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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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7 [단상] 지름-공간의 관계, 음악, 스터디, 걱정...

  공간이 아찔해진다. 쌓여 있는 책들이 언제 무너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이번 주중, 출근길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야구란 무엇인가](레너드 코페트 저, 이종남 역) 책을 구입했고 DVD로 MBC에서 방송했던 [북극의 눈물] 과 애니메이션 [피아노의 숲]을 질렀다. 책이나 DVD나 소식을 접한 순간 어째 지르지 않으면 지름신이 화내실 것 같은 물품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하지만 퇴근하고서 책상 귀퉁이, 의자에 한가득 쌓아 올려진 책더미를 보면서는 한숨이 나온다. 교재연구하겠다고 사놓은 책, 이건 읽어줘야지 하고 구입한 만화책이나 잡다한 류, 옆에다 모셔놓고 간직해야겠다는 경건한 마음으로 구입한 책들... 의자 뒤의 *** 노트북 박스가방에 들어 있는 넘들까지 밖으로 나온다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그리고 아직도 내 알라딘 보관함에 올라와 있는 책의 리스트들... 그리고 요 몇 년 사이 꼭 읽어줘야지 하는 필독 저자가 곧 낼 것으로 기대되는 책의 리스트들... 교재연구에 있어 적어도 이넘 정도는 사줘야 하지 않겠어 하는 책의 리스트들이 아직도 이어붙이면 A4 용지 한 장은 그냥 넘어갈 듯 한데...;;; 그렇다고 한 번 읽고 버릴 넘들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천상 해결책은 새 거처(고시원 말고 원룸 오피스텔 같은)밖에 없는 것일지... 현재의 수입(심판비로는 고시원 원비하고 교통비가 딱이다) 정도로는 불안하기만 한 것... 현재 있는 자리를 언제 박차고 나올지 모르는 그런 상태에서는 특히... 심하면 심판일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굵고 세게 벌거나, 오래 버티면서 세게 벌 수 있는] 자리를 구해 옮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법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주에 배송된 넘들 중 한영우 님의 [다시 찾는 우리 역사]를 읽고 있다. 지난 해 구입한 변태섭 님의 [한국사통론]에 비해 읽기에 있어서는 좀 더 수월한 느낌... 술술 읽힌다. 서두의 자료와 책 행간에 나오는 사진 자료들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사통론]이나 대학초년생 시절에 읽었던 이기백 의 [한국사신론]에 비하면 확실히 읽게 만드는 책은 뭔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스터디에도 도움이 되고...

  스터디를 생각하노라니... 우여곡절 끝에 요상한 형태로 학원에 들어갔는데 일주일 내내 휴식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음을 받는다. 주중 수업 시수가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묘한 스트레스가 던져지고 있어서 정상적인 수업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토요일 저녁에 부랴부랴 스터디를 위해 움직이고, 시작 시간보다 30~1시간 가까이 늦게 도착해서 바로 내용발제를 하노라면 몸에서 기운이 훅훅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거기에 일요일 심판배정까지 받아 새벽 내지 아침에 나서려고 부산을 떨고, 해 떠 있는 동안 계속 이리저리 시달리다 보면 예년과 달리 월요일 몸을 추스리기는 더 어려워짐을 실감한다. 기껏 아침 일찍 눈을 한 번 떠도 다시 누워버리고 출근 시간 전에 샤워 한 번 할 수 있는 여유시간에 맞춰 몸을 일으켜 주는 이런 감각은 무엇이려나...

  지난 주 도착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 [별일없이 산다]를 리핑해서 엠피삼군에 모셔놓았다. 이미 그 전에 싱글 음반도 우여곡절 끝에 리핑에 성공한 까닭에 혹시나 하는 불안함이 있었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한 번에 리핑이 되었다. 음악... 역시 좋다. 첫 곡인 <나와>에만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뿐이다(그 점이 특히 좋았다. 대체로 옛날 노래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너무 남발해서 싫어했기에). 전체적인 곡의, 가사들의 뜻을 음미하면서 새벽 걸음을 재촉하는 내 발에게 미안해져 갔다. 화-수요일의 새벽에 *** 학원 앞 호프집에서 맥주 두어 잔을 마시고 여의도까정 걸어가는데 이 음악들이 왜 그리도 내 맘을 헤집어 놓던지...
  어제는 싸이월드를 뒤져가면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등장했던 동영상을 뒤적여 보았다. 라이브의 반응이 격렬하게 들려야 생동감이 있을 음악들... 팝-락 음악 등을 모니터나 TV에서 볼 때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그저 그랬다고 한다면 지나친 자화자찬 모드일까나...

  지난 주말 께 스터디에 같이 계신 모 선생님(모 학원의 기획실장으로 일하신다는)에게 이력서를 보내 드렸는데 이번 주 후반부에 문자가 왔다. 그쪽에 이력서는 보냈고 연락은 따로 했으니 그곳에서 면접 연락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뭐 아직 오진 않았지만 그분의 그런 관심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학원에서 원하는 강사에 대한 상을 내 자신이 맞춰 줄 수 있을지, 출퇴근의 한계(뚜벅이족의 한계이겠지만)를 넘어갈 만큼이 될지, 현재 다니는 곳에서의 수업보다 한 단계 높은 자아를 실현할 만한 도전이 될지 등은 아직 미지수겠지만, 항상 나 혼자서만 움직이며 발전적인 곳을 찾아내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누군가와 같이 노력한다는 생각을 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직전 근무지에서는 사회 과목 강사가 여럿(처음에는 둘, 나중엔 넷)이었지만 도저히 서로를 챙겨주고 같이 노력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질 수가 없었던 것을 생각하노라면 지금도 아쉬울 뿐이다. 중간에서 조율하지 못한 내 탓도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명색이 "~장"이라는 보직을 받고 수당을 더 받는 이가 터를 잡아줘야 하는데 자기 편한 것만 챙겨먹으려 하니 그러한 잇속 차리기를 경험하지 않은 이로서는 속물이 되느니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당시 현실이었으니까. 
  현재 스터디는 주로 [고등학교 국사]의 내용들을 가지고 하기에 발제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내가 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좀 더 버텨나가다 보면 다른 이들의 주력 분야에 대한 자신만의 스킬이라던지 지식들을 얻어낼 수 있는 윈-윈 모드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그렇다고 해도 학원강사라는, 이른바 사교육 시장의 첨병이라는 모순적인 처지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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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이번 주 일요일의 배정은 서로 마음맞추기 쉽지 않은 이들끼리의 모임이다. 어느 새 잔뜩 게을러진 이(어필이 들어와도 납득을 시킬 생각도, 준비도 안 되 있는 독선적인 이), 부지런은 떠는데 그라운드의 당사자들을 자신의 잣대로만 재고 잘난 척 하는 이, 오랜 기간 자신의 자세가 굳어져 버려 그라운드의 다른 이들을 쉽게 납득시키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내일의 심판 배정자들의 면면이다. 해서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없는 곳(있기는 하지만 편도 한 시간 반 이상 소요)임에도 카풀로 가지 않고 알아서 가겠다고 전화통화를 끝내 놓았다. 어쩌면 돌아오는 길도 그렇게 될테지. 뭐 별 수 있는가. '그들'이 벌려놓는 일들을 수습하는 것이 내 역할인데. 내가 맡은 경기만 잘 처리하고 넘어가도 되었던 시절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이것이 윗사람의 부담이려나... 뭐 나이는 제일 막내뻘인데 기수-경력이 위가 되어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학원도 그랬구나 생각하니 참 처신에 주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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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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