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시험이 한 학교 한 학교씩 끝나가면서 결과에 관계없이, 휴원 내지 퇴원의사를 밝힌 아이들이 제법 됩니다. 뭐 이유는 다양하죠. 분위기를 바꿔보겠다, 아이가 매우 힘들어하더라,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원비(수강료)가 너무 비싸서 힘들다, 구체적인 어떤 과목(그 과목 선생님에 대한 경우도 포함)에 불만이 있다 등등...

  이넘의 학원강사 일을 하다 보니 학부모와 상담전화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학생 내지 학부모들의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고민될 때가 많았다죠. 초창기에는 그러한 다양한 이유들이 무어가 되었건 결과만 보고서 강사가 온갖 욕을 먹어야 하고 책임을 추궁당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고 지내다가 몇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내 할 일 다하고 해 줄 것 다해준다는 마음가짐으로 했는데도 그만두는 것 무슨 상관이냐 하는 심정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신경쓰고 내 자신이 더 많은 것을 그들을 위해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임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공유할 수 있는 세계]를 떠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유야 있겠지만 속이 끓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을 참고 있으면 저만 병이 날 것 같아서 말이죠.
  지난 중간고사 때 제가 담당하는 학년의 학생 수가 약 320명이었는데, 기말고사 시작할 때는 290~300명 선이었죠. 시험이 끝나가는 현재 아마 등록연장 안 하고 그만둔 아이들이 제법 되는 모양인데 다음 주 쯤 인원파악 작업 들어가면 그 숫자에 허걱이나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입니다.

  그나마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아이들의 타성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것 정도일까요. 평상시 수업태도가 아주 불성실한(기준설정의 문제가 있지만 아무런 호기심과 재미도 표출하지 않고 정리도 안 하고 수업내용도 듣는 둥 마는 둥에 질문만 하면 모르쇠로 일관. 그러면서 집에 가면 선생님이 안 가르쳐줬다, 못 가르친다 소리만 하면서 선생님 뒷담화나 까는 스타일) 아이들에게는 이제 화를 내거나 달래기보다 이런 이야기를 해 버린다는...

  "결국 (너희들이) 받아들이지 않아 생기는 일이다. 너희들 성적은 너희가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것이고 그 노력에 부응해 주기 위해 우리(선생님들)가 도와 주는 것인데, 너희들 머리의 뚜껑을 열어 뇌에 주입해 주지 않는 이상 너희가 따라와주고 스스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내용을 이해하고 공부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성적이 안 나온다라던가 하는 등의 문제로 학부모님께서 내지 너희들 선에서 불만이 나온다면 선생님(나)도 너희 학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서 너희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드릴 생각이다. 너희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의 정도에 부족함이 없음에도 정작 그것을 받아들일 이들이 바뀌지 않는데 무슨 불만이 나오겠느냐. 매 수업 시간마다 마인드를 가져 달라. 의지를 가져 달라고 했는데 포기해 버린 것은 너희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할 의무는 없다."

  솔직이 미래가 더 어두우면 어두웠지 밝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못 가지는 경우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체제에 대해 모순을 지적하면서 바꾸려는 노력을 해도 잘 될까 말까인 세상에서, 자신의 앞에 있는 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도 하지 않고 피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은 싫어하면서 그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가지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낭비하면서 보내고 있는 모습에서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겠죠. 그나마 이넘의 일이 즐거울 수 있는 순간은 쉬는 시간 재잘대는(수업시간 때까지 재잘대는 경우가 많아 문제지만) 모습에서 간간이 보이는 지쳐 보이는 얼굴 속의 해맑은 미소를 보는 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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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sky의 모순세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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