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모니터와 키보드를 앞에 두고 느긋하게 명상하고 무언가를 남기기 위한 작업을 할 여력이 부족한 요즘이다.

  다니던 학원을 자의적으로 박차고 나선 까닭인지... 아니면 마침 나선 시점이 제대로 학원가 불경기를 만났음인지... 아니면 자리들이 있음에도 내 나이나 경력에 컨택하기가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한 달 이상 백수로 잘 놀고 있는 중이다. 주말에 심판학교 내진 심판배정을 받아 다닌 것을 제외하면 주중에 이렇다 할 쏘다니는 일은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하지 않을지...
  사실... 명지전문대와 KBO, 대한야구협회,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협력해서 만든 [야구심판 양성과정] 전문과정에 참가했는데, 심판배정 관계로 전체 교육일정 중 며칠 출석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 컸다. 이른바 [개근모드]로 참석했다면 지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심판으로서의 역량에 어느 정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었을 텐데... 학원일에 치이느라 몇 달 동안 실전에 나서지 못했던 여파를 근자에 보았던 터라 교육과정을 모두 챙길 수 없었던 것은 못내 아쉬울 뿐이다. 결국 출석에 허덕이며 수료증 얻는 것에 급급했을 뿐이라는 인상을 남긴 듯 해서. 

  그래도... 지난 주에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리빌드> 두번째 작품 : [파]를 두 번이나 보았으니 제법 쏠쏠한 재미였다고 할까... 그것도 강사로 일하고 있으면 도저히 찾아갈 수 없는 저녁 시간대에 본 것이니... 다른 일이 잡히지 않으면 이번 주중에 한 번 더 볼까도 생각 중인데... 하지만 몇 년 전 세 번을 보았던 [인랑]에 비하면 스토리 해석에 어려움은 덜한 편이라(TV판 DVD 모았고 예전에 해적판 비디오 숱하게 보았던 까닭에) 어쩌면 다른 넘으로 관람메뉴를 바꿀지는 모를 일이긴 하다.
  하나 더 다행이라고 하자면 그곳을 나오고서 그간 연락하고 지내기 어려웠던 이들 중 몇 사람과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있겠다.

  스터디는 다음 주에 재개 예정이라 그전에 좋은 날 찾아서 서울 밖을 다녀오고는 싶은데 귀차니즘은 여전하다. 요즘처럼 학원강사로서의 비전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스터디를 지속해야 하는지도 의문이긴 하지만 그냥저냥 뻗어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름 교재를 읽으면서 노트정리는 해 가는 중이지만, 막상 요즘은 내용정리보다 문제에 대한 풀이능력을 더 높이 사는 것 아닌가 하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어서 다소 맥이 풀려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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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간만에, 그동안 하나 둘 씩 모아들인 DVD의 포장비닐을 뜯고 그 중 하나를 어제 새벽에 돌렸다. [스트레인저 : 무황인담]이라는 일본의 극장판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한번 방송한 터라 신선감을 잃긴 했지만 그때는 중간에 까먹은 부분도 있었고, 무엇보다 고시원 쪽방에서 보다 보니 소리며 음악에 대해 비중을 싣지 못한 것도 있었기에 비록 노트북 모니터와 헤드폰에 의지한 감상이었지만 오디오까지 포커스를 맞춰 볼 수 있었던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이제 남은 것들 중에 어떤 선택을 들어가야 할까... 어찌어찌 쌓인 것들은 제법 되는데 플레이 클릭을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지... 구입 시의 설레임을 과연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불안과 초조함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등, 허리, 무릎, 발목...

  요 며칠 동안 통증을 달고 사는 부위입니다. 오히려 심판 생활을 잠시 접고 학원일에 집중하고 있던 요 기간 동안 더 심하게 아프네요.
  지난 달에 한의원을 두어 번밖에 못 가서, 어제그제오늘까정 3일은 연속으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는데, 학원에서 공강시간 하나 간신히 나서 이런저런 작업을 하려는 사이사이 등부터 발목까지 통증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중이라죠.

  그만두겠다고 말한지도 10일 남짓, 추석 연휴 지나면 일주일 정도 더 있겠다고 했는데 학감은 새로운 사람을 구하는지 마는지 반응도 없고... 퇴근길에 한번 언질을 더 줘야 하려나 싶습니다. 괜히 떠나고 나서 예전에 누구처럼 학원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진 않아서 말이죠.

  문자를 주고받은 예전에 가르친 학생 두엇, 네이트에서 대화창을 열어 대화를 나눈 예전 학원에서 일했던 때 모셨던 윗분 등... 내가 결심한 부분에 대해 의아해 하고 만류하는 글을 보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죠.
  물론 잘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명색이 지식판매자라는 강사가 스트레스를 못이겨서 계약(계약서는 쓰지 않았지만 구두상으로 나눈 이야기는 있으니)을 이행하지 못하고 떠난다는 것을 누가 잘했다고 할까요. 하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은 한 사람의 몸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마치 당연한 것처럼 전 학년 내신대비(사회과가 중 1,2,3학년 모두 담당)를 하면서 3학년의 특목고 입시대비를 챙겨줘야 하고, 상담전화도 다 해야 하고, 하다못해 벗어나야 하는 행정적인 잡무까지 시간을 들여 해야 하는 이곳에서 자기발전적인 요소를 찾아낼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으니까요.

  스터디도 다다음 주면 재개될 테고, 당장 고등사탐 영역에 대한 비전도 그다지 없는 상황... 결국 안정적인 자리를 구하려고 하면 다시 중등 내신대비나 존재가치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특목 영역을 두들겨야 할지 모를 일이지만 현재 자리에서의 스트레스나 가해지는 부담, 거기에 아무리 생각하고 접어줘도 소화해 내기 어려운 것들까정 해내라는 이런 상태를 감당하기엔 제 심신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라죠.

  다음 주... 운명의 한 주가 되겠네요. 그 이상을 있게 되면 이런 엿 같은 상황을 계속 버텨야 하는 것일텐데 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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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은 학원에 출근해야 하고, 그 전날인 추석 당일은 차례지내고 집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야 하니, 내일 금요일을 뜻있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책이라도 읽으러 서점순례를 가볼까, 아님 재킷이라도 사러 시장통을 돌아볼까도 생각해 보네요. 뭐 연휴 기간이라 별 효용은 없어 보이지만... 어쩌면 지친 몸을 추스리느라 방에서 꼼짝 못할 수도 있겠죠.

  강사로서의 내가 가진 능력, 자존심,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과 목표... 이것저것 쌓이는 업무 속에서의 불만으로 가득한 상황에서 잠깐 짬이 나서 블로그의 링크들을 훏어 들어가다 본 펌글... 처지가 같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째 감정이입이 쉽게 이루어지는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감히 불펌을(...혹시 문제가 된다고 여기신다면 알려주시면 비공개 처리하겠습니다.) 하게 되었습니다. 제 내면이 그대로 보인다고나 할까요...

  꺾어진 80대는 내일 모레... 은행 통장의 예금잔고가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의 직종에서 앞으로의 살 길을, 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살 길을 모색하지 못했을 때 조만간 맞이할 수 있는 불안한 처지를 인식하며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글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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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한국의 저축률 하락에 대한 외신의 우려

2009.8.4.화요일

지난주 목요일, 7월 30일자로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에는 "지갑을 열고 통장을 비우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인의 저축이 바닥났다는 우려를 표명한 기사가 실렸다. 우선 이 저축률 하락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이야기한 부분부터 잠깐 보고, 시사점 분석 들어가자.


7월 30일자 워싱턴 포스트 1면

In the past decade, average savings per household have plunged from about $3,300 to $525. On a percentage basis, it is the steepest savings decline in the developed world. Meanwhile, household debt as a percentage of individual disposable income has risen to 140 percent, higher than in the United States (136 percent), according to the Bank of Korea.
지난 10년간 한국의 가계 평균 저축액은 3,300달러에서 525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백분율로 따지면 선진국 중에서 저축 감소세가 가장 가파르다. 반면 일인당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대출은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140%까지 증가하여 미국(136%)보다 높아졌다.
"The low savings rate is sapping our capacity to grow, and it is going to get worse…It will lead to credit delinquency. It will cause greater income disparity. It means less resources for our aging population."
"낮은 저축률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고, 앞으로 더 나빠질 겁니다. 이렇게 되면 신용불이행으로 이어지고, 소득 불균형이 더 심화됩니다. 인구는 노령화되는데 자원은 줄어드는 거죠."
..the fall-off-a-cliff character of what has happened with household savings in South Korea strikes many experts as abnormal and worrisome.
급전직하한 한국의 가계저축 하락폭과 속도는 전문가들도 비정상적이고 우려스러운 것으로 본다.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조선일보와 노컷뉴스 등에서 이 기사를 전했고, mbn, YTN, SBS 등 주요 방송사 뉴스에도 보도된 기사다.

걱정할 만한 의도적인 왜곡은 별로 없다. 글구 놀랍게도, 조선 찌라시가 버블 우려에 대해 제법 양심 있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얘네 가끔 이런 짓 한다. 엊그제 왜곡보도로 여기저기서 욕 먹더니 발뺌용 물타기 하나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보시믄 되겠다.

"대한민국은 돈 쓰는 중" (조선일보 1면 헤드라인)
"WP, 한국의 '경쟁적 과소비' 행태 지적" (노컷 뉴스)
"사교육비, 과시성 소비가 韓 저축률 하락 요인" (연합뉴스)

그러나 나는 한국판 기사의 헤드라인들을 보면서 내심 찜찜했다. 헤드라인, 중요하다. 신문 편집에서, 헤드라인은 기사를 읽어 가는 독자의 마음자세를 결정한다. (그나마 본문을 읽는 독자라면 말이다. 헤드라인만 보는 이도 많다.) 저 제목들은, 한국인의 허영심과 사교육비 지출에 대한 조롱처럼 기사 내용을 요약하고 있지 않나.
 
근데 포스트지에서 이 두 가지 이야기만 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다.
이 기사에서 분석된 저축률 급감의 원인은 크게 다음의 네 가지다.

1. 과시형 소비
2. 부동산 정책
3. 사교육비 지출
4. 노령화로 인한 인구의 지출 패턴 변화

그리고, 이 네 가지 원인 분석이 주는 정책적 시사점은, 크게 보면 한 가지다.

이명박식 정책은, 국가를 말아먹을 정책이라는거.

자산이라곤 아파트 한 채나 있으면 다행, 1인 자녀 사교육에 목숨걸고 저축액을 털어 기죽지 않기 위해 큰 차 사고 휴가 떠나는, 정리해고에 떨고 월급동결에 이 악무는 이 시대의 대부분의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이건 정말 무서운 현실이다.

이거 왜곡도 아니고 비난도 아니다. 왜 그런지는 이제부터 차분히 보자.

지난번 윌리엄 페섹 기사에서, 통화팽창정책으로 자금이 풀리면서 주식이 반등하고 자산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현재의 상황부터 풀어가 보자. 복습겸.

작년 미국발 금융위기 쇼크로 제 2의 IMF 사태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줄 알았다. 미네르바의 경고가 나왔고,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자산가치는 폭락하고 주가는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자금을 풀었다. 이른바 '유동성 공급'. 이 효과는 지금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아직 상승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원래 실업률이란 경기가 최하점에 도달하고 난 후에도 상승세를 약간 더 유지하는 후행지표다. 하여, '최악은 지나가지 않았나'라는 안도감이 지배하며 주가 견인 주도.

그리고 이대로 고강도 부양책을 유지하면 인플레 등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시중 자금 회수를 시작해야 한다는 논의도 이미 시작되었다. 이른바 '출구 전략'이다. 현재 풀린 유동성 중 일부 흡수를 시작하여 자산거품이 다시 부푸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번 페섹의 칼럼에서 경고했던 부분도 바로 이거다. 금리 인상이 되면, 본격 출구전략이 시작되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출구 전략의 상세 내용과 시기 결정에 필요한 분석은 나도 아는 바 없어 능력 안되므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그럼, 이제 중요한 부분이다.
대체 저런 거시 경제, 통화 정책이 나랑 뭔 상관이냐.
물론 상관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왜 그런지, 다시 포스트지 기사에서 내세운 네 가지 원인을 하나씩 뜯어 보자.

1. 경쟁적인 과시형 소비 행태

아래는 기사 인용문이다.

When it comes to buying high-priced, brand-name stuff as if there were no tomorrow, Sabina Vaughan concludes that Americans are relative wimps. "Koreans spend more, way more," said Vaughan, 35, who travels to Seoul every summer with her Korean-born mother and spies on her cousins as they shop. "It is a kind of competition for them. It doesn't matter what their income is."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고가의 명품을 서슴없이 구매하는 데는, 미국인들은 한국인에 비하면 오히려 겁쟁이라고 Sabina Vaughan씨(35)는 말한다. "한국인들이 훨씬 더  (돈을) 많이 써요." Vaughan씨는 한국 태생인 어머니와 함께 매년 여름 서울로 여행하면서 사촌들이 쇼핑하는 모습을 면밀히 관찰해 왔다. "(쇼핑을) 경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기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는 관계 없이요."

이 부분은, 한국의 과소비 행태를 꼬집은 것으로, 국내 언론이 제목으로 뽑아 전한 저축률 급감의 원인이다. 근데 이런 관점은, 정책적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데 딱 좋다. 느네 글게 왜 돈도 없는 주제에 빚내서 막 쓰고 그래. 그러니까 망하지. 누굴 탓해, 느네 탓이다. 이런 논리. 근데, 이게, 개인 탓만은 아니다.

IMF 이후, 내수 진작을 위해 신용카드가 마구 발급되었던 때, 기억 나시리라. 신용불량자 대량 양산되는 신용카드 '대란'이 일었고, 무수히 많은 가정이 카드빚 갚다가 파탄 났다. 그럼 이게, 자기 수입은 생각지 않고 빚 내서 탕진한 개인의 탓이냐. 그런 측면도 있다고 해 두자. 동전의 양면 같은 거니까.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건 정책적 실패다. 정부의 의도적 신용카드 규율 완화정책이 한국 금융산업을 총체적 부실 상태에 빠트린 이런 사태를 불러온 거다. 이건 미국 연방의회 조사국(CRS) 보고에서도 한국의 신용카드 대란의 가장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고 비싼 이자 부담을 물게 해서, 개인 경제를 파탄나게 만드는 대출. 영어로는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이라 해서 금융선진국에서는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우려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불법이다. 근데 이걸, 우린 정부에서 풀어버린 거다.

그럼 지금의 과소비 행태는. 이건 개인의 책임인가? 일단 과소비 그 자체는 개인의 선택이다. 월급은 쥐꼬리여도 10개월 할부로 루이비똥 스피디 핸드백 하나쯤은 들어 줘야 하고, 결혼 비용이 아무리 부담돼도 차마 국내로는 신혼여행 못 가겠고, 김대리 차는 SUV니까, 내 처지에 맞는 경차는 자존심 상해서 못 모는거. 그런 거 개인의 욕망 맞다. 근데 이 개인의 욕망은, 국가정책에 의해 교묘히 부추겨지고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그 중의 하이라이트는, 부동산이다. 부동산, 전국민 구매 품목에서 최고가를 기록하는 품목이다. 게다가 저축해서 사는 사람 없다. 다 빚 내서 산다. 그러니 사실상 저축률이 바닥을 친 제일의 원인은, 이 부동산이다. 함 살펴 보자.

2. 부동산 대출

There are other reasons for the fall in savings that are eminently rational -- and sponsored by the government. When the economy nearly collapsed a decade ago during the Asian financial crisis, the government made low-cost loans available for the purchase of apartments. Borrowing exploded, as did housing values, while savings began to evaporate.
그러나 저축률 하락의 원인에는 매우 이성적인 이유도 있으며, 이는 정부가 유도한 것이다. 10여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 경제가 붕괴 직전까지 갔을 때, 정부는 아파트 수요자를 위해 저리의 주택대출 상품을 만들었다. 이에 대출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집값은 폭등했으며 저축은 동나기 시작했다.

IMF 직후부터 작년 거품붕괴까지, 아파트값이 얼마나 무섭게 올랐는지 다들 알 거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부동산 경기를 진작시키면 당연히 이렇게 되는 거다. 집값이 수 배씩 폭등하는데, 누가 손톱만한 이자 받으려고 저축을 하고 앉았겠나. 앉아서 돈 까먹는 바보 짓이지. 당연히 저축 대신 빚을 내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상식이 된다. 그래서, 이 기사에서는 이를 'rational(이성적, 합리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걸 정부가 후원(sponsor)했다고 표현했고.

여튼 그래서 거품이 부풀어 오르다가, 작년에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빚으로 장만한 아파트 하나로 미래의 희망을 담보해 온 수많은 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주택대출상환 부담이 한국에서 가계 가처분 소득의 평균 20%를 잡아 먹는다는 통계가 있다. 이건 서브프라임 사태로 한국보다 더 심각한 자산가격 거품 붕괴를 경험한 미국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집값이 오르는 동안은 그래도 괜찮다. 투자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근데, 떨어지면 그 때는 가계 소득을 갉아먹는 빚더미 폭탄이 되는거다. 지금처럼 자산 거품 재형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진작책은 잠시 멈췄던 이 시한폭탄을 다시 가게 하는 거다.

근데 이명박이 하고 있는 짓이 바로 이거다. 양도세 완화, 세금혜택 요건 완화, 종부세 무력화, 투기지역 지정 해제. 더 무서운 것은, 1가구 다주택을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있다는 거다. 집 있는 이들, 투기해서 부동산 시장에서 더 벌어 가라고 등 떠미는 거다. 이렇게 되면 희생자는 실수요자다. 투기자금이 올려 놓은 주택 가격의 거품을 고스란히 얼마 안 되는 월급에서 매월 이자와 원금으로 땜빵하면서, 가처분 소득을 까먹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거품이 터지면, 빚더미에 오른다. 평생을 바쳐 모아 왔던 하나 뿐인 자산이, 심하면 은행에 압류, 아니면, 더 긴 기간을, 더 허리띠를 졸라 매면서, 갚아 나가야 한다.

바로 이 부분을, 페섹도 지적했고 워싱턴 포스트도 우회적으로 지적한 거다. 적어도 포스트지는, 이 아파트에 대한 소비가, 개인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도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근데 IMF 직후랑은 또 다른 상황이다. 지금 부동산 부양책은, 일반적으로 후행지표인 부동산 가격이 주가와 같이 오르는 기현상을 만들었다. 인위적 부양책으로 부풀어 오른 거품은, 나중에 더 크게 터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거 알면서 그러는 거다. 다들 잘 살게 만들어 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되는 놈만 되고, 안 되는 놈은 망하는 줄 알면서, 저는 안 망할 자신 있으니까 하는 정책. 이 정책 어디에 한 줌 부유층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한 배려가 있나.

경기부양책으로 풀린 자금이 이대로 자산 거품만 키우면 극소수 부유층과 해외 자본만 배불린 후 경제는 다시 얼마든지 파탄날 수 있다.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3년 반이 갑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3. 살인적인 사교육비

그리고 이렇게 국가정책에 의해 부추겨진 욕망은, 고스란히 아이들 세대로 전이된다. 아래 인용문을 보자.

An obsessive pursuit of educational achievement, it seems, is one of the driving forces behind the low savings rate. About 80 percent of all students from elementary age to high school attend after-school cram courses. About 6 percent of the country's gross domestic product is spent on education, more than double the percentage of spending in the United States, Japan or Britain. "Education is a fixed expenditure for Korean parents, even when household income shrinks," said Oh Moon-suk, executive director at LG Economic Research Institute.
학업 성취에 대한 강박이 저축률 하락의 주요 동인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체 학생의 80%가 방과후 보습학원에 다니고 있다. 교육비 지출은 GDP의 6% 수준으로, 이는 미국, 일본, 영국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국 부모들은 가계 소득이 줄어도 교육비는 고정 지출이라 생각합니다." LG 경제연구소의 오문석 상무의 말이다.

GDP의 6%가 교육비로 지출되는 현실.

그리고, 이 사교육비 지출을 몰아 가는 것은, 부동산 거품을 만든 동력과 같은 욕망이다. 없는 이들은, 적어도 자녀 세대에는, 가난을 물려 주지 않겠다는 의지. 있는 이들은, 내 자녀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지. 그래서 경쟁.

결과는, 당연히 돈 있는 놈이 이긴다. 어릴 때부터 조기 연수 보내 영어 익히고, 과외비 쏟아 부어 성적 올려서, 강남에서 오피스텔 빌려 스터디 한 다음 해외유학 떠나, 미국 대학 학사 학위, 혹은 MBA 하나 물고 돌아온다. 공채 아닌 개별 채용으로 컨설팅, 자산관리, 외국계 기업. 돈 많이 버는 알짜업계에서 고액연봉으로 모셔 가는 이들, 요즘 학부 해외 유학이 늘어서 그런지 많더라. 그 애들이랑 경쟁? 두뇌와 노력만 있으면 되나. 소가 웃을 소리다. 거긴 딴 세상이다. 같은 회사에 혹시 들어갔다 치자. 유창한 영어에 해외 유수 학벌인 그들과 같은 대접 받나. 그 아래는 국내 대학 내에서 서열화. 그렇게 다들 줄 서서, 나랑 비슷한 배경 출신들끼리, 다들 조금이라도 낮은 곳으로 가지 않으려, 피터지게 경쟁하는 거다.

즉, 이건 다단계 리그제다. 하위 리그에서 1등 하면 바로 그 상위 리그로 진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거기서 하위권에 맴돌다, 다시 내려오지나 않으면 다행. 리어카 끌다가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이명박의 성공 신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는 이미 불가능하다.

그래도 그 분은, 내가 했으니까 너희도 하면 돼 정신으로, 자율형 사립고와 특목고 확대, 대학입시 자율화, 일제고사, 고교등급제, 실시했거나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걸 바라는 이들의 마음 속에는, 딱 한 가지밖에 없다.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거다. 자녀에게 쏟아 부을 돈이 있는 거다.

이게 돈만의 문제냐. 맞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걸 과소평가 해서는 안 된다. 단지 과외, 학원의 문제가 아니다. 돈 있으면, 부모가 시간 내기 쉽다. 학교에 끊임없이 드나들며 자녀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 간섭하고 신경 쓰고 보호한다. 잘 꾸미고 잘 돌봄 받으니 어디 가도 이쁨 받고 인정 받고 주눅들지 않는다. 사회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 자신을 어필하고 네트워킹하고 상호작용 하는 법을, 어린 시절부터 부모로부터 배운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방치된다. 이 애들이 교과서와 참고서 좀 파고 들었다고, 이 갭을 메울 수 있나. 그런데도 정책은 거꾸로 간다. 돈 있으면 심지어 지금보다도 더 편하게, '성공'할 수 있게. 암울하다. 생각만 해도.

게다가 정작 장기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한국 사회가 병적인 경쟁에 사로잡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증거.

4. 노령화로 인한 인구의 지출 패턴 변화

By 2050, South Korea will be the most aged society in the world, narrowly edging out Japan, according to the OECD.
2050년이 되면 한국은 일본을 근소한 차로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노령화가 진전된 사회가 될 것이라고 OECD는 예상했다.

"Parents often overspend. It even appears to be leading to a slowdown in the birthrate."
“능력 이상으로 (교육비를) 지출하는 부모도 많고요. 심지어 이 부담이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As important, the spending patterns of aging parents, many of whom have been tapped for loans by children in pursuit of real estate, mean that cash is steadily disappearing from savings accounts. "Old people do not save," Lee said. "This is a long-term structural phenomenon. It will not change with the business cycle."
또 중요한 점은, 자녀들이 부동산 구매를 위한 자금을 빌리곤 했던 부모 세대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축 계좌에서 현금이 꾸준히 사라지고 있다. "나이든 사람들은 저축하지 않아요." Lee의 말이다. "이건 장기적, 구조적 현상입니다. 경기가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근검 절약을 미덕으로 알았던 부모 세대의 소비 패턴이 변한 거다.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결혼도 시켰으니, 이제 저축할 이유가 없는 거지. 젊은이들은. 저축할 줄 모른다. 빚 내서 부동산 재테크 하는 것에 더 익숙하다. 그리고 무한 경쟁과 사교육비 두려워 아이는 적게 낳는다. 이대로 한 세대만 지나면, 노령화와 함께 국가 경제는 심각한 위기다. 부자라고, 이 계산을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한국의 먼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고민해야 하는 지점도 여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아까 맨 처음에 인용했던 부분을, 좀 더 길게 다시 한 번 인용해 보자.

But the fall-off-a-cliff character of what has happened with household savings in South Korea strikes many experts as abnormal and worrisome. It is one of several trends suggesting that South Korea, as it wrestles with post-industrial affluence, is a society under extraordinary stress. South Koreans work more, sleep less and kill themselves at a higher rate than citizens of any other developed country, according to the OECD. They rank first in time spent online and second to last in spending on recreation, and the per capita birthrate scrapes the bottom of world rankings.
그러나 급전직하한 한국의 가계저축 하락 속도는 전문가들도 비정상적이고 우려스러운 것으로 본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이 산업화가 가져온 풍요와 씨름하면서 사회 전체가 극도의 긴장 상태에 있음을 시사한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선진국 중 최장 근무시간, 최단 수면 시간, 최고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 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길고, 여가 활동 지출은 꼴찌에서 두 번째이며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이렇게 보이는 거다. 외신의 눈에는. 극도의 긴장 상태. 그리고 그 키워드로 제시된 것이, '경쟁'이다. 소비 경쟁, 학업 성취 경쟁 하느라 잠도 여가시간도 희생하고, 돈 드는게 무서워 아이 하나 이상 낳기를 포기하고, 그러다 밀려나면 목숨을 버리기까지 한다. 아무도 행복하지 않고, 누구나 스트레스 속에서 사는. 근데 우리 내부에서는, 이게 정상적이고 상식적이라 여겨지는 삶의 방식이 되어 버렸다.

이 욕망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명박은 그런 욕망을 부추기는 정책만을 내 놓고 있다. 지금 이명박의 정책은, 국가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 저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 거다. 저와 함께, 한줌의 가진 이들을 위한 정책. 평생을 그렇게 살아 오다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른 그에게는, 그게 답이겠지. 근데 본인 1인의 사례를 두고, 그분은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위한 정책을 가늠한다. 시장 상인들에게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라고 조언하는 걸 보면, 그가 어떤 마인드로 국정을 다루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소름 돋을 일이다.

관련 외신 전문 보기

 

그러나 정작 이 기사를 쓴 이유는, 이명박식 정책을 까기 위해서도 아니고, 이명박 찍은 이들을 욕하기 위함도 아니다. 그저, 생각만 해도 한숨만 나는 이 깝깝한 상황 속에서, 내가 어찌 살아야 할지 결정한 바를, 이야기 하고 싶다. 여기서부터는 개인적인 이야기다.

나, 프리랜서다. 작년에 일 많았다. 돈도 좀 벌었다. 쇼핑, 해외 여행, 저축 대신 펀드랑 부동산. 딱 이 기사에 나오는 대로 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행복하지 않았다. 학생 시절에는 다 같이 가난했는데, 이젠 비교 대상 그룹이 바뀌어 버린 거다. 2박 3일 홍콩여행 다녀 오면 듀브로니크에서 5박 6일 있다 온 친구 때문에 배가 아팠고, 수십만 원짜리 가방을 들면 수백만 원짜리 가방을 든 친구 앞에서 왠지 모르게 주눅 들었다. 
 


지중해의 진주로 불리는 크로아티아의 듀브로니크..


날 주눅들게 했던 샤넬 클래식 점보...
백화점 신품가격이 400만원을 넘겨 중고가가 몇 년 전 신품가보다 비싼 기현상으로, 재테크 수단으로도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다.

비교 대상만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 비교 대상의 가치관 체계가, 그 전까지 알던 사람들과 너무 달랐다. 그래서 일을 더 많이 했다. 퇴근 후에도 다른 재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말에도 일했다. 통장이 생전 본 적도 없는 자릿수의 현금으로 넘실거렸다. 그런데도, 벌면 벌수록 불행해졌다. 가까운 사람들과 사이가 벌어져 갔다. 벌면 벌수록 모자랐다. 내가 못 가진 것들이 더 잘 보였다. 지치고 힘들었다. 뭔가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꼈다.

올해는 일이 크게 줄었다. 불경기였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알라딘에서 주문하기 시작한 책. 한 달 채 안 되어 플래티넘 회원이 되었다. 아침 저녁으로 조깅도 시작했다. 시사잡지와 인터넷 서점에서 여는 강연회들도 찾아 다녔다. 부모님 모시고 가족여행도 준비해서 다녀 왔다. 답이 보일 듯 말 듯 했다.

올해 5월, 봄철에 집에서 거의 놀았는지라, 수입이 처음으로 제로인 달이었다.

 

그리고는 5월 23일이 왔다.

 

며칠을 대한문 앞에 나가 울고, 시청앞 노제에서 서울역까지 따라간 다음, 그리고는 긴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정신이 명료해졌다. 내가 왜 그랬을까, 작년에. 남들과 비교하면서, 초조해 하면서, 한 번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살지 않았던 시절이 훨씬 길었는데, 고작 몇 년 새에 어느새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그게 틀렸다는 걸 그 날 확실히 알았다.

그 전의 불안하고 초조했던 시기에 어느 날 교보에서 제목에 꽂혀서 집어 든 책이 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Status Anxiety)'이다. 여기서 보통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알랭 드 보통 '불안' 한국판 표지. 불안한 사람들에게 강추.

"사회적 서열에서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 뒤에 숨은 가장 큰 충동은 거기서 얻을 물질적 풍요나 휘두를 수 있는 권력보다, 높은 지위로 인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사랑의 양에 기반한 것이 아닐까. 돈, 명성, 영향력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다, 사랑의 상징이자 사랑을 얻을 수단으로서 더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중략)...사랑 받는다는 것은 내가 관심의 대상이라고 느끼는 것, 내 존재를 누가 알아 주는 것, 내 이름이 기억 되는 것, 내 의견을 들어 주는 것, 내 실패가 관대히 받아 들여지는 것, 내 필요를 누가 충족시켜 주는 것을 말한다."

이 말, 난 참 와 닿았다. 그러니 돈, 명성, 영향력을 위해 살 필요는 애초에 없었던 거다. 굳이 남들과 죽어라 경쟁하지 않아도 사랑 받을 수 있는 거니까. 가족, 친구, 애인, 동료, 내 존재를 알고 존중하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된다. 적어도 난 그렇게 느낀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닐 거다. 나처럼, 본의 아니게 정부 정책으로 인위적으로 형성된 경쟁환경에 휘말려, 때로 초조하고 불안하고 기죽고 우울했던 사람들 있을 거다.

그래서 나는 5월 23일 이후 딴지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그 날부터 하루도 빼지 않고 왔다. 5월 23일 이후 나는 세상을 사는 방식에 대한 새 프레임을 짰다.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할 것 같았던 그 가치관이, 알고 보면 병적이라는 거, 그 경쟁을 초탈해서 나만의 행복을 찾는 거. 그걸 상징하는 게 내겐 딴지였다.

아파트 평수 늘리고, 아이 사교육 시켜서 성적 오르는 것 보고, 물질적 만족 느끼고, 승진하고. 이런 데서 행복을 찾는 삶의 방식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도 필요하고, 그런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도 많겠지. 근데 난 아니었다. 그러니 다른 방식으로 행복해 질 길도 보장해 달라는 거다. 이명박은, 자기의 행복의 등식밖에 모르고, 그걸 전국민에게 강요한다. 그래서 니는, 나쁜 놈인 거다.

오늘은 여기까지.


P.S. 먹물님이랑은 술 한잔 했습니다. 그 때 사과드리면서 미처 말씀 못 드린 부분이 있어 여기에 독자 제위께와 같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먹물님의 글에 대해 문제제기 하면서, 처음에 든 생각은,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글에 대한 반응은, 무엇이 되었든,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제 글 또한 마찬가지 생각으로 올렸습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비아냥과 욕설을 보면서, 이런 표현을 내가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악플이 올라오리라는 것 정도는 감수하고 있었기에,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힘들더군요. 아무리 각오 하고 있었던 결과라도. 그 이유에 대해서, 오래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저는 진정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제 진정성이 짓밟히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고. 그리고는, 먹물님의 글이, 비록 저에게는 불쾌한 구절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소통의 진정성만은, 제가 짓밟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그렇게 마음 깊이 느낍니다.

제 소통방식의 서투름과 미숙함에 대해, 먹물님과, 제 글을 보고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독자 제위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딴지 영미권 전임 통신원 헤라 (hera-_-@hanmail.net)

  후... 어느 사이에 2009년도 6개월이 지나 버렸습니다.
  DJ와 노무현 씨가 대통령이었던 시절이 어찌 보면 활동하는 데 있어 그만큼 제약이 적었던 시기였구나를 깨닫는 것이 너무 오래 걸린 것이었을까요... 꺾어진 70을 지나 꺾어진 80을 향해 가는 지금의 처지에서 전화상담이다 자료만들기다 복사다 질의응답에 정성이다 등에 아무리 기를 쓰고 용을 써도 돌아오는 것은 사소한 것 트집잡히는 뒷담화에... 온갖 불평에... 등록인원 안 차 있다고 타박들으면서 수업하고 성적은 기본 아니냐는 압박... 책읽고 뉴스보며 이런저런 분석할 기회는 고사하고 당장 급한 일들 처리위해 전화기를 드는 것이 우선이 되야 하는 것이 강사의 숙명이 되어야만 한다고는 믿지 않는데 말이죠. 지금 있는 곳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네요.

  심판 쪽 일도 마음이 많이 떠난 까닭에 이쪽 일에 대해 조금 더 힘을 쏟자 해서 이 정도까지 끌고 왔는데, 내신사정이다 모의고사 성적입력이다 등등을 오로지 다른 사람 자료에서 함수베끼고 셀을 일일이 고치면서 수정하고 보기좋게 하려고 하는 등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고생해 왔는데, 거의 6주 이상을 심판배정을 빠지기로 하면서(이곳을 계속 다니게 되면 하반기 배정도 모두 안 나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뭐 이런 것이 힘겹지 않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나름 힘겨운 일이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내가 일한 만큼의 대가는 오로지 현재 인원을 잘 유지하고 있느냐(즉 다음 달 등록을 유지하도록 잘 꼬셔 두느냐), 그리고 한 주에 수업을 몇 타임 뛰었느냐만으로 판단 기준이 잡혀 있으니 다른 작업들은 아무리 고생고생하며 마무리를 잘 해 보아도 돌아오는 효과는 그저 '수고하셨다', '고생하셨다'가 고작이라는...

  사회 과목의 어려움은 점점 배가되어 가는 중에 필요한 것들의 목록은 점점 많아지고 있고... 가르치는 아이들의 성장배경에 일일이 맞춰 주기 쉽지 않은 내 자신의 적응노력을 돌아보면 이제 학원강사 일에 있어 최대 고비를 맞이한 것이나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내 역량의 한계가 어디일까를 생각하는 것도 고민이지만, 내가 자리에 맞춰 내가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능력의 한계를 매조지해야 하는 것일지, 당장의 행복을 보장하기 어려운 자리를 생각하고 없는 시간 쪼개 가며 더 매진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고민이 제법 듭니다. 이런저런 고민들이 정리가 되어지면 거취도 정할 수 있게 되겠죠. 조만간 꺾어진 80이 되기 전에 어딘가에 나를 묻을 자리가 발견되어지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싶은...

  치과에 들러 정기검진 및 스케일링을 마치고 바로 학원에 가기에는 이르다 싶어 다른 곳에 들를까 하다가, '일찍 가서 책도 읽고 한가하게 조용한 시간 좀 보내자' 싶은 마음에 그냥 버스를 타고 출근, 도중에 식당에 들러 밥까지 먹고 들어간 시간이 어언 오후 한 시 가량... 그러나 학감이 먼저 와 있었다. 아마 이전에 나간 선생님이 임금체불 등을 짚어서 행정 외 제반 조치를 한 것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던 것 같은데 그 때문에 책읽기는 고사하고 다른 작업도 진행 못한...

  그나마 학감이 아주 사람들 잡아먹을 듯이 주문한 성적향상대책인지 무엇인지는 학년별까지는 대충... 1, 2학년은 멘트를 집어넣은 상태... 이제 3학년을 집어넣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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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남은 일들이... 담임 반 학부모들에게 전화돌려서 기말고사 이후 학급 재편성에 대한 홍보(열 두 통이다), 다음 주 토요일의 설명회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입력 작업(내 과목만), 학교행사로 빠진 아이들 학교별-단원별 보충계획 만들기... 모의고사 문제... 상담... 언젠가 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모의고사 성적산출표 수정... 그러면 수업은? 강의는? 회사에서 사람 피말리는 잡무와 행정의 딱딱한 일이 싫어 헤매다가 이쪽으로 온 것인데 이젠 여기서도 이런 것으로 사람을 잡는구나 싶다(학감은 강사로서 수업시간의 모습-수업능력, 자세 등-은 당연히 기본이고 그 외의 일을 잘해야 대우받는다고 하는데). 수업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그렇게 해서 들을 수 있는 뒷감당을 그가 해 주기나 할까?

  그렇게 눈앞에 떨어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하나하나 해 나가려고 고생고생하는데 생뚱맞게 떨어지는 과업... 순간적으로 감정선이 폭발했다. 판단도 잘 안 되는 날(바이오리듬 상에서 감정 저조, 지성은 위험일)인 탓이었으리라... 이런 식으로 일을 해야만 하냐 싶은 회의감이 밀려들어온다.
  오늘 일단 모 카페의 정모에 참석해서 분위기를 읽어야지 싶다. 어차피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니라면 더 이상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도록 빨리 정리해야지도 싶다.

[단상] 5월의 마지막 날...

분류없음 2009.05.31 23:06 by Trotzky trotzky

  학원을 옮기고 처음으로 쓰는 것이런가 아니면 두번째로 쓰는 것이던가... 어찌 되었거나 간에 이제는 무언가 다른 것을 하고픈 여유가 완전 소멸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드는 이달의 후반부였다.


  심판으로 배정나가는 길에 버스에서 졸다가 핸드폰을 놓고 내린 까닭에 택시를 잡아타고(다행히 지갑은 가방 안에 놔두었기에 망정) 종점까지 쫓아가서 챙겨와야 했질 않나... 그러고 보니 올해 초반부엔 심판생활 몇년만에 늦잠을 자서 또 택시타고 법석을 떨었던 일도 있었지. 그리고 블로그에 일지 쓰는 건 때문에 또다시 싫은 소리를 들어야했던 것도 있었고.

  학원을 옮기면서 "몸은 피곤해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덜 받아보자"는 심정이었는데 웬 넘의 일은... 그러면서 생각해 보니 역시 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신경써야 할 일도 많다는 것이고 결국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고나 하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문제는 그 결론을 내리기 위한 희생이 너무 컸다는 것... 그나마 급여라도 제때 받고 고생한 만큼의 이상을 받을 수 있다면 노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나.

  오늘 배정도 피했고 해서 마음만 먹으면 어디던지 움직일 수 있었는데 하루종일 자리에 누워 보냈다. 딱히 아픈 것은 아니었는데 움직이기 싫을 정도로 지쳐 있었던가 싶었다. 저녁에 만나기로 했던 예전 학원의 선생님에게 못가겠다는 문자를 주고받았고 팀블로그에 계신 분과 근황을, 그리고 오늘 끝난 대회 모습에 대한 정황을 심판부 상급자와 전화로 확인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심판배정을 받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했고... 지난 해와 엇비슷한 상황이지만 올해는 의욕이 더 일어나지 않고 있어 쉽지 않을 듯 싶다. 출근하면 쌓이는 일에 전화상담에 몸은 부대끼다 보면 퇴근해서 책옮기고 작업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 아닌가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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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토요일 오전에 들었던 의외의 소식이 이번 주 내내 심신을 괴롭히고 있다. 주류랍시고 떠들어대는 위선적인 모습들에 가슴 한켠 한켠을 무겁게 만드는 사람들의 충격적인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모를 한숨이 부여나오게 된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업에 몰두하고 작업에 신경을 쏟아야 한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낀 이는 나 혼자만은 아닐 터.

  4월의 마지막 날... 그 하루 전날의 직전보강일정에서 지친 것에 사직서를 내는데서 오는 원장의 뚱한 반응에... 자정 언저리까지 감정을 다스리는 그 뭐더라... [감정노동]인가를 치른 여파였는지 새벽 퇴근길에 간간이 들러 야식을 먹는 24시간 분식집에서 울화통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나이 지긋한 취객과 말싸움을 벌였다. 원인제공을 내가 한 것은 아니었지만 화를 내지 않으면 뭔가 꺼림칙하다는 기분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아니면 못 볼 것을 보는 것을 계속 피하기만 해서는 내 자신이 떳떳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내일, 아니 오늘이면 직전보강 일정은 마무리될 테고 다음 날부터는 다시 정상수업으로 들어가겠지. 그리고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올 한국사인증대비반의 몇 학생도(몇 주 쉰 상태에서 과연 문제 몇이나 읽어낼 수나 있을지가 의문)...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보태주는데 수고로움에 대한 응분의 보상은 없을망정 무한책임만을 강조하는 원장 밑에서라면 무슨 일을 해도 보람이 없겠다는 생각이, 그래도 맘이 어느 정도 통하는 몇의 강사 선생님들과 헤어져야 함을 불러오게 되었지만 딱히 이전으로 돌아가야 할 의무감을 가져지지가 않는다.
  늦어도 다음 주 정도면 일요일 심판활동으로 접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과연 그라운드로 다시 들어가서 냉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가 없다. 어쩌면 너무 자세를 낮춰 지내왔던 것이나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이직이 확정되어 새로운 곳으로 나가서 어느 정도 일정의 추이를 확인할 때까진 심판부 활동을 나가지 않는 것이 낫겠다 싶다. 요즘같아서는 그라운드로 나가면 사고를 일부러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게 쉽게 결정이 지어지진 않을 테지만.

  [개인주의자]가 되는 길... 참으로 쉽지 않다.
  두통이 생긴 지 5일... 왼쪽 윗쪽에서 시작된 간헐적인 통증이 양 관자놀이-귀 앞쪽으로 움직이더만 오늘은 그동안의 두통이 다 그랬듯이 오른쪽 눈 윗부분을 괴롭히고 있다. 체한 느낌에서 이어지는 두통으로 생각하는데 보통 이 정도면 수업을 하면서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 주면 나아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그렇지도 않는다는 것이 다른 정도?

  회의랍시고 강사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서는 한다는 것이 강사들 타박을 놓는다던지 협박(시험끝나면 수익성 제고를 위한 고민을 한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들린다)성 발언으로 한 시간 가까이 대본도 없이 떠드는 원장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싶다. 학생에게 월 15만원 짜리 월 4.5회의 특강비를 내게 해놓고 강사에게는 오버타임 수당조차도 줄지 안 줄지 알 수 없는 현실이라...;;; 이번 달 급여통장에 들어오는 액수가 다음 달에도 이곳에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듯 싶다. 정성을 들여 수업할 마음이 달아나는 때다. 강사생활 만 7년 째를 맞이한 이 시점에서도 [정착]은 요원한 듯 싶다. 어딘가 가지고 있는 것을 후회없이 불사를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진 않겠지.

  공강시간에 알라딘에 책을 질렀다. 이곳에 언제까지가 될지 몰라도 책을 읽는 것은 계속해야겠다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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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초에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 합본 재판본을 다 읽었고, 오늘 지승호의 인터뷰집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를 읽었다. 간헐적인 두통을 잊으려 애는 많이 쓰는데 잊을 만하면 다시 통증이 느껴진다. 누구 말대로 병원에 진단을 받아봐야 하는 것이려나?
  일단 가져다 놓고 천천히 읽어보자 했던 책을 집어 옆에 놓았다. [노동의 미래 : 로마클럽보고서]다. 책을 읽어야 수업 때 이야기할 거리도 많아지고 내 스스로에 대한 돌아보는 기회도 된다. 교재노트 만들기도 중요하지만 책읽기가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

  내일, 모레는 서울시장배 사회인야구대회의 첫 대진일정이 잡힌 날... 배정은 잡혀 있지 않지만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다면 신월구장에 한번 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뭐 요즘같은 몸 상태라면 심판을 보라고 해도 사양해야 할 형편이겠지만.
  어제에 이어 오늘도 몸에 힘이 없는 상태 계속. 하지만 누님에게 받아야 할 민방위 편제 관련 문서를 챙겨야 하기에 일찌감치 방을 나서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거리야 뭐 학원 이야기하고 집안 이야기 정도...

  출근하고서도 몸에 힘이 계속 없어 병에 걸린 오리마냥 꾸벅거려야 했다. 알고 보니 다른 사회 선생님께서도 장염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고 계신 중이라고... 딱히 하는 것이 이전 근무지들에 비해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험대비 때마다 이 고생을 해야 하는가도 싶다.

  힘들게 수업을 마치고(핏대를 약간 올리려 치면 머리아픔은 여전하다는) 쉬면서 직전대비용 프린트 몇 부를 복사하고 숨을 돌리려는데 속보기사가 떠서 읽어보니 [PD수첩]의 김 모 PD가 체포되었다는 기사였다.
  궁금해진다. 정부의 정책결정에 대한 비판이 과연 공무원 몇의 명예훼손으로 연결이 가능한 것이 이른바 법치국가에서의 행태인 것인지... 이 일이 만약 개인의 인신구속으로 이어지고 처벌까지 이뤄지게 된다면(즉 사법기관에서의 처벌까지, 행정기관에서의 인신구속은 차치하고)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납득을 시켜야 할 것인지가 말이다.
  지난 해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나는 현장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당시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저항권]의 의미에 대해 유용한 사례가 되는 건이라고 언급한 바가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언급할 상황은 아니었지만(당시 지도하던 과목이 일반사회-정치 파트가 아니라서), 그 뒤의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이건 정말 뭔가 아니다"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야구심판을 위해 그라운드에 나섰을 때 누구는 단순하게 아웃 아니면 세이프만 선언하면 되니 좋겠다라고 하지만, 사실 따지고 들어가면 주자들의 의도적인 방해 여부며 야수들의 방해 여부, 벤치에서 벌어지는 온갖 소리며 감독과 관계자들의 눈총을 감수해 가면서 공정함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그 속사정을 어떻게 알까 하며 장탄식을 한 적이 많았다. 어지간하면 정부가 하고 있는 정책은 나름의 고충과 속사정이 있을 것이려니 하면서 좋게 넘어가려고 무진 애를 쓰기는 했는데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된 뒤로 일어나고 있는 정책 결정 과정이며 무언가 앞뒤가 안 맞게 돌아가는 모습들이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된 뒤로는 훨씬 노골적으로 벌어지는 것을 보려니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 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라는 노래가사가 절로 떠오르게 된다.

  하필 요즘 다니는 학원이 MBC를 지나는 버스를 이용하게 된 터라 방송사 입구를 가끔 바라보게 되는데 요 며칠 동안은 기원(무신론자가 기도는 못하니까)을 해야겠다 싶다.

  ... [공정함]이 언론의 미덕은 맞다.(또한 야구심판에게도) 하지만 공정함은 기계적 중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슬슬 이곳에서도 한계에 다다르는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즐겁다는 하나의 화두로 시작한 것이지만, 아직 어리광=응석부리면서 투덜대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달래고 수업에 집중시키는 것도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시험 때마다 자료(라고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만들고 평상시에 교재연구 노트 등을 만드는 등 내 스스로 부족하지 않도록 하자는 노력은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딴청부리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거나 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오늘도 한 소리 했다. 다른 학급들에 들어가면 서로 즐겁게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할 수도 있을 이야기를 이 학급에 들어가면 정말로 심한 짜증이 섞인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어렵다 어렵다 해서 상담실장에게 불평이 들어와서 다시 한 번 정리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서 나와는 더 구체적인 상의 없이 잡은 보충수업... 정작 어렵다 어렵다고 불평한 학생들은 드라마 시청을 이유로 나타나지 않앗다. 그러고서 다음 날 보자마자 보충 잡아달라는 것은 뭔가... 강사가 무슨 기계도 아니고... 학생 한 명은 자기 자신이 잘난 듯 아예 벽에 기대 옆으로 앉은 상태가 계속. 그런 자세로 교재도 안 가져오고 옆 사람 뒷 사람과 강사를 무시한 대화를 계속한다. 그 상태를 매주 토요일마다, 수업 시간 내내 보는 것도 괴로움이다. 시정하라고 해도 듣지도 않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것은 주입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고 보지만 그래도 학원에 오고 뭔가 목표치를 부여받은 이상 가지도록 말을 해야 하니)도 장기적인 생각은 전혀 없이 현실만 즐기려 한다. 나 역시도 그 나이 때는 아예 학원도 다닐 일 없이 알아서 놀고 알아서 공부했기에(그래서 수학이 그렇게 안 좋았던 것이겠지만) 그것까지 터치하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업시간마저 그들의 놀이시간으로 내줄 수는 없다는 의식이, 그들이 세상에 풀어내는 불만과 학원 등의 사교육에 대해 토로하는 불만이 오로지 내가 진행하는 수업시간에만 집중되기 때문인가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운 수업시간을 그렇게 내놓을 수는 없기에 결국 아이들과 한바탕 전면전을 치르게 되는구나 싶다.

  내가 지나치게 권위적인 것일까? 직전의 학원에서는 그래도 한 학년만을 대상(그래도 중3)으로 했고, 그 대상 학생들도 무언가 목표를 가지고 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었기에 수업 중의 대화나 곁가지로 빠지는 내용을 하건 잔소리를 하건 극소수의 몇만 제외하고는 수업시간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교재연구에 대한 생각을 보다 많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학년도 여럿... 이해 수준도 여럿... 같은 내용을 가지고 진도를 맞춰 주려면 어느 학급은 한 번에 끝날 내용을 다른 학급은 세 번을 계속해도 될까 말까한 곳도 있고... 응석부리는 것까지 신경쓰노라면 잔신경이 쓰여서 몸이 배겨내질 못하는 느낌이다. 시험대비 자료를 만들어야겠고 특강 형태의 수업도 해야겠는데 진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몇 년 전에도 근처 동네의 학원에서 1년 이상을 지낸 바가 있었지만, 이곳의 풍토와 나는 잘 안 맞는 것일까 하는 고심이다. 뭐 결벽하다는 소리를 듣는 내 성격에 어디가 제대로 맞아떨어질까만... 적어도 수업을 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피곤한 일이 없었으면 싶은 곳에서 누워 죽을 자리를 찾고픈 심정이다. 이곳이 내가 뼈를 묻을 곳...이라는 심정으로 가진 것을 모두 쏟아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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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일요일은 심판으로서도 마음의 한계를 한 부분 드러내야 했고, 매주 토요일은 수업에 들어가서 즐겁게 보내도 몸에 무리가 가기 일쑤인데 불편한 심기를 감추기가 어렵다. 주말이 이렇게 힘들게 지나가고 있는데 사람들은 너무 쉽게 생각하고(그렇게 생각하는 과정이야 물론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는 하겠지만) 주문을 한다. 새벽에 방에 돌아가서 달리 하는 것도 없이 뻗어버리는 나 자신에 기가 찰 지경이 되고 있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의 힘겨움...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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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sky의 모순세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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