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날짜로 치면 사흘째 계속 내리는 비... 이러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인 어제는 신월구장(구 신월정수사업소, 현재 서서울호수공원으로 개명된 곳 안에 위치)에 다녀왔습니다.

  전날인 토요일 늦은 저녁부터 내리는 빗소리에, 새벽에 쏟아지는 빗발을 지켜보며 제아무리 배수가 잘 되는 인조잔디 구장이라고 해도, 또 흙이 있는 부분을 방수포로 덮어두었다고 해도 그 시간대 내리는 비가 당일에도 계속될 경우 예정된 여섯 경기를 모두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일요일 경기예정시각보다 한 시간 이상 일찍 도착했던 시점까지만 해도 그 의구심은 사실로 드러나는 듯 했습니다. 이미 다른 구장들에서도 취소 내지는 대기 후 결국 취소로 결론지어진 하루였으니 말이죠. 

  하지만 신월구장에서는 경기 시작에 들어간 08시 15분부터 그 첫 경기를 끝낼 때까지, 그리고 다섯 번째 경기가 마무리될 무렵부터 마지막 여섯 번째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내린 이슬비-가랑비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의 강우가 내리지 않는 상태를 맞이했고, 그 결과 예정된 여섯 경기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는데는 다른 구장의 취소 및 대기 소식을 받고서 신월구장을 찾은 다른 고참 심판 분들이 경기 종료 때마다 도구를 가지고 그라운드의 흙있는 부분을 정비하고 정리해 준 덕을 크게 보았다죠.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몇 시간 전에 내렸던 비가 그 시간대에도 [예보대로] 내렸다면 그렇게 쉽게 진행되기는 어려웠겠죠.

  그라운드에서 심판을 보는 이 두 명(2심제로 진행되었기에)을 제외하고 대기심 두 명, 다른 구장의 경기가 취소된 김에 이곳을 찾은 심판원이 세 명, 경기감독관 역할로 찾은 심판부 부회장님까지 여섯 명이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타이밍이 되었을 때 그라운드에서 마침 [DH]소멸과 관련된 시비가 또 일어났습니다. (제가 들어간 경기에서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제법 격렬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규칙서에 대한 해석, 다른 유관기관과의 문제의식공유에 대한 신속하지 못한 대처, 그동안 진행해 온 대처 방식을 이렇다 할 문제의식 없이 쉬이 바꾸고 그에 대한 심도깊은 재논의를 마련하지 않는 상급자들에 대한 불만 등 많은 이야기가 오갔죠.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적용이 계속될 경우 대회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심판으로 나가는 리그에서 하는 대처와 대회에서 하는 대처를 다르게 하는데 이렇다 할 관계규정을 마련한 것도 아니고, 규칙서(룰북)에 대한 보다 깊은 통독과 숙지를 하지 않은 이들의 견해에 쉽게 그동안의 진행방침을 버리고 만 불만에, 그러한 적용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때 그저 "위에서 결정한 것이니 따를 수밖에 없다"라는 말 외엔 달리 할 것이 없는 상황의 이 지속된다면 "그라운드의 판사,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서의 심판의 위치는 달리 빛을 발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뭐 그런 식으로 의견충돌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선을 넘고 싶진 않았다죠. 그 선을 넘어 봐야 서로에게 남는 것은 어차피 없다는 것을 아니까요. 그 격론을 마치고 나선 심판이 서는 자세라던가 여타의 화제들을 가지고 부담없는 의견교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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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판에서 [스트라이크 존]에 따른 논란이 격해지고 있군요. 초창기의 시행착오를 거쳐, 심판강습과 부단한 교육과정과 2군에서의 실전을 거쳐 비록 선수출신자들의 새 일자리 확보라는 취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지만, 오랜 기간 다듬어져 오면서 근 몇 년 사이에 그나마, 적어도 스트라이크 존에 있어서만큼은 신뢰를 가질 만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데(아웃-세이프와 관련된 부분은 초고속 카메라의 슬로 비디오의 위력의 영향인지 다소 주의를 가지게 되지만), 올해 KBO의 스트라이크 존 확대실시 결정의 여파로 그 신뢰도가 많이 내려가는 부작용을 겪는 듯 싶습니다. 

  이러한 논란의 최종 기착지는 결국 기계의 도입이냐 외국인 심판의 수입이냐가 될까요? 기계의 도입이라는 것은 비용의 문제에서가 아니라 "인간의 스포츠에 대한 판단을 기계에게 판단을 위임해 버리는 다른 관점에서 볼 때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고, 후자는 우리나라의 야구환경을 고려해 볼 때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겠죠.  다른 것은 차치하고 포메이션이라던지 심판진 간의 의사소통(선수-감독과의 소통이 아닌)에서 훨씬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테니 말이죠. 어쩌면 대한야구협회 주관의 대회에서 한번 도입해 보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싶지만 말이죠.

  지난 주 박종훈 LG 감독의 퇴장을 불러온 스트라이크 존의 부분은 정말 아쉽더군요. 좌우도 그렇지만 상하에서의 실수는 프로 세계에서는 자주 일어나지 않는 부분인데, 사람의 눈대중이 적어도 상하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데... 91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송진우의 퍼펙트게임을 "결과적으로" 좌절하게 만들었던 스트라이크-볼 판정 때의 공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역력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라 그 아쉬움은 더합니다.

  최소 120km에서 150km의 구속의 공을 판단해야 하는 프로는 그렇다 쳐도,그보다 느린 구속과 이상하리만치 떨어지는 각도가 훨씬 큰 사회인야구판에서, 투수마다의 구질과 낙차의 차이가 엄청난 이 무대에 임하는 우리들 사회인야구계의 심판들도 이 폭풍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남들 쉬면서 취미생활을 위해 나서는 이들이 더 큰 불만을 갖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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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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