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조직의 자신감 상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7.20 [Trotzky의 삐딱해진 시선] 반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조직!
네이버의 저희 심판부 카페에 두 달 인가 전에 올려놓은 글입니다.

근래 들어 제 후배 녀석이라던지 이런저런 전해 듣는, 또는 직접 그라운드에 나가서 느끼는 우리 심판부에 대한 신뢰도에 다소 걱정스러운 부분이 느껴지고 있는데 이제는 규칙 적용에 있어서도 그다지 유연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보여서 심히 걱정이네요. 여차하면 아예 이쪽 생활을 접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공개로 놓는다면... 윗분 생각마따나 우리 조직의 명예에 심대한 누가 될 수도 있을 터구나도 싶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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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조했습니다. 댓글로는 몇 번 흔적을 남겼지만 배정은 받지 못하는 상태이다 보니 글을 쓸 수 있는 심적 물적 여유가 안 되었다죠. 오늘도 학원에 들렀다가 신월구장에 들러 몇 분을 뵙고 지금 돌아와 몸을 추스리고 책 한 짐을 옆의 침대로 옮겨놓고 모니터 앞에 앉은 것이라는...
  논란은 어김없이 있었고 점점 까칠해져만 가는 성격 탓인지 이것저것 할 말도 많았던 하루였다는 기억입니다. 정작 그라운드 안에 계셨던 분들의 입장은 어떠셨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운을 떼니까 역시 가장 많은 대화가 오간 부분이 [지명대타]건이더군요. 그 점에 대해 *** 님이 아래에 퍼온 글들 중 좋은 답으로 제시되는 것이 있었던데, 이번 대회라던지 리그에서의 적용은 오히려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 듯 싶은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언급을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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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야구규칙의 6조 10항, [지명대타] 항목의 전문입니다. 오타다 싶은 글자는 수정했지만 전반적인 의미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6.10 리그는 지명타자(指名打者) 규칙(Rule)을 채택할 수 있다.
(b) 지명타자 규칙은 다음과 같다.
① 지명타자 :
  ⓐ 각 팀은 경기마다 투수를 대신하여 타격을 하는 타자를 지명할 수 있다. 지명타자는 경기 시작 전에 교환되는 타순표에 수비로 출장하지 않은 선수로 지명하며, 투수는 타격순 밖의 칸에 기재한다.
  ⓑ 경기 전에 심판원에게 제출하는 타순표에 지명타자를 표시하지 않았을 때는 그 경기에는 지명타자를 쓸 수 없다.
② 지명타자의 타순 지명타자의 타순은 타순표에 기재된 위치에 고정되며 이를 바꿀 수 없다.
③ 지명타자의 교대
  ⓐ 지명타자에도 대타(代打)를 기용할 수 있다. 이때 그 대타자 또는 그와 교대된 선수가 지명타자가 된다. 그러나 경기 전 제출된 타순표에 기재된 지명타자는 상대 팀 선발투수가 교체되지 않는 한 그 투수에 대하여 적어도 한번은 타격을 끝내야 한다.
 
--(제 주석입니다. 이하 "주") 이 조항은 지명대타에 대한 교대(즉 DH가 유지되는 선에서의 DH끼리의 교대입니다)를 할 경우, 상대 팀 선발투수가 교대되지 않으면 처음 지명대타가 한 타석을 완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지명타자에는 대주자(代走者)를 기용할 수 있다. 이때 그 대주자 또는 그와 교체된 선수가 지명타자가 된다.
  -- ("주") 대주자가 기용되었다면 이미 지명대타가 한 타석을 마친 다음이니만큼 DH끼리의 교대에 문제는 없겠죠.
 
ⓒ 전(煎)항에 의해 물러난 지명타자는 다시 경기에 출장할 수 없다.

④ 지명타자의 소멸(消滅) 
 ⓐ 지명타자가 수비에 나갔을 때
 
ⓑ 등판 중의 투수가 다른 수비위치로 나갔을 때
 
ⓒ 지명타자의 대타자 또는 대주자가 그대로 투수가 되었을 때
 
ⓓ 등판 중의 투수가 지명타자의 대타자 또는 대주자가 되었을 때, 등판 중의 투수는 지명타자 이외의 대타자 또는 대주자가 될 수 없다.
 
ⓔ 타순표에 기재된 야수가 투수로 되었을 때
 
ⓕ 야수를 교대하면서 등판 중 또는 새로 출장하는 투수를 타순표에 넣었을 때
 
--("주") 이 부분은 다 아시다시피 지명대타(DH)가 타순표에서 소멸되는 상황입니다. 단, 지명대타로 출장하였다가 수비(투수 포함)로 들어갈 수도 있고, ⓓ ⓔ ⓕ처럼 더 이상 출장이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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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지명타자가 소멸되었을 경우의 타순
  ④ 항에 따라 지명타자가 소멸되었을 때의 타순은 마음에 따른다. 동시에 2명 이상의 교대가 이루어져 타순의 선택이 필요한 경우는 감독은 각각의 타순과 수비위치를 결정해 주심에게 통고해야 한다.

  ⓐ 지명타자가 수비에 나갔을 때는 지명타자의 타순은 변경하지 않고 이와 관련된 교대에 따라 물러난 야수의 타순에 투수가 들어간다.
  ⓑ 등판 중의 투수를 다른 수비위치로 바꿨을 때는 투수로부터 야수가 된 선수 및 새로 출장하는 구원투수는 이와 관련된 교대에 따라 물러선 타순에 들어간다.
  ⓒ 대타자, 대주자가 그대로 투수가 되었을 때는 그 타순에 들어간다.
  ⓓ 등판 중의 투수가 지명타자의 대타자 또는 대주자가 되었을 때는 지명타자의 타순에 들어간다.
  ⓔ 타순표에 기재된 야수가 투수로 되었을 때는 새로 경기에 출장하는 야수 또는 야수로서 경기에 남은 앞의 투수가 지명타자의 타순에 들어간다. 단 이와 동시에 지명타자가 수비로 나갔을 때는 새로 경기에 출장하는 야수 또는 야수로서 경기에 남은 앞의 투수는 이와 관련된 교대에 따라 물러난 야수의 타순에 들어간다.
  ⓕ 본항의 ⓐ부터 ⓕ까지 해당하는 교대 이외의 경우는 등판중 또는 새로 출장하는 투수를 어느 타순에도 넣을 수 있다. 투수를 지명타자 이외의 타순에 넣으려고 할 때는 물러난 선수 대신 새로 경기에 출장하는 선수가 지명타자의 타순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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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윗 단락에서 지명타자가 소멸되었을 경우의 타순에 대한 지정이 있습니다. 즉, 지명대타의 대타자를 기용하는 것은 상대 팀의 선발투수가 교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 타석을 종료한 이후에 가능하다는 점. 타격하기 전에 선발투수가 교대되었다면 DH를 새로운 선수로 바꾸는 것은 하등의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명대타 교대 조건에 대한 제한은 이것이 다입니다. 3번과 4번이 연동되어 교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에 소멸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3번은 3번대로, 4번은 4번대로 적용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 외에는 지명대타(DH)가 타순표에서 사라지고 1에서 9까지의 수비위치 및 타순번호만 명기되는 상황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거기에는 보통 우리들이, 아니 야구인들이라면 적어도 다 아는,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명제만 지키면 되는 부분입니다. 다 아시겠죠. 

  교체되어 벤치로 물러난 선수는 다시 출장할 수 없다. 
  투수는 한 이닝 도중 다른 수비위치로 물러났을 시 그 이닝 동안은 투수로 돌아오는 것 외에 다른 수비위치로의 이동은 불가하다.
  MLB의 내셔널 리그처럼 더블 스위치(투수 자리에 대타, 다음 이닝에 투수를 바꾸면서 수비수도 한 명 바꾸는 것, 그러면서 두 선수의 타순이 바뀌어지는 것)이 지명대타를 소멸시키는 조건에서 감독이 타순만 지정해 준다면 두 선수의 타순을 동시에 바꾸는 경우가 가능하다.


  제가 십 몇 년 동안 사회인야구심판으로 그라운드에 나가서 한 번도 문제됨을 지적받은 적이 없던 내용들, 그동안 아무 탈없이 잘 적용해 왔던 내용들이 요즘 이슈로 올라옵니다. 그것도 이 일을 처음 시작하는 것도 아닌 분들의 모습에서요. 

  만약 지명대타의 소멸과 지명대타의 교대 조건이 연동되어, 지명대타의 교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으니 지명대타를 소멸시킬 수 없다라는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면 위의 규칙서 6조 10항 3번 항목과 4번 항목, 그리고 5번 항목은 더 복잡한 양상을 띠었을 것입니다. 위의 규칙서 전문 정도로 끝날 내용이 아니죠. 오늘 들었던 모 이야기처럼 "지명대타였던 이가 투수로 나오는 것은 된다." "투수가 야수로 나가는 것(야수가 투수로 들어오는 것도 포함해서)은 안된다." 등에 따른 부칙들이 명기되어야만 하니까요. 
  팀에서 지명타자를 쓰고 있는데 그 선수가 타격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DH를 소멸하는 쪽으로 교대를 원한다면, 받아주면 됩니다. 다만 바로 윗 대목의 세 가지 부분에 문제되는 것은 없는지를 살피고, 타순의 지정이 필요할 때 감독에게 기록원에 대한 통보를 하면 된다는 말을 해 주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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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저희 심판부의 소속심판 분들께서 이러한, 규칙 적용에 있어 미흡한 모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이 점차 무너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위 상황에 대한 고민을 새롭게 해야 할 정도로 우리가 아직 공부가 덜 된 것인가요? 그냥저냥 그라운드에 나가서 스트라이크-볼, 아웃-세이프, 파울-페어만 보는 대로 판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여기시는 것인가요? 물론 그라운드에서 만나는 선수들의 상당수가 규칙이 뭔지, 어떤 것이 맞는 적용이고 아닌지를 모르는 이가 훨씬 많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눈이 있고 손발이 있고 인터넷이 있습니다. 독해력에 차이는 있겠지만 조금만 품을 팔면 규칙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그 정리들을 눈앞에 펼쳐놓을 수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라운드에 나섰을 때 예상되는 모든 부분들에 대해 이해를 하고 상대방을 납득시킬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 두어야 합니다. 그냥 아웃이니까 아웃이다. 세이프니까 세이프다. 이런 대화 방식 말고요.

  왜 규칙서를 지참하지 않고 그라운드에 들어가시는 것인가요? 왜 다른 이의 지적을 받고 다시 한 번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을 안 가지고 태평한 자세로 임하는 것일까요? 저도 사실 후회가 됩니다. 이넘의 학원일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스트레스를 안 받았다면, 이슈가 올라왔을 때마다 규칙서를 다시 읽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보고 공유해 보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면 하는 후회들 말이죠. 막상 일을 당해 놓고 규칙서를 다시 읽다 보면 예전에 미처 몰랐던  새로운 발견을 하는 느낌인데, 그냥저냥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내가 제일 잘 한다는 착각에 빠져 계신 것은 아닌가요? 우리 심판부 소속 분들, 절대 잘하는 것 아닙니다. 초심자보다는 낫죠. 하지만 자기 기만에 갇혀 있는 분들이 태반이에요.  

  특히 몇 년 전 KBO 총재배 결승에서 DH를 명기한 팀이 투수끼리 교체시키는 것을 기록원 분의 불가 지적을 받고 그대로 적용하려 한 다른 심판원 분의 행동을 보았을 때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만약 그 장면이 비록 녹화지만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면 그 뒷감당을 어찌할꼬 하는 심정이었다죠.

  각오하고 씁니다.
  심판의 세계에는 결코 베테랑이 없습니다. 고참-신참은 그저 연차일 뿐 그것이 그들의 능력과 열정의 지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이 주장에는 저도 포함시킵니다. 저를 포함하는데 제 윗분에 대해 무슨 두려움이 있을까요?) 
  비록 사회인야구심판이라는 한계는 있을 망정, 공부하고 또 연구해야 합니다. 주업이 아니라고 해도, 단지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자조를 해도 [거마비]를 받는 한 그에 따른 각오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심판을 보러 나간다는 것은 놀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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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래간만에 배정을 받아서 모 구장으로 향했는데, 루심을 보던 중 투수교체를 겪었고 그에 대한 구심과 다른 심판들의 대응이 이상하게 경기를 늘어지게 하는 듯 해서 무슨 일일까 한참을 생각하다 보니 지명대타 소멸과 타격조건 충족이라는 명제 사이에서 설왕설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어이없음을 느꼈습니다.
  경기 중간에 밥을 먹으면서 언급을 하니 동료 심판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냥저냥 맞춰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 KBO 기록실의 결론을 기다려야 하지 않겠느냐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아가 치미는 것을 꾹 참았더랬죠. 왜 경기 중의 운영에 관한 권한이 심판에게 있고, 그에 대한 책임도 심판이 지고 결정하는데 왜 기록원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야 하느냐가 가장 큰 심적 충격이었기에... 하지만 그분들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고려해서 더 이상의 발언은 삼갔지만 마음이 붕 떠나는 소리가 가슴 속에서 울려퍼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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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sky의 모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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