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의 모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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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31 [감정폭발모드] 더 참다가는 병 되겠습니다...
(감정폭발 상태라 가라앉히기 위해 경어체 사용)

  특정 학급에서 수업 때마다 속에 울화가 쌓이기 시작하니 이젠 일부 아이들의 행동이 철모르는 중학생들의 장난이 아닌 대놓고 저지르는 범죄적인 행동으로 보이기 시작하네요. 아주 대놓고 [끝장보고 싶냐?]라고 질러 주었습니다.
  도대체가... 거의 매 시간을 타이르고 얼르고 충고하고 화를 내도 그 상황들에 대한 기억력이 7초 이상 가질 않네요. 그렇게 찬찬히 설명해 줘도 이해는 커녕 기억조차 하지 않아 테스트 성적은 바닥... 도대체가 현실에 대한 자각이 없죠. 아마 아이돌 가수 몇에 빠져 있는 무뇌아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을런지도... 특히 과목의 중요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여자아이들이 더 심하다는... (남자 아이들도 심한 이가 있고 성적도 잘 안 나오지만 수업내용에서 뭔가를 연결하려는 자세는 있다는...)
  학교 같으면 아예 그 아이들의 길은 스스로가 찾을 뿐 교사들은 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안내해 주는 역할에서 끝내면 된다 싶으면서 인성 쪽에 다소나마 비중을 실어 줄 여지가 있을 텐데 학원에서는 도저히 그럴 여유도 없고, 중장기적인 비전은 꿈도 못 꾸고, 단기적인 테스트에서는 아예 시험지를 낙서장으로 생각하고 놀기만 하고 그래 놓고서도 자기들 앉고 싶은 대로 앉아서 온갖 장난을 치면서도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결국 폭발해 버렸죠.

  낙서하지 마라, 잡담하지 마라, (쪽지 같은 거) 주고받지 마라, 입닥치고 수업에만 집중해라, 핸드폰 만지작거리지 마라,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그렇지 않다가 걸리면 이제는 장난삼아 등짝에 자 한 대씩 턱턱 건드려 주는 것은 선생님의 애교였다는 것을 알게 해 주마. 등짝에 소리 한 대 난 것 가지고 아프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가 안 나오게 해 주마.

  다음 수업 시간이 목요일(학원 휴가 하루 전)이고, 그 다음 시간이 바로 다음 주 오늘이니 일주일 안에 몇 명 학원에서 [학습태도 불량]으로 쫓아낼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학원의 시스템이 이른바 스파르타 식을 표방하는 외고입시-내신전문의 종합학원이라는 것이 유감은 유감이지만 거기에 맞춰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강사]로서의 일은 해야겠어요. 학부모와의 상담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번에 한 번 난리를 치게 되면 항의가 들어올지도 모르겠군요. 싸워야죠. 애시당초 수업을 이해하기 위한 준비 자체가 안 되어 있는데, 그렇게 타이르고 이넘의 과목이 갖는 특성과 어려운 점과 그래도 해야 하는 까닭에 대해 닳고 닳도록 얼르고 달래 왔는데, 제가 꿈꾸는 쌍방향의 피드백은 커녕 지네들 장난치고 놀기 위한 시간이라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타이르고 얼러 줄 가치를 못 느끼겠다는.

  이상하게도 학원 내의 하위 레벨 반에서 이런 일이 생기고 있으니 유감이지만 참 도리가 없어요. 어쩌면 가장 감수성이 풍부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일지도 모르는데. 비록 영어수학 점수와 외고진학 가능자는 아니겠지만 자기 나름의 개성과 특성에 맞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텐데 이렇게 울화통이 터져 나와 매듭을 풀지 않으면 홧병이 나기 딱 좋은 상대들이 되어 버렸는지(하위 계열의 3개 학급, 학급 당 약 2~3명 때문이라는)...

--... 그래서 그 다음 수업에서 가라앉지 못하고 있는 화가 있음을 다음 반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지그시, 차분하게 수업내용을 찬찬히 나갔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미안한 기분도 들어요. 정작 그 아이들은 큰 욕심은 없어도 분위기를 살피면서 적응해 주는 아이들인데... 재미있게 해 주지 못해 오히려 미안한 쪽 아이들인데...

  아이들이 가지고 있을 나름의 인성과 개성을 존중하려는 방식은 결국 모든 아이들에게 성공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닌가 싶어요. 차라리 그런 아이들은 맨 뒷자리에 보내 잠을 자게 하는 것이 가장 나을 듯(고등학교 시절에 왜 대학 진학을 포기한 아이들이 뒷자리로 가서 모자란 잠을 청하는지가 이해가 가더군요. 그저 선택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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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과 모순에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감은 없어서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이의 이야기...
by tro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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