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지난 수요일에 질렀던 물건들이 도착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포장을 뜯어 세팅을 하는데 번거롭기는 하지만 잠시 즐거운 마음이 올라오는군요.

  기존에 쓰던 패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다 깔끔하게 움직임을 도와주는 느낌에 마음마저 후련해집니다. 더구나 앞뒤로 뒤집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즐겁죠(물론 마우스를 여럿 쓸 일이야 없지만). 이전의 패드에 비해 공간을 약간 더 잡아먹는다는 단점(현재 책상 자리의 공간 조건 때문에 가로로 놓을 수가 없다는)이 아쉽지만 어쩝니까. 패드에 손이 닿는 촉감에서 벌써 흐뭇해지는 것을...

  이어폰도 도착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라면 코원 F2와 이어폰을 확실하게 연결해 줄 수 있는 도구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해야 연결할 수 있는 것인지가 알 수 없다라는 점, 애시당초 설명서를 보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더하네요.
  ... 알아냈습니다. 역시 몸으로 부대껴 가다 보니 알 수 있겠군요. 그래도 불만이 있다면 MP3P를 충전할 때는 이어폰 연결부에서 분리해서 놓아야 이어폰에 손상이 갈 수 있는 위험요소가 줄어든다는. 번거롭기는 하지만 별 도리없겠죠. 원래의 제품과 상성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만은 아니니.

  기존에 쓰던 패드 두 개 중 하나를 옆자리 선생님께 양도하고 이제 일에 몰두해야겠죠. 오늘도 보강수업까지 치면 7타임 연강 풀타임 수업이니... 그래도 어제는 속이 안 좋은 것 때문에 수업 때 힘을 덜 들여 소리를 내서 그런지 귀가하고 체력소모가 덜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사소한 지혜를 느낀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일런지 모르겠군요.
  그렇다고는 해도 허리에 발목, 어깨 근육에다 몇 주 전에 다쳤던 손목(오른손)이 다시금 시큰거리는 상황이라 방심은 금물이겠죠. 휴식없는 4주 이상을 보내다 보면 언제고 무리가 갈 테니까요.
  어제는 도저히 노트북을 가방에서 꺼내서 이런저런 잡스러운 일들을 하면서 새벽을 보낼 자신이 없을 정도로 피곤했기에 그냥 자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었고 다른 어처구니없는 일도 당하고 했다죠.

  강남 교보 쪽으로 일찌감치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멀쩡한 수정테이프 한 개를 어제 박살내는 통에 아예 전에 찜해 둔 것으로 구할까 싶었고 오후 일찍 공기를 맛보고 싶기도 했던 것이죠. 수정 테이프에 볼펜 하나, 분필홀더 하나에 이글루스의 비나리님(우석훈 님) 블로그에 올라오고 있는 색의 노트 패드 종이를 발견, 같이 질렀습니다. 로지텍 마우스가 눈에 들어왔지만 가격대가 제가 주로 구매하는 쇼핑몰 사이트와 가격 차이가 만원 이상 벌어진 고로 패스~~...
  학원에 들어와서(출근한도 시간보다 한 시간 가량 일찍 왔다는...) 어제 못 다한 스태플링 작업을 마치고 나니 출근시간은 훌쩍 넘어가네요.

  학원으로 버스타고 오기 전에 이달에 지를 목록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젠하이저 이어폰(코원 F2 샀을 때 번들로 온 이어폰 한 가닥의 전선이 뜯어지는 와중이라 새 것이 필요).
  레이저 마우스(로지텍 G3)로 하나 찜.
  마우스 패드(예전 뽐뿌님의 블로그에서 봐둔 것).
  에어워크 여행용 바퀴가방.
  여름-초가을을 보내기 위한 바지 한 벌.

  위의 목록들 중 출근 뒤 카드결제용 계좌의 잔액을 확인하고(지난 월말에 **닷컴 자료사이트의 2개월 할부결제액까지) 지를 것을 신중히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른 것이 바로 이것들.

젠하이저 스트리트 라인용의 목걸이형 이어폰입니다. 가격은 37300원. 더 비싼 것들도 있지만 뭐 물건들을 험하게 쓰는 저로서는 비싼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죠(핸드폰만은 곱게 쓰려고 하지만 나머지는 도저히...)










  가격은 27800원으로 마우스 패드 값이라고 하면 비싸다고 하실 분이 계시겠지만 일단 문구류의 영역에서는 마음에 들면 지름신의 유혹이 더 세게 작동하기에 마음먹고 질렀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가방, 바지, 마우스...(물론 책도 지름 대상이긴 한데), 아 영화라던지 Anime DVD도 물색 중입니다만 이는 공간이 허용해야 되는 터라 아직 고민이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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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 블로크 님의 [이상한 패배]를 어제 다 읽었습니다. 까치글방출판사의 활자가 눈에 잘 안 익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글 구구절절이 가슴에 짜안 무엇이 있다죠. 특히 저자가 역사학자로서는 이례적으로 "군대에 안 가도 되는데 군대에 갔고, 학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는데 레지스탕스의 길을 걸었던" 이의, 2차대전의 어이없는 패배에 뼈아픈 자기성찰의 마음을 담아 언제 죽음의 신이 닥쳐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남긴 글이라는 점이 더 사무치더라는...

  이제 지난 달에 질렀던 책들(홍세화 님의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신영복 님의 [강의], 장정일 님의 [공부]도 다 읽었고 하니 "다시 읽기(특히 장정일 님의 책은 다른 서적들을 일별하고 새로운 지름의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 노트 중이라는)"나 아직 구석에 박아놓고 읽지 않았던 예전에 지른 책을 읽어야겠죠. 물론 요즘 시험대비 일정 등으로 피곤함이 적지 않기는 하지만 말이죠.

  드디어 어느 정도 마음의 결심을 내린 바(장정일 님의 [공부]를 읽다가 마르크 블로크의 책을 지르기로 결심했는데, 다른 것들은 적잖이 보관함에 올려놓았던 것이지만 아직 망설인 중이었다는), 출근 후 적립금과 쿠폰 등을 활용해서 아래의 책들을 질렀습니다. 그래, 공간이 뭔 소용이야, 의자와 침대 위에 옮겨다니면서 보면 되는 거징, [미국민중사] 두 권을 아직 읽지 못했다는 자책보다는 무언가를 새로이 접한다는 것이 더 즐거운 일이니까.


강의
신영복 지음
1/1 가격 : 14,400 원
마일리지 : 720원 (5%)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지음
1/1 가격 : 8,820 원
마일리지 : 270원 (3%)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1/1 가격 : 6,370 원
마일리지 : 200원 (3%)
이상한 패배
마르크 블로크 지음, 김용자 옮김
1/1 가격 : 10,800 원
마일리지 : 330원 (3%)

  월요일에 질러서 어제 도착한 트렌치 코트(봄가을용, 요즘같은 추운 날씨에는 안에 덧입는 용도)까지 치면 이달도 어언 10만원 남짓은 확실히 지르는군요.
  솔직이 매월 급여를 받으면 부모님 생활비에 보험금 지원, 건강보험에 국민연금 지출(몇 년을 버텨 왔지만 결국 학원의 급여가 소득으로 올라가면서 피할 수 없었다는)에 고시원 방값으로 7자리 숫자에 육박하는 지출이 이미 발생, 교통비에 식대까지 치면 백만원 대의 지출이 확정되는 고충이 있음에도 이러한 지출은 고통 속의 즐거움일런지도요.

  새벽에 [공부]에서 마르크 블로크의 책(위의 책임)에 대한 독후감과 그 외의 저자의 감상을 읽으면서 몇 줄 베껴 놓았습니다. 우리네의 현실에도 그대로 들어오는 교훈과 감상이 느껴지는데 장정일 님의 감상만으로 자족하기엔 제가 욕심이 더 나더라는... 그러한 책들을 읽기 위해서는 역시 다독이 바탕이 되어야 할 텐데, 아직 제가 부족하다는 자조는 분명 드는군요. 예전에 교보문고나 반디 앤 루니스 등에서 선 자리에서 몇 권의 책을 그냥저냥 읽고도 여유가 작작하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랍니다.


  (평서문으로 써 보기 모드)
  MSL 결승전에서 마재윤이 0:2로 밀리고 있고 3경기가 진행 중이라는 파이터포럼의 문자중계창을 확인한 다음 학원을 나섰다. 그간 '출근길에 어디 들러 뭐해야지, 뭐해야지' 하는 등의 자기다짐을 거의 실천하지 않았던 나 자신을 책망하는 의미에서 한번 제대로 늦게까지 싸돌아보자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나서서 결국 간 곳은 강남 교보문고... 코엑스몰에서 손이 가지 않았던 음반이라던가 문구류 등이 이쪽에서는 이상하게 잘도 가게 되었던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므라빈스키 지휘, 레닌그라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맞나?)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6번]의 CD를, 그리고 (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브루노 발터 지휘,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연주의 [모짜르트 교향곡 39~41번] 음반을 구입하였다. 뒤 프레의 드보르작과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음반이 스테디 셀러로 꽂혀 있음을 보았지만 온라인 매장에서의 판매가가 지난 번 들렀을 때보다 너무 높게 책정된 듯해서 도로 놓아두어야 했고(다른 시디들의 경우 차이코프스키 음반이 2장에 20500원이고 모짜르트 것이 14500원인데 그 한 장이 20500원이라면 다소...). 방에 돌아와서 샤워 등을 마치고 난 다음 리핑에 MP3군에 저장까지 완료... 뭐 4기가 용량에 굳이 다른 파일을 넣어두지 않은 관계로 아직도 2기가 가까운 용량의 여유가 있다는(컴퓨터에 있는 리핑이나 기타 다른 음악 파일을 다 합치면 5기가에 육박하지만 넣어두고 들을 만한 생각이 안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을지도)...

  그리고 문구매장에서 자 두 개와 노트 한 권, 단지갑 하나를 구입. 기존의 단지갑이 워낙 많이 해진데다 신권 지폐하고 사이즈가 잘 안 맞는다는 점도 고려해서 구입했는데 그래도 기존 것에 비해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생각이 듬. 노트의 경우 왠지 꼭 사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징하게 들었기 때문인데, 날짜 기입란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 개인적인 호불호를 담는 일지로 쓸 수도 있을 테고 또는 모눈방안 세로노트를 대신해서 필기 보조 노트로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그리고 나서 위층에 올라가 책들을 훑어보기. 오늘 배정 건도 있고 해서 한 권 정도 살까 했는데 결국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가격 차이]를 생각해서 그냥 나와 버리고 맘. 하지만 진중권 씨의 책이라던가 눈에 들어오는 몇 권 정도는 추후 구입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옴.

  그곳을 나와 버스를 타고(전철을 타면 추가 요금이 발생해서 한 번에 갈 수 있는 것으로) 돌아오려고 중앙 차로의 정류장으로 이동했는데 괜히 짜증이 일어났다. 먼저 주차한 버스들이 승객을 다 태우고 출발하지를 않아 정체를 유발하지 않나, 제법 긴 거리의 승강장의 뒤쪽 끝에 정차한 버스를 뛰어가서 타려고 승강장 앞의 차도를 질러 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인파, 그러다 보니 버스들은 승강장에서 거리를 두고 정차해야 하고 일찌감치 승객을 다 태우고 출발하려는 뒤의 버스는 그 차를 추월하려고 중앙선을 침범해서 앞으로 나서고, 또 뒤까지 뛰어가지 않고 앞쪽에서 기다리던 이들이 그 버스를 세워 타려고 난장판. 거기에 중앙차로 승강장의 양쪽 보도 쪽의 차선 두 개는 기본적으로 택시들의 점령지. 이런 상태다 보니 보행자 신호와 차량신호의 접점에서 무단횡단을 시도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그야말로 타인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치도 없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과연 저 사람들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까지 선을 그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거기에 고시원 건물 앞으로 다가오려니 술자리를 파하고 나온 수십 인들이 안 그래도 겹겹이 주정차를 시켜 놔서 좁아진 길 한 귀퉁이를 점령하고 차가 오거나 말거나 잡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입 안에서 욕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야 하는 기분더러움을 느껴야 했고... 몇 시간 뒤에 심판일을 위해 밖으로 나서 보면 깅 이곳저곳은 난리도 아니겠지?

  방으로 들어와서 인터넷을 들어와 보니 김택용이 마재윤을 3:0으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기사가... 마재윤의 방심(일반적인 표현으로 쓴 것은 아니지만 다른 표현이 없으니)과 김택용의 철저한 각오와 준비가 만들어 낸 승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축.하!

  모처럼이라고 할까, [책을 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교보문고를 향했습니다. 지난 주초에 알라딘으로 구매한 넘들을 아직 다 읽지도 않았고 지난 연말에 구입했던 [미국민중사]도 반도 읽지 못한 터에 마음 한켠에선 '심한 거 아냐? 공간신의 압박은 어쩌고?'
  네 가볍게 무시한 셈이죠. 그것도 한 권에서 잘하면 두 권을 살 생각으로 갔던 것이고 말이죠. 하지만 마음먹었던 넘들 중 한 권은 결국 집어들지 않았습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스쿨홀릭]이라는, 인터넷 만화일기의 집본이었는데 집어들었다가 내려놓았다죠. 감자도리 김영주 님의 [회사가기 시러]와 같은 신세가 될 듯 싶어서요(래핑도 뜯지 않고 고이 모셔놓은 중). 인터넷에서 읽을 때는 즐거운데 왠지 좁은 방구석에 쑤셔놓고 읽기엔 아쉬움이 그득한 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직 시간을 두고 더 생각해 볼까 합니다.

  하지만 하재근 님이 공저로 들어간 [중국의 역사와 문화]는 마음먹은 대로 구입했습니다. 원래 알라딘에서 구매할 생각이었는데 배송 시기가 다른 책들에 비해 꽤 걸린다는 예정을 확인하고 오프라인 직접 구매를 택한 것이죠(할인가격에 무료배송의 이점을 떨친 것이 못내 아쉬움이었지만... 그 아쉬움을 서둘러 읽어서 풀어야 할런지도요).

  그리고 돌아나와야지 하는데 눈에 띄인 한겨레출판사의 [인터뷰 특강]... 지난 2005년이던가 04년의 화두였던 듯 한데 [상상력]이더군요. 지난 번에 [거짓말]을 구입해서 다 읽었고(혹시 이넘을 모 블로거에게 보냈나 생각 중...)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일으키던 차였는데 서점에 놓여 있더군요. 냉큼 집어들었다는...
  거기까지만 했으면 좋았을지도 모르는데 [단숨에 읽는 세계사]라는 포켓 사이즈의 두툼한 책이 손에 잡히더군요. 요즘 중학교 2학년 대상의 수업을 하는 터라 세계사 중심의 수업을 하면서 간간이 느끼는 아이들의 무감각과 무반응에 힘겨움을 느끼던 터에 저 자신이 분위기상 말려들어 필요 이상의 오버를 하다가 내용전달에 실수를 하는 것도 몇 차례 경험한 터라(아이들이 공부를 해 주면 질문도 하고 어쩌고 하면서 서로 가다듬을 텐데 그러지를 않아 더 아쉽다는...) 저도 공부할 겸 아이들에게 추천도 할 겸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덥석 집어들었답니다. 뭐 지난 해 구입했던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도 그럭저럭 읽어 오기는 했는데 포켓 사이즈라는 이점이 지름신 강림에 한몫을 한 셈입니다.

  이곳저곳을 훑으며 지나가는데 정성진 선생이 쓰신 [마르크스와 트로츠키]라는 책이 정치 사회과학 신간 파트에서 눈에 띄이더군요. 다른 책들(예를 들자면 전직 국회보좌관이 썼다는 어처구니없는 책이나 수구 꼴통 류의 선전 서적들) 틈에서 은근한 포스를 보여주는 듯했죠. 하지만 오프라인 가 27000원과 두께의 압박으로 집어들진 못했습니다. 더구나 내용에서 제가 두려워하는 숫자표 등이 눈에 띄니 자신도 없었고 말이죠.
  하지만 지금 집어들은 [미국민중사]라던가 [오만한 제국]을 어느 정도 떼게 되고 현재의 공간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까지 버텨 준다면 그 때쯤이면 한 번 온라인을 통해 구입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을 듯 하네요.

  오늘(자정 지났으니) 심판강습 3주차 일정을 위해 나가야 하는데 부지런히 책을 읽어두어야 할 듯 싶습니다. 설 연휴 기간 중 차례를 지내고 어쩌고 하면서 어리버리 보내 버리면 공부에도 한계에 닥칠 위험이 클 테니까요. 그래도... 다른 이에게 보낸 책들, 헌책방에 팔 수밖에 없었던 책들, 집을 나오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책들, 그리고 대형서점에서 래핑뜯을 필요없이 시간과 몸이 허락하는 한 읽었던 여러 권의 책들... 그것을 읽을 수 있었다는데 스스로 고마움을 표해야 할 듯요. 생존을 위한 기계의 부품으로 전락해 가는 인생에서 그나마 이러한 독서와 그에 따른 성찰의 과정이 없었다면 과연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해 어느 정도일지언정 날이 선 자세를 가질 수 있었을까 하는 것 말이죠.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하지만 그렇게 지내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는 할 수 없겠죠?

  지난 금요일에 지름을 실행했고 토요일에 배송될 것이라고 해서 퇴근시간을 늦추게 만들었던 책들... 하지만 배송사의 사정이 있었는지 도착은 이틀이 더 지난 오늘 저녁 나절에야 도착하였습니다. 그래도 뭐... 무사히 도착한데 의의를 두어야겠죠.

  음... 한 권 한 권은 두껍지가 않네요. 그렇게 생각하고 구입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미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1권을 방에서 읽어나가기 시작했으니 이넘들은 출퇴근길에 가열차게 읽어주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다음 주가 설 연휴니 느긋하니 읽을 시간도 되겠죠). 그러면서 이번부터는 "읽은 다음 지인에게 공짜로 넘겨주거나 헌책방에 팔아서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으로 책들을 평가하는 일이 없길 바래야죠. 사실 넓은 방을 구해서 여유있게 책꽂이에 꽂아 놓고 읽은 책들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인데 현재 고시원 생활에서 그런 생각은 사치나 다름없다는 안타까움은... 쩝...;;;

  예전에 **** 블로그에 현재 보유 중인 책들의 목록을 적어놓았던 적이 있는데 그 시기에 비해 어느 정도의 변화가 생겼는지도 정리해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도 싶고... 아울러 요즘 잘 안 나오고 있는 만화책 신간도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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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 블로그 측에 [주제블로거] 딱지를 떼어내 달라는 부탁을 방명록을 통해 전했고, 오늘 확인해 보니 조치가 되었더군요. 이제 딱히 "의무감"을 가지고서 자기검열을 하면서 글을 쓰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심판으로서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누가 보면 쉬워 보여도 확실히 우리가 겪는 내부 세계가 쓰기에 만만한 것은 아니죠. 쉽게 까기도 뭐하고(내부고발자에 대한 인식은 여전하잖아요)... 그렇다고 천편일률적인 빠돌이성 글을 쓸 수도 없고... 중용의 덕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고 말이죠. 그런 고민 탓인지 결국 되돌아보면 굳이 이런 포스팅을 한다고 주제블로거가 될 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고충이 생기더군요.

  하지만 이제는 어디에 쓰건 [내 편한대로] 쓸 수 있는 당분간의 시간과 공간은 생긴 셈이 아닐런지... ****이야 글이 등록될 때 또는 메인에 올라갈 때(뭐 메인에 올라가지 않게끔, 그리고 스크랩이 불가능하게끔 등등 임의 조정이 가능하니까) 볼 사람들 말고는 관심도 없을 테고 이곳 티스토리는 하루 방문객의 숫자가 매우 적은 한가한, 조용한 곳이니만큼 위 표현대로 [내 생각대로, 마음대로 손가락이 움직여지는]글을 끄적일 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끔 기분 꿀꿀해지면 예전에 파일로 저장해 놓은 베껴놓은 글도 블로그를 꾸밀 셈치고 올려놓을 수도 있겠죠. 솔직이 요즘은 베껴쓰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힘들게 나온 한 타임의 공강시간에, 택배로 도착한 책 한 묶음(5권임)을 보면서,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담임을 맡은 반이 없다 보니, 수업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아이들의 신상을 완벽히 파악하기 매우 힘드네요. 아까 첫 시간에도 좌석표를 안 보고 아이를 지목하다 실수해서 등골이 서늘했더라는...) 끄적이는 글이었습니다.
  지난 수요일의 [현금지름]에 의한 간이테이블 구매에 이어, 오늘은 출근 전에 읽었거나 읽다가 아쉬움 속에 봉인해 두었던 몇 권의 책을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친분을 쌓은 모 블로거에게 택배로 보냈습니다(착불로 하지 않고 제 돈을 털어 보냈음). 그런데 어떤 책을 보냈는지 메모를 하지 않았네요. 크...;;;
  그리고 나서 출근 후 그동안 점찍어 두었던 책 몇 권을 [인터넷 카드지름]으로 질렀습니다. 어제 책을 지를 거라는 이야기에 옆자리 선생님이 털털하게 몇 마디 주시더군요. 책을 어찌 지를 수 있느냐고 말이죠.

  이번에 지른 것들로 치자면,

  한홍구 선생의 [대한민국사] 4권, 이미 예전에 1~3권까지 질렀고 이미 읽었고 모 블로거에게 보내드린 책이었는데 신간이 나왔더군요. 특히 최근의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시사감각이 떨어지는 현실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책들보다 늦게 보관함에 넣었음에도 지르게 되었다죠.
  탁석산 님의 [오류를 알면 논리가 보인다]라는 책, 이미 이전에 논리 및 논술과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을 구입했었기에 굳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이오덕 님의 글쓰기 관련, 외국 저자의 [논증의 기술]과 더불어 저 자신의 사고훈련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누질렀습니다.
  장정일 님의 [공부]는 참으로 우연한 기회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른 쪽에서 접하는 뉴스메이커로만 알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길에 들렀던 영풍문고에서의 커버와 머릿글에 뜻밖에 빠져드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죠. 중용의 힘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닌 꾸준한 자기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에 십분 공감을 한 계기였답니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강양구 님의 책입니다. 지난 번에 구입했던 우석훈 님의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를 읽고 또 우석훈 님의 블로그에서 이런저런 글을 읽다가 이 분의 글을 접할 기회가 되었는데 확실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과학 쪽의 내용에 현재 사회 이야기와 관련되는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되었다죠.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의 책입니다. 예전에 [장미의 이름], [논문 쓰는 방법] 등으로 접했던 저자였는데 새삼 여러 부문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확실히 저라는 한 개인으로 인식할 수 있는 지식과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빠져들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집어들게 되었네요.

  출근 전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를 집어 몇 페이지 읽었습니다. 워낙 두꺼운 하드커버 책이라 출퇴근길에 읽기는 무리겠다죠. 하지만 뭐 테이블도 있겠다 독서대도 있겠다 여가시간을 여러 동영상이나 음악감상에만 매달리기 뭐한 시간대에 읽도록 노력을 할 각오랍니다.

  요 며칠 코와 턱 언저리의 수염을 깎지 않고 보내는 중입니다. 오늘은 간만에 검은 색의 심판복 중 바람막이(그간 거의 매일 입어 왔다는)를 놓아두고 회색의 비막이 옷을 걸치고 나왔습니다. 수염도 안 깎았으면서 넥타이를 매는 만행(???)도 저지르고 말이죠. 패션 코디에 워낙 자질이 없어 막상 입어 보고선 머리를 저으면서 놓고 나왔는데 날씨가 쌀쌀하다 보니 좀 더 따스하게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한몫을 한 셈이라죠. 오늘 오후부터 날씨가 풀려 내일 이후는 보다 따스한 날씨가 계속될 것이라는데 다행이네요. 이번 일요일의 강습은 추위 속에 무리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죠.

  사실 날짜 지나가는데(고쳐 말하면 세월 흘러가는데) 무덤덤해진 측면이 적지 않은데 어느 사이에 2007년도 한 달이 훌쩍 지나갔군요. 아마 이번 설에 차례 지내러 친척들과 만나면 다른 사촌들이 결혼해서 아이들도 있는 상황에 왜 저하고 누님만 독신으로 버팅기는 모드인지 또다시 질문공세와 난처한 모습의 궁색한 답변 모드가 예상됩니다만 딱히 답이 나오진 않습니다. 사실 혼자놀기 모드로 무사히 한 인생 마감하는 것도 쉽지 않은 마당에 누군가와 함께 서로 책임과 정을 공유해 나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죠. 더구나 일 년 내내 일요일을 같이 있어 줄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심판일에 학원일에) 말이죠.

  현재 미몹 쪽은 끄적거리지 않은지 며칠 지났습니다. 전에도 일이 바빠서 일주일 가까이 손도 못 댄 적이 있었는데 이번은 나름 고민 중이죠. 이제는 [주제블로거]라는 딱지도 벗어나고 싶고 아예 회원탈퇴를 누질르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하여간에 누군가의 눈총을 받고 싶지도 않고 말이죠. 물론 심판으로 나갔을 때 우연히 TV카메라에 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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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sky의 모순세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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