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일요일 심판배정 나간 곳에서 만난 리그 측 운영자와의 한담 중 "이호성 관련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한 차례 뜨끔했다. 그의 현역 시절 프로야구 경기에서의 이미지에 끼워 맞추는 섣부른 실언 - 스토브 리그 때 종종 나왔던 '엄지로 대못 박기 신공의 소유자'라는 이미지를 자칫하면 은퇴 후의 험악한 이미지와 매치시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 사실 밥만 먹고 운동을 해온 이들은 겉모습은 험하고 많이 맞고 자라 인성이 부드럽긴 힘들지 몰라도 지인들을 챙기는데는 앞뒤 가리지 않는 순박함이 숨어 있는 경우도 제법 된다. 얼마 전 케이블 채널에서 본 두산 2군 출신 김 모 선수만 하더라도 리그 운영입네 돈 관리입네 등등 일처리와 마무리가 매끄럽지 않아 고초를 계속 겪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돕고 보는 심사 하나는 고개를 주억거려 줄 만은 하니  - 을 하지나 않을까 졸린 가운데서도 신중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뭐 현재 사회인야구가 맞닥뜨리는 현실(구장 문제라던가 대회, 다른 리그들의 모습들)과 올림픽 예선에 대한 이야기, MLB에서 뛰고 있는 우리나라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도 이야기거리에 들어 있었지만...
  어제 퇴근 후 전철막차 타고 다시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걸어온 뒤 인터넷 접속을 해서 확인을 해 볼까 하다가 오늘 학원 내 입시 세미나가 오전에 예정되어 있어 일찍 일어나야 했기에 TV의 24시간 뉴스채널을 들어가 보니 주요 뉴스라고 몇 꼭지가 떴다. 그 중 첫번째를 차지한 것이 "이호성 변사체 발견"이었다...... 그러면서 그의 은퇴 후의 이력들이 뉴스에서 나오는데(YTN 및 아침 7시 경에 방송된 공중파 뉴스에서) 뭐랄까 착잡함을 금하기 어려웠다.
  한 가족의 실종 및 사망(살인으로 써도 무방할 듯...)에 시체 암매장... 용의자 선상에 올랐던 그가 진범(공범이 있을지는 모르지만)으로 확인된다면 도대체 어떤 감상을 끄집어내야 할 것인가... 그가 현역 시절 보여준 강력한 장악력(통산성적의 수치가 매우 뛰어나진 않았을 테지만 그가 그라운드에 있고 없고에 따라 느껴지는 체감도는 제 개인적으로 매우 컸다는)을 우선해야 할지, 아니면 그의 은퇴 후의 모습들, 어지간한 정상적인 교양을 쌓은 사람들이라면 쉽게 디디지 않았을 행보에 대한 것을 우선해야 할지 말이다.

  이제 기억에서도 점점 멀어지는 장면이지만, 내가 속한 사회인야구연합회 심판부가 국민생활체육협의회의 소속으로 바뀌면서 매년 지방을 돌면서 벌어지는 [전국한마당축전]에 심판으로 참여했던 시절을 떠올려 보게 된다. - 지난 해 07년은 울산, 06년은 여수-순천, 05년은 천안-공주, 04년 광주, 03년 마산이었으니(우리 쪽 심판이 매년 내려가서 진행했는데 학원일에 매인 처지라 학원일을 하고 있지 않은 때만 내려갔기에 청주, 마산, 천안-공주만 참가했던 기억이...) 처음 참가한 02년 대회는 청주 쪽 대회였는데, 그 때 1부 결승(팀 구성원 전원이 선수 출신이 가능하도록 구성)에서 광주 팀과 충북 팀의 경기를 3루심으로 보았을 때, 심판들끼리 지나가는 말로 "이호성의 팀 대 최동창(옛 OB 및 두산 선수 출신)의 팀의 대결"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뒤 한 두 해 정도인가 축전에 계속 참가하면서 광주 팀들의 후원을 이호성 씨가 도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그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었는데, 이런 뉴스의 주인공이 되어 공중파를 장식한다니 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사고도 아니고 삶에 대한 비관자살도 아니고 용의자(피의자) 신분에서의 종말이라니...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이호성과 프로 입단 동기였던 이들이 누가 남아 있는지도 떠올려 본다. 90년 입단이었으니 대졸이라면 거의 40줄에 들어섰거나 근접했을 듯. 고졸이었다면 이제 40을 몇 년 앞두고 있을 테고... (한방에 떠오르는 이가 LG 신인으로 90년 신인왕이었으며 지난 해 현대 유니콘스 소속이었던 포수 김동수밖에 없다는... 이래서 기억을 소장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일지도...)

  올해엔 동대문구장 철거와 목동구장의 보수작업 후 프로구단용(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지만) 전용에 따른 여파로 서울시 지역 대회와 전국대회들이 지방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더 많아질 텐데... 그나마 이넘의 학원 일 때문에 내려갈 일이 없는 것이 다행일까? 따라 내려갈 수 있을 리는 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숱한 뒷담화와 구설들을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될테니 괴로운 일이겠지. 요즘같이 개발 우선, 경쟁에서의 승자독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상황에서 괴로운 이야기를 듣고 귀를 씻어낼 곳도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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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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