 진짜 업적은 전쟁 승리보다는, 나폴레옹 법전(Code Napoleon)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법전은 최초의 근대적 민법으로, 사유 재산제와 계약 자유를 담았다. 그리고 그의 법은 나폴레옹 자신의 말처럼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민법을 만들 때, 조문의 해석에 다툼의 소지가 전혀 없는 완벽한 법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완성된 법전에 만족하면서, 이 정도면 장차 어떤 프랑스인이 읽더라도 그 의미가 명확할 것이라며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날에, 파리에서는 그의 법률 조항의 의미를 놓고 해석론의 대립이 발생했다고 한다.
 
아무리 훌륭한 법이라도 그 해석에서 다툼이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서로 언어와 가치가 다른 나라 대 나라 사이의 합의문을 놓고 그 해석에 다툼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아예 1969년에, 유엔 회원국은 비엔나에 모여,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 안에 국가 간의 합의문을 어떻게 해석할 지 그 원칙을 정해두기까지 했다. 여기서 합의된 일반 원칙은, "합의문의 문맥에 부여되는 통상적인 의미(ordinary meaning to be given to the terms of the treaty)"에 따라 해석한다는 것이다.
 
나라 간 합의문의 해석의 출발은 그 문항의 문언이다. 아무리 훌륭한 법률가라도 조문 없이 해석을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정운천 농림부 장관은 지난 4월 18일 미국과의 쇠고기 광우병 검역 협상을 타결하면서도 합의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보도 자료만을 냈다. 법률가가 합의문 문항을 보지 못하고, 보도 자료를 보고 그 의미를 새겨야 한다면 이는 불행한 일이다. 법률가에게 필요한 것은 조문이지 보도 자료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즉시, 미국과의 합의 내용을 정확히 해석하고자, 농림부 장관에게 합의문 영문본과 한글본 공개를 청구했다.


 
은폐 1 : 국제수역사무국 결정 없이 검역 주권 행사 못한다
나는 농림부 장관의 공개를 기다리면서, 보도 자료라도 읽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보도 자료였다.  

미국 내에서 추가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미국 측은 즉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한국 정부에 통보하고 상호 협의키로 하였으며, 동 역학조사 결과가 미국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에 반하는 상황일 경우 수입을 전면 중단키로 하였음.


가슴이 꽉 막혔다. 알다시피,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창설 회원국이다. 그리고 세계무역기구 위생검역협정(SPS 협정)이 보장하는 검역 주권을 누리고 있다. 특히 국제 검역법은 조류독감, 광우병 등과 같이 확실한 과학적 설명을 하기 어려운 전염병에 대하여, 관련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라도 회원국이 잠정적으로 검역 조치를 취할 국제법적 권한을 주고 있다. 해당 조문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관련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회원국은 이용가능한 적절한 정보를 토대로 잠정적으로 위생 검역 조치를 취할 수 있다. (In cases where relevant scientific evidence is insufficient, a Member may provisionally adopt sanitary or phytosanitary measures on the basis of available pertinent information…) : 위생검역협정 5조 7항


만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이는 일단 미국의 광우병 통제 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미국에서 왜 광우병이 추가 발생했고, 그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과학적으로 정확히 판명하여 거기에 맞는 수준의 검역 조치를 취하자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바로 위 조문은 이와 같이 관련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할 경우라도, 그 시점에서 여러 이용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잠정적으로 검역 조치를 취할 권한을 한국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에서의 광우병 추가 발생을 급히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잠정 중단할 수 있다. 일단 그렇게 해 놓고 나서, 광우병 추가 발생에 대한 과학적 조사를 한 후, 심각하지 않은 사건으로 밝혀질 경우에는 다시 수입을 하면 된다. 이는 국제법이 보장한 한국의 검역 주권이다. 그리고 이는 농림부 장관의 고시인 '지정 검역물의 수입 금지 지역'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 고시는 악성 가축 전염병인 광우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에도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제5조(수입 금지 등) 농림부장관은 제3조 제1항의 수입 금지 지역으로 지정되지 아니한 지역에서 악성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법 제32조의 규정에 의하여 당해 지정 검역물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법 제52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검역 중단·출고 중지 등 당해 병원체의 국내 유입 방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위 농림부 보도 자료는 한국이 국제법적으로 누리고 있는 잠정 조치 권한과 농림부 고시 규정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에서 오늘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미국의 역학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미국산 쇠고기를 계속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은 미국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온 다음이다. 그 결과가 "미국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에 반하는 상황일 경우"가 아니면, 미국산 쇠고기를 계속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위와 같은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단 말인가? 나는 도저히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농림부 장관의 합의문 영문본 공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뜻밖에도, 농림부 장관은 지난 4월 22일, 미국과의 합의 내용을 입법 예고를 했다. 이제 위 보도 자료는 이렇게 5항으로 조문화되어 있었다.
  

5. 미국에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 미국 정부는 즉시 철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여야 하고 조사 결과를 한국 정부에 알려야 한다. 미국 정부는 조사 내용에 대해 한국 정부와 협의한다. 추가 발생 사례로 인해 국제수역사무국의 미국 광우병 지위 분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경우 한국 정부는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중단할 것이다.


법률가의 눈으로 보았을 때, 이는 앞의 보도 자료와 다르다. 앞에서는 마치 미국의 역학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한국이 마치 어떤 독자적 상황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위 입법 예고안에서는 미국의 조사 결과는 조사 결과일 뿐이다. 닫혀 있다. 그리고 한국의 자주적 권한은 점점 사라진다. 아예 문장의 주어가 "추가 발생 사례"라고 하는 과거의 사건, 곧 한국이 개입할 수 없는 사건이 된다. 그리고 국제 기구의 지위 분류라는 사건에 한국이 개입할 여지도 없다.
 
나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애써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위 조항을 다시 읽었다. 한국의 실낱같은 희망처럼 보이는 단어로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경우"를 새겼다. "영향"이란 말의 통상적인 의미는 "어떤 사물의 효과나 작용이 다른 것에 미치는 일"이다. 미국에서 광우병 추가 발생은 본질상 미국의 광우병 등급 지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런데 누가 부정적 영향 여부를 결정할 것인가? 결국 내겐 합의문 영문본이 필요했다.
 
그런데 농림부 장관은 지난 28일에, 내게 통지를 했다. 아직 자구 수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문본 공개를 거부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난 22일에 그 한글본을 입법 예고를 할 수 있었을까? 결국 영문본을 보기 위해 농림부 장관을 제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통상법을 한다는 법률가가 통상법 조문을 보려면 장관을 제소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내게는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온 합의문 영문본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영문본을 보고 해석하지만, 나는 소송에서 장관으로부터 당당히 영문본을 건네받을 것이다. 앞으로 통상법과 식품법을 하려는 후학들을 위해서라도, 꼭 그렇게 할 것이다. 마침내 영문 합의문의 문항을 보면서 해석의 궁금증은 모두 풀렸지만, 결론은 비참했다. 이렇게 되어 있었다.
  

5. In the event (an) additional case(s) of BSE occur(s) in the Untietd States, the US government shall immediately conduct a thorough epidemiological investigation and inform the Korean government of the results of the investigation. The U.S. government will consult with the Korean government about the findings of the investigation. The Korean government will suspend the importation of beef and beef products if the additional case(s) results in the OIE recognizing an adverse change in the classification of the U.S. BSE status. (미국에서 광우병 추가 사례(들)이 발생하는 경우, 미국 정부는 즉시 철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여야 하고 조사 결과를 한국 정부에 알려야 한다. 미국 정부는 조사 사항에 대해 한국 정부와 협의한다. 미국 광우병 추가 발생 사례(들)이 국제수역사무국의 미국 광우병 지위 분류 '하향 변경(adverse change)' '공인(recognizing)'으로 귀결되는 경우 한국 정부는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중단할 것이다.)


명확했다. 마치 나폴레옹이 만들려고 했던 민법처럼, 위 조항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었다. 한국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아무리 많이 발생하더라도 자주적으로 검역 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 모든 것은 농림부 장관이 그토록 사랑하는 국제수역사무국에 달려 있다.
 
영문본과 한글본을 대조하면서, 나는 농림부 장관의 능력을 재발견했다. 그는 영문 합의문에는 있는 "case(s)"의 복수 명사를 한글 보도 자료와 입법 예고안에서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합의문의 "adverse change"를 한글에서는 "반하는 상황" 혹은 "부정적인 영향"으로 옮겼다. 아마도 농림부의 영어 사전에서는 "change"란 "상황" 혹은 "영향"이라고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매우 유감스러운 것은 농림부 장관의 유능한 대가로, 한국은 WTO 회원국으로서 가지고 있는 잠정 조치 권한, 그러니까 국제법에 의하여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중요한 법적 권한을 포기했다. 이것은 헌법 위반 행위이다. 그 어떠한 장관도 국회의 동의 없이 주권의 제약을 가져오는 합의를 외국과 할 수는 없다.



 
은폐 2 : 미국 쇠고기의 월령 표시는 어떻게 되는가?
농림부 장관의 능력은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핵심적인 부분에서, 그의 능력은 빠짐없이 발휘되었다. 쇠고기 월령 구분제를 보자. 30개월령이 넘은 쇠고기를 포장 상자에 표시하도록 하는 문제(Marking requirements for OTM meat)는 한국으로서는 검역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본질적 문제이다. 눈앞의 쇠고기나 등뼈만을 달랑 보고 그 나이를 판별할 수 있는 검역 공무원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의 검역 기준에는 미국 정부의 검역 공무원은 쇠고기 수출 검역 증명서에 반드시 소의 월령이 30개월 미만임을 확인한다는 서명을 해야 했다(19조 1항). 그런데 농림부는 이 문제에 대하여 예의 그 보도 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 주요한 쟁점으로 부각된 수출 검역 증명서상의 도축 소 월령 표시 여부와 관련해서는 개정된 수입 위생 조건 발효 후 180일간 등뼈가 정상적으로 포함되어 가공되는 티-본 스테이크 수출품 등에 한해 해당 쇠고기가 30개월령 이하임을 표기하고 180일 이후 계속 표시 여부에 대해 추가 협의키로 하였음….


이 보도 자료가 우리에게 정말로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이었나? 미국 검역 공무원이 발행하는 수출 검역 증명서에, 도축소의 월령 표시를 하지 않기로 한국이 합의해 주었다는 것이다. 미국 공무원이 수출 검역 증명서에 기재해야 할 사항에서 소 월령 표시는 삭제되었다(합의문 22조 1항). 이로써 미국 정부는 개개의 쇠고기 제품에 대한 월령 보장 책임에서 벗어났다. 미국 도축장의 입장에서는 한국으로 선적되는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쇠고기 월령 확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사라졌다.
 
나의 해석이 맞는다면, 앞으로 한국의 검역 공무원은 초능력자가 돼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그는 쇠고기 상자에서 뼈와 살을 구별하면 되었다. 소의 나이는 미국 공무원이 보장해 주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보이지 않는 미국 도축업자를 직접 상대해야 한다. 눈앞의 등뼈가 실은 30개월령이 넘는 소의 광우병 위험 부위인데도 미국 도축업자가 그만 나이를 잘못 감별하는 바람에 한국으로 불법 수출된 것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보고? 나의 해석대로라면 단지 그 등뼈만을 보고.
 
그래서 미국 도축장을 직접 철저 현지 점검하시겠다고? 불가능하다. 첫째, 노무현 정부의 기준에서는 한국이 개별 승인해 준 도축장만이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농무부의 검사를 받는 모든 도축장이 자격이 있다. 둘째, 노무현 정부 시절의 기준에서는 한국 검역관은 모든 미국 도축장에 대해 현지 점검 권한을 가졌다. 그리고 중대한 위반을 적발해서 해당 작업장에서 한국으로의 수출 작업이 중단되도록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표성 있는 표본에 대해서만 현지 점검을 할 수 있다. 한국이 도축장에서 중대한 위반을 적발하더라도 그 결과를 미국정부에 통보할 수 있을 뿐이다(8항). 이 표본에 포함되지 않으면, 미국의 도축장은 한 차례 정도의 심각한 위반을 저질러도 한국의 현지 점검 대상에 들어가지도 않는다(24항).


 
은폐 3 :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전수 검사를 할 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전수 검역 검사를 할 권한을 정면으로 포기했다(는 점이다). 물론 연간 약 2억3000만㎏ 의 미국산 쇠고기 선적 물량을 전수 검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특별 점검 대상이 되는 도축장의 제품이라든지, 혹은 특정 상황에서는 전수 검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합의문 영문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23. If an SRM is found, FSIS will conduct an investigation to determine the cause of the problem. Product produced by the pertinent meat establishment shall continue to be eligible for import quarantine inspection. However, the Korean government will increase the rate of inspection of subsequent beef and beef products from the meat establishment. After the Korean government inspects five lots of equal or greater quantity of the same product without finding a food-safety hazard, the Korean government shall apply its standard inspection procedures and rates.(광우병 특정 위험 부위가 발견될 경우, 미국 식품안전검사국은 그 원인을 판정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다. 해당 도축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한국의 수입 검역 검사를 받을 자격을 계속 가져야 한다. 단, 한국 정부는 해당 도축장의 향후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 대한 검사 비율을 높일 것이다.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수량인 동일 제품 5개 수입분에 대해 한국 정부가 검사를 한 후, 식품 안전 위해 요인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 한국 정부는 표준 검사 절차와 비율을 적용해야 한다.)


이 조항이 존재하는 한,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검사에서는 표준 검사 비율을 적용해야 한다. 즉 전수 검사는 안 된다. 이렇게 새기지 않는다면, 이 조항은 존재 의의를 잃는다. 왜냐하면, 눈으로 보다시피 광우병 위험 특정 부위가 발견된 경우라 해도, 한국은 그저 검사 비율을 높일 수 있을 뿐이고, 그것도 5회 검사 합격이면 그 비율을 다시 내려야만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런 조항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전수 검사를 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제법의 조약 해석 원칙에 어긋난다. 조약을 해석하는 데에서, 어느 조약 문구를 무의미하게 하는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는다(effective interpretation principle).
 
농림부 장관의 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합의문 시행 후 180일이 지나면, 한국의 소비자는 눈앞의 갈비 스테이크(티본 스테이크)만 보고, 그 월령을 구별할 능력을 지녀야 한다. 앞에서 보았던 보도 자료는 마치 180일 이후 계속 표시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180일이 지나면 갈비 스테이크 월령 표시 제도는 폐지된다. 대신 한국과 미국의 협의가 시작될 뿐이다. 이 협의에서 미국은 자신에게 불리할 경우, 결코 갈비 스테이크 월령 표시 제도 부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합의문 부칙 3항에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The Korean government and the U.S. government agree to have consultations upon the completion of the 180 day period with a view to addressing concerns after reviewing the notation's effect on beef trade and its inspection.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180일 기간이 다하면, 쇠고기 교역과 검사에 미치는 표시의 영향을 검토한 다음, 관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 부칙 3항


은폐 4 : 미국에서는 '주저앉는 소' 등의 뇌, 척수를 동물 사료로 사용한다
 
글이 길어지지만, 마지막으로 농림부의 노력이 얼마나 핵심적 주제를 대상으로 일관되게 진행되는 지를 확인하자. 농림부는 지난 2일, 그러니까 기자들과의 이른바 끝장 토론에서 미국의 이른바 강화된 사료 조치를 놓고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관련 문답 자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광우병 감염 소,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이 있을 수 있는 뇌나 척수를 제거하도록 하였고,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임(2면).


그러나 나는 미국의 사료 조치에 대해 달리 해석한다. 미국의 사료 조치는 '주저앉는 소'와 같이, 사람의 식용을 위한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해 식용 부적합 처리된 소라도 30개월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뇌와 척수마저도 동물 사료로 급여하도록 하는, 그런 것이다. 그 원문은 이렇다(73FR22720).
  

The FDA is amending the agency's regulations to prohibit the use of certain cattle origin materials in the food or feed of all animals. These materials include the following: The entire carcass of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y(BSE)-positive cattle; the brains and spinal cords from cattle 30 months of age and older; the entire carcass of cattl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that are 30 months of age or older from which brains and spinal cords were not removed; tallow that is derived from BSE-positive cattle; tallow that is derived from other materials prohibited by this rule that contains more than 0.15 percent insoluble impurities; and mechanically separated beef that is derived from the materials prohibited by this rule. These measures will further strengthen existing safeguards against BSE. (미국 식약청은 소에서 나온 특정의 물질을 모든 동물 사료로 급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을 개정한다. 이 사료 급여 금지 물질에는 다음이 포함된다. 광우병 감염 소의 전체 부위, 30개월령이 넘은 소의 뇌와 척수, 30개월령이 넘는 소로서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해 식용 부적합 처리된 소에서 뇌와 척수를 제거하지 않은 경우 그 소의 전체 부위, 광우병 감염 소에서 나온 우지, 이 규정에서 금지 물질로 정한 것에서 나온 우지로서 불용성 불순물 함유가 0.15% 이상인 것, 그리고 이 규정에서 금지 물질로 정한 것에서 나온 기계적 분리육. 이러한 조치는 현행 광우병 안전 조치를 더 강화시켜 줄 것이다.)


이를 두고, 농림부는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바로 이 문제에 대하여, 미 식약청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73FR22733).
  

Further, the regulations were revised to exclude from the definition of CMPAF certain cattle that have not been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Under the proposed rule, cattle that wer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were excluded from the definition of CMPAF if their brains and spinal cords were removed. The final rule was revised to indicate such cattle are not considered CMPAF if the animals were shown to be less than 30 months of age, regardless of whether the brain and spinal cord have been removed. (또 당해 규정은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해 식용 부적합 처리된 특정 소를 사료 급여 금지 물질의 정의에서 제외하도록 개정되었다. 종래의 입법 예고에서는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해 식용 부적합 처리된 소는 그 뇌와 척수가 제거되어야 사료 급여 금지 물질의 정의에서 제외했었다. 본 최종 규정에서는 그런 소라도 뇌와 척수의 제거를 불문하고 30개월령 미만인 경우에는 사료 금지 물질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이를 개정한다.)


나폴레옹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조항에 항상 유일한 해석을 요구하는 것은 실패한다. 나의 해석이 틀릴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학자적 소신으로 문언적으로 살펴보았을 땐, 이건 굴욕의 합의문이다. 그리고 핵심적인 굴욕은 은폐되었다.(송기호/변호사·조선대법대 겸임교수)

08. 05. 04.

P.S. 프레시안의 후속기사로는 진중권의 '대중은 무엇에 분노하는가?'(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80505124327) 참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trotzky
  주말에 학원에서 시행한(이라기보다는 특목관 차원에서의 사기진작을 위한 파티 겸 야유회 성격의) 워크샵을 다녀왔다. 토요일 수업을 마친 뒤 목동에서 선생님들의 차에 무리별로 나누어 타고 가평(보다 구체적으로는 남이섬에서 몇 분 떨어져 있지 않은 위치)에 가는데 주도로에서만 세 번 이상 정체가 되는 속에 통상 한 시간 반 안에 갈 길을 세 시간 이상을 소요했다.
  뭐 그 덕이라고 할까 불행이라고 할까 도착은 예정보다 거의 두 시간 이상 늦은 자정 대. 해서 고기파티하고나서 자리를 내어 주신 선생님 댁의 거실에 둘러 앉고 나니 진지한 워크샵으로서의 토론이나 의견 교환은 거의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은 명백했고 나 자신도 "역시나~~" 하는 기분 속에 새벽 다섯 시 경에 취침, 일곱 시 경에 기상해서 08시 30분 경에 아침 일찍 귀경하겠다는 선생님들 편에 끼어 돌아왔다. 대략 08:45 경에 차에 탔는데 목동 학원에 돌아오니 10시 10분 전. 참으로 시간대의 움직임은 묘하다.
  버스를 타고 방에 돌아온 뒤 몸을 추스리려니 케이블에서 MBC ESPN 연예인 리그 8강전 경기가 진행 중. 구경을 갈까 했지만 몸도 녹초고 가 봐야 도움될 것도 없고 해서 방에서 죽치고 TV를 보다가 잠에 빠지고. 늦은 오후에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서 밥을 먹고 누운 것이 탈이 났는지 체했는지 다음 날인 어린이날 내내 고생했다. 이렇게 고생할 줄 알았으면 어린이날에도 목동에서 경기가 있었는데 걸음을 할 것을 그랬나 보다.

  약 3일 이상을 골골대는 속에 시달렸기 때문인지 어제의 수업은 최악의 목소리 상태. 도저히 특유의 깨는(?) 소리가 나오질 않고 금가는 소리만 계속. 그것도 있지만 학생들도 시험대비 기간 후 사실상의 첫 수업인데다 학급 이동도 있었기 때문인지 영 수업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 나 자신도 2학기 교재의 교체에 대한 언질을 받아 놓질 못한데다 교재연구를 위한 아무런 선결작업도 받아놓질 못한 상태에서 옆자리 선생님이 혼자 진행하는 것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질 않는다. 국사 쪽이야 내 멋대로 진행하면 된다지만 사회 부문에서 그분과 내 수업 스타일이 겹쳐져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평가될 것을 생각하면 기분도 편치 않고, 그렇다고 딱히 심화된 내용을 전개할 만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니. 허리통증이라던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불편함만 아니었더라면 문제만들기라던가 교재연구라던가에 뒤처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데, 확실히 몇 년 전에 이 일을 시작할 때와 달리 늙기는 늙은 것인가(30대 **이 뭐가 늙은 것이냐 하겠지만 밤샘 한 번에 며칠의 컨디션이 크게 타격을 느끼는 상황에선 제법 심하다) 하는 생각마저 들고 만다.

  이번 주부터 배정을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 뭐 얼마 안 있으면 다시 시험대비에 들어가야 할 테고 정기모집에 감독 역할로 투입되는 주도 있으니 많이는 못나갈 터, 거기다가 여름 이후에 줄창나게 수업이다 문제만들기다 등에 열을 올리다 보면 올해 심판 농사는 거의 물건너가는 것이 아닐까 싶은 기분도 들지만 나갈 수 있을 때 나가두는 것이 나을런가 싶다.
  생각같지야 않지만 내가 안 나간 요 몇 주 동안 심판으로 나가신 분들이 별별 일들을 다 겪는다 하니 맘이 편치 않다. 하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몸에 익숙해지고 맘이 편해져야 그라운드에 나가서도 잔실수가 줄어들 테지만 그래도 그라운드에 있는 것이 가장 맘에 편했던 시기였던 것은 분명하니까.

  [아주 특별한 상식 - NN] "9. 테러리즘, 폭력인가 저항인가?"를 다 읽고 이제는 강양구 기자의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를 읽기 시작했다. 확실히 국내 저자의 책이 읽기엔 수월한 측면이 많다. 실용(?)적으로 써먹게 될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 지식e라던가 강양구 기자님의 책, 그리고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우석훈 님의 책들의 텍스트, 기회가 더 된다면 장하준 교수의 책들도 문제를 만들기 위한 텍스트 재료에 넣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에 - ......혼자 읽고 즐기면서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 아니라 시험을 잘 보게 하기 위한 재료가 될 수도 있다라고 한다면 그분들의 심정이 어떠실까... 가급적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 문제의 텍스트로 소비되느니보다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보다 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활용하려고 머리를 짜내지만 정작 교재 중심으로 전달해야 하는 내용을 보면서 좌절감만 느낄 뿐이다. 과거 정권들이 해 온 모습하며 지금의 정권이 하고 있는 모습들과 교과서 및 교재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바로 답이 나오고 말 테니.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trotzky
  5월의 첫번째 토요일... 낮 시간대는 더운데 반팔 셔츠를 입기에는 일교차가 느껴지고 재킷을 입고 다니자니 낮 시간대에 더위를 감수해야 하는 괴로운 시기다. 지구 온난화 때문인가 싶은 생각이, 몇 년 전만 해도 5월 중순을 넘어가야 더위를 체감하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요즘 들어, 특히 올해는 4월 중에도 더웠다 쌀쌀했다를 반복하니 피곤할 따름이다.
  광우병에 대한 기사며 자료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투표안 한 자식이 뭐 내 의사를 밝혀 봐야 떳떳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무 것도 안 하고 무덤덤하게 지나칠 일은 아닌 듯 싶어 "탄핵"서명에 동참했다. 실제 탄핵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전무하지만 이렇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도 나름 정치에 참여한다는 모양새는 나는 것이 아닐런가 자문해 본다.

  내일 배정... 에 이어 5일 배정을 기대했지만 이번 주까지 제외를 요청했고 그렇게 될 전망이다. 지금도 쑤셔오는 허리통증이 더 악화만 되지 않는다면 워크샵을 가야 할 테고, 고기먹고 술먹고(되도록 술은 안 먹으려 하지만) 토론 및 회의 내용에 대해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돌아와서 써먹을 것을 정리해야겠지. 요 며칠 괴로웠던 생각을 다른 과목의 같은 시기에 들어온 젊은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마음은 다소 풀리지만, 막상 사람들 속에서 이뤄지는 대화라는 것의 비밀준수라는 것이 덧없음과 자신이 생각하는 말과 글 속의 컨텍스트를 다른 사람이 그대로 이해해 주는 것이 아니로구나 하는 부메랑 효과에 진이 빠질 대로 빠져 있는 상태라 일에 흥이 나질 않는다. 더구나 시험이 막 끝났다고 학원 원생들의 출석률은 거의 바닥이니. 수업이라고 해도 세 타임(*교시로 환산하면 네 타임)을 들어가서 MENSA 퀴즈 문제로 시간을 보낸 것이 오늘의 모두이다. 교재를 바꾸겠다고 다른 출판사와 접촉해서 이런 절차 저런 절차들을 진행 중인 옆자리 선생님은 정작 내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내가 진행할 부분들은 알아서 채우라 이 소리겠지. 어차피 내가 진행하는 국사 부분의 수업은 그 선생님이 들어가는 학급이 하나도 없으니까. 하지만 이런 자문을 던져보고 싶어지는 욕망을 벗어나기가 어렵다.(어차피 그 선생님도 내가 오기 전에 이런 자문을 전임자에게 던졌을지도 모른다) 주 1회, 40분 한 타임으로 한 학기 분량(7의 3, 8, 9, 10단원 - 물론 9와 10단원이 내신대비에는 활용하기 쉽지 않고 특목입시 시험에 필요한지는 미지수겠지만)을 한 달에서 한 달 반 남짓 안에 끝내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그렇게 하는 것이 비록 두 개 학급의 합반 수업이 나보다 많다지만 주 1회 85분 수업으로 일반사회 4, 5, 6, 7(이 단원은 시험대비에 별 의미가 없다라고 생각되지만) 단원을 끝내는 것이 더 수월할 것인가를 자문해 보게 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5월 5일에는 연예인 리그 구경이라도 갈까 보다 싶다. 아침하고 오후 나절을 보내고 방에 돌아와서 작업을 하는 것이 낫겠다 싶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trotzky
  직전보강 수업을 진행 중인데 별일이 많다. 아이가 자기네 학교 시험시간표를 몰라서 학원 선생님께 물어보질 않나, 강의실이 어딘지 어느 과목을 해야 하는지를 몰라 애꿎은 시간을 소비하는 이들도 나타난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가장 극명하게 느낀 점이라면 "팀제 운용"이 불러오는 단점이랄까? 영어 팀, 수학 팀과 국어-과학-사회의 팀이 별개로 시험보강 시간표를 작성하고 학생들에게 선택할 수 있게 운용하게 되니 시간이 겹치는 일이 다반사... 겹치는 것 중에 하나만 듣겠다고 마음먹은 아이들에겐 문제가 없는데 정작 학생들은 대체로 모두 듣고 싶어하는 이가 더 많으니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강사 입장에서 좋은 점이래야 학교와 단원별 진도를 고려하지 않고 한번에 몰아서 끝낼 수 있다는 점이 되겠지만 지나치게 이기적인 입장이라고 느끼고 있기에 이런 점은 팀 위의 레벨에서 조율하여 강의실이며 시간 등을 안배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난 번에 일했던 곳이 바로 그러한 안배(학년-팀으로 편제가 잡혀 있지만 시험관계 보강일정 등에 있어서는 교무실장이 조율해서 편제를 새로 짜는 쪽으로 진행했음)가 이루어져서 오류가 크지 않았다는... 더구나 아이들이 찾아와서 보강일정이며 강의실 등을 물어보는데 다른 과목 선생님들의 일정이며 배치에 대해 영 아는 바가 없으니(정보교류의 입장에서는 그간 다녔던 곳 중에서 가장 안 좋다) 답답할 밖엔...
  모 학교의 학부모가 전화를 해서 오늘 직전보강 일정에 오지 못한 까닭으로 첫날 시험일정이 잡혔기 때문이라며 걱정하시기에 일단 학원에 오면 이야기 나누겠다고 하고 옆자리 동료 선생님에게 상황을 전달하니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날짜와 시간이 다른 것을 확인하고 문자를 다시 띄웠다, 그 학생의 학부모가 일정을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퉁명스런 말 한 마디로 끝. 그럼 어제 내가 전달받아 그 학교(를 포함한 곳)에 문자를 보내도록 한 것이 그 학교 아이들에게는 오류인 정보가 전달되었다는 것인데 스윽 묻어 버리고 지나가 버린다는 것이 아니던가 하는 생각에 속에서 한 번 울컥... 질문을 하러 온 학생 앞이라 달리 말은 못하고 그냥 저냥 하는 표정을 짓고 넘어갔지만 속이 편할 까닭이 없다. 전달 과정에서 온갖 실수 다 해놓고 일을 먼저 한 사람이 영문을 모르면 무조건 바가지 욕을 뒤집어 쓰도록 만드는 모습이다. 더구나 시험학교 일정에 대한 확인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괄적인 시간배정의 문자를 띄우고 홈페이지에 공지를 해 버렸으니 첫날 직전대비 일정이 잡혀 학교에서 도저히 그 시간대에 올 수 없는 이들은 어떻게 조치를 받으라는 이야기인지... 엊그제에도 그 문제 때문에 이야기하려다가 자리에 없어 팀장에게 상의한 것이 아니었던가... 결국 저녁에 와서야 상황을 알리는 학생 앞에서 딱히 이야기할 것이 없다. 옆자리 선생님은 "왜 학교 시험일정을 이야기 안 해""타 과목하고 겹쳐서 다른 것 들었으면 해 줄 이유가 없어"라고 매정하게 사래를 치니 옆에서 뭐라고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이야기하면 또 자신과 의견 조율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다고 블라블라할 테니... 정말 처신이 어렵다. 욕먹는 처신이라는 것을 뻔히 아는데도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 말이다. 명색이 학원강사라면 학생을 위하는 방향을 기본 컨셉으로 진행하고 필요할 시에 조정을 통해 편익을 추구해야 하는데 말이다.

  일이야 어떻게든 수습이 될 테고, 이번 시험대비 체제가 끝나고 나면 어느 정도 결산의 자리도 있을 테지만 지금까지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다른 작업이나 분야별 과업에 투자는 해야 하는 것이 현 학년 및 시스템에서 더 나은 양상일 터이지만 내신대비에 있어서는) 별 고생없이 시간을 죽이면서 수업만 하다가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서는 오래사는 욕을 몇 마디 얻어먹을 수도 있구나 하는 정황이다.
  이렇게 온갖 안 좋은 부분만 쌓이는 경험을 모르고 당하느니 다음 내신대비 전에는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내 생각을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가던가, 아니면 보강작업 등에 있어 내가 주도권을 쥐는 쪽으로 진행을 할까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적어도 학생들의 실수때문에 어려울진 몰라도 감수할 생각은 있지만 동료 선생의 실수를 그대로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기에는 도량이 좁다.
  물론 아무런 싫은 소리를 듣지 않고 끝낼 수도 있겠지만 내 스스로가 용납하기 어려운 모드 진행이라 간간이 내 스스로 수업 시간이 공강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 미울 지경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