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모니터와 키보드를 앞에 두고 느긋하게 명상하고 무언가를 남기기 위한 작업을 할 여력이 부족한 요즘이다.

  다니던 학원을 자의적으로 박차고 나선 까닭인지... 아니면 마침 나선 시점이 제대로 학원가 불경기를 만났음인지... 아니면 자리들이 있음에도 내 나이나 경력에 컨택하기가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한 달 이상 백수로 잘 놀고 있는 중이다. 주말에 심판학교 내진 심판배정을 받아 다닌 것을 제외하면 주중에 이렇다 할 쏘다니는 일은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하지 않을지...
  사실... 명지전문대와 KBO, 대한야구협회,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협력해서 만든 [야구심판 양성과정] 전문과정에 참가했는데, 심판배정 관계로 전체 교육일정 중 며칠 출석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 컸다. 이른바 [개근모드]로 참석했다면 지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심판으로서의 역량에 어느 정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었을 텐데... 학원일에 치이느라 몇 달 동안 실전에 나서지 못했던 여파를 근자에 보았던 터라 교육과정을 모두 챙길 수 없었던 것은 못내 아쉬울 뿐이다. 결국 출석에 허덕이며 수료증 얻는 것에 급급했을 뿐이라는 인상을 남긴 듯 해서. 

  그래도... 지난 주에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리빌드> 두번째 작품 : [파]를 두 번이나 보았으니 제법 쏠쏠한 재미였다고 할까... 그것도 강사로 일하고 있으면 도저히 찾아갈 수 없는 저녁 시간대에 본 것이니... 다른 일이 잡히지 않으면 이번 주중에 한 번 더 볼까도 생각 중인데... 하지만 몇 년 전 세 번을 보았던 [인랑]에 비하면 스토리 해석에 어려움은 덜한 편이라(TV판 DVD 모았고 예전에 해적판 비디오 숱하게 보았던 까닭에) 어쩌면 다른 넘으로 관람메뉴를 바꿀지는 모를 일이긴 하다.
  하나 더 다행이라고 하자면 그곳을 나오고서 그간 연락하고 지내기 어려웠던 이들 중 몇 사람과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있겠다.

  스터디는 다음 주에 재개 예정이라 그전에 좋은 날 찾아서 서울 밖을 다녀오고는 싶은데 귀차니즘은 여전하다. 요즘처럼 학원강사로서의 비전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스터디를 지속해야 하는지도 의문이긴 하지만 그냥저냥 뻗어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름 교재를 읽으면서 노트정리는 해 가는 중이지만, 막상 요즘은 내용정리보다 문제에 대한 풀이능력을 더 높이 사는 것 아닌가 하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어서 다소 맥이 풀려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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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간만에, 그동안 하나 둘 씩 모아들인 DVD의 포장비닐을 뜯고 그 중 하나를 어제 새벽에 돌렸다. [스트레인저 : 무황인담]이라는 일본의 극장판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한번 방송한 터라 신선감을 잃긴 했지만 그때는 중간에 까먹은 부분도 있었고, 무엇보다 고시원 쪽방에서 보다 보니 소리며 음악에 대해 비중을 싣지 못한 것도 있었기에 비록 노트북 모니터와 헤드폰에 의지한 감상이었지만 오디오까지 포커스를 맞춰 볼 수 있었던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이제 남은 것들 중에 어떤 선택을 들어가야 할까... 어찌어찌 쌓인 것들은 제법 되는데 플레이 클릭을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지... 구입 시의 설레임을 과연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불안과 초조함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등, 허리, 무릎, 발목...

  요 며칠 동안 통증을 달고 사는 부위입니다. 오히려 심판 생활을 잠시 접고 학원일에 집중하고 있던 요 기간 동안 더 심하게 아프네요.
  지난 달에 한의원을 두어 번밖에 못 가서, 어제그제오늘까정 3일은 연속으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는데, 학원에서 공강시간 하나 간신히 나서 이런저런 작업을 하려는 사이사이 등부터 발목까지 통증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중이라죠.

  그만두겠다고 말한지도 10일 남짓, 추석 연휴 지나면 일주일 정도 더 있겠다고 했는데 학감은 새로운 사람을 구하는지 마는지 반응도 없고... 퇴근길에 한번 언질을 더 줘야 하려나 싶습니다. 괜히 떠나고 나서 예전에 누구처럼 학원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진 않아서 말이죠.

  문자를 주고받은 예전에 가르친 학생 두엇, 네이트에서 대화창을 열어 대화를 나눈 예전 학원에서 일했던 때 모셨던 윗분 등... 내가 결심한 부분에 대해 의아해 하고 만류하는 글을 보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죠.
  물론 잘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명색이 지식판매자라는 강사가 스트레스를 못이겨서 계약(계약서는 쓰지 않았지만 구두상으로 나눈 이야기는 있으니)을 이행하지 못하고 떠난다는 것을 누가 잘했다고 할까요. 하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은 한 사람의 몸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마치 당연한 것처럼 전 학년 내신대비(사회과가 중 1,2,3학년 모두 담당)를 하면서 3학년의 특목고 입시대비를 챙겨줘야 하고, 상담전화도 다 해야 하고, 하다못해 벗어나야 하는 행정적인 잡무까지 시간을 들여 해야 하는 이곳에서 자기발전적인 요소를 찾아낼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으니까요.

  스터디도 다다음 주면 재개될 테고, 당장 고등사탐 영역에 대한 비전도 그다지 없는 상황... 결국 안정적인 자리를 구하려고 하면 다시 중등 내신대비나 존재가치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특목 영역을 두들겨야 할지 모를 일이지만 현재 자리에서의 스트레스나 가해지는 부담, 거기에 아무리 생각하고 접어줘도 소화해 내기 어려운 것들까정 해내라는 이런 상태를 감당하기엔 제 심신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라죠.

  다음 주... 운명의 한 주가 되겠네요. 그 이상을 있게 되면 이런 엿 같은 상황을 계속 버텨야 하는 것일텐데 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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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은 학원에 출근해야 하고, 그 전날인 추석 당일은 차례지내고 집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야 하니, 내일 금요일을 뜻있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책이라도 읽으러 서점순례를 가볼까, 아님 재킷이라도 사러 시장통을 돌아볼까도 생각해 보네요. 뭐 연휴 기간이라 별 효용은 없어 보이지만... 어쩌면 지친 몸을 추스리느라 방에서 꼼짝 못할 수도 있겠죠.
  모처럼 새벽에 책과 짐을 한쪽으로 치워놓고 프린터 출력 작업을 마친 뒤 블로그의 포스팅 창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머리 속이 텅 비어 있는 느낌이네요.

  심판일은 5주 이상 휴식 중(다가오는 일요일도 시험대비 수업이 있어 불참 예정이니 6주 정도 불참이라는)... 전에도 그 정도 쉰 경우는 여러 번 있었지만 요즘같은 상태에서는 복귀하는 것 자체도 불투명한 상태라고나 할까요.
  학원 쪽도 별반 다를 바는 없는 것이, 특목대비학원이라는 것은 허명 뿐 실제로는 내신대비에 학생관리가 100%나 다름없는 곳이기에(그보다는 학부모와의 전화상담으로 영업, 마케팅을 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싶지만) 일에 열정이 생기지를 않는다죠. 슬럼프는 슬럼프인지... 어제는 분명히 복사해 두었다고 생각했던 시험대비용 프린트물이 복사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부랴부랴 종이를 데스크에서 구입해서 복사기를 다시 돌려야 했다는... 명색이 전임으로 들어갔으면 문구 및 복사 등의 소요비용은 학원 측이 어느 정도 분담해도 될 터인데 비율제니 뭐니 하는 허울로 비용부담이 고스란히 강사에게 돌아와 버리는 체제에서 한숨만 나올 밖에요(데스크에 사전에 맡기는 것은 비용부담이 발생하지 않지만 학교별-학년별 소규모 학생들의 필요량까지 맞춰 가기엔 번거로움이 너무 컸기에)... 결국 지난 달의 복사비는 약 2만원 이상의 추가 부담을...
  외고대비에서 사회가 더 이상의 비중을 보이는 것이 어렵다면 이곳에서 손을 훌훌 털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를 생각 중입니다. 새벽의 피로감을 좀 더 견디고 고등부 영역 공부를 더 해야겠다 싶은데, 막상 퇴근하고 침대에 앉으면 바로 뻗어버리기 일쑤이니... 거기에 책무더기를 옮겨가면서 노트파일을 정리하는 것도 상당히 힘이 쓰이는 일이기도 하고... 어째 2009년 하반기는 여러 가지 정신없는 고민으로 보내게 될 듯 싶네요.

 이번 주가 지나면 스터디가 다시 시작될 텐데, 그때 즈음에는 뭔가 결정을 지어두어야 하지 않을가를 고민해야겠죠.

  그건 그렇고... 간만에 2009 윔블던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전을 보았다는... 평소 로저 페더러의 밥이나 다름없던 앤디 로딕이 어마어마한 선전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5세트 게임 수만 30, 30게임 째가 될 때까지 자신들의 서비스 게임을 단 한 차례도 내주지 않는 팽팽한 모습에 기가 질렸다고 해야 할지... 

 

  후... 어느 사이에 2009년도 6개월이 지나 버렸습니다.
  DJ와 노무현 씨가 대통령이었던 시절이 어찌 보면 활동하는 데 있어 그만큼 제약이 적었던 시기였구나를 깨닫는 것이 너무 오래 걸린 것이었을까요... 꺾어진 70을 지나 꺾어진 80을 향해 가는 지금의 처지에서 전화상담이다 자료만들기다 복사다 질의응답에 정성이다 등에 아무리 기를 쓰고 용을 써도 돌아오는 것은 사소한 것 트집잡히는 뒷담화에... 온갖 불평에... 등록인원 안 차 있다고 타박들으면서 수업하고 성적은 기본 아니냐는 압박... 책읽고 뉴스보며 이런저런 분석할 기회는 고사하고 당장 급한 일들 처리위해 전화기를 드는 것이 우선이 되야 하는 것이 강사의 숙명이 되어야만 한다고는 믿지 않는데 말이죠. 지금 있는 곳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네요.

  심판 쪽 일도 마음이 많이 떠난 까닭에 이쪽 일에 대해 조금 더 힘을 쏟자 해서 이 정도까지 끌고 왔는데, 내신사정이다 모의고사 성적입력이다 등등을 오로지 다른 사람 자료에서 함수베끼고 셀을 일일이 고치면서 수정하고 보기좋게 하려고 하는 등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고생해 왔는데, 거의 6주 이상을 심판배정을 빠지기로 하면서(이곳을 계속 다니게 되면 하반기 배정도 모두 안 나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뭐 이런 것이 힘겹지 않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나름 힘겨운 일이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내가 일한 만큼의 대가는 오로지 현재 인원을 잘 유지하고 있느냐(즉 다음 달 등록을 유지하도록 잘 꼬셔 두느냐), 그리고 한 주에 수업을 몇 타임 뛰었느냐만으로 판단 기준이 잡혀 있으니 다른 작업들은 아무리 고생고생하며 마무리를 잘 해 보아도 돌아오는 효과는 그저 '수고하셨다', '고생하셨다'가 고작이라는...

  사회 과목의 어려움은 점점 배가되어 가는 중에 필요한 것들의 목록은 점점 많아지고 있고... 가르치는 아이들의 성장배경에 일일이 맞춰 주기 쉽지 않은 내 자신의 적응노력을 돌아보면 이제 학원강사 일에 있어 최대 고비를 맞이한 것이나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내 역량의 한계가 어디일까를 생각하는 것도 고민이지만, 내가 자리에 맞춰 내가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능력의 한계를 매조지해야 하는 것일지, 당장의 행복을 보장하기 어려운 자리를 생각하고 없는 시간 쪼개 가며 더 매진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고민이 제법 듭니다. 이런저런 고민들이 정리가 되어지면 거취도 정할 수 있게 되겠죠. 조만간 꺾어진 80이 되기 전에 어딘가에 나를 묻을 자리가 발견되어지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싶은...

  치과에 들러 정기검진 및 스케일링을 마치고 바로 학원에 가기에는 이르다 싶어 다른 곳에 들를까 하다가, '일찍 가서 책도 읽고 한가하게 조용한 시간 좀 보내자' 싶은 마음에 그냥 버스를 타고 출근, 도중에 식당에 들러 밥까지 먹고 들어간 시간이 어언 오후 한 시 가량... 그러나 학감이 먼저 와 있었다. 아마 이전에 나간 선생님이 임금체불 등을 짚어서 행정 외 제반 조치를 한 것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던 것 같은데 그 때문에 책읽기는 고사하고 다른 작업도 진행 못한...

  그나마 학감이 아주 사람들 잡아먹을 듯이 주문한 성적향상대책인지 무엇인지는 학년별까지는 대충... 1, 2학년은 멘트를 집어넣은 상태... 이제 3학년을 집어넣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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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남은 일들이... 담임 반 학부모들에게 전화돌려서 기말고사 이후 학급 재편성에 대한 홍보(열 두 통이다), 다음 주 토요일의 설명회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입력 작업(내 과목만), 학교행사로 빠진 아이들 학교별-단원별 보충계획 만들기... 모의고사 문제... 상담... 언젠가 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모의고사 성적산출표 수정... 그러면 수업은? 강의는? 회사에서 사람 피말리는 잡무와 행정의 딱딱한 일이 싫어 헤매다가 이쪽으로 온 것인데 이젠 여기서도 이런 것으로 사람을 잡는구나 싶다(학감은 강사로서 수업시간의 모습-수업능력, 자세 등-은 당연히 기본이고 그 외의 일을 잘해야 대우받는다고 하는데). 수업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그렇게 해서 들을 수 있는 뒷감당을 그가 해 주기나 할까?

  그렇게 눈앞에 떨어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하나하나 해 나가려고 고생고생하는데 생뚱맞게 떨어지는 과업... 순간적으로 감정선이 폭발했다. 판단도 잘 안 되는 날(바이오리듬 상에서 감정 저조, 지성은 위험일)인 탓이었으리라... 이런 식으로 일을 해야만 하냐 싶은 회의감이 밀려들어온다.
  오늘 일단 모 카페의 정모에 참석해서 분위기를 읽어야지 싶다. 어차피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니라면 더 이상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도록 빨리 정리해야지도 싶다.

  이번 주말... 토요일은 현충일 휴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원에 출근, 중3학년들의 외고대비 모의고사 감독을 진행했다. 자습감독도 겸한 것이었는데 애들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빠져나갔다. 결국 데스크 과장님이 일찍 끝내게 해 주자고 해서 30여 분 일찍 돌려보냈다. 아마 학감에게 보고가 올라가고 내게 뭐 안 좋은 이야기가 들어오겠지.

  그런데... 작년에 다녔던 학원에서는 차라리 오전에 시험을 보고 오후에는 채점이라던가 다른 작업을 하고 그랬지 않았던가(학생들이 자율학습을 한다고 해서 딱히 감독을 내려가야 할 까닭은 없었던)... 다른 일도 못하고 저녁 나절까지 애들 등쌀에 시달리다가 심신을 소모하느니보다는 나은 것이 아닐지... 더구나 시험이라고 불러놓고 채점도 자동으로 안 돌린다(수동채점하라는), 싸인펜도 여분을 안 챙겨놓았다, 아이들을 시험시간에 맞춰 나오게 하는 것도 안 되어 있었다(이건 아이들의 마인드도 있지만 다른 문제도 있어 보였다). 운영도 뒤죽박죽, 관리를 하는 것인지 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차라리 애시당초 시험만 보고 돌려보냈으면 차분하게 뒷정리하고 답안지 채점도 하고 그랬을 것 아닌가(오전 담당 선생님은 일찍 돌아갈 학생들의 리스트를 주지 않고 가는 통에 시험이 끝난 다음, 풀이가 끝난 다음 온갖 법석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저녁에 서점에 가서 책 사고 문구 사고 방에 돌아온 뒤 일요일 새벽녘까지 잠에 빠져 있다가 노트북을 열고 시험답지와 학생들의 답안 번호를 모두 엑셀에 수기 입력해서 색깔 바꾸고 점수를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도대체 이런 수고가 과연 입시를 진행하겠다는 학원의 마인드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이곳에 온지도 3주가 지났고... 이넘의 (*** *** ****) 현실에 적잖이 실망한 상태다. 뭐 학원강사라는 직종을 택한 업보가 아닐까 싶지만 이 정도의 실망감을 올해 계속 느껴야 했다니 말 다한 것인지도.

  어찌 되었건... 두 타임의 시험답안지 중 한 타임 것은 입력을 완료했고, 7월에 보기로 예정된 모의고사 첫 회분의 정리도 어느 정도 끝냈고(해설지 만드는 것이 문제지만)... 이번 주에 예정되어 있는 스터디 노트 만들기도 그런대로 초안은 잡아 놓았다. 이번 주에 들어가는 기말고사 대비체제에서 일요특강 일정을 짜는 것하고 모의고사 해설지 만들기, 계속적인 스터디 노트 정리가 부담이 되지만 어차피 감수해야 할 일... 심판배정을 의도적으로 빼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어거지로 빼고 잘 시간은 퍼자면서 일을 해놓은 것인데 한편으로 씁쓸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 중 몇을 포기하면서 진행해야 하는 이 현실이... 

  토요일에 구입한 책, 배영수 등이 포함된 이들이 집필한 [서양사 강의](세계사 노트 정리에 교재로 구입한 넘 하나와 같이 작업을 해 볼까 해서), [로쟈의 인문학 서재](알라딘의 유명 책 블로거의 블룩), 그리고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도 6월호다.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올해만 잘 버텨내면 정기구독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든다. 그동안 정기구독을 할까 말까 망설였던 넘들 상당수가 오래 못 버텼던 것을 알기에 이번은 어찌 될지...  

  학원을 옮기고 처음으로 쓰는 것이런가 아니면 두번째로 쓰는 것이던가... 어찌 되었거나 간에 이제는 무언가 다른 것을 하고픈 여유가 완전 소멸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드는 이달의 후반부였다.


  심판으로 배정나가는 길에 버스에서 졸다가 핸드폰을 놓고 내린 까닭에 택시를 잡아타고(다행히 지갑은 가방 안에 놔두었기에 망정) 종점까지 쫓아가서 챙겨와야 했질 않나... 그러고 보니 올해 초반부엔 심판생활 몇년만에 늦잠을 자서 또 택시타고 법석을 떨었던 일도 있었지. 그리고 블로그에 일지 쓰는 건 때문에 또다시 싫은 소리를 들어야했던 것도 있었고.

  학원을 옮기면서 "몸은 피곤해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덜 받아보자"는 심정이었는데 웬 넘의 일은... 그러면서 생각해 보니 역시 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신경써야 할 일도 많다는 것이고 결국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고나 하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문제는 그 결론을 내리기 위한 희생이 너무 컸다는 것... 그나마 급여라도 제때 받고 고생한 만큼의 이상을 받을 수 있다면 노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나.

  오늘 배정도 피했고 해서 마음만 먹으면 어디던지 움직일 수 있었는데 하루종일 자리에 누워 보냈다. 딱히 아픈 것은 아니었는데 움직이기 싫을 정도로 지쳐 있었던가 싶었다. 저녁에 만나기로 했던 예전 학원의 선생님에게 못가겠다는 문자를 주고받았고 팀블로그에 계신 분과 근황을, 그리고 오늘 끝난 대회 모습에 대한 정황을 심판부 상급자와 전화로 확인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심판배정을 받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했고... 지난 해와 엇비슷한 상황이지만 올해는 의욕이 더 일어나지 않고 있어 쉽지 않을 듯 싶다. 출근하면 쌓이는 일에 전화상담에 몸은 부대끼다 보면 퇴근해서 책옮기고 작업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 아닌가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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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토요일 오전에 들었던 의외의 소식이 이번 주 내내 심신을 괴롭히고 있다. 주류랍시고 떠들어대는 위선적인 모습들에 가슴 한켠 한켠을 무겁게 만드는 사람들의 충격적인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모를 한숨이 부여나오게 된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업에 몰두하고 작업에 신경을 쏟아야 한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낀 이는 나 혼자만은 아닐 터.

  이번 주 토요일을 끝으로 지금 다니는 곳을 떠나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새로운 곳으로 장소를 옮겨 학원강사일을 계속하게 되었다. 주중에 스터디 시간을 오전으로 옮겨 진행하게 된 까닭에 오전 잠을 설친 것이라던지, 70분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왠지 여유가 더욱 사라진 하루하루를 보내며 이곳에서의 마지막 일주일을 보낸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블로그질이 쉽지 않아졌다. 아마 학원을 옮겨 그곳에서의 기본적인 일들에 부가되는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집중을 하게 된다면 블로그질은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 싶다.

  있다가 단과특강(돈도 안 주는) 한 타임 2시간 수업을 끝내고 나면 자리에 있는 짐들을 챙겨넣고 뜰 예정이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것이 꼭 4년 전엔가 **** 학원에서의 마지막날을 연상케 한다. 하여간 지금 방에 있는 책이며 몇몇 장비들을 옮기는 곳에서 여유있게 놓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으면 싶다. 지금 있는 곳에서는 뭔가 갖다놓고 하고 싶은 맘 자체가 안 들었던 터라...

  내일 심판배정이 잡혀 있는데 이렇게 비가 계속 오니 과연 정상적인 경기진행이 가능할지 궁금해진다는. 만약 경기가 취소된다면 서점에 나가서 학기 진도 나갈 책에 대한 공부, 구입하고픈 책들 일별, 기타 작업을 진행해야지 싶지만 아직 알 수가 없다. 자정 언저리에 비가 그치면 새벽 정도로 하루 경기가 온전히 가능할지에 대해 운동장 사정을 짐작할 수가 없으니. 지난 주에 세 경기 뛰고서 그 경기들에 대한 일지를 팀블로그에 끄적이지 않았는데(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이러한 상태를 언제까지 두고 있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하겠다. 어쩌면 그냥 내 개인 블로그로 돌아오는 수도 있고...
  지리하고 의욕이 일어나지 않던 중간고사 시험대비는 마무리되었고 실장들의 "쓸데없는 보강 간섭"건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응대하면서 이곳에서의 일을 마무리해 나가는 중이다. 아무리 늦어도 다음 주 주말 께면 이곳에서는 사라지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내 핸펀의 부재 중 전화번호라던가 문자메시지에 어떤 내용이 채워질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겠지.
  일단 이번 주와 다음 주 토요일의 역사인증대비 수업에서의 내용 건만 제대로 채워 주는 것, 이곳에 있는 몇 명 안 되는 외고대비반 아이들에게 떠나기 전에 뭔가 해 줄 수 있는 것, 정규반 수업에서 대충 일깨월 줄 것 정도만 간추려서 챙겨주는 것이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이겠지.

  전에 일했던 학원에서 알고 지낸 분의 소개로 들어가게 된 곳... 과연 언급한 날짜에 가게 되었을 때 다른 난감한 일이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하게 되는데... 뭐 안 되더라도 두어 달 숨돌리면서 다시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보내겠다는 편한 자세를 가지려 한다. 안 그래도 게을러진 마음가짐에 몸도 예전같지 않은 상태에서의 불필요한 업무 압박으로 나름 지친 까닭이기도 하다. 스터디에 대한 준비도 해야겠고... 오늘도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강남이건 광화문이건 서점에 책을 둘러보러 갈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학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말 정도였으니. 그런데 이번 주는 스터디가 정상적으로 진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스터디 최초 제안자는 자신이 일하는 곳의 살인적인 업무량에 첫 몇 주 이후는 참석조차 못하고 있고, 남은 인원들은 한 명 한 명씩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만들어진지 6개월도 안 돼서 사라지는 것이나 아닐지... 기껏 같은 과목 강사들끼리 정보도 공유하고 애환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생겨 마음 속 응어리들 중 한 가닥의 매듭이 풀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내일은 출근 전에 서점에 들러서 꼭 책들을 다시 일별해 두어야겠다. 공간이 확보되면 방안에 들여놓아둘 책이 몇 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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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로 잡혔던 이쪽의 어이없는 정규수업을 빼 버리고(내일 보강으로 돌려졌지만...ㅡㅡ) 신월동 구장으로 향했다. 지갑을 학원에 두고 온 까닭에 찾아서 가느라고 거의 마지막 경기가 될 때쯤에 도착했다. 사무국장님이나 같이 있는 다른 심판들과 팀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적어도 그들은 내가 해 왔던 일들에 대해 부정적이진 않은 모습이었다. 그냥 취미니까... 있는 그대로의 날것(어느 정도 경험자의 주관이 개입된 것이겠지만)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관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 그렇다면 카페에 언급된 이야기는 무엇일까... 지나친 기우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실제 그런 뒷담화가 들어온다는 것일까.

  하여간 카페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끄적이며 어느 정도의 각오를 담았다. 나중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 당장 해야 할 작업도 산적해 있으니. 
  4월의 마지막 날... 그 하루 전날의 직전보강일정에서 지친 것에 사직서를 내는데서 오는 원장의 뚱한 반응에... 자정 언저리까지 감정을 다스리는 그 뭐더라... [감정노동]인가를 치른 여파였는지 새벽 퇴근길에 간간이 들러 야식을 먹는 24시간 분식집에서 울화통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나이 지긋한 취객과 말싸움을 벌였다. 원인제공을 내가 한 것은 아니었지만 화를 내지 않으면 뭔가 꺼림칙하다는 기분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아니면 못 볼 것을 보는 것을 계속 피하기만 해서는 내 자신이 떳떳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내일, 아니 오늘이면 직전보강 일정은 마무리될 테고 다음 날부터는 다시 정상수업으로 들어가겠지. 그리고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올 한국사인증대비반의 몇 학생도(몇 주 쉰 상태에서 과연 문제 몇이나 읽어낼 수나 있을지가 의문)...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보태주는데 수고로움에 대한 응분의 보상은 없을망정 무한책임만을 강조하는 원장 밑에서라면 무슨 일을 해도 보람이 없겠다는 생각이, 그래도 맘이 어느 정도 통하는 몇의 강사 선생님들과 헤어져야 함을 불러오게 되었지만 딱히 이전으로 돌아가야 할 의무감을 가져지지가 않는다.
  늦어도 다음 주 정도면 일요일 심판활동으로 접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과연 그라운드로 다시 들어가서 냉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가 없다. 어쩌면 너무 자세를 낮춰 지내왔던 것이나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이직이 확정되어 새로운 곳으로 나가서 어느 정도 일정의 추이를 확인할 때까진 심판부 활동을 나가지 않는 것이 낫겠다 싶다. 요즘같아서는 그라운드로 나가면 사고를 일부러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게 쉽게 결정이 지어지진 않을 테지만.

  [개인주의자]가 되는 길... 참으로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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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sky의 모순세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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