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잡담] 휴일 보내기...

낙서(일기) 2008. 6. 7. 01:37 by trotzky
  6월 6일... 어쩌면 올 한 해 사이 직장에서의 휴가와 명절 휴일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쉬는 날이 될지도 모르는 마지막 날을 방에서 보냈다. 바깥에서는 현재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MB 정권 관련 소식에 촛불 집회로 시내 중심가가 시끌시끌함에도 불구하고 고시원 방안에서만 보냈으니까.
  아침햇살이 밝아오던 중에야 잠이 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는 혼자서 어디어디 지나치며 들르고 느긋하게 대형 서점이나 문구점에서 눈요기 쇼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었을까... 하여간에 눈은 떠졌는데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그나마 밥반찬 해 먹을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도시락 사러 나간 것이 유일한 외출이었으니.

  슬라보예 지젝의 [HOW TO READ 라캉]을 읽기 시작했고, 지난 주중에 1장을 끝냈다. 두껍지 않은 책이라 그런지 잘 이해가 안 가는 구절(번역의 문제인지도 모르지만)을 두어 번 더 읽어가면서 이해하면서 지나가고자 노력 중이다. 사실 어제 코엑스 쪽이나 강남 교보 쪽으로 움직였더라면 지젝의 책들 중 품절된 것의 목록을 확인해서 한 두 권 정도 구입할까도 싶었지만 몸의 문제라고나 할까.
  문제 편집 작업 등의 제반 작업은 결국 하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 마음이 급해지질 않는 모양이다. 어쩌면 시험대비 시간표에 나온 시간표가 지난 중간고사에 비하면 다른 작업을 할 여유가 좀 더 있기 때문이었을까.

  지난 화요일 출근길에 광화문 교보에 들러 볼펜 몇 개를 사고 내친 걸음을 핫트랙스 매장을 훑었는데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의 DVD 초회본이 지난 월말에 나온 것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질러 버렸다. 뭐 극장에서만 두 번을 보았는데 또 볼 필요가 있을까 하면서도 지갑에 현금이 있으니 생각이 안 떠오르더라는...

  내일(자정 넘었으니) 일요일은 올 2008년도의 심판배정의 마지막이 될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름 이후에는 학원의 특목 입시를 위한 수업 일정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라고 하니까. 그런데 그러한 일요일이 비 소식이라... 오늘 저녁부터 내일 새벽까지 잠을 설칠 것을 생각하면 벌써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새벽녘까지 두통에 시달리다 4시 즈음해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서]를 오늘 조조로 보는 쪽으로 예매하고 두어 시간 버티다가 방을 나서 용산 CGV를 다녀왔습니다. 지난 1월 26일 예매 때는 알라딘 쿠폰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 새벽 웹을 돌아다니다 보니 불현듯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알라딘 회원에게 레벨 따져가며 영화쿠폰 주는 사이트를 찾아들어가 회원가입하고 [에반게리온] 예매가 가능한지 확인한 뒤 예매를 클릭했습니다. 그래서 절약은 되었다는...(1월 26일에는 조조할인으로 4,000원 썼는데 오늘은 수수료-몇 장 사건 같은 수수료 떨어진다는 점에서 몇 장 더 구매할 수 있었으면 했지만 그건 욕심이겠죠-에 휴대폰 결제 수수료까지 해서 1,000원에 낙찰... 사실상 영화티켓 값이 아니라 수수료로 나간 돈이라는...;;;)
  뭐 두번째로 보면서 지난 번 관람에서 무언가 단절감을 느꼈던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많이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리빌드]를 하겠다고 했으니만큼, 단순한 TV판을 편집한 것이 아닌 만큼 주인공이 보이는 그 의지의 변화의 계기는 확실히 강렬한 무언가가 필요했으려니 싶었다는... 다만 굳이 미사토씨가 신지를 데리고 센트럴 도그마까지 가면서까지 그 당위를 제시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지만 말이죠. 이해는 가면서도 여전한 아쉬움이라는...
  엔딩 송과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지난 번 상암CGV에서도 관객의 2/3 가량이 가만히 앉아 기다렸는데 오늘도 그랬습니다. 인원 수가 더 많았던 것 같네요(아니 뭐 상암은 120명 남짓 수용인원이었던 곳이고 용산은 200명이 넘었으니 당연한 것인가...). 상암에서는 남자 관객이 좌우에 있었는데 오늘은 옆자리에 여자분들이 앉았다는... 뭐 여자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더라는... 어쨌거나 다음 극장판인 [파]의 예고편을 보는데 지난 번에는 놓쳤던 전혀 새로운 등장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좀 더 남더군요. 다음 편의 국내 개봉이 괜시리 기다려집니다. 어둠의 세계를 순례하기야 하겠지만 어쨌건 마음먹은 넘은 극장에서 낚여 주는 것이 어느 정도 예의일 듯 해서요.
  극장을 나온 다음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서]의 OST를 구입하러 강남 교보 쪽으로 향할까 광화문 쪽으로 향할까 하다가 광화문 쪽으로 향했습니다. 이동하면서 문자메시지로 예전 학원에 있을 때 전화번호를 받아놓은 아이들하고 예전 동호회 시절 알고 지내던 분들 등에게 에반게리온 이야기를 했다죠. 역시 뭐랄까... 통할 만한 이슈가 있도록 지낸다는 것이 현대인의 고독을 달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할까요. 역시 고독은 견디기 힘든 짐인 듯 합니다.

  아침에 전철을 타고 용산으로 가는 길에 [아주 특별한 상식 - NN, 5. 공정한 무역, 가능한 일인가?]를 한번 일독을 마쳤습니다. 참 어려운 길이었네요. 진작에 일독을 마쳤어야 하는 것인데... 현재로는 백수지만 다시 강사 일자리를 구하게 되면(이번 달 안으로 중등부 자리가 안 구해지면 자칫 여름까지 강사 일은 못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는데 말이죠) 수업 때 종종 이야기해줄 소재가 뭉텅이째 가지게 된 느낌입니다. 아직 비닐 포장을 뜯지 않은 6~10권까지도 남아 있는데 일단 장하준 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하고 고종석 님의 [발자국]을 먼저 떼는 것이 낫겠네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주 토요일 번개가 잡히게 되면 무상양도를 염두에 두고 가지고 나갈 책 몇 권을 골라놓은 상태입니다. 아깝지만 홍세화 님의 칼럼집 3권하고 한홍구 님의 [대한민국史] 4권, 고종석 님의 [바리에떼]하고 큰 바퀴 가방에 우겨넣은 강준만 교수의 뭐였더라... 무슨 논쟁인가 사전인가 하는 것으로 두 권인데... 정도가 될 것 같네요. 하긴 이것들을 방에서 제낀다고 공간이 절약될 정도는 아니지만...;;; 하긴 이렇게 백수 상태가 지속되면 책을 더 사는 것도 무리겠지만요.

  지난 주 토요일이었죠,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서]를 본 것이...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가 끝날 때까진 앉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계속 앉아 있는데 이 음악이 흘러 나왔습니다.

  [Beatiful World], 나중에 알고 보니 우타다 히카루의 노래였더군요. 엔딩 크레디트를 다 보겠다는 생각보다도 이 노래의 몽환적인 리듬과 멜로디에 빠져들어 버렸습니다. 결국 엔딩 송이 끝나고 나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파]의 예고편을 보는 부가적인 소득도 낸 셈이죠. 노래에 빠진 덕이랄까요... 극장을 나서고서도 한참 그 음악의 멜로디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는데 그 후 이곳저곳을 검색하고서 우타다의 노래라는 사실을 알고 어둠의 세계를 헤집었습니다. 어차피 음악으로 얻는 것은 제 환경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뮤직비디오가 있어 받았다는... 그리고 지금 이 시간까지도 밥도 안 먹고 듣고 있다는... 예전 집에 있을 때 어두운 한밤중에 비디오로 군대 시절 알고 지내던 이에게 얻은 테이프로 소리 확 줄이고 보았던 극장판이며 TV판들에서는 음악에 몰입을 하지 못했던 것에 비해 훨씬 몰입이 깊이 되는 중이랍니다.

  그래서 알라딘이며 인터넷 교보 등을 돌아다니면서(인터넷 교보는 저녁부터 접속이 잘 안되는 중이라 그냥 알라딘만) 음반이라던가 이것저것 확인하는 중입니다. 어둠의 세계에서 받아놓아 듣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뭔가 확실히 좋다면 공간이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보니까요. 새벽 안에 주문하면 저녁 시간대까지 도착이 가능하다니 주소변경을 해서라도 해야죠.
  그건 그렇고 이렇게 침식을 전폐하고 모니터만 들여다 보려니 지름신이 다시 다가오시네요. 이미 10년 가까이 전에 한 차례 보았던 애니메이션인데 다시 보고 싶다는 열망이 새록새록... 아주 예전에 시디로 아는 분에게 받았다가 결국 버렸는지 남에게 주었는지 지금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가방을 뒤져 확인해 보고 TV판을 리뉴얼한 것으로 위의 싱글음반과 같이 지를까 한다는...;;; 어둠의 세계를 통해 구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어차피 TV판도 리뉴얼되어 나온 것도 있다는데 새로운 느낌을 받고 싶다고 할까요. 결국 놓아둘 공간이 관건이겠지만.

  뭐 지난 주에 볼 때는 이전 포스트에도 언급했지만 그전에 TV판을 보면서 따라가는 심리변화의 호흡이나 관점 등에 비해 이번 극장판의 흐름은 속도감이 빠른 편이죠. 사실 더 많은 대사의 주고받음이나 보다 긴 호흡의 생각 속에 행동이 옮겨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보면서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클라이막스 시퀀스, 완전히 리테이크되어 등장하는 장면들 속에서 주인공에게 부여된 당위성을 느끼면서 그런대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더군요.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리뷰들을 읽다 보니 100%까지는 아니어도 수긍은 되더라는...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보니 (혼자보기 모드를 재가동하기 쑥스럽지만 예전에 [인랑]을 보면서 견뎌냈던 것이기도 하니) 조조로 한 번 더 볼까도 생각할 만 하네요.

  바깥 출입을 할 만한 기회가 줄어들다 보니 쓸 생각도 잘 안 들고, 뉴스나 TV, 인터넷 등을 보면서 무언가 이슈를 떠올리기엔 스스로의 내공이 별로라는 생각도 있고 해서 며칠 방치 상태에 두었습니다. 이번 주가 지나면 설 연휴가 닥칠텐데 이번 주중에는 면접이라도 오라는 소식이 있었으면 싶다죠.

  금요일에는 팀 블로그로 함께 한 분들끼리(댓글을 자주 남겨주시는 분이 한 분 더 함께 하셨다는)의 조촐한 술자리가 있었습니다. 팀 블로그의 좌장 격이신 00님께서 비용의 상당수를 부담해 주신 덕에 500cc 맥주 세 잔 가량을 마시면서 다섯 시간 이상 이야기를 떠들어대는데도 부담이 덜했다죠. 물론 야구 이야기로 평소와 달리 열나게 떠들다 보니(야구 이야기만 나오면 저도 모르게 말이 많아지는 편이라죠) 팩트에 다소 충실하지 못한 이야기도 소리높여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요. 그렇기는 하지만 한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리 오래 앉아서 이야기를 했고나 하는 뿌듯함도 느껴졌다는...

  토요일 상암 CGV 09:40분 조조할인으로 [에반게리온 : 극장판, 서(序)]를 보고 돌아왔습니다. 10여 년 전 군대 후임 군번 친구의 도움을 받아 [에반게리온] TV 시리즈와 극장판 [데스 앤 리버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을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본 적이 있었지만 TV 시리즈 외에는 뭔가 제대로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라고 하면 변명일까요? 전날 팀 블로그 술자리 탓에 늦잠자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잠이 일찍 깨어 주었다는... 지난 해 [300]은 코엑스 쪽에 조조예매를 했지만 결국 늦잠에 소요시간이 적잖이 걸린다는 핑계거리를 떠올리고 이부자리 속에서 나오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려 부지런히 준비를 해서 나섰죠. 다행히 시작하는 시간에서 30분 가량 여유있게 도착했다는... 가까웠다는 덕도 본 셈이죠.
  영화는... 글쎄요... 예전 TV 시리즈라던가 당시 극장판과 비교할 때 영상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히 앞선다고 봐야죠. 음향이야 명색이 극장이 월등하니 비교불가이고... 다만 등장인물들끼리의 대사의 주고받음 속에서 드러나는 심리의 변화는 TV판만은 못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TV판에 비해서는 내러티브의 일관성이 느껴지지 않는... 그러니까 음... 스토리가 어디선가 단절이 되는 느낌이 강했다죠. 아마도 상영 분량이 있고 하니 대체적인 스토리 전달이 될 정도의 분량은 유지하면서 편집이라던가를 이용해서 스토리 전달은 어느 정도 희생한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뭐 아직 한 편인가 두 편인가 후속편이 또 나온다고 했으니 그것들과 연계해서 보면 연결이 좀 되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엔딩 크레디트까지 보았다죠. 좌석에 앉아 계셨던 관객들 중에도 그런 생각을 한 분들이 많았는지 보통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면 2/3 이상이 빠져나가던 다른 영화들과 달리(뭐 일년에 한 번도 영화를 극장가서 본 적이 없는 녀석이 할 말은 아니지만) 절반 이상의 관객들이 끝까지 앉아서 엔딩 음악과 크레디트를 감상했다는...;;;

  토요일 저녁에 애니동호회 멤버 한 분이 결혼한다는 소식이 있어 사전에 번개가 있다는 공지를 보았기에 나설까 했지만 귀가 후 점심을 먹고 그냥 뻗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금요일 저녁에서 토요일 이른 아침까지 계속 움직인 여파였으려나요... 뭐 일요일 하루도 그렁저렁 보내고 말았지만.
  저녁에 2007-08 (스타크래프트) 신한은행 프로리그 2차 대회 최종결승을 보았습니다. 그간 CJ 엔투스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기막힌 역전극과 경기 내용에 이번 르까프 오즈와의 결승에서도 자못 기대를 모으게 했습니다만, 결과는 르까프 오즈의 4:2 승~! 역시 이제동-오영종의 개인전 에이스 라인의 막강함을 CJ가 이기질 못했네요. 서지훈, 마재윤을 팀플레이로 돌려 1:2 우세까지 잡아내는데는 성공했지만 개인전 네 경기 중 세 경기(1경기 이제동, 4경기 오영종, 5경기 박지수에게 패함)를 내주고 마지막 6경기에서 팀플레이를 내 줌으로써 아쉽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CJ의 조규남 감독의 경기 후 멘트가 간략하면서도 표정에 패배한 아쉬움을 삭히는 것이 얼마나 절치부심해 왔었나를 느끼게 해 주었다는... 하지만 지난 번 플레이오프 경기보다는 박진감이 덜 느껴졌다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2008년도 한 달이 훌쩍 지나가려 하네요. 그나마 요 며칠은 전철타고 움직이는 일이 있어서 책읽기가 다소나마 가능했다는 점이 나았다고나 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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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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