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엊그제는 사회인야구 심판으로, 년차로 치면 13년 동안을 거쳐 오면서 몇 안 되는 [지각]을 경험한 하루였다.
  토요일 늦은 퇴근, 그렇지만 스터디 모임이 일요일 저녁으로 연기되었기에 방으로 돌아오는 길이 다소 가벼워야 했지만 의외로 늦어진 퇴근에 새벽에 잠을 제때 못이루면서 늦잠을 자고 만 것이다. 눈을 뜬 시간은 오전 10시 40여 분... 경기 시작은 12시... 구장까지 가는 데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아무리 환승시간이 운이 따른다고 해도 1시간 10여 분... 간신히 댈까 말까한 상황인 셈이었다. 그나마 원래는 오전 8시 경기였는데 다른 심판들의 사정으로 네 시간 미뤄진 것이 천만다행인 것이었을까... (어쩌면 그러한 시간의 변경이 더 게을러짐을 부추겨졌는지도 모른다)

  세수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갈아입을 옷 생각도 못하고 심판복 바지와 재킷까지 걸치고 나서 방을 나선 시간은 대략 11시. 운좋게도 연세대 앞으로 나오자마자 빈 택시가 도착했고 행선지를 말하자마자 최단거리를 안다면서 그 길로 가겠다고... 내 입장에서야 늦게만 도착하지 않으면 되겠다는 입장이었고, 25~35분 정도 안에 가야 한다는 언급을 한 채 조용히 바깥을 쳐다보며 초조해 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식목일-한식 등의 영향으로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차로는 제법 막힌 편. 이래저래 늦겠구나 싶었는데 택시 기사 분이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는 등 나름 방법을 강구한 끝에(중앙전용차로는 아니었다는) 11시 35분 경에 **지하철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택시비는 13,000원 가량...

  헉헉대면서 구장에 도착하자 내가 진행해야 할 경기는 아직 시작되려면 여유가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 고생을 하며 온 것에 비하면 나았다고 해야 하려나...

  경기진행에 대해서는... 타자들의 낮은 쪽 스트라이크 존은 괜찮게 설정되는데 높은 쪽에서 아직 타자마다 세팅하기에 어려움을 느꼈다고나 해야 할까...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는 나쁘진 않았다.

  경기를 마치고 귀가한 시간은 오후 다섯 시 가량... 세탁기를 돌리는데 애를 먹었기에 스터디는 다소 늦게 도착했고, 여섯 명 정도가 모인 상태에서 국사 나머지 부분을 마무리했다. 이제 한 달 정도는 스터디는 쉬는 모양이 되었고 시험대비작업을 하며 다른 곳에 대한 구인 노력에 열을 올려야겠다 싶다. 의외로 필요로 하는 쪽도 있는 듯 하니... 

  엊그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이틀 연속 목동구장에 배정되어 경기들을 치러야 했다. 공교롭게도 학원을 그만둔 이후의 일정 중 가장 어려운 주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난 3~5일에 3일 연속으로 두 경기 씩 소화한 것에 11~12일에 3경기 씩 소화하는 등 그때도 편하게 일정을 치른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보다 심했을까.
  토요일은 두 경기만 치렀지만 그 한 경기가 때마침 내린 빗속에 구심을 본 것이라 엉망진창 파김치 모드가 되어야 했고 또 한 경기는 해저문 저녁에 조명시설 아래 야간경기 루심을 보아야 했다. 그러고 보니 야간경기 심판본 것은 그 오랜 기간동안의 심판생활을 통틀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2006년도 MBC ESPN 연예인리그 치르는 동안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구장에서 치른 것이 처음이었지.

  일요일이 간만에 힘들었다고 해야 할까. 팀블로그 쪽에도 언급했지만 하루 네 경기를 말뚝으로 보낸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조만간 그간 나갔던 심판일정에 대한 내용들을 적은 수첩을 꺼내놓고 어떻게 배정되었나를 정리해 볼 생각인데(공개할 이유는 전혀 없겠지만) 몇 년 된 것 같다. 그러고 보면 97~2000년도 초반에 그 하루종일 1심이나 2심 말뚝은 어떻게 버텨냈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이날의 피로도가 매우 컸음일까, 일요일에 같이 일정을 소화해 주신 심판부 회장님은 연합회 임원들이 요청한 뒷풀이 모임에 심판들을 대동하고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이날에 심판들에게 들어온 스트레스 덩어리가 너무 컸고 경기 후에도 임원들 사이에 이야기거리가 된 것을 뒷풀이 모임까지 가져가게 되면 너무 힘들었들지도 모를 일이다. 목동구장에서 경기가 끝났는데 뒷풀이 장소를 잠실 근처로 가서 한다는 것도 힘든 일이었고.
  귀가 후 개인정비를 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깼는데 (예상대로) 발목에서 비명소리가 났다. 항상 겪는 일이었지만 다시 눈붙이기 전에 수습을 해두자는 생각으로 파스를 뿌렸다. 목동구장의 인조잔디 위로 불어오는 찬바람을 이틀 동안 맞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신월구장 등의) 인조잔디에 섞여 있는 흙먼지에 노출되었기 때문일까. 2주 전 신월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면서도 입술이 많이 텄는데 지난 토-일요일, 특히 일요일 맑은 날씨에 하루종일 그라운드에서 보냈더니 다시 입술이 터 있다. 입술보호용 립스틱을 발라 보지만 하루 안에 회복은 어려울 듯. 더해서 얼굴도 제법 상했다. 해가 갈수록 상한 곳만 늘어나니 이 짓도 못할 짓일 듯 싶다. 역시 심판일은 잘해야 본전이다. 그런데 어쩌나... 다가오는 11월 안에 새 자리를 쉬이 못구하면 겨울 내내 백수로 버텨야 할지도 모르는데 심판일도 KBO 총재배 대회라는 만만찮은 일정이 남아 있으니... 요즘 심정으로는 대회고 뭐고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데 그럴 여유를 슬슬 잃기 시작한다. 쉬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 아닌가도 싶고.

  어제는 간만에 몸을 일으켜 이것저것 검색해 보았다. 열차타고 어디 훌쩍 돌아다녀보려는 욕심인데 비용이 몇 년 전에 비해 꽤 올랐다. 지방 모처에 들렀을 때의 식비는 어떨런지 몰라도 교통비라던가 숙박 등을 생각하면 통장 잔고에 약간의 여유가 있다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닐 듯 싶다.

  어제 심판일을 마치고서 같이 배정된 분들과 돌아오는 길에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뭐 오늘이 제 생일 - 솔직히 87년 6공화국 체제가 들어선 이후 제 생일이 5년에 한번씩 오는 대통령 취임일과 겹치는 기분은 좋지 않아요 - 인데 그냥 헤어져서 방에 돌아와 개인정비하고 맞이하고 싶진 않았거던요. 제가 밥값 내겠다고 설레발쳐서 마침 오전에 타 구장에 배정되어 경기를 치른 후 오후에 저희 심판부 자체 강습일정을 소화한 다른 한 분을 콜해서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결국은 4인분 밥값을 지불했습니다).
  동료 심판원 분의 차를 같이 타고 **대 근처의 식당으로 향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강습일정을 소화하고 오신 다른 분과 합세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글쎄 무엇이라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을 느끼게 되었다죠.

  뭐 지난 해 있었던(저희 카페에 올라오지 않았던) 고참 및 기존 심판원의 실수-오심에 대한 건, 현재 심판부를 움직이고 있는 실질적인 운영 주체의 현재를 보는 문제 의식 및 새로이 심판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자 하는 신입 심판원에 대한 교육 진행 방식, 기존 심판원들에 대한 확실한 재보수교육 등에 대한 의지며 생각들,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근 십여 년 가까이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전국 및 서울 지역) 야구연합회 심판부라는 위상에 걸맞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다른 심판조직과의 차별성은(혹은 장점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는...
  가장 압권은 이것이었으려나요... [4심제에서 1루에 주자가 나가 있을 때 1루심이 어느 위치에 자리잡아야 하는지]를 모르는 고참 심판원이 [3심 내지 4심제에서 3루심이 타자주자 내지 1루주자가 안타 외 기타 여러 상황에서 3루로 진루를 시도할 때 어느 포지션을 선정하는 것이 옳은 포메이션인가]를 주장하는 것... 제가 그다지 많이 볼 기회도 없던 MLB 경기(우리나라 프로야구 경기는 무시)에서 3루심들의 그럴 때 포지션은 그야말로 "정형이 없습니다." 그럴 수가 없죠. 어느 곳 한 군데가 제일 좋은 곳이라고 해서 그 위치에 맞게 송구가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주자들의 슬라이딩이나 야수의 위치도 그렇고... 하지만 주자가 1루에 있을 때는 상황이 하나잖아요. 바로 1루 견제! 그것을 정확하게 보려면 어느 정도 1루에 근접해서 투수의 견제 모습과 투구 모습을 살피고 1루 베이스에서 견제 플레이가 발생했을 때 태그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거리와 각도를 잡아야 하는데 1루 베이스 뒤 10m 뒤에서 꼼짝도 안하는 분이 3루심의 고정 위치를 물어보다뇨...;;; 뭐 공부하는 것이야 좋은 것이지만 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생각에 밥이 넘어가는 위와 장 속에서 온갖 허탈한 쇠소리가 우러나더라는...

  사실 요 2주 간(그렇게나 새벽-아침 영하의 날씨에 무거운 장비가 들은 바퀴 가방을 끌고 나서는 것이, 심판복만 착용하고 아침 해가 뜨고서 한참이 지난 오전 9시 경에 강습 장소에 도착해 오전은 규칙 토론이네 실내 교육이네에 보낼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상당한 부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자체 강습에 참여하지 않고 배정을 받겠다고 배정담당 총무님께 요청한 까닭은 지난 12월 학원을 나온 뒤 새로이 구직이 되지 않아 슬슬 재정 사정이 악화되지 않을까를 걱정한 개인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위 문단에서 느껴지는 문제에 대해 우리 심판부의 운영 주체들이 "말로만 걱정할 뿐 뭔가 구체적인 행동은 오히려 그것을 고려하지 않는 단선적인 모습이다"고 느끼기 때문도 있었답니다. 그러한 부분을 지난 해 교육 때부턴가 느끼기 시작했는데 지난 해 진행되는 모습 속에서 별로 발전되는 느낌이 들지를 않더라고요.
   앞으로 자체 강습을 시행함에 있어 일정 문제(내년부터는 1월에 교육을 실시하는 쪽으로 결정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와 더불어 교육 커리큘럼과 평가 시스템을, 그간의 모습보다 더욱 체계화하는 의지와 노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는 있는데 - 사실 다른 심판부 조직들 중에는 그러한 노력을 눈에 보이게 가시화하는 곳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아는데...  - , 정작 제 자신이 보태기에는 의지가 약해지기 시작하고 있네요. 어쩌면 제 스스로가 그동안 "운영-관리자"로서의 입지를 가지고자 하지 않았기에 따르는 원죄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이젠 내부 비판자로서 의견을 제시하기도 지쳐 버리고(간간이 전화 상으로 투덜대는 정도까진 하지만 그 선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죠) 애시당초 학원 강사 쪽의 일에 접어들면서 정기적인 저녁 모임에 참석도 하지 못하고 결국 일 년 내내 모임 한 번 나가보질 못하니 발언할 기회도 없이 그냥저냥 지나가야 하는 입장...

  어쩌면 지금 일하기로 잠정 결정된 학원의 일정대로 따라갈 때 여름 이후로(여름 이전은 시험 기간 중 보충일정 잡힐 때 빠지는 통상의 일정대로 가겠지만) 수업이 더 많아져서 아예 심판일정에서 빠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을 더욱 기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심판으로서의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서로 간의 보조는 점점 안 맞아지는데 마음마저 조직에 마음붙이지 못하는 꼴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려니 속이 터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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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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