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일요일 저녁에 피곤한 몸으로 급하게 세탁물을 처리하던 중 핸드폰을 세탁기에 넣고 두 시간 가까이 돌려 버리는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한 달도 채 되기 전에 메인보드와 액정을 연결하는 부품교체 관계로 적잖은 액수를 수리비에 쏟아부은 것도 아까워 완전 사망 상태를 만들어 버리다니... 스스로도 어이없어 할 밖엔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것도 지금 다니는 학원 말고 강사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불꽃을 태우고 싶은 마음을 아무개 학원에 이메일로 전한 뒤 연락을 노심초사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였으니...

  결국 메인보드에 대한 납땜 등의 수리 조치 등을 통해 번호는 살렸지만, 그러한 대형사고의 여파가 보드의 교체만으로 마무리되진 않을테고(13만원인가 수리비가 나온다고 함), 자판이라던가 액정 등의 문제, 2년 4개월 째가 되는 기기에 내재되어 있을 다른 문제 등을 감안할 때, 교체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데이터만 살려진 폰을 들고 근처 대리점으로 향했고(센터 직원은 보드 교체가 낫지 않느냐고 했지만), 결국 같은 번호로 바꿀 수 있는 폰들 여섯 개 중에 무료로 쓸 수 있는 같은 품종의 폰은 고르지 않고 같은 회사의 좀 더 최신 기종으로 교체했다. 2년 약정에 6개월 무이자 할부, 데이터 무슨 제가 있다는데 오전에 연락해서 해지하겠다고 하면 추가 비용은 내지 않을 듯. 액정도 큰데다 두께도 더 얇아져서 간수에 더 신경써야 할 듯 싶다.

  핸드폰 문제 때문이었을지... 아니면 그에 따른 다른 일들이 꼬임에 대한 부담이었을지...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전날 밥먹고 전기담요 스위치도 키지 않고 그냥 뻗어버린 여파였을지... 정 아니었다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풀타임 수업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진행이 잘 안 되서였을지... 하루종일 피곤한 상태였고 퇴근길의 몸상태는 거의 몸살 수준이었다. 귀가길에 밥을 먹고 감기약먹고 샤워를 해서 약간 추스려지긴 했지만 있다가 잠을 청할 때는 전기담요 스위치를 올려야겠지. 다른 것은 몰라도 일요일 새벽에 이력서를 보낸 학원에서 좋은 답이 와 주었으면 싶다. 지금 있는 곳에서 특목팀장이라던가 교무실장 등은 강사를 챙겨주려는 생각이 없잖아 있는데 정작 원장과 새로 보직을 받은 학습부장(관리과장 보직에서 승진발령된 케이스)이 무슨 찰떡궁합인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일처리를 요청하는데 안 그래도 여러 다른 학년에 대한 수업에 대한 생각이며 학생 개개인에 대한 생각들(상담도 하지 않으면서 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는)도 힘겨운 판에 페이퍼워크 거리 갖다 주고 관리에만 힘을 기울이라는 이야기는 귀에 안 들어오기 일쑤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케이블 채널에서 하는 [엄마매니저 사관학교]인가 하는 프로그램을 학부모에게 권장하는 것이 더 낫겠지 싶다. 나 자신도 학원계에 종사하는, 그럴 수밖에 없게 된 처지이지만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준비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운 처지이니까. 주 24타임의 수업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학년들이 섞여 있는 서로 다른 영역의 이야기들을 모두 무리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느낀다. 그런데 이번에는 명색이 타임 수 30여 개 가까운 수업을 특목반 수업들로 다 깔겠다고 한다면... 중3을 제외하고야 엄청난 레벨의 교재를 쓸 것도 아니지만 수업 준비에만 힘을 쏟아도 쉽지 않은 일일 듯 싶다. 거기에 일반 종합반 수업, 한국사 인증까지 하라면... 한 사람의 힘으로 어찌 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주말까지 돌아가는 것 보고 월말 전에 떠나는 것도 고려해 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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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간이 식당에서 집어드는 신문의 기사들 하며, 간간이 케이블 TV를 둘러보다 뉴스 몇 꼭지를 보노라면 속이 울컥울컥인다. 남들 좋아하는 뉴스에는 별 관심이 없고, 세상 돌아가는 것이 참 매정하고 야속하고 왜곡된 세계임을 알려주는 뉴스에만 관심을 가져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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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sky의 모순세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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