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또다시 일주일만에 포스팅하겠답시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참 고생스럽다는 느낌도 든다.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이상하리만치 힘들다.
  학원에서는 수업준비(학년도 다른데 유난히 학급마다, 학생마다의 이해도 편차가 심하기에 매번 새롭게 준비하는 느낌이라는)에 힘겨워하다 겨우 여유가 되면 작업 등에 매달려야 하니 그 와중에 공강시간에 포스팅을 하자고 하기엔 혹시라도 모를 다른 이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귀가하고 나서 해야지 싶으면 심신이 모두 파김치 상태에 책들 한 짐을 옮기고 삐딱한 자세로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그나마도 지난 주중에 이틀은 작업한답시고 시간을 보낸 게 다였으니... 한 술 더 떠서 금-토에 밤을 꼬박 새워 작업을 한 여파로 토요일 출근 지각-수업 빡빡으로 정신없는 터에 학생 녀석의 불평까지 뒷구멍 루트로 들어와서 사람 힘겹게 하고, 한 학급에 하루 3타임을 연거푸 들어가는 학급도 있어서 수업량 조절에도 스트레스 받고(아이들이 하루에 몰아서 보니 별 희한한 요구를 다 하는데...)...
  지지난 주 갑작스레 생겨난 (예정되어 있기는 했지만 그 이후 아무런 준비의 여유도 없이 당일 수업하라고 떨어지니) 토요일의 저녁 수업이 끝나자마자 정전이 되질 않나... 그 와중에 문단속을 간신히 하고 스터디에 참석하니 이미 다 끝나서 마무리되는 형국... 이러다가 근근이 이어 온 스터디도 실속없이 나가지도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까지 증폭되고... 토요일 강하게 내린 비 덕에 심판배정된 구장의 그라운드가 좋지 않아 배정은 취소되었지만 이렇다 할 휴식을 취한 것도 아니었다.(다른 구장 몇몇은 경기한 곳도 있더라는...)

  한국과 베네수엘라와의 WBC 준결승전이 있다고 했지만 그냥 아침에 방을 나섰다. 강남 교보에 들러 외장하드 파우치와 거치대, 조그만 수첩형 노트 하나에 볼펜 하나를 구입, 그리고는 코엑스로... 책들을 흝으며 무엇을 지를까 고민을 했지만 결국 서점은 나왔고 음반 매장에서 [Cowboy Bebop] 극장판 DVD 하나를 지른 것으로 만족... 그 사이에 한국이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다는 아는 분의 문자정보 수신... 기뻐해야 할지 씁쓸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상황이었다. 
  버스를 타고 동대문에 도착하니 어느 사이에 오후 세 시가 훌쩍... 두타 옆 상가의 매장에 들러 재킷 하나를 지르고 바로 방으로 향해 들어오니(도중에 도시락을 사갖고 들어온 시간이) 오후 4시 30여 분 정도. 버스를 타고 동대문으로 향하던 중간에 내렸으면 바로 옆의 학교에서 동료 심판들이 경기를 진행 중이었을지도 모르는 경기가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이쪽 학교 운동장은 아침에 그친 비에 정오 전에 해가 뜨면서 근근이 경기는 할 만한 상태가 되었던 것인지도) 들르질 않았기에 해가 떠 있는 동안에 돌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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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중에 이곳에 오신 지 한 달 남짓 된 ** 선생님이 경질되었다.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가 아닌 윗선에서의 일방적인 교체... 표면적인 이유야 수업대상인 학생들에게 수업능력이 뛰어난 이로 비춰지지 않았다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색이 시강도 했을 테고 이런저런 확인도 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노라면 뭔가 아니로구나 하는 느낌이다. 어쩌면 그렇게 일방적인 교체를 단행함으로써 나머지 선생들에게도 분위기를 환기시키겠다는 의도겠구나 하는 감상이긴 하지만... 그래 가지고서야 마음 붙이고 애들 가르칠 맘이 들까도 싶다 생각하니 정이 안 붙는 정도만 더욱 커지게 됐다. 안 그래도 수업 준비 때문에라도 몸과 마음이 극도로 피곤해지는 때인데 얼마 안 되는 학급인원도 요동을 치고... 전혀 다른 마인드로 수업을 맞이하는 이들에게 뭔가 목표의식을 배양하는 데도 한계가 아닌 듯도 싶고... 그렇게 부대끼며 일하기에는 안정적인 보수인가 하는 의문도 들고... 이래저래 싱숭생숭한 기분만 밀쳐 들어오려 한다. 마음이 안심이 안된다고나 할까... 시기적으로 좋은 시기는 아닌 것 같지만 다시금 구직 창을 열어두어야겠다 싶어 ****을 로그인했는데... 이렇다 할 만한 곳이 없다. 경기를 타기는 타는가도 싶고... 이젠 나이 때문에 이곳저곳 이력서 보내고 원하는 급여를 받아내기도 쉽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어 한숨이 피쉭 하고 나오려 한다. 소개 중개를 부탁해서 이력서를 보낸 곳에서도 이렇다 할 연락이 오지 않고 있고...  도저히 정이 붙지 않아 중간고사 대비까지만 있다가 나와야겠다 싶은데 마음붙이고 오래 다닐 수 있고 그만한 고생을 할테니 거기에 맞는 대가를 줄 수 있을 만한 곳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만 강해진다.

  재미가 없어진다. **실장 말대로 혼자 사는 데서 얻는 재미는 정말로 한계에 다다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거주지의 현실과 수입현황에서는 다른 것을 꿈꾸기는 어림도 없겠지 싶다. 앞으로 몇 년이 되면 이 생활에 종지부가 찍어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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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sky의 모순세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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