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미디어몹의 술이부작 님이 구하신 글(퍼왔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겠다 싶어) 을 가져왔습니다. 나름 테러리즘에 대한 최근의 분위기를 익히는데 도움이 될 듯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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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ign Affairs 2006년 9/10월호에 수록된 "Is There Still a Terrorist Threat?"(원문보기)를 요약 번역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얘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 글이 '포린 어페어스'에 실렸다는 게 중요하겠죠. 미국의 지식인이나 정치인들 대부분은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 이라크 공격과 대테러 전쟁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인 듯합니다. 이제 부시만 남은 걸까요.


누가 아직도 테러를 말하는가

존 뮐러(John Mueller)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정치학)



지난 5년간 미국인들은 계속해서 알 카에다의 테러가 임박했다는 경고를 들어왔다. 2003년에는 200여 명의 정·재계 안보 전문가들이 모여 2004년 중으로 9.11보다 더 파괴적인, 어쩌면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한 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04년 5월에는 애쉬크로포트 법무장관이 몇 달 안으로 알 카에다의 공격이 있을 것이며, 테러 계획의 90%가 완료됐다고 경고했다. 그 해 가을에는 "대테러 담당자들은 알 카에다가 2004년 11월 선거 이전에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믿고있다"고 <뉴스위크>지가 보도했다. 그 "10월 기습공격"이 일어나지 않자, 이번에는 '역량 부족으로 선거 전에는 공격을 할 수 없었지만, 몇 달 내에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는 성명에 관심이 쏠렸다. 이것은 오사마 빈 라덴이 만든 것이라고 전해졌다.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창설 선언문 첫 페이지에는 이렇게 써있다. "오늘날 테러리스트들은 사실상 모든 무기를 사용해 모든 곳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테러가 그렇게 쉬운 것이고 테러리스트가 그렇게 강력하다면, 왜 이제까지 테러가 없었던 건가? 왜 테러리스트들은 백화점에서 총을 쏘고, 터널을 무너뜨리고, 음식에 독을 타고, 전깃줄을 끊고, 열차를 탈선시키고, 송유관을 폭파하고, 대규모 교통체증을 유발하지 않는 걸까? 안보 전문가들의 말대로라면 테러의 기회는 정말 셀 수 없을만큼 널려있는데 말이다.

미국 안에는 테러리스트가 거의 없고, 해외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으로 들어올 수단이나 의사가 없다는 설명이 합리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 왜 테러가 일어나지 않았는가?

그 대신 미국에 테러가 없었던 것은 9.11 이후 신속하게 취해진 대응책 덕분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새로운 테러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던 사람들이다. 지난 5년간 미국에서 테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9.11 이전 5년간 역시 테러는 없었다. 그 때 미국은 지금과 같은 대응책을 실시하지 않았다.

테러를 감행하기 위해서는 총이나 폭탄을 가진 사람 한두 명이면 충분하다. 2002년 워싱턴 DC 총격사건에서처럼. 따라서 정부의 대책은 이런 시도까지 모두 막아낼 수 있을만큼 완벽해야 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상륙했을 때 정부가 보여준 무능이나, FBI의 정보 교류·정리용 컴퓨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의 와해를 생각하면 이같은 설명은 억지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미국보다 훨씬 철저한 대테러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테러를 겪고 있다.

테러리스트가 미국으로 들어오기는 더 어려워졌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방문객과 이민자는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 합법적인 외국인 입국자는 연 3억 명에 이르고, 매일 1천~4천 명의 밀입국자가 있다. 정부는 수십년간 많은 예산을 투입해 '마약과의 전쟁'을 치렀지만, 상당량의 마약은 정부가 압수하지도, 발견하지도 못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매년 대략 수백 명의 무슬림 국가 출신자들이 멕시코를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되며, 입국에 성공한 사람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러에는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 9.11 기획자들은 중동 출신들의 미국 입국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여권을 가진 비아랍계를 이용한 계획을 세울 것이다.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그렇게 확고한 계획을 갖고 있다면, 그들은 지금 여기 있어야 한다. 그들이 여기 없다면, 그들이 우리의 생각보다 게으르거나, 의지가 없거나, 무능하기 때문이다.

테러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또다른 설명은 2001년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알 카에다가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믿을 수 없다. 2004년 마드리드 열차 테러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알 카에다 훈련 캠프에는 가본 적도 없는 소수의 사람들이 자행했다. 그들은 13개의 원격 폭탄을 이용한 치밀한 테러를 계획했고, 그 중 10개가 예정대로 폭발해 191명이 죽고 1800명 이상이 다쳤다. 이 테러와 2005년의 런던 폭탄 테러는, 미국의 전 대테러 담당관 다니엘 벤자민과 스티븐 시몬이 말한 대로 테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휴대하기 좋고, 발견해낼 수 없는 이것만 있으면 테러를 할 수 있다. 바로 아이디어다."

테러리스트들은 이라크에서 활동하느라 미국에서 테러를 저지를 인력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알 카에다 동조자들은 지난 3년간 이집트, 요르단,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터키, 영국에서 테러를 저질렀다. 모든 테러 지원자가 이라크로 몰려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미국의 무슬림 공동체가 유럽 일부 국가와 달리 사회에 잘 통합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2005년에 대규모 공격을 당한 영국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무슬림 공동체가 사회에 잘 통합되지 않은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에서는 테러가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테러리스트라면 무슬림 공동체를 이용하진 않을 것이다. 이곳은 경찰 당국이 가장 강력히 테러 단속을 벌이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9.11 테러 주도자들 역시 미국의 무슬림과 모스크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지령을 받았다. 이런 사실과 마드리드 열차 테러는 공격을 위해 광범위한 조직적 후원이 필요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알 카에다가 신중하게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왜? 9.11 테러 준비에는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4년 마드리드 열차 테러는 6개월만에 모든 일이 끝났다. (마찬가지로 티모시 맥베이의 1995년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파사건도 계획에 1년이 안 걸렸다.) 2003년의 이라크 침공이라는 도발을 생각하면 테러리스트들은 일정을 앞당겨야 하지 않는가. 그들이 그렇게 신중하다면, 그들은 왜 계속해서 또다른 공격이 임박했다고 주장하는가. 2003년에는 알 카에다 지도부가 오스트레일리아, 바레인, 이집트, 이탈리아, 일본, 요르단,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예멘에 대한 테러 계획을 선언했다. 3년 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예멘, 요르단(및 예정엔 없던 터키)에서 폭탄이 터졌다. 하지만 명단에 있던 다른 나라들은 무사했다. 테러가 발생한 것은 비극이지만, 그 횟수를 생각하면 뻥치고 과장하는 이들은 대테러 담당관들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테러범들을 보진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위험하다."

9.11 이후 왜 미국에 테러 공격이 없는지에 대한 확실한 설명은, 현재 선전되는 테러 위협론이 극도로 과장되었다는 것이다. 2차대전 때는 일본계 미국인들이, 냉전 시대에는 미국 공산주의자들이 그런 위협으로 지목되었듯이 말이다.

FBI의 테러 위험 평가는 "내 생각은 이렇다. 따라서 그들은 이렇다"와 같은 식이다. 2003년에 FBI 로버트 뮐러 국장은 "현재 가장 큰 위협은 우리가 아직 확인하지 못한 미국 내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다"라고 선언했다. 게다가 어떻게 알았는지 그는 이런 확인되지 않은 조직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2002년 워싱턴 총격사건이나 2001년 탄저균 공격으로 지명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들 사건은 알 카에다와 관련이 없다). 하지만 9.11 테러범들은 미국내 알 카에다 조직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당시와 상황이 바뀌었는지는 전혀 분명치 않다.

뮐러는 2003년에 "알 카에다는 경고 없이 미국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만들어낼 능력과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실로 조용히 지내온 셈이다. 그럼에도 뮐러는 흔들림없이 2005년에 똑같은 주문을 외운다. "나는 현재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정보 당국은 2002년 미국에 5천 명의 알 카에다 동조자가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2005년 FBI 비밀 보고서는 3년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강력한 작전을 폈지만, 몇 군데에서 일부 불량배를 검거한 외에는 단 한 명의 알 카에다 조직원도 검거하지 못했다고 실토하고 있다.

수천 명의 미국인들이 감시 프로그램에 의해 해외 통화를 도청당하고 있다. 이들 중 정보기관이 국내 통화 도청 영장을 청구할만한 혐의가 있던 사람은 열 명도 안 된다. 도청을 통해 어떤 혐의든지 밝혀져 기소가 된 사례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규모 도청·구금 프로그램 외에도, 매년 3만 장의 "국가 안보 영장(National Security Letters)"이 법원 심사도 없이 발부되어 기업들의 고객 정보 등 기밀 자료가 비밀리에 제공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천 건의 수사가 있었으나 성과는 아무 것도 없었다. 8만여 명의 아랍·무슬림 이민자의 지문을 채취하고, 또다른 8천 명은 FBI 조사에 불려가고, 5천명 이상의 외국인이 테러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수감됐다. 조지타운 대학 데이비드 콜(법학) 교수에 의하면 이들 중 테러범으로 처벌된 사례는 단 하나도 없다. 정확히는 몇 사람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테러 용의자로 떠올랐으나, 대개 이민법 위반 등 다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 중 일부는 정신병자거나 단순한 과대망상증 환자였을 뿐이다. 용접기로 브룩클린 다리를 무너뜨리겠다는 둥, 시카고에 갈 수만 있으면 시어즈 타워를 무너뜨리겠다는 둥, 캐나다 수상을 참수하겠다는 둥, 혹은 맨해튼의 터널을 어떻게 해서 저지대를 침수시키겠다는 둥.

- 외국의 대테러 진압 사례

알 카에다가 9.11 공격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그것이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이다. 국가들은 서로 합의할 수 없는 주제들이 있지만(이를테면 이라크 전쟁), 이란, 리비아, 수단, 시리아같은 국가조차도 알 카에다 진압에 동참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들 역시 알 카에다의 제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9.11에 대해 대부분의 지하드 운동가 및 종교 지도자들은 알 카에다의 전략과 방법을 강력히 비판했다. 소련이 1979년에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땐 수만 명의 지하드 전사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몰려갔지만, 2001년 미군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을 때 무슬림 세계는 침묵했다. 다른 지하드 운동가들은 9.11 공격이 크나큰 오산이었다며 알 카에다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9.11 이후 각국 정부가 보여준 광범위한 대테러 연대는 일련의 테러 사건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2002년 발리 폭탄 테러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행동을 이끌어냈다. 대규모 작전으로 인도네시아의 주요 지하드 그룹 '제마 이슬라마야'는 심각하게 약화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03년 테러 공격 이후 급진파 성직자를 탄압하며 테러에 대한 조치를 강화했다. 2003년의 카사블랑카 테러 사건은 모로코 정부의 강력한 탄압을 불러왔다. 2005년 요르단 결혼식장 폭탄테러(테러리스트치고는 믿기 어려울만큼 멍청한 목표물 선정이었다)는 모든 요르단 국민들의 공분을 야기했다.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오사마 빈 라덴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종전 25%에서 테러 이후 1% 이하로 떨어졌다.

- 테러 위협을 과장하지 말라

해외에서 벌어진 대테러 수사 결과를 볼 때, 미국에서 수사 성과가 없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이 영리해서도, 정보 기관이 무능해서도 아니다. 미국 내에 테러리스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알 카에다의 존재와 능력 역시 과장되어 왔다. 테러리스트 몇 명이 엄청난 짓을 꾸미기 원한다고 해서 그것이 실현 가능한 건 아니다.

거기스 교수에 의하면 주류 이슬람 운동가들은 9.11 이전에 이미 대 이스라엘 투쟁을 빼면 무력 사용을 포기했다. 아직도 무장 투쟁을 옹호하는 이들은 극소수다. 이들 극소수 분파조차 '이단적' 이슬람 정권에 초점을 맞출 뿐, 유럽이나 미국같은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하는 것은 전체 운동을 위험에 빠뜨리는 무책임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9.11은 알 카에다의 능력이 아니라 절망과 고립, 쇠퇴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9.11은 알 카에다가 여전히 힘이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글은 미국에서 또다른 테러가 가능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알 카에다는 흉악한 운동에 불과하다는 것도 아니다. 또한 이라크 사태가 끝나면 거기서 활동하던 지하드 운동가들은 다른 활동 무대를 찾으려 할 것이다. 그것은 미국보단 체첸과 같은 곳이 되겠지만. 미국이 이란을 일방적으로 공격한다면 이란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의 반미 투쟁을 지원하거나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미국의 국익을 손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잠재적 위험을 염두에 두면서도, 9.11 이후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이외의 지역에서 알 카에다 등에 의한 테러 희생자 수는 미국에서 1년간 욕조에 빠져 죽는 사람 수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미국인이 국제 테러로 죽을 확률은 8만분의 1이다. 이건 별똥별에 맞아 죽을 확률과 같다. 9.11 수준의 테러가 앞으로 5년간 3개월마다 일어난다고 해도 개인이 죽을 확률은 5천분의 1이다.

아직 이런 주장은 생소하게 들리지만, 이제까지의 증거로는 '만연한 테러리스트'에 대한 공포, 알 카에다가 미국에 가하는 위협은 극도로 과장되었다는 판단이다. 9.11 이후 대규모로 확장된 안보 관련 기구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적으로부터 미국을 지키기 위해 소수를 박해하고, 다수를 감시하며, 대부분을 불편하게 하고, 모두에게 세금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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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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