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블로그를 들어와서 링크해 놓은 다른 분들의 블로그를 들어가 보거나 리플을 남기거나 뭔가 생각하는 것까지는 매일 수시로 하는데(또는 노력하는데) 비해, 정작 뭔가를 남기려고 하면 때를 놓치기 일쑤다.

  지난 일요일 5주만의 심판배정을 받아 출장하고 팀블로그에 심판일지를 작성한 시기도 월요일 집안 제사를 치르고 난 다음 자정 넘어 귀가해서 끄적이고서는 이후 휴업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다. 학원에서의 수업이 힘겹기 때문이기도 있고, 문제만들기라던가 뭔가 구상만 하다가 뻗는 것일 수도 있겠고, 새벽에 방에 들어오고서 마침 케이블 TV에서 하는 만화를 본다거나 야구 하이라이트를 본다거나 하느라 시간대를 놓치고 잠을 자는 것도 있겠지만 개중에 스스로 생각컨대 비중이 큰 원인을 언급하자면 "짐 옮기는 것이 힘겨워서"다.
  고시원 생활을 하다 보니, 더구나 복합기를 들여놓은 이후로 방안에 책을 놓을 공간은 더욱 한정되어 버렸고 지난 번의 학원과 달리 이번 근무지는 방에 있는 개인 소유 책들을 학원에 옮겨놓을 공간이 더욱 부족한 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의 개인 책꽂이장에 교과서 두엇, 개인적으로 구입한 교재서적이나 역사 관련 서적 서넛을 꽂아 놓은 상태). 그래서 고시원 방의 의자에 책받침대를 이용해서 움직여 쓰기 편하게 해놓고 있는데 노트북을 테이블 위에 거치하고 작업을 하려니 의자에 놓아 둔 책들을 침대로 옮겨놓고 작업해야 하고, 잠을 자기 전에 다시 의자에 돌려두어야 하는데... 옮기다가 복합기 돌출 부위에 걸리는 경우도 있고 허리가 아픈 관계로 순간순간 결리는 정도를 걱정하는 경우도 있고 해서 점점 안 하게 된다. 여름에 들어서게 되면 퇴근 후 작업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렇게 방에서 일하기가 버거워지면 어쩌는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오늘 학원업계 종사자들이 서울역에서 집회를 연다고 필히 참석하라는 전달을 어제 퇴근 전에 받았다. 하지만 새벽에 눈을 붙이고 아침에 눈을 뜨니 급하게 채비해서 갈 만한 여유가 안 되더라는. 도리없이 팀장과 같은 과목 동료 선생님께 문자를 띄워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야 한다고 연락(사실 어정쩡하게 서 있는 정도면 모르지만 두어 시간 구부정하게 쪼그려 앉아서 시간을 보내노라면 허리가 남아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한 것인데)하고 한의원 행. 침을 맞고서 나오니 집회는 끝났다고 문자가 오고... 서울역에 가서 집회 끝물에 들어설까 하다가(내키지도 않는 행보였지만) 광화문 교보문고로 가서 인문 분야 및 정치사회 분야 신간을 확인하고 문구류 두엇을 구입 후 학원으로 출근... 출근 직후 참석한 분들께 이야기를 듣자 하니 역시 학원업계(이른바 사교육계) 종사자들이 과연 공교육 종사자와 같은 레벨로 취급받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나 혼자만의 의식은 아니로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새벽녘에 다 읽었다. 어제 출근길 전철과 퇴근 후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새벽에 방에서 침대에 가방을 놓고 등을 기대누우면서까지 마지막 부분을 열독한 보람이 있었다고 해야겠지. 무엇보다 최근 들어, 아니 명색이 강사로서의 때깔이 나기 시작한 이후부터 내가 가르치는 사회 과목에 있어서 뭔가 괴리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던 것을 보다 절감하는 계기였다고 해야 할까. 하여간 근 2-3년 사이 읽고 있는 책들은 그런 것들이다.
  오늘 출근길에 펴든 책은 [지식 e] 2권. 1권에서 느낀 바들이 계속 이입되는 중이다. 부지런히 읽고 지난 번에 구입한 다른 책들로 넘어가야겠다는 마음가짐이다. 한 번 읽는 것으로 만족하는 자세는 가지면 안 되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현재 돌아가는 모습에 따라가는 것이 어려울 테니... 그저 책을 원없이 쌓아놓고 마음 편하게 읽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사색할 수 있는 여가를 내고서도 세상 사는데 지장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괜한 투정이 드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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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sky의 모순세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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