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여유가 생겼다는 것(벌이가 끊겼다는 것과 동일시되겠지만)이 이런 것인가 싶다. 의자에 쌓여 있는 책들을 귀차니즘을 참고 침대로 옮긴 뒤 모니터 앞에 앉아 이곳저곳을 찾아다닌다. 수업 때 아이들에게 농담삼아 떠들었던 "인터넷 검색 중독자"의 모습이다.

링크했던 블로그들을 몇 군데 찾아들어갔다. 학원근무, 수업준비, 수업진행에 더해서 전화상담, 대면상담에, 상담일지 정리에 더해서 체크리스트 정리, 출석부 정리에, 문제만들기에, 모의고사 감독에, 정시모집 상담전화에, 하는 것도 없이 책상에 앉아서 간신히 인터넷에 들어가 봐도 책 지름하는 것이 고작, 그리고 출퇴근 시간대에야 간신히 책읽기 모드가 고작이었던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엄두가 나질 않았던 시간들이 뭐였던가 싶다. 당분간(새로운 자리를 구하게 될 때, 그곳에서 잘 해 나가기 위해 또 무엇을 버려야 될지가 궁금하지만) 교재노트 작업이라던가 파일화, 독서 등에 시간을 쏟게 되겠지만 그간 내 양심과 지혜를 쌓아주는데 도움이 되었던 여러 블로거들의 글을 여유를 가지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보는 것이 아니다)에 문득 즐거운 기분이 다가온다. 더구나 문을 닫고 잠적하셨던 모 블로거가 다른 블로그명으로 슬그머니 글을 많이 남긴 것을 보았을 때는 쉬는 것이 좋은 것이구나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일에 치여 있을 때, 오로지 자기 눈앞만 쳐다봐야 하는 동안 놓친 것들에 대한 회한이 솟아난다. 조만간 부산에 내려가 전에 일하면서 만났던 선생님들과 한 자리 하길 바라는데 그 때 이런 기분을 토해내면 어떤 반응이 들어올까?

하워드 진의 "권력을 이긴 사람들"을 다 읽었고, 지금은 장하준의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를 1/3에서 절반 가까이 읽었다. 앞의 책 내용 중 아나키즘에 필이 꽂혀서 서점에서 찾아보고 알라딘에서도 찾아보았는데 권위주의라는 함정만 벗어난다면 일단 내 생각의 혼란은 많이 줄일 수 있을 법도 하다. 물론 살 여유는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장하준의 책을 끝내면 그간 사놓은 책들이 눈앞에 펼쳐질 전망이다. 일부는 래핑조차 뜯지 않은 상태. 정말 방 크기가 아쉽기 그지없다. 자리가 구해진다고 해도 어차피 그 자리에 옮겨놓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은행계좌에 있는 돈(이럴 때 계산적이 될 수밖에 없는 참 이기적인 상태)을 모아논댔자 오피스텔 작은 방 하나 보증금에 월세 박으면 거의 꼬라박 수준. 관리비라던가 가재도구, 인터넷 설치와 유지비 등을 고려하고 나면 로또가 아쉽다는. 3단 이상이 쌓인 데 더해 자리할 때마다 의자와 침대 누울 자리를 책무더기를 네 무더기 이상 옮기는 것이 힘겹다. 그렇다고 지금 있는 넘들을 팔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그러고 보니 지금 있는 고시원 생활(두번째)이 어느 새 만 5년이 되어간다. 첫번째 고시원 생활까지 합치면 어언 7년이 넘어가 있는 상황. 지금의 고시원에 있으면서는 여행다운 여행도 안 가봤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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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sky의 모순세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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