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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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새벽 다섯 시 언저리까지 작업에 빈둥빈둥을 섞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지쳐 하면서도 새벽 시간에 잠을 자면 괜히 낭비한 것 같기도 하고...
  일단 학교별 기출문제 답안지 작업. 새벽 1:10분 언저리에 방에 들어온 다음 노트북 놓고 샤워하고 들어와서 모니터와 키보드, 작업거리를 고개를 돌려 작업할 정도의 각을 맞추고 어언 두 시간 40여 분... 일곱 개 학교를 마쳤다. 아직 열 다섯 개 학교가 더 남아 있는데... 그렇지만 아쉬운 것은 이 시간에 [작업]이라는 것이 내가 현실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을 위한 부대낌 속에 필요한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일테다. 무언가 나보다는 남을 위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도 그런 만족감은 결국 쓸데없는 사치가 되는 것일까?

  간만에 내 자신의 피곤을 무릅쓰고 논쟁을 불사하고 있는(또는 나름의 평을 하고 있는) 몇몇 분의 블로그를 방문했다. 솔직이 부러울 뿐이다. 나 자신이 아이들에게 "읽어라, 그리고 생각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그 다음으로 해야 할 "행동해라"고는 못하고 있는 부족함이 여기서도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록 모니터 저편의 가상공간에서나마 자신들의 생각을 근거와 주장을 담아 펼치는 이들이.

  어쩌면 나 자신이 아직도 약한 존재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야구심판 일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 10년 이상을 부대끼면서 얻어낸 경험적인 지식(그나마도 일 때문에 모임에 가서 내 목소리를 낼 기회가 거의 없다. 일년에 한 번 가서 이야기해 봤자 시의성도 맞지 않고), 당장 저녁 먹을 돈이 없어 카드로 저녁을 사 먹고 다음 달 월급으로 간신히 채울 정도로 처절한 삶을 지탱해야 했던(지금도 그런 삶을 이겨냈다고 자신있게 말은 못하겠지만) 시절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책읽기에만 매달리면서 지식을 얻어내고 그에 대한 감정과 사고를 이입해 가면서 괜시리 치기어린 자존심을 만족시키면서 지내면서도 정작 삶 속의 실전에 나서는 것은 글쎄올시다 하면서 물러서 호사스러운 열람만 하는 꼴같다.

  가끔, 아주 가끔 생각하는 것이 저 처절한 논쟁의 현장에 들어가서 한번 치열하게 싸워가며 얻고 잃고 하면서 지내보고 싶은 욕망이 들 때가 많다. 진정으로 바쁘게, 가열차게 사는 것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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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방당한 예언자]의 1장을 마쳤다. 사실 분위기는 [비무장의 예언자]의 연장선상이다.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는 마지막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속에서도 그의 통찰력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내가 91년 [무장한 예언자]를 읽으면서 나 자신의 삶 중의 한 단면 - 물론 사상가나 혁명가스러운 면은 택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그저 개인적인 부분이랄까 - 을 그에게 투영하여 지내온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그의 삶을 통찰하면서 혁명의 역사와 일반 사회 영역에 대한 통찰을 같이 살려 주는 아이작 도이처의 글에서도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 [무장한 예언자]를 읽었을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외로운 늑대"는 연애사냥꾼의 닉네임이 아니라 레프 다비도비치의 닉네임이어야 한다. 다만 내 삶 중의 하나가 야구심판이라 운좋게도 "녹색 그라운드 위의 회색 늑대(들)"이 될 수 있는 것이 운이 좋은 것일까?

  ... 전에 베끼기 작업을 했던 파일들을 다시 뒤적여 보니 [무장한 예언자]의 머리말과 3장이 적힌 것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트로츠키가 저술한 [러시아 혁명사] 상중하 3권 중 하권만 전 내용을 워드로 쳐서 저장해 놓았고 상권은 일부 장만 해놓았던 것이 기억난다. 상권의 나머지와 중권을 작업을 할까? 솔직이 일반론적인 요소는 [무장한 예언자], [비무장한 예언자],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추방당한 예언자]를 작업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닌데, 역시 문제는 한 권 당 600~700페이지 되는 책을 작업한다는 것이 지금의 상태로는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교재연구랍시고 교과서 읽기며 노트작업도 소홀해 하면서 베끼기라... 그렇기는 해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사회 속의 개인과 계급이나 기본적인 인성에 기반한 사고 방식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실감하고 있는 터라 베끼기 작업을 통해 '한번 더, 아니 여러 번 읽는 효과'를 끌어내는 것도 가능할 법도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늦은 새벽에 괜히 생각이 많아졌다. 하는 것도 없으면서 생각만 많아졌다. 확실히 나라는 녀석은 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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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sky의 모순세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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