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시험이 끝나고 나니까 오히려 심적인 낙차감이 더 큰 것 같네요. 그래서 그런지 머릿속에 사로잡히는 일들은 오로지 싫은 느낌들 뿐... 하다 못해 지난 해 *백만원을 빌려간 심판부 모 고참심판에게 언제 갚을 수 있는지에 대한 확답을 요구하는 문자까지 띄웠다죠. 그렇게 하고 나니까 핸드폰의 배터리 게이지도 한 칸만 남겨놓는군요.

  출근 후에도 기분이 저기압이라 핸펀에 있는 운세메뉴의 바이오리듬을 체크했더니 오늘은 감성리듬이 위험일이더군요. 수업 들어갔을 때 되도록 조심을... 뭐 내일하고 모레는 신체리듬과 지성리듬이 저조기에 들어가니 심판일을 하기에는 위험요소가 많겠지만 하루이틀 한 것도 아니고 잘 치러내야죠.

  어제 가방이 도착해서 방에 갖다 놓았습니다. 아직 장비를 옮겨놓진 않았는데(방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확인하려 했는데 이상할 정도로 이 달 초에 극심한 귀차니즘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라) 주 장비와 보조장비, 그리고 가벼운 옷가지는 구분없이 메인 수납공간에 넣고 선크림이나 카운터기, 모자는 바깥쪽의 수납공간에 넣으면 그럭저럭 다닐 만 하겠네요. 이동 중 바퀴가 얼마나 버텨줄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계단에서 낑낑대는 모습은 덜 나타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군요.
  고시원 방의 인터넷 네트워크 케이블을 노트북에 연결하면 연결제한이 뜨느라 며칠 째 새벽에 인터넷에 접속하는 일은 꿈도 못 꾸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작업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네요(결국 핑계거리를 찾는 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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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호 선수의 지명양도 소식(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도 새벽에 속보를 접할 수 있었을 텐데 오후 출근길 신문가판대에서 접했답니다. 상당히 착잡하죠. 사실 메츠에 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름의 각오라던가 다짐이 있었을 텐데 등판 후 인터뷰 기사를 읽어 보니(그 기사내용이 정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겠지만), 자신의 피칭 메커니즘이 무너진 것(결국 자신이 투수에게 안타를 맞고 그 여파로 스트레이트 볼 넷 두 개 주고 타점기계인 미겔 카브레라 타석까지 경기를 끌고 갔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잘못)에 대해 그저 좋은 경험이었다는 자평을 할 만한 여유를 보일 팀 내 위상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그러한 마음가짐이라면 고참선수들에게 그 위상에 걸맞는 성적을 원하는 빅리그 구단들의 성에 찰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텍사스 시절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인터뷰 기사들이 있었는데 그 때는 햄스트링에 허리 통증 등 몸이 매우 안 좋은 상황에서 자신의 피칭 메커니즘을 많이 교정해야 했던 처지이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부분도 있었을 테니 그랬겠다 싶은 마음이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라고 생각하는데 본인이 너무 태평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저 운이 나빠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닌데...

  어찌 되었건 이번 일을 기회로 빅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좀 더 독하고 모질게 자신을 관리했으면 싶습니다(훈련량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운드에 올라섰을 때의 마인드 컨트롤을 이야기하는 것). 그 정도의 하드웨어에 그 정도의 경험이면 뭔가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비오는 날 먼지나게 일어나는 심정이네요.
  이제 1학기 중간고사 시험대비 체제가 마무리가 되었다고 해도 될 만한 상황이 되었네요. 아직 내일 한 건이 더 남아 있지만(학교들의 수가 여섯 개나 되지만) 인원이 매우 적은 관계로 내용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정도는 아니니까요. 덧붙여 직전보강수업과 정규수업(시험치르고 난 학교, 시험치르기 전의 학교들)을 병행하는 것도 오늘이 끝이네요. 쉬는 타임이 없어 피곤했다는...

  시험을 치르고 난 다음의 학교 아이들이 수업을 들어왔을 때 영어 수학과 달리 딱히 진도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터라(진도를 나가면 나중에 복귀하는 이들에게 보강이 필요한데 그럴 만한 체력이나 여건은 더욱 열악하다는) 되도록 정규수업 체제 전환을 늦추는 쪽으로 생각하는데 그러자니 이번 주에 시험 끝나고 돌아오는 아이들에 대한 수업은 시험보았던 것에 대한 강평이라던가 사료로서의 의미가 있는 자료의 제공, 그리고 수업 때 호기심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재 선정에 머리를 지끈거리게 되네요. 그러한 생각 도중에 [패러독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지쳐 있는 아이들의 눈빛을 띄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몇 문제, 오늘 출근길에 진짜 운좋게 옛날에 구입했다 처분했던 [이야기 패러독스]라는 책을 다시 구입하고 들어와서 몇 문제를 제시했답니다. 비록 수학에 약한 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처져 있는 몇몇 아이들에게는 활력소가 되었으면 싶다죠.

  그럼 이제 조만간 기말고사 서술형 문제 자료 작업도 해야 할 테고 개인적인 생각 중의 하나인 고등부 쪽으로의 이동을 노리는 자료공부도 해야겠는데 영 새벽에 들어와서 아침까지의 시간을 원활하게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걸립니다. 생활에 규칙성이 너무 부족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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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잠 설쳐 몇 시간 안 자고서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복귀 선발등판 경기를 보았는데 3회가 정말 아쉽더군요. 박찬호 선수의 메이저리그에서의 활동에 대해 불평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기는 하지만 만약 눼이버에 올라온 인터뷰 기사가 정확한 것이라면 다소간 실망스러워요. 메이저 경력이 몇 년이고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좋은 경험을 했다라... 그렇다면 그가 선발등판한 그간의 많은 경기들 중에서 오늘같은 경기를 치른 적이 한번도 없었다라는, 그래서 좋은 경험을 했고 시행착오를 거쳤으니 좋아질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한 거잖아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박찬호 선수도 그렇고 다른 한국인 빅리거 투수들도 그렇고, 따지고 보면 많은 빅리그의 투수들이 비슷한 상황을 겪고 지나치고 극복하고 넘지 못하고 좌절하고 할 텐데 너무 심드렁한 자평이 아닌가 하는 의아함이 느껴졌답니다.

  지난 해 그 고생을 하고 복귀한 무대이니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빅리그에서의 생활을 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그렇다고 예전의 수많은 경기들을 치렀던 나름 산전수전 다 겪은 이의 노련미를 보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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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에 교보문고에 들러 책과 기타의 물건들을 구입하는데 지나가다 엊그제 인터넷으로 지른 가방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끌고 다니기에는 적당한 크기... 들고 다니기에도 그다지 무리가 느껴지지는 않겠다 싶은 정도... 보관에도 나름 요령을 부리면 어찌어찌 할 수 있겠다 싶고... 다만 그 잡다한 장비를 효과적으로 넣고 심판복과 다른 잡동사니들(선크림, 팔목발목 보호대, 볼주머니나 카운터기 등등)을 넣을 공간이 될지가 내심 불안하네요.
  어차피 마스크라던가 몇몇 물건들에 대한 욕심이 술술 일어나고 있는 중이기는 한데 재정 문제와 공간 문제(책 한 무더기를 옮겨야 의자에 앉아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나아진 상황이라면 믿으실 수 있나요?)가 제일 걸림돌이라 백년하청일 듯요.

  고시원 숙소에 돌아와서 인터넷 접속을 시도하면 일정 시간이나 특정 시간대에 이루어지다가 접속에 제한이 걸리거나 아예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자주 벌어져서 포스팅을 새벽에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어둠의 세계에서 움직이느라 트래픽이 초과되어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언젠가는 어둠의 세계를 누비지 않고 인터넷만 이리저리 움직이고 다녀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접속이 안 되더라고요. 고시원 주인 아저씨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이고 저도 그렇고요. 네트워크 쪽은 어차피 전문가도 영문을 알 수 없는 요지경 세계인 터.

  미디어몹 블로그에 재어 놓았던 글들을 어제 오전(맞나?) 부로 모두 지워 버리고 나니 마음 한켠이 스산함이 생깁니다. 뭐 그곳에 있었던 폴더가 많게는 7,8개 정도였는데 하나 하나씩 지워 와서인지 몰라도 마지막 폴더를 지우는 순간의 망설임은 덜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어제 수업을 하고 있는데 남방 윗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핸드폰의 진동음이 들려 왔습니다(오후 6시 20분 경). 한두 번 울리다 말겠지 싶었는데 계속 울리더군요. 모토로라 크레이저 넘... 놔두면 아이들에게 시선받을까 하는 마음에 더 큰 소리로 수업을 진행하고 종료 후 복도에서 확인해 보니 모르는 번호더군요. 사실 모르는 번호가 발신번호로 뜨면 거의 안 받는데 이 번호는 왠지 아는 번호 같다는 생각이 들어 회신전화를 해야 하지 않는가 싶었지만 수업이 계속 있던 터라 통화버튼을 누른 것은 수업이 종료된 이후인 밤 10시 30분... 사무적인 목소리의 여자 분이 받으시더니 누가 전화를 했는지 모르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해서 어디인가 확인해 보았더니 친구(고교 졸업, 대학 졸업 이후 연락이 서로 오가는 이로는 거의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가 근무하는 방송사더군요. 그렇다면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안 이상(혹여나 그곳 사무실 전화기에 발신번호 기록이 남아 있다면) 또 전화하겠구나 하는 마음에 끊었죠.
  퇴근을 준비하던 밤 10시 55분 경에 다시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예의 그 친구였죠. 지난 일요일의 야구경기에 대한 블로그 정보를 접하고 전화를 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뭐 저야 이미 그곳의 블로그(미디어몹)는 글들을 모두 지워 버렸다고 전해 주었고 경기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답니다.
  앞으로의 선전을 서로 당부하고 끊으니 어느 사이에 다른 선생님들은 모두 퇴근한 다음이더군요. 부랴부랴 교무실을 나섰다는...

  퇴근하고 나서 인터넷을 다시 들어오니 이곳(티스토리 블로그)도 블로그 검색 정보에 상위로 올라와 있더군요. 물론 미디어몹과 오마이뉴스(그곳은 한참 전에 블로그탈퇴를 해 버림) 블로그 정보도 떠 있었고. 역시 개인적인 글이 섞여 있는 것이 보여지길 원하지 않아 해당 포스팅을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앞으로 야구 및 심판 관련의 글을 쓸 때는 좀 더 신중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뭐 이미 제 블로그의 글들을 알음알음으로 다 읽은 분들이 저에 대해 알고 계시다면야 더 할 말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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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복 님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에서 이제 시경, 서경, 주역, 논어, 맹자 편을 읽고 이제 노자 편에 접어들었습니다. 원체 두꺼운 책이다 보니 진도가 영 따라주질 못하네요. 오다가다 힘은 제법 들었지만 일산으로 배정받아 왕복 100분 이상을 책읽기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이 이번 주에 일어나지 않았음을 기뻐해야 하는지 아쉬워해야 하는지 참 모를 일입니다.
  학원에 가면 수업에 대한 생각에 항상 후회하는 기분(내 자신이 수업을 잘 한 것인가, 그리고 소속된 팀이 없고 담임맡은 반이 없는 상당히 빡빡한 수업일정을 이유로 학부모 상담전화를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이 들기 일쑤, 방에 돌아오면 뭔가 작업을 해야지 하는 강박감이 있는 한편으로 괜히 투덜대며 회피하는 기분으로 지내버리는 세월이네요. 이제는 꺾어진 70, 심신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면서 일을 하는 것은 힘든 것 아니냐 싶으면서도 앞에 쌓여 있는 책무더기와 프린트 더미, 일더미를 어떻게든 마무리짓고 싶은 욕심도 만만찮은 형편입니다.

  하여튼 벌려 놓은 것들은 많고 몸은 한정되어 있고 그러면서도 뭔가 거창하다 싶은 계획만 세우다 변죽만 울리고 마는 나날입니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어떻게든 포스팅을 해 보자고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고 끄적끄적 쳐 나가다 지우기를 수 차례... 결국 오늘 새벽의 [삼국지 10] 데이터 복습 조금 한 거 말고는 한 것이 없는 주말 휴식이었습니다.

  토요일 퇴근 전에 질러 놓은 옷(모직코트 한 벌)이 도착해서 돌아간 뒤 오늘 출근길에 입고 나왔습니다. 재킷을 입고 코트를 입고는 하는 개인사정 때문에 한 사이즈 큰 105 사이즈를 주문했는데 막상 입어 보니(재킷을 입은 다음) 앞의 벨트를 묶어도 안의 공간이 남네요... 거기다 인터넷 창으로 볼 때는 나름 깔끔하고 수수해 보였는데 막상 입고 나니 괜한 [부티]가 느껴집니다. 조용한 컨셉을 찾았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다른 이들의 시선이 겁나요... 다음 달 안에 재킷을 하나 더 구입할 요량인데 그 때는 사이즈를 100 사이즈로 딱 맞게 해야 할 듯 싶네요. 장비가방의 교체로 심판 신발을 넣어두는 가방도 하나 추가 구매해야 할 입장인데 이래저래 통장 잔고 뚝뚝 떨어지는 소리만 들리는 2007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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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를 시끄럽게 했던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의 인수 해프닝(저는 이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뭐 MLB 중심으로 관심도가 움직여져 있는 현재 저에게는 그다지 눈길가는 이슈가 아니어서 가만이 주시만 했답니다. 농협 인수설, 인수기사, 목동구장 등에 대한 실사, 드래프트제 도입 전망에 인수에 대한 주위의 반발(일선 농민 분들의 반발이 클 것은 자명하다고 예상했으니) 등등...

  결국 인수가 불발로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역시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라던가 현재 프로야구 -기타 다른 프로스포츠도 망라해야겠지만- 체제구조를 고려한다면 획기적인 개선안이 나오고 그에 대한 과거 70,80년대 초반식 밀어붙이기 추진이 없으면 힘들 것'이라는 제 불안한 심경이 톱니가 맞아 들어간 듯 싶어 안타깝더군요. 뭐 학원 일을 시작한 이래로 야구를 보러 야구장에 간 적이 한 번도 없는 지경(학원 일을 하기 전에도 간 적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지만 혼자 노는 이가 가기에 야구장이 그다지 좋다고 하긴 어렵잖아요)이니 책임 소재를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모습을 개선시키려면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도 아니고 맞물리는 분야도 많고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올해 동대문구장이 예정대로 철거가 된다면 당장 심판으로 뛰는 것도 영향을 적지 않게 받게 될 전망이고 앞으로의 일도 예측이 쉽지 않죠. 그전에도 장미빛 희망을 안고 이쪽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그다지 이루어지지 않을 신기루성 꿈은 더더욱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나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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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주 씨의 일이 있은지 얼마가 되었는데 이번엔 유니 씨(전에는 본명이 이혜련으로 알고 있었는데 허윤 씨로 나왔네요)의 소식이로군요. 그들이 고등학생 때 드라마에 나왔을 때 호감을 가지고 보아 왔던 이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다른 저간의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드라마에 나올 때나 나중에 컨셉을 지닌 가수로 등장해서 활동할 때 상당히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는데 우울증이 있었다라...

  그러고 보면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은 우울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반추를 해 보게 되네요. 당장 저도 고등학교 졸업 이래 부딪쳤던 이들과의 관계라던가 일이라던가에서 지나치게 제 자신을 헤집고 꼬집고 내 탓을 하는 등의 이른바 내사(內射)를 많이 해 온 편이니까요. 아무쪼록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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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일요일, 아니면 다음 주 정도에는 박물관이라도 한 번 갔다 와야 하지 않으려나 싶네요. 일요일을 휴식으로 보낸 지도 근 두 달 여인데 혼자놀기 모드에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자청한) 백수생활 어느덧 2주를 넘어서고 있는 현재.

여전히 정오를 전후해서 잠에서 제대로 깨어나고 오후 다섯 시를 전후해서 바깥 출입을 한 차례(식사, 마트에 들러 쇼핑, 그냥 산책 등등)하고서는 하루에 한 끼의 식사를 해 버리고 군것질도 하면서 해저물녘을 보냄. 밤에서 새벽 느지막이까지 케이블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거나(삼국지 10도 백업한 데이터만 불러오게 되니 지루함이 생겨서...) 막연한 공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피스톤, 또는 다람쥐 쳇바퀴에 매이는 삶에는 다를 바가 없겠지만 그래도 혼자 멍하니 있는 모습이나마 TV 화면을 보면서 크게(하지만 소리는 죽여서) 웃어도 보고 나름 스토리가 있는 영화나 여타의 프로그램에 눈길을 돌려보기도 하는데 적으나마 여유를 가져보는 중. 이렇게 백수로 지내고 있을 때 아는 이들과 연락을 적극적으로 해서 식충이 생활도 해 보고 해야 하는데 막상 그들의 삶에 간섭하는 듯도 싶고 내 자신의 삶의 리듬이 아직도 정상적으로 돌아와주지 않으니(그런데 학원강사 생활로 인한 리듬이 원래 지금의 리듬인데 뭐가 정상적이란 이야기인지...ㅡㅡ;;) 난감할 따름이다.

[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재방이 이루어진 지난 토요일부터 어제까지 모처럼 10편 중에 놓치는 장면 없이 모두 제대로 보는가 싶었더니 하필 어제 밤에 [신한은행 스타리그 2006 2차시즌, 3-4위전 및 5-8위 결정전], [웨스트윙]과 [다크 엔젤]을 이어 보느라 9편과 10편을 놓쳐 버렸다. 뭐 예전 방송 때 놓쳤던 부분은 1편과 3편, 5편이었는데 그 회들은 다 챙겨보았으니 다행일런가. 그렇기는 해도 스타리그의 5위 결정전에서의 박태민의 저그 대 저그 전에서의 "운영에 의한 역전극"은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뭐 여타의 게임들을 많이 보고 지낸 것은 아니지만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존재하는 그 어마어마한 "삶의 세계 속에 나오는 요소들"이라는 것에 아직도 남은 여지가 있다는 것 때문일까. 그래서 이제 10년을 향해 가는 3종족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살아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결승전들이 남아 있는데(엠겜의 심소명과 마재윤, 온겜의 이윤열과 오영종 전) 참 제대로 된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진국이 또 한 번 우려져 나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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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핸드폰의 평소와 다른 때의 진동음에) 잠시 눈을 떠 보니 모 학원에서 면접의사를 물어보는 - '일할 사람을 찾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그런 뜻 아닐까? -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그런데 들어온 시간은 무려 아침 6시 20분... 도대체 어떤 학원 관계자가 그 시간대에 눈이 떠져 있어서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 있는 내 이력서의 핸드폰 연락처를 보고서 보낸 것일까 하는 의아심이 그득했다(전화번호도 그 학원의 번호가 맞았다). 하지만 어제 생각 끝에 결국 전화하진 않았다. 하지만 오늘 - 자정 지났으니 - 은 오후 나절에 한 번 전화를 해 볼까도 싶다. 뭐 면접을 봐야 한다면 거리도 멀지 않으니 산책하는 셈칠 수도 있고.

오후에 머리를 깎으려 걸음을 했는데 평소 들르던 **클럽은 근 며칠 때 셔터가 내려와 있다. 2층 위로 올라가는 입구의 셔터이니 2층 위의 상가 전체가 운영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 있겠지. 뭐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별별 말을 다 갖다 붙이기는 하지만 요즘 시세에 5천원 정도로 한 달 보름 정도를 나름 깔끔하게 머리를 깎고 다듬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 오늘 내일 외출 길에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다른 동네의 체인이라도 찾아봐야 하는가 싶다. 결국 **기차역 입구에서 한 골목 더 올라가보았음에도 커트보다 꾸밈머리(예를 들면 퍼머라던가 붙임머리 같은)에 더 힘을 기울이는 가게들만 확인하고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도시락 가게에서 2인분 어치를 구입하고 돌아와야 했다. 어제 그제는 사 먹었으니 오늘 내일은 집에서 보태 준 반찬으로 또 먹어야겠지(어제 그제 이전 한 3일 정도는 집에서 보태 준 반찬으로 먹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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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을 주문하고 돌아오는 사이에 심판부의 옛 상급자 되는 분과 통화(지난 해까지 배정담당 총무를 맡았고 현재는 협회 이사직만 유지하고 계시는 중)를 했다. 뭐 내가 백수되고 나서의 삶을 걱정해 주는 대화와 그분과 나 사이에 얽힌 사소한 - 어찌 보면 사소하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럽게 화제는
심판에 대한 쪽으로 옮겨갔다.

나야 뭐 지난 토요일 **구장에서 겪었던 상황 몇 가지를 불평 토로하듯 이야기했고 효과적인 4심제를 위해 2심으로 고생하고 간간이 3심제를 소화했던 것인데 오히려 4심제로 많은 경기를 본 올해가 더 문제가 많은 듯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점은 그분도 동의, 마침 내가 경기를 본 다음 날인 일요일 같은 구장에서 다른 대회의 4심제 경기를 소화하신 모양인데 시스템 포메이션에 크진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제법 된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솔직이 이렇게 우리 심판부 내에서도 적지 않은 구멍이 있게 되고 자칫 대외적으로 안 좋은 이미지가 퍼져 나갈 소지가 있게 된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그간 워낙 리그들을 빡빡하게(여유인원이 별로 없이 말뚝으로 나가고, 11월 전에 끝나는 리그들의 수가 매우 적어지는 현실에서) 심판을 보내오다 보니 정작 재교육이 필요한 분들에게 현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는 KBO 심판학교 교육(물론 한 번 이상 이수한 분들이지만 또 할 필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 1995년과 2001년 전 교육과정 이수, 2002년 1/2 과정을 이수했음에도 학원생활하면서 근 3년을 이수하지 못한 나 자신도 올해 들어 마음과 몸이 주어진 실전상황에 따라 움직여주지 못함을 느끼고, 실제 아주 쉬운 판정에서도 내 스스로 불안을 노출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되니까.

대화 도중에 "저 이렇게 백수생활 오래 가게 되면 KBO 심판학교 다시 한 번 전 과정을 이수하는 쪽으로 갈 지도 모르겠어요. ^^;;"하는 말이 나왔고, 그래도 그분은 내 (자청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백수생활을 다시금 벗어나는 것이 먼저가 아니겠느냐는 조언을 해 준다. 아는 이들 중에서 비록 한정된 분야이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마음편하게 털어놓고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운 중의 하나이겠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물론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아마 이번 주의 배정은 리그 쪽보다는 토너먼트 대회 쪽에 나가게 될 가능성이 많을 듯 싶다. 예전에 받아두었던 심판학교 교재의 포메이션들을 다시 한 번 숙지해 둘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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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일요일까지 일산에서
게임 쇼(정확한 이름이 뭐였는지 또 까먹었음. 박람회였던가...ㅡㅡ;;)가 열린다고 하는데 관람을 가 볼까 싶다. 만약 학원을 다니는 상태였다면 그곳에 갔다가 관람하고 출근하고 어쩌고 하는데 시간에 많이 쫓김이 있었을테지만. 하지만 그러한 좋은 점도 있는 반면 거기를 찾아가서 보고 듣고 한 것들을 정작 아이들(요즘 아이들이 게임이라던가 만화 등의 매체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려나?)과 교감하고 나눌 수 없다는 것은 상당한 아쉬움이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든다. 오늘 오전에 일어나게 되면 여유있는 하루가 될지도. 그곳에 가서 관람하고 돌아오는 길에 일산 시내에서 우연히도 머리를 깎게 될지도 모르고, 잘하면 온라인지원을 집어넣은 곳에서 면접제의 연락이 올 수도 있으니까. 다만 지난 주처럼 집에 한 번 찾아가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미몹에서 [야구잡식]으로 분류해 끄적여 놓은 글들 중 그래도 반응이 가장 많은 것 중에 하나를 옮겨 놓습니다.
현재 미몹의 폴더는 게임 이야기, 스크랩보관글, 책베끼기 세 개를 폭파시킨 다음이라 [낙서보다는 일기], [낙서장], [야구로 사는 이야기... 주제블로거 폴더], [야구잡식]의 네 개가 남았죠. 그 중에 야구잡식하고 낙서장 폴더는 폭파시킬 예정입니다. 미몹에서 완전 손털고 떠나는 일은 아직 깊이 생각하지는 않은 상태이지만 학원 안에서 겪는 요즘같은 우울함을 고려하면 잘 모르겠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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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잡식 | 2005-10-1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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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디비전 시리즈 4차전 경기...

헛슨의 7이닝 1실점 호투--결과적으로는 7이닝 3실점)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타선에서는 3회 브랜던 배키를 상대로 애덤 라로쉬의 그랜드 슬램에 8회초 터져나온 매캔의 솔로홈런까지 해서 5점의 리드를 가져갔기에 5차전으로 넘어갈 분위기가 거의 확정되는 듯했죠.  (볼넷과 내야안타를 허용하고 최근 불펜에서 유일한 상승세의 셋업 겸 마무리요원인 판스워스에게 마운드를 넘겼습니다. 불안한 불펜을 감안하면 5점 차라도 안심하기 어려울 터이긴 하죠)

그렇기는 한데 헛슨이 내려오자마자 난리가 나 버렸군요. 버크먼의 그랜드 슬램... 애틀란타의 선취점도 애덤 라로쉬의 그랜드 슬램을 기반으로 해서 6점, 휴스턴은 희생 플라이로 한 점 만회한 것인데 8회말에 한방으로 한 점 차 게임을 만들어 버리다니... 솔직이 8회에서의 애틀란타 수비에 아쉬움이 남지 않으면 이상하겠죠. 브룬틀렛의 유격수 땅볼을 퍼칼이 자일스에게 토스하는데 자일스 발이 베이스에 닿지 않아 세이프가 된 거 하며 비지오의 3루 땅볼을 치퍼 존스가 잡아 3루에 터치하면서 1루로 던졌는데 대수비로 들어간 프랑코의 발이 떨어진 것까지... 상대적으로 이런 장면에서 정확하고도 과감한 판정을 내린 메이저리그 심판들의 역량에도 감탄 한 방...

9회... 파이어볼러 판즈워스는 다시 올라왔고 6번 레인 범타, 7번 비스카이노 루킹 삼진으로 2아웃... 타석에는 8번 브래드 오스머스... 카메라는 연신 벤치의 제프 백웰을 비춰주는 가운데 4구를 혼신의 힘으로 노려친 오스머스의 타구가 미닛메이드 파크 좌중간 펜스의 노란 라인 선상을 맞춥니다. 동점홈런~~!!! 시즌 기록이 홈런 3개인 그에게... 진짜 제대로 된 박터지는 승부가 되었습니다. 크.......

이 포스트 화면을 띄워놓은지도 어언 3시간여... 경기를 보기 시작한지 5시간이 지났습니다만 경기는 끝나지 않는군요. 휴스턴은 배키가 일찍 강판당했기에 불펜소모가 심해 이젠 클레멘스 옹까지 마운드에 올려야 하는데다 타선에서 장타를 터뜨려 줄 수 있는 선수들이 모두 8~10회 사이에 교체되어 들어가 벤치멤버도 소모되었고 엔스버그를 제외하면 운에 맡겨야 할 상황... 애틀란타는 9번 타순의 투수 자리에만 대타를 쓰는 방법으로 불펜과 벤치요원의 소모를 줄이고는 있지만 8회 이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아내질 못하고 있고요. 은연 중에 역시 불펜투수는 드바인과 포스터만 남았는데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일테니 최악의 경우엔 라미레즈를 넣을지도 모를 일(5차전 선발로 스몰츠를 쓸까요?) 양팀의 승부가 어찌 되었건 이 정도의 전력소모는 역시 세인트루이스에게 득이 될 전망입니다. 경기화면에도 나오는데 기록 경신이네요. 소요시간과 이닝 모두(경기시간 5시간 20분 경과, 이닝은 17회에 접어들었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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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끝났습니다. 18회 연장 끝에, 5시간 50여 분의 경기 끝에, 크리스 버크의 끝내기 홈런이 애틀란타의 드바인을 상대로 터졌네요... 덕분에 밤샌 보람을 느끼겠더라는...(또 이런 경기보라고 밤새라면 사양합니다... ㅡ0ㅡ) 정말 극적인 장면이네요. 결정적인 순간마다 홈런(버크만 외에는... 오스머스가 9회말 2사 후에 동점홈런을 칠 줄은 전혀 예상못했다는...)이 터지고, 선발투수인 40대 중반의 로저 클레멘스가 나와서 3이닝을 던지는 등 혈투 중의 혈투였습니다...

또 한 가지 부러운 것이 18이닝이나 되는 경기를 하면서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참아 준 휴스턴 관중들이 참으로 경의롭군요...

결국 휴스턴이 승리해서 시리즈를 가져감으로써 비록 전력 소모는 심했지만 세인트루이스와의 대결에서도 마운드에서만큼은 대등한 승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다행히 휴식일도 2, 3일 정도는 확보했으니 선발투수들의 휴식도 충분할 법하고요. 어찌 되었건, 간만에 맨 정신으로 경기를 본 것으로 제대로 진을 뺀 경기감상 포스트가 되었습니다. 애틀란타로서는 라로쉬가 그랜드 슬램을 친 다음 공격에서 안이한 주루플레이로 홈에서 횡사, 점수 차를 더 벌려놓지 못한 것이 꽤나 큰 아쉬움으로 남을 듯요...

  1. Hell Bells blog 2005-10-10 09:56

    엉엉... 미친 척하고 스몰츠형님 올려버리쥐...
    칵스감독과 마조니 코치는 느무 투수들을 잘 관리해서 탈이라니까요...ㅜ.ㅜ
    내년 헛슨의 사이영과 치퍼의 MVP를 기대하면서 시즌을 접는군요...ㅠ.ㅠ

  2. Trotzky blog 2005-10-10 13:40

    1-3차전에서 판스워스를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불쇼를 벌여서 4차전은 헛슨을 최대한 길게 가고 판스워스로 바로 갈 것 같다는 경기 중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것까진 나쁘지 않았는데, 8회의 수비의 헛점노출(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결국 화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퍼칼과 자일스가 존스 듀오 앞에서 충분한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큰 아쉬움일 듯요. 스몰츠 선수의 경우 클레멘스 보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이틀 휴식 후 등판은 좀...;;;;;;

    내년의 애틀란타의 보완할 점을 [주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경기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3. 하늘의길 blog 2005-10-10 11:21

    1. 쉽게 끝날 줄 알고 신경도 안 썼던 경기가... 정말 대단했군요... 애틀란타에게는 '두고 두고 아쉬워할' 장면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네요...
    2. 포스트를 열어놓고 경기를 끝까지 보신 Trotzky님도 고생많으셨습니다. 저처럼 적당히 보고 경기 길어지면 뉴스로 확인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스포츠?'라는 질문에 'ㅇ'자도 못 쓰겠네요...휴~ ^^

  4. Trotzky blog 2005-10-10 13:47

    운이 따랐다고 봐야죠. 심판일 쉬는 주, 마침 저녁에 선잠을 자서 말똥말똥 잠이 안 오는 상태, [킬러 B]의 백웰을 94년 스탯보고 반하고 97년 찬호 경기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보고서 반해 지금까지 휴스턴 팀에 대한 호감도(지역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를 가져왔던 등 말이죠.

    솔직이 [제대로] 된 드라마가 되려면 연장 10회 백웰 선수 대타 기용 때 끝내기 **가 터져주는 것이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아쉽기는 해요(휴스턴 입장에서). 애틀란타 입장에서는 연장 15회이던가 1사 만루에서 매캔이 삼진을 당한 것이 또 하나의 아쉬움일 듯... 에스트라다가 양팀 유일한 포지션 플레이어 중 비출장 선수였다는데 왜 기회를 안 주었을까요...

    정말 포스는 이럴 때 느껴지는가 봅니다. 8회말 1사 만루가 되었을 때 버크만에게서 느낀 기가 장난이 아니었죠. 상대도 파이어볼러이니 제대로만 맞추면 사단이 벌어질 법했고 9회 오스머스 타석에서 벤치에 백업 포수 차베즈가 있었음에도(결국 연장 중에 나와 포수와 1루수를 번갈아 보았습니다.) 대타요원을 넣지 않았는데 거기서 노란 라인 위를 살짝 맞추어 내는...(너무 극적이라 말을 잃었답니다...)

  5. 역시큰경기 2005-10-10 16:55

    역시 큰 경기에서는 수비와 주루의 미묘한 차이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군요. 물론 경기를 결정짓는 건 홈런과 호쾌한 장타이지만 그 찬스를 만들어주는 건 수비(호수비뒤의 기회, 혹은 수비실책뒤의 대량실점)와 주루, 기본기이군요. 애틀란타..정말 그들은 여기까지인가..

  6. Trotzky blog 2005-10-10 20:03

    그러한 양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체력, 집중력, 기본기의 반복적인 습득을 통한 안정성은 아닐까 자문해 봅니다. 솔직이 라로쉬의 주루 플레이의 느슨함 외에 퍼칼이나 프랑코의 수비의 보이지 않은 미스는 다른 노련한 팀들에서도 보이곤 하는 문제였죠. 다만 상대가 경기 후반에 강한 타순의 스팟으로 향해나가는데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 큰 차이... (반면 연장전 중의 휴스턴의 실책은 더 강한 집중력으로 극복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럴 때 홈그라운드의 이점도 한몫을 했겠죠.)

  7. Trotzky blog 2005-10-10 20:04

    그러고 보니 그전날 세인트루이스와 샌디에이고 3차전 1회초에 엑스타인의 그 질주와 대비가 되는군요...

  8. pure100 blog 2005-10-10 21:24

    카디널스하고 에스트로스(맞나?--)화이트삭스는 결정됐고 이제 양키즈냐
    에인절스냐만 남았군요.과연 승부는 -0- 또 보고 멋지게 써주세요 ㅡㅡㅋ

  9. Trotzky blog 2005-10-11 01:33

    흥행적으로는 양키즈인데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침에 과연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ㅡ,.ㅡ

  10. 역시큰경기 2005-10-11 16:04

    양키스와 에인절스의 경기도 그렇고..한화와 두산의 경기도 그렇고..어떻게 보면 미묘한 기본기의 차이와 집중력의 수준의 문제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참으로 어이없는..어처구니없는 실책으로 승패가 갈린것 같네요. 에인절스의 득점중 최소 2점은 과감하고 정확한 판단의 주루플레이가 거저 만들어주었다고도 할수 있겠죠. 두산의 승점은..거의 말다했죠..머. 암튼 야구를 보며 인생을 돌아보곤 합니다. 너무 거창한가..^^:

  11. Trotzky blog 2005-10-11 17:08

    그렇죠... 스탯으로 나타나지 않는 미묘한 부분에 대한 것도 감안해서 보아야 할 것이 꼭 스포츠 뿐은 아니지만 많이 있죠.

  12. fhd 2005-10-12 11:29

    참 글쓰는거는 자유라고 하지만 좀 알고쓰지...불쌍타

  13. Trotzky blog 2005-10-12 14:33

    당신은 아는 거 있나? 그럼 써봐. 쓸데없는 의미의 리플 달거면 이제부턴 과감하게 삭제해줄게. 찌질대는 거 내가 하는 것도 싫고 남이 하는 싫지만 내 생각과 다른 이야기 할 때는 근거가 맞으면 인정해 주려고 했어 그런데 네가 쓰는 이 리플은 그 격이 한참 낮아서 좌시할 가치가 없다네.

  14. 8비트 소년 2005-10-12 04:33

    한국 프로야구는 12회만 해도 5시간 가까이 하는데 18회 했으면.... - -; 메이저 리그의 빠른 경기진행은 한국 프로야구가 정말 배워야 할거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너무 빨라서 여유가 없어(맥주 한잔 할 시간도 없으니) 적응이 안되긴 하지만.....

  15. Trotzky blog 2005-10-12 14:35

    경기시간 자체는 그렇게 짧게 가는 것이라 느끼진 않는데, 플레이의 맥을 끊고 길게 가야 할 때와 신속하게 진행해 나갈 때의 리듬을 선수와 감독들이 알고서 하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 쪽은... 글쎄요. 최근에는 관심을 잘 두질 않으니 할 말은 아닌데 예전에 보았던 기억은 템포를 빨리 해나가도 상관없는 타이밍에서 지지부진한 모습들을 모두들 보여주는 경우가 있었죠. 오죽하면 프로야구에서 [촉진 룰]을 만들었을까요?

  16. 역시큰경기 2005-10-12 13:38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건데요. 디비전 양키스 Vs. 에인절스 막판경기에서요..2회말 케네디 타구는 누가 잡아야 했던 걸까요? 아님 누가 잡을만한 타구였나요? 중견수 크로스비인가요? 아님 좌익수 세필드인가요? 기자들도 헷갈려하는거 같은데..크게 충돌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그걸로 디비전시리즈가 날아갔으니..댓가가 너무 크네요.

  17. Trotzky blog 2005-10-12 14:38

    둘 다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라면... 쉽게 잡을 수 있는 선수요!

[레전드 스토리] '휴스턴의 전설' 제프 배그웰
[김형준 칼럼 2006-09-0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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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베이브 루스를 10만달러(현금 2만5000달러와 2만5000달러짜리 수표 3장)에 뉴욕 양키스로 보내는 역사상 최악의 실수를 저지른 보스턴 레드삭스(양키스는 펜웨이파크를 담보로 30만달러도 빌려줬다).

그들의 실수 랭킹에서 역대 2위를 꼽자면 두 말할 것 없이 그로부터 70년 후
제프 배그웰(38)을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넘긴 것이다.

1990년 8월31일(이하 한국시간) 2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6경기반 차 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었던 보스턴은 휴스턴에서 37세의 노장 불펜투수 래리 앤더슨을 데려왔다.

그리고 그 대가로 더블A 이스턴리그에서 타율 .333 출루율 .423 장타율 .457를 기록하며 리그 MVP에 오른 22세의 3루수 유망주 배그웰을 내줬다.

앤더슨은 보스턴에서 15경기에 나서 22이닝을 던졌고 방어율 1.23의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즌 후 FA로 풀려 보스턴을 떠났고 배그웰은 휴스턴 역사상 최고의 타자가 됐다.

보스턴이 배그웰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한 것은 팀내 자리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 당시 보스턴의 3루는 7년 연속 200안타 행진을 질주하고 있던
웨이드 보그스가 지키고 있었으며, 1루에는 특급 유망주 모 본이 메이저리그 입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해 22세의 모 본은 트리플A에서 타율. 295 출루율 .371 장타율 .539를 기록하며 놀라운 장타력을 과시했다. 휴스턴이 처음에 달라고 했던 선수도 배그웰이 아닌 모 본이었다.

보스턴 입장에서 볼 때 배그웰은 3루수로서 그리 뛰어난 수비수가 아니었으며, 출루능력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1루수로서의 파워도 부족했다. 결국 루 고먼 단장은 122kg의 거구인 본을 지명타자로 돌리고 배그웰에게 1루수의 기회를 주는 것보다 앤더슨의 한 달을 선택했다.

사실 배그웰에게 보스턴은 단순한 친정팀이 아니었다. 보스턴에서 태어난 배그웰은 인근 코네티컷주에서 레드삭스 네이션의 팬으로서 자랐다. 칼 야스쳄스키를 보면서 언젠가는 자신도 반드시 펜웨이파크에 서겠다고 결심했다.

198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스턴이 4라운드 전체 109번째로 지명하면서 배그웰의 꿈은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배그웰은 결국 펜웨이파크에서 1경기도 뛰지 못한 채 보스턴 유니폼을 벗었다.

하지만 휴스턴에도 3루 주인은 따로 있었다. 당시 휴스턴은
켄 캐미니티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었다. 결국 스프링캠프에서 1루수로 전환한 배그웰은 개막전에 1루수로 나섰다.

휴스턴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 주전 1루수인 글렌 데이비스를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보냈는데, 이 때 받은 선수는 커트 실링, 스티브 핀리, 피트 하니시였다. 휴스턴은 핀리에게 주전 중견수 자리를 내준 반면, 실링은 다시 1년만에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불펜투수 제이슨 그림슬리와 바꾸는 아쉬운 선택을 했다.

배그웰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타율 .294 15홈런 82타점을 기록하며 휴스턴 역사상 최초로 리그 신인왕에 오른 것. 이듬해 타율 .273 18홈런 96타점을 기록한 배그웰은 1993년 첫 3할 타율(.320)과 첫 20홈런(20홈런 88타점)에 성공했고, 1994년 마침내 폭발했다.

파업으로 시즌이 중단된 94년 배그웰이 올린 성적은 110경기 타율 .368 39홈런 116타점. 100타점과 100득점을 넘은 유일한 내셔널리그 타자였으며, 타율과 출루율(.451)은 4할 타율에 도전했던 토니 그윈(타율 .394 출루율 .454)에 이은 2위, 홈런은 맷 윌리엄스(43개)에 이은 2위였다. 내셔널리그에서 한 타자가 타율 홈런 타점 득점에서 모두 1위 아니면 2위에 오른 것은 1955년 윌리 메이스 이후 처음이었다.

또한 .750의 장타율은 이후 배리 본즈(2001년 .863, 2004년 .812, 2002년 .799)와 마크 맥과이어(1998년 .752)가 넘어서기 전까지
베이브 루스(1920년 .849, 1921년 .843, 1927년 .772) 루 게릭(1927년 .765) 로저스 혼스비(1925년 .756)에 이은 역대 6위에 해당됐다.

결국 배그웰은 휴스턴 최초의 MVP이자 칼 허벨(1936년) 올랜도 세페다(1967년) 마이크 슈미트(1980년)에 이은 내셔널리그 역대 4번째 만장일치 MVP가 됐다(이후 1996년 캐미니티, 2002년 본즈가 만장일치 MVP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03년까지 10년간 배그웰의 화려한 전성기가 펼쳐졌다. 이 기간 동안 배그웰은 1055타점 1051득점을 기록,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과 2번째로 많은 타점(1위 새미 소사 1113타점)을 올렸다.

또 1996년부터 2001년까지는 6년 연속으로 30홈런-100타점-100득점-100볼넷을 기록했다. 이는 2위 테드 윌리엄스보다 2년이나 더 많은 메이저리그 최고기록으로 2002년의 98타점만 아니었다면 8년 연속도 가능할 뻔했다. 한편 배그웰과 같은 해, 같은 날 태어난 프랭크 토머스(오클랜드)는 7년 연속 타율 3할-20홈런-100타점-100득점-100볼넷의 메이저리그 최고기록을 가지고 있다.

배그웰의 가치는 방망이뿐이 아니었다. 마크 그레이스와 J T 스노가 철통같이 버티고 있었던 탓에 골드글러브 수상은 1번에 불과했지만 1루수로서 정상급의 수비실력을 자랑했으며, 1997년에는 43개의 홈런과 함께 31개의 도루를 기록, 휴스턴 선수 최초이자 메이저리그 1루수 역사상 최초로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다. 1999년 42홈런-30도루로 2번째 30-30을 만들어낸 배그웰은 400홈런-200도루를 넘어선 역대 유일의 1루수다.

더 대단한 점은 배그웰이 이 10년 중 6년을 '타자들의 무덤' 애스트로돔에서 보냈다는 것이다. 애스트로돔은 거의 매년 홈런팩터에서 메이저리그 최하위였으며, 파울지역 역시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2000년 휴스턴은 배그웰과 크레그 비지오(2루수)를 위해 좌측 펜스가 짧은 엔론필드(현 미닛메이드파크)를 개장했다.

2004년 만 36세의 배그웰에게 이상이 나타났다. 타율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낮은 .266으로 떨어지고 9년만에 30홈런에 실패한 것. 메이저리그에서 유일무이한 '기마자세' 타격폼 때문이었다.

1루수이자 거포로서는 왜소한 183cm 88kg의 체격을 가진 배그웰은 스탠스를 자신의 어깨넓이보다 2배 이상 벌린 후 공이 들어오면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면서 파워를 극대화했다. 스탠스가 좁은 상태에서 큰 중심이동 없이 부드러운 스윙을 하는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와는 정반대의 자세였다(배그웰은 이 타격폼 때문에 왼손이 금이 가는 부상을 3년 연속으로 당했고 이후 반드시 왼손에 보호대를 착용했다).

젊었을 때 매끄럽게 진행됐던 이 복잡한 타격 과정은 나이가 들면서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이후 배그웰은 타격폼 수정을 시도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휴스턴은 1962년 창단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배그웰(2150경기)도 15년을 함께 뛴 비지오에 이어 역사상 2번째로 많은 정규시즌 경기를 소화한 후 월드시리즈 무대에 나섰다. 하지만 심각한 어깨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던 배그웰은 8타석에서 안타 1개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휴스턴도 월드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올시즌에 앞서 휴스턴은 홈런 타점 볼넷 장타에서 팀 역대 최고기록을 가지고 있는 배그웰에게 은퇴를 종용했다. 그래야 계약 마지막 해 1700만달러의 연봉 중 1560만달러를 보험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주변에서는 로저 클레멘스에게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구단의 섭섭한 처사에 반발했던 배그웰은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이 더 이상 선수생활을 할 수 없음을 깨닫고 부상자명단 등록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야구를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는 말로 사실상의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휴스턴 구단은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청구 만료일을 넘겼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휴스턴 구단과 보험사는 현재 법정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5년간 2150경기 2314안타 타율 .297 488 2루타 449홈런 1529타점 1517득점 1401볼넷 출루율 .408 장타율 .540.

배그웰이 최종적으로 가지게 된 너무나 눈부신 성적표이자 너무나 아쉬운 성적표이기도 하다. 2년만 더 뛰었더라면 가능할 수 있었던 500 2루타-500홈런-1500타점-1500득점-1500볼넷은 베이브 루스(506-714-2217-2175-2062) 테드 윌리엄스(525-521-1839-1798-2021) 배리 본즈(583-730-1915-2141-2418)만이 가지고 있는 기록이다.

또 배그웰은 마이크 슈미트(548) 미키 맨틀(536) 테드 윌리엄스(521) 멜 오트(511)에 이어 한 팀에서만 50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리고 은퇴하는 역대 5번째 선수가 될 수 있었다.

2001년 칼 립켄 주니어(
볼티모어)와 토니 그윈(샌디에이고)은 너무도 행복한 은퇴를 했다. 전반기에 은퇴를 선언한 이들은 팬들의 성원과 사무국의 배려속에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후반기 이들이 들르는 모든 구장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2004년 에드가 마르티네스(시애틀)도 이들의 길을 따랐다.

반면 배그웰이 유니폼을 벗는 과정은 너무 씁쓸하다. 적어도 휴스턴에게는 이런 식으로 은퇴시켜서는 안되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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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신시내티와 오클랜드, 91년 미네소타와 애틀란타의 월드시리즈 경기를 AFKN으로 보면서 은연 중에 메이저리그의 마력에 빨려들다가 결국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그리고 대망의 97년 선발로테이션 합류에 따라 그의 경기를 보면서 이전에 이름만 들었던 대선수의 면모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가 바로 제프 배그웰이었죠. 독특한 기마자세에서 나오는 패스트볼은 절대 놓치지 않는 가공한 타격능력... 그리고 근래 들어 비지오와 함께 보여준 팀 캐미스트리의 절대 리더 중 한 명으로의 면모...

그런 선수가 이렇게 쓸쓸히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죠. 나이도 비지오보다 3살이나 어리건만...;;;
[인사이드MLB] 요한 산타나 '페드로의 재림'
[김형준 칼럼 2006-09-09 08:55]
타격은 타이밍이고 피칭은 그 타이밍을 빼앗는 것(Hitting is timing. Pitching is upsetting timing)

피칭의 핵심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한
워렌 스판의 명언으로, 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구질은 바로 체인지업(changeup)이다.

체인지업은 투수라면 누구나 도전하는 구질이지만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구질이기도 하다. 뛰어난 패스트볼과 커브 또는 슬라이더의 강력한 변화구 하나를 가진 젊은 투수들 중 많은 수가 체인지업 장착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퇴화된다.

체인지업을 장착에 실패한 투수들은 다른 오프스피드(offspeed) 피치로 스플리터 등을 선택하게 된다.

체인지업의 가장 큰 매력은 공이 릴리스되는 순간 패스트볼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것. 커브나 슬라이더는 던지는 순간 팔과 손목의 동작을 보면 알아챌 수 있지만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똑같은 동작에서 공이 뿌려진다.

하지만 이는 체인지업 장착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패스트볼을 던지는 동작과 체인지업을 던지는 동작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던지는 순간 간파되는 체인지업은 배팅볼이 되기 쉽상이다.

신체적인 부담이 적은 체인지업은 롱런의 비결이 되기도 한다.
톰 글래빈(288승)과 제이미 모이어(212승) 그리고 송진우(200승 102세이브)의 공통점은 왼손투수인 것 외에도 정상급의 체인지업을 던진다는 것이다.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와 함께 10년 넘게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군림해오고 있는 트레버 호프먼(샌디에이고)의 비결 역시 체인지업이다.

호프먼은 풀타임 마무리 첫 해인 1994년, 95마일(153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면서도 자신의 어깨에 문제가 생기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캐치볼 파트너 도니 엘리엇으로부터 체인지업 그립을 배웠다(엘리엇은 메이저리그에서 2년간 31경기에 나섰지만 1패만을 기록하고 은퇴했다).

파업으로 시즌이 일찍 종료된 후 풋볼을 하다 어깨를 크게 다친 호프먼은 이후 본격적인 체인지업 연마에 들어갔고 결국 현역 최고의 마구 중 하나를 탄생시켰다. 호프먼의 명품 체인지업은 80마일대 패스트볼로도 철벽 마무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호프먼과 글래빈, 모이어 외에도 키스 폴크(보스턴) 브래드 래드키(미네소타) 마크 벌리(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이 그리 빠르지 않은 구속에도 체인지업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체인지업의 요체는 패스트볼로부터 속도를 덜어내는 오프스피드, 즉 구속 차에 있다. 제이슨 슈미트(샌프란시스코)처럼 투심 그립으로 잡고 던지는 빠른 체인지업으로 효과를 보는 선수도 있지만(스플리터 속도가 나오는 김선우의 체인지업은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다) 대부분의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속도 차이가 크면 클수록 더 좋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체인지업의 개념을 가장 완벽히 활용한 투수는 바로 전성기 시절의 페드로 마르티네스(34·뉴욕 메츠)다.

'외계인'으로 군림하던 시절 마르티네스는 95마일 이상의 패스트볼과 80마일의 체인지업을 던졌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속도 차이가 무려 15마일(24km)에 달했던 것. 마르티네스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던지는 순간 전혀 구분이 안되는 공 하나를 두고 24km의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다(설령 어떤 구질인지를 맞춘다고 해도 소용없긴 했지만).

마르티네스의 체인지업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하지만 패스트볼 구속이 80마일대로 떨어지면서 체인지업의 위력도 예전보다는 덜하다.

마르티네스의 '강속구-체인지업' 계보를 이은 선수가 바로 요한 산타나(27·미네소타)다. 산타나 역시 던지는 순간 전혀 구분이 안되는 94마일(151km)대 강속구와 78마일(126km)에서 81마일(130km) 사이의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마르티네스와 산타나의 체인지업을 마구 수준으로 끌어올려준 사람이 동일인이라는 것. 산타나가 2002년 트리플A에서 체인지업을 완성시킬 때 함께 한 바비 큘러 투수코치는 과거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에서 마르티네스의 투수코치이기도 했다. 마르티네스가 체인지업을 완성시킨 시점은 첫번째 사이영상을 따낸 1997년과 일치한다.

1998년 아메리칸리그에 도착한 후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황금 구속차가 유지되던 2003년까지 마르티네스는 2.26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메리칸리그 평균 방어율은 4.64로, 무려 2.38의 차이다. 첫 사이영상을 따낸 2004년 이후 산타나의 방어율 역시 2.77로, 같은 기간 리그 평균인 4.53과 1.76의 차이다.

결국 산타나도 지금의 패스트볼 구속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느냐가 전성기의 기간을 정해줄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것은 마르티네스가 폭주를 시작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어깨에 문제가 생긴 것과 달리 산타나는 아직 아무런 이상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의 감독이 투수 보호라면 정평이 난 론 가든하이어라는 것이다. 2004년 이후 산타나의 평균 투구수는 100.8개, 101개, 101.8개에 불과하다(마르티네스의 1998~2000년 평균 투구수는 113개였다).

한편 데뷔 4개월만에 아메리칸리그 감독들로부터 리그 최고의 슬라이더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곧바로 팔꿈치 부상을 당한 프란시스코 리리아노(22) 역시 체인지업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리리아노가 롱런을 하기 위해서는 슬라이더 34%-체인지업 17%의 비율을 산타나의 슬라이더 16%-체인지업 25%로 바꿔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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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sky의 모순세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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