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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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0 [근황] 다소 허무하게 지나간 마지막 근무일... 2
  화요일을 너무 정신없이 보냈기 때문인지 의자에 있는 책들을 옮겨서 포스트를 끄적일 생각도 들지 않더군요.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낙차가 심하게 떨어진 며칠이었습니다.

  화요일 오후 12시 40분 경에 방을 나섰습니다. 월요일에 언급했던 일산 지역의 학원에 면접을 위해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죠. 1700원 짜리 빨간색 광역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중간에 캠퍼스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내리고 마는 통에 1500원 짜리 버스를 또 타야 했습니다. 일산과 신촌을 오가는 버스들은 환승이 안 되더군요. 앞으로는 노선을 잘 확인해야겠다는.
  그렇게 학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45분. 면접예정은 오후 2시였기에 좀 기다려야했죠. 기다리고 있으려니 데스크 관리 쪽의 상급자로 보이는 분이 와서 작은 방에 데리고 가더니 질의서와 시강문제 프린트를 주고 풀라더군요. 내심 생각했습니다. '힘들겠다~~' 그간 학원 면접을 들어갔을 때 질의서를 작성하는 곳에서 채용 확정된 경우는 전혀 없었거던요.
  그래도 20여 분에 걸쳐 질의서 내용을 완성하고(그다지 성의가 나진 않았지만) 30여 분 가까이 시강문제들을 풀고 나서 시강에 들어가는데 이도 꽤나 지연되었습니다. 과목 선생님들이 짧은 회의를 해야 했기에 시강을 시작하는 것도 20여 분 이상 지연되었다는. 시강문제도 그다지 쉬운 문제가 아니었기에 내심 한숨쉬고 있는 터에 기다리는 동안 내용정리가 더 될 까닭도 없었고, 정작 시강에 들어가서도 필수 문제들을 설명하는데 중간에서 막힘이 감지되더군요. 두번째 드는 생각 '역시 힘들겠군'...
  기존 학원의 부원장님과 식사라도 하기로 약속잡았던 시간을 맞춰 가는 것은 힘들겠다는 생각에 옆자리 선생님에게 문자를 띄우고 또다시 기다렸습니다. 이미 두 시간이나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으니 더 시달린들 무슨 상관이랴 싶었던 것이죠. 그렇게 다시 20여 분 가까이 기다리다 결국 원장실로 인터뷰를 들어갔습니다. 원장실에 들어간 순간 보인 분은 여자 분의 모습... 성차별을 한다고도 생각하겠지만 순간 느낀 세번째 생각. '시간만 징하게 보낸 셈이군, 차비조라도 좋으니 면접비나 받았으면 하는데...' 아니나다를까 지극히 사무적인 표정으로 뜬금없는 질문이나 던지는 원장의 모습에서 별로 정이 안 들더라고요. 하루 안에 연락을 주겠다는 원장의 인사를 끝으로 방을 나왔습니다. 이곳의 면접을 치르기 위해 소요해야 했던 시간은 물경 4시간 여. 광화문 행 광역버스를 타고 마지막 근무일을 보내기 위해 학원으로 향하는데 교통비 낭비(일산 행 버스 3200원, 광화문 행 버스 1700원, 광화문-왕십리까지 전철 900원)에 시간낭비만 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계속 스치더군요. 설령 채용의사를 밝혀도 기존 학원에서 받던 급여 조건으로는 교통비가 정확히 두 배 이상 드는 것에 소요시간도 왕복 합해서 두 배 이상이 드는 상황을 견뎌야 하는데 내키지도 않았고...

  광화문에 도착하고 5호선 열차로 갈아탄 뒤 학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5분, 1교시 수업은 사전에 문자를 띄워서 바꾼 덕에 별 문제는 없었지만 수업이 줄어드는 통에 인사를 나누고픈 아이들(헤어진다고 내색은 못하지만)과의 대면인사를 하지 못했다는... 교무실 밖에서라도 얼굴을 보면서 보낼 것을 그랬나 싶기도 하더군요.
  1 타임을 단축수업해서 일찍 끝나고 자리이동이다 뭐다 법석들을 떨다 보니 자리의 물건들을 일찍 빼야 했습니다. 알라딘에서 주문한 책들을 가방에 넣으니 물건들을 챙긴답시고 챙겼지만 그래도 가져갈 수 없는 것이 나오더군요. 가글액이나 모기약, 작은 박스함은 제 자리로 옮기신 선생님에게 그냥 드리고 챙길 수 있는 것만 챙겨서 저녁 10시 전에 나왔습니다. 부원장님과 교무실장님, 그리고 한 달 전에 새로 오셨던 남자 국어 선생님하고만 인사를 나누고 나오고 나니 가방의 무거움에 더해 쓸쓸함이 엄습하더군요. 버스를 타고 방으로 향하면서 한때나마 문자를 주고받았던 몇몇 아이들에게 문자로 격려 안부를 전했습니다. 차마 그만두게 되었다는(솔직하게 말하자면 짤렸다는) 내용은 남기지 못하겠더군요. 몇 명이 몇 학년을 가르칠 거냐는 질문 문자를 보냈을 때는 무어라 답해야 할지 마땅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더군요.

  그제 간만에 맥도날드에서 정크 푸드를 사먹었습니다. 역시 입맛만 다시는 수준이네요. 속은 쓰릴 수밖에 없었다는...;;;
  퇴근 후 노트북을 켜면서 그동안 아이피 주소를 바꾸기 귀찮아서 놔두었던 주소를 지웠습니다. 학생관리 프로그램도 지워야겠는데 당장 엄두가 나질 않네요. 속이 쓰려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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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결국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오지 않았고요. 역시 대형 학원에 면접을 갔을 때는 "연락주겠다"는 말을 믿을 필요가 없겠더군요. 애시당초 믿음이 생기지도 않았으니 그러려니 해야겠죠.
  그러한 마음을 가진 상태로 번개에 나갔습니다. 손윤 님과 가난뱅이 님과의 만남이었죠. 오후 일찍까지 이부자리 안에서 'MB를 뻬고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하는 생각 속에 결국 내가 생각하고 있던 주제를 놓고 보면 찍을 인물이 없다는데 결론을 내리고 투표장으로 향하지 않고야 말았습니다.

  두 분 모두 제가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고 해 두는 편이 좋겠죠? 제가 오랜 기간 이어폰으로 음악을 오래 들은 부작용인지 가끔 가다 왼쪽 귀가 멍멍해지는 현상이  종종 있는데 가난뱅이 님의 목소리가 그런 효과를 불러오더군요. 그 점을 제외하면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비록 잘 안 열리는 제 지갑에서 세종대왕 님께서 몇 분이 떠나가셨다는 점이 두 번째 아쉬움이었지만요.

  일단 현재까지 지원한 곳들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고 있으니 장기전으로 가야겠죠. 나이도 있고 하니 좀 더 여유를 가져야겠다 싶네요. 고등부 교과서와 보조용 책들을 읽는 한편으로 한두 번 정도 서점에 들러 사탐 관련 문제집 두엇 정도를 구해 와서 풀어 가면서 제 스스로의 강의력 향상에도 노력을 해야죠. 중등부 전임으로는 나이로 볼 때 한계에 다다랐다는 조언을 심각하게 생각해야겠죠(학원강사로의 일을 시작한 지 불과 5년인데 벌써 이렇게 되었다는). 다른 쪽으로의 길이 있기를 바라지만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쉽게 이뤄지진 않겠죠.

  어찌 되었거나 현재 방 구석구석에 놓여 공간을 괴롭게 하고 있는 책이라던가 물건들을 어느 정도 놓을 곳이 생기길 바라는 심정입니다...

  구직이 잘 안 되게 되면 오는 토요일 대학아마야구동아리 연합회 주최의 일년 리그 최종 결승전이 거주지 근처의 학교 운동장에서 열린다는데 구경이나 가 봐야죠. 심판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지는 오래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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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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