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며칠 동안 새벽 4시 이전에 잠이 들지 않는 날들이 계속되어 그런지(화요일 밤만 빼고) 오늘은 일어나서 몸을 추스리는데 평소보다 더 힘이 드네요. 감기 기운도 느껴지고. 괜히 며칠 동안 새벽 커피를 즐겼다 싶은 후회도 드는군요. 내일 편도 지하철 이동시간만 대략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하루를 보내야 하는데 괜시리 걱정됩니다.

  어제와 그제 "무엇을 지를까?" 하는 생각으로 끌리는 상품들을 클릭하면서 웹상을 돌아다니는데 막상 목록이 꼽아진다 싶으면 '이거 다 사고 문제는 없는 거야?' 하는 기분으로 한 발 물러서게 되네요. 주6일 출근에 아무리 옷의 조합을 이리도 짜 보고 저리도 짜 보고 하지만 몇 주 지나면 이거 제대로 입고 다니는 건가, 아이들이 보기에 우스운 소리 나오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으로 겉옷을 좀더 갖추어야겠다 싶은 마음이 있는데 막상 옷을 사자니 방의 옷을 걸어놓을 옷걸이와 걸이용 봉이 그 무게들을 다 견뎌낼 수 있는지도 걱정이고(가끔 세탁물을 방의 걸이용 봉에 같이 걸어 놓을 때도 있어서 제 방 공간은 좁아진다는). 단화의 굽이 닳아가는 것을 보면서 새로 한 켤레 사두고 싶은 마음이 있는 한편 안 그래도 발목이 고질적인 아픔을 가지고 지내는 형편에 또 사냐 하는 생각과 그렇다고 발목을 보호해 줄 만한 운동화를 사자니 아까움도 있고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하다가 출근길에 떠오른 것 하나, '심판 마스크도 부분적으로 금이 간 곳이 있어 바꿔야 하는 거 아냐?' 거기에 [알라딘] 사이트의 보관함에 올라 있는 그 수많은 책들의 목록들... 결국 2007년의 지름은 계획적으로 파산신을 영접하라는 신의 시나리오가 이미 짜여져 있는 것이나 아닌가 싶어요. 어느 정도 생활공간에 무리가 없는 적당한 크기의 원룸을 구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할 상황인 듯(예전에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돈이 거의 없었을 때). 하지만 막상 구하는 과정의 험난함에 현재 구석 구석에 있는 짐들의 처리 문제하며-고시원 주인 아저씨께 부탁해서 창고에 둔 박스도 세 개인가 있다는- 이사의 번거로움과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부분. 그리고 이사를 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부대 비용(현재는 고시원에서 인터넷과 TV, 기타 생활에 필요한 장비사용을 하고 있는데 고시원이 아니면 그런 모든 것이 구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까지 고려한다면... 한숨만 나오는군요. 역시 사람이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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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와 오늘 출근길에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을 읽었습니다. 한겨레신문인가 한겨레 21인가가 주최한 인터뷰 특강내용을 담은 책인데 두 번째 접하는 것이라죠(지난 해 [거짓말]을 주제로 한 책을 읽었음). 한비야 씨의 특강이 첫번째 목차에 있었는데 읽다가 지하철에서 눈물을 쏟을(아니 찔끔 흘릴) 뻔 했습니다. 자신의 눈과 경험으로 알게 되는 사실에 감응하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 하면서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자 노력한다는 그분의 말을 들으면서(책을 읽은 것이지만 마치 귀로 듣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는) 내게 부족함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확 들어오더군요. 특히 목발을 짚은 아프가니스탄의 소년 한 명에 내어 준 빵을 베어 물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기뻐하는 시선을 느낄 때는 차마 다음 내용을 읽어갈 배짱이 사라짐을 느꼈습니다. 이른바 난민들, 영양부족과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는 아이가, 언제 쥐어 보게 될지 먹어 보게 될지 모르는 빵을 선뜻 건네주는 그 마음, "전쟁이 끝날 때까지 죽으면 죽을 줄 알어!"하는 호통에 어리둥절하는 눈빛을 보이다가 활짝 웃으면서 "네!"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니 지금 서 있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지더군요.
  이러한 이야기를 당장 공부의, 지식의 무한경쟁이라는 잔혹한 현실 속에 내던져진 아이들에게 해 준다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매우 두렵습니다. 가르치는 이라면 단지 성적을 내기 위한 지식과 시험문제를 틀리지 않고 정답만 적어낼 수 있는 방법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세상의 모습과 올바른 가치관(무엇이 올바른지는 정의내리기 어렵지만)을 정립할 수 있는 다양한 생각을 전해줄 수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욕심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러기에는 제가 보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너무나 부족하죠. 당장 옷 한 벌, 끼니 하나, 공간 하나하나에 이기적인 욕심을 부리는 제 자신이 말이죠.

  참... 책 하나하나에 제 자신의 마음이 부끄러워짐을 느껴야 한다니... 이거 좋은 것인지 아닌지 저도 헷갈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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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2007.02.2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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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2007.02.24 23:22
  3. BlogIcon Trotzky trotzky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님...
    굳이 그렇게 하실 필요까진 없을 거라고 봅니다. 저도 그에 대해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 장난은 충분히 치고도 남을 정도의 어둠이 그 얼굴에서 느껴졌으니까요. 괜한 독심술이려나요?

    2007.02.25 03: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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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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